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법과대학생들에게 흥미로운 세 가지 주제가 있었습니다. 사망기준에 대한 뇌사론, 안락사의 허용문제 및 간통죄의 위헌론 등입니다. 젊은 법학도들은 기성세대의 법논리를 바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 새로운 이론들은 매우 흥미롭고 지극히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어느 시대의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기성질서를 바꾸고 싶은 마음이 더 컸을까요? 나에게도 법서를 처음 읽을 때 왜 연혁을 읽어야 하고 프랑스, 스위스 및 독일의 이론은 왜 알아야 하는지 심리적인 저항이 있었습니다. 그런 심리가 일반화된 것일까요? 최소한 우리의 법조계에서는 일본의 판례를 고집스럽게 찾아보던 경향은 거의 없어진 것 같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이제 형법상 간통죄는 폐지되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변호사들이 간통죄에 대한 위헌법률제청심사를 청구하였고 지방법원 판사들도 이에 상당히 호응한 결과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씨앗은 1980년을 전후해 이미 뿌려진 결과라는 생각이 깊게 듭니다.

나는 오늘 아침 간통죄에 대하여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간통은 정당한 행위인가요? 질문을 바꾸어 배우자 있는 사람이 배우자 아닌 사람과 간음하는 것은 처벌대상이 아닐 정도로 정당한 것인가요? 정당하지 않다면 이를 전면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옳은 행위인가요?


간통은 재판상 이혼사유인 부정한 행위의 개념에 포섭되고 있고 우리의 헌법과 민법이 유지하고 있는 일부일처제 및 상속제도 등과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우리의 헌법과 민법은 일부일처제를 매우 강력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중혼죄를 두어 처벌하는 수준이 아닐 뿐 그 제도시행의 결과는 매우 엄중합니다.

법원은 사실적 중혼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아직도 고집스럽게 위자료 또는 재산분할청구권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내가 경험한 의뢰인의 스토리는 매우 가슴 아플 정도였고 재판부도 그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어떤 독신여성은 부부관계가 사실상 파탄에 빠져있던 유부남을 만나 15년간 그 배우자를 대신하는 사실상의 배우자로서 가사일을 분담하고 그 남성의 자녀들을 결혼시키고 그 부모의 병수발을 거쳐 장례까지 치르는 공동생활을 영위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가 15년 후에 갑자기 결별을 선언하였는데 우리 법원은 일부일처제를 이유로 최소한의 위자료 또는 가사도우미 수준의 부당이득금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일부일처제를 지켜내기 위한 우리 법원의 명백한 입장입니다.

부부의 재판상이혼사유는 아직도 유책주의를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혼인은 이미 깊은 파탄관계에 빠져있고 이혼청구는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기각되었으나, 정작 혼인관계는 유지할 수 없는 기묘한 현실을 감내해야 하는 일방 배우자들이 있습니다. 이것들은 국가가 일부일처제를 지켜내기 위하여 이를 위반하는 일방 배우자들에게 내리는 사실상의 징벌입니다.

그렇다면 배우자 있는 사람이 배우자와의 신의를 저버리고 다른 사람과 간통하는 행위는 그대로 면죄되는 것이 옳은가요? 간통죄는 형법에서 폐지되었으나 그 간통행위가 정당하지 않다는 인식은 아직도 법적정서로서 유효하게 남아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런데 국회나 법무부는 간통죄가 폐지된 공백에 대하여 어떤 조치를 논의하거나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이것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일부일처제를 지켜내기에 앞서 혼인의 결속력은 매우 약화될 것이 분명합니다. 배우자들은 상대방을 견제할 방법이 없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상대방 몰래 별도의 재산을 형성하고 제2의 혼인 가능성에 대비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나는 이혼이 절대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가가 형벌권을 폐지하면서 그 공백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일방 배우자가 민법상의 청구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과 폐해에 대하여 언급하는 것입니다. 지금과 같이 사설경찰 또는 탐정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심부름센터의 위태로운 역할은 증가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시대의 흐름과 유행의 변화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을 너무 받아들인 결과 법질서의 변화조차 유행에 따르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싶습니다.

이제 결론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상대방 배우자의 간통을 이유로 이혼하게 되더라도 그 상대방 배우자와 상간자를 간통죄로 처벌하지 말자는 부분에 대하여는 동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간통이 정당한 행위가 아니라면 이를 위반한 사람에게 적정한 절차에 따라 이에 상응하는 징벌이 내려져야 하는 것이고 그 진실을 발견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어 시행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사항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절차보장을 논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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