대법원 2015. 4. 9. 선고 2011다101148 판결

I. 사실관계
원고(X)는 인기대중가요 ‘하늘색 꿈’ 등을 작곡한 저작권자이고 소외법인(Z)은 음악저작물의 신탁관리업체이며 피고(Y)는 노래반주기 및 노래반주기용 DVD 타이틀 제작업체이다. X는 Z와의 사이에 X가 작곡한 음악저작물들에 관한 저작권신탁계약을 체결하였다가 2004년 4월경 그 계약해지를 통보하였다. X는 Y가 Z로부터 받은 포괄적인 이용허락계약을 근거로 X의 해지통고 이후에도 계속하여 X의 음악저작물들을 노래반주기 등에 수록하거나 30초 정도의 분량으로 미리듣기 서비스 제공행위를 하였으므로 Y를 상대로 저작재산권 및 저작인격권(동일성유지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원심(서울고법 2011. 10. 27. 선고 2011나6870 판결)은 Y가 Z로부터 받은 이용허락의 효력을 신탁계약의 종료와 무관하게 X에게 주장할 수 있으므로 저작재산권 침해는 성립하지 않으나(쟁점①) 음악저작물의 미리듣기 서비스에 관해서는 동일성유지권의 침해에 해당한다(쟁점②)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상고심(대법원 2015. 4. 9. 선고 2011다101148 판결, 이하 ‘대상판결’이라 한다)은 쟁점①에 관하여 저작물 이용자(Y)가 저작권자(X)와의 이용허락계약에 의하여 취득하는 이용권은 저작권자(X)에 대한 관계에서 자신의 저작물 이용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는 채권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는데 불과하므로, 저작권신탁이 종료되어 저작권이 원저작권자인 위탁자(X)에게 이전된 경우에는 원저작권자(X)와 수탁자(Z) 사이에 수탁자(Z)가 행한 이용허락을 원저작권자(X)가 승계하기로 하는 약정이 존재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저작물 이용자(Y)는 신탁종료에 따른 저작권 이전 후의 이용행위에 대해서까지 수탁자(Z)의 이용허락이 있었음을 들어 원저작권자(X)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어 쟁점② 에 관해서는 ‘대상판결의 요지(II)’에서 보는 바와 같이 동일성유지권의 침해를 부정하였다(원심 파기 환송).

II. 대상판결의 요지
어문저작물이나 음악저작물·영상저작물 등의 일부만을 이용하더라도, 그 부분적 이용이 저작물 중 일부를 발췌하여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어서 이용되는 부분 자체는 아무런 변경이 없고, 이용방법도 그 저작물의 통상적 이용방법을 따른 것이며, 그 저작물의 이용관행에 비추어 일반 대중이나 당해 저작물의 수요자가 그 부분적 이용이 전체 저작물의 일부를 이용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어 저작물 중 부분적으로 이용된 부분이 그 저작물의 전부인 것으로 오인되거나, 그 부분적 이용으로 그 저작물에 표현된 저작자의 사상·감정이 왜곡되거나 저작물의 내용이나 형식이 오인될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한 부분적 이용은 그 저작물 전부를 이용하는 것과 이용하는 분량 면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이어서 저작자의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이는 그 부분적 이용에 관하여 저작재산권자의 이용허락을 받지 않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음악저작물의 미리듣기 서비스는 음악저작물의 음원 중 약 30초 내지 1분 정도의 분량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전송하여 이용자가 이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음원 샘플 제공 행위로서 음악저작물 중 미리듣기 서비스에 이용되는 부분 자체는 아무런 변경이 없는 점, 피고(Y)가 그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제공한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미리듣기 서비스도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음원 중 약 30초 정도 분량만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무료로 전송·재생하는 것이어서 재생되는 부분 자체는 아무런 변경이 없는 점 등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일반 대중이나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수요자로서는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미리듣기 서비스가 음악저작물의 전부가 아닌 일부만을 제공하는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음악저작물 중 미리듣기 서비스에 이용된 부분이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전부인 것으로 오인되거나, 미리듣기 서비스로 인하여 이 사건 음악저작물에 표현된 원고(X)의 사상·감정이 왜곡되거나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내용 또는 형식이 오인될 우려가 없다고 할 것이다.

III. 평석
1. 동일성유지권의 의의
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의 내용·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를 가진다(저작권법 제13조 제1항). ‘저작물의 내용·형식’이란 우리 저작권법에서만 발견되는 특징적 표현으로 비교법적 관점에서 파악하건대 ‘내용’은 ‘내면적 형식’을, ‘형식’은 ‘외면적 형식’을 각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박성호, ‘저작권법’, 박영사, 2014, 274~277면 참조). 그러므로 저작권의 보호가 미치는 저작물의 ‘내용’이란 음악저작물에 있어서 구성양식, 악장과 박자 등과 같은 ‘내면적 형식(inneren Form)’을 말하고, 저작물의 ‘형식’이란 음악저작물의 음과 음조의 진행 등과 같이 표현 수단화된 ‘외면적 형식’(둼ßere Form)을 가리키는 것이다(M. Rehbinder, Urheberrecht, 14. Aufl., C.H. Beck, 2006, S.23~24 참조).

따라서 음악저작물의 내용의 동일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가령 음악저작물을 영화에 이용할 것을 허락받은 영화제작자가 저작자의 동의 없이 구성양식, 악장과 박자 등과 같은 ‘내면적 형식’을 변경하면서 영화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 형식의 동일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저작자의 동의 없이 저작물의 외면적 형식을 삭제하거나 추가 또는 변경하는 등 왜곡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뜻한다.

한편, 동일성유지권이란 저작자에게 귀속되는 것이고 저작물의 가치나 목적이 무엇이든지 간에 모든 저작물은 그 동일성이 유지되어야 하므로 저작자는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 그 동일성을 유지할 절대적 권리를 가진다. 따라서 누군가가 저작물을 이용하면서 저작물의 내용(즉, 내면적 형식)이나 형식(즉, 외면적 형식)을 변경함으로써 그 동일성을 상실하면 이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 그러면 음악저작물은 구체적으로어떠한 경우에 그 동일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이다.

2. 음악저작물에서 동일성유지권의 침해 여부의 판단
가령 뮤지컬 쇼를 구성하는 음악저작물의 특정 부분을 삭제함으로 전체 뮤지컬의 시간을 단축하는 경우는 외면적 형식을 왜곡하는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나 음악저작물들을 선택하여 배열만을 달리하여 편집하였을 뿐이고 개개 음악저작물의 내면적 형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음악저작물들을 재편집하는 행위는 외면적 형식을 삭제하거나 추가 또는 변경하는 등 왜곡행위를 한 것이 아니므로 동일성유지권의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요컨대, 외면적 형식을 삭제하거나 추가 또는 변경하는 등 왜곡함으로써 내면적 형식의 동일성을 변경하는 경우에 동일성유지권의 침해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

종래 우리 하급심 판결 중에는 악곡을 디지털압축파일로 변환하고 그 음원의 일부분을 잘라서 1분 내지 1분 30초 분량의 미리듣기 서비스로 제공하거나 벨소리 통화연결음으로 이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한 사안에 대해 피고에게 동일성유지권의 침해를 긍정한 것이 있다(서울고법 2008. 9. 23. 선고 2007나70720 판결).

그런데 위 판결에 대해서는 원고만이 상고하여 “인터넷 링크 중 이른바 ‘심층링크’내지 ‘직접링크’를 하는 행위가 구 저작권법에 정한 복제 및 전송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다투었고 피고는 상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일성유지권의 침해 인정 부분은 그대로 확정되고 말았다(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8다77405 판결).

그런데 위 하급심 판결의 사안은 전체 악곡 중 일부분을 미리 들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서, 비록 판결문에서는 “잘라냈다”는 표현을 사용하였더라도 그 객관적 실질은 음원의 일부만을 이용함으로써 그 부분만을 그대로 들려준 것에 불과하므로 외면적 형식이나 내면적 형식에서 그 동일성을 손상시키는 아무런 변경도 가하지 않은 경우라고 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위 사안에 대해 과연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박성호, 위의 책, 284면).

대상판결의 원심판결도 위 하급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음악저작물의 미리듣기 서비스 제공에 대해 동일성유지권의 침해라고 판시하였으므로 피고(Y)가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대상판결의 요지(II)’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동일성유지권의 침해를 부정하여 이 부분을 파기 환송한 것이다. 이는 아래에서 설명하는 바와 같이 지극히 타당한 결론이며 그 동안 일부 하급심 판결들에서 방황과 혼선을 거듭해온 동일성유지권의 법리를 명확히 정립한 것이다.

만일 대상판결의 사안이 전체 음악저작물 중 특정 부분을 삭제하여 들려주지 않고 나머지 부분만을 들려줌으로써 그와 같이 연주시간이 일부 단축된 상태에서 마치 그것이 원래의 음악저작물인 것처럼 이용자들이 오해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라면, 그 단계에서는 외면적 형식이나 내면적 형식에 변경을 가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사안은 그러한 경우가 아니라 단지 기존 음악저작물의 일부분만을 ‘미리듣기 서비스’라는 방식으로 그대로 들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이 음원의 일부분만을 그대로 이용한 것에 대해서는 저작재산권 침해가 발생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동일성유지권의 침해까지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는 온라인상에서 어문저작물의 일부 내용만을 그대로 이용하여 읽을 수 있도록 하거나 영상저작물의 일부 내용만을 그대로 이용하여 보여주는 것이 동일성유지권의 침해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이다(박성호, 위의 책, 284~285면 참조).

3. 소결―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의 쟁점②에 관한 판시 부분은 그동안 하급심 법원들이 동일성유지권 침해의 ‘과잉’인정이라 일컬을 수 있을 정도로 무분별하게 그 침해 판단을 ‘남용’해온 것에 일침을 가하고 동일성유지권의 침해에 관한 법리를 명확히 정립(定立)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본 평석에서는 다루지 않은 쟁점①에 관한 원심의 판시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관점에서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그에 관해서는 박준석, 콘텐츠 산업에서의 저작권, ‘창작과 권리’ 제67호, 2012년 여름호, 157~161면을 참조하기 바란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