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이 땅에 법치주의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법의 날을 기념해 온 지 52회째를 맞이하였습니다. 이 날은 특히 우리 법조인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날입니다. 법의 날의 역사적 의미를 새기며 그 참된 정신을 현실에서 구현하여야 할 사명이 법조인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법의 날은 그리스 아테네에서 1963년에 개최된 ‘법의 지배를 통한 세계평화대회’에서 세계 각국에 법의 날을 제정할 것을 권고한 결의를 계기로 1964년에 지정되었습니다. ‘법의 지배’, 즉 법치주의의 이념은 민주사회의 불가결한 통치이념으로서, 국가와 사회가 자의적인 권력이나 개인적 의지 또는 폭력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에 의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규범인 법에 의해 통치되는 체제를 말합니다. 이는 현대 민주사회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인류의 발전 과정에서 결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라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찾기 위한 기나긴 투쟁과 막대한 희생으로 어렵사리 쟁취한 것입니다. 우리는 선각자의 뼈저린 노력으로 이룬 이 소중한 가치를 귀하게 간직하고 지켜나갈 의무가 있습니다. 과거에 있었던 전제군주나 독재정권에 의한 자의적 통치는 이미 사라졌지만 그 자리를 대신하는 국가권력에 의한 권한 남용과 일탈의 위협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나아가, 개인의 존엄과 가치라는 최고의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는 것이 법의 종국적 목표일 진데 법치주의의 이념은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이 있는 객관적 규범에 의해 그 목표 달성에 가장 적절한 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법조인 여러분

우리 사회에 법치주의의 이념이 지켜지려면 그 무엇보다 법을 신뢰하고 존중하려는 준법의 의지가 시민 속에 확고히 자리 잡아야 할 것입니다. 준법의 의지는 법에 대한 올바르고 긍정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므로 이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법이 보편적 정의와 상식 그리고 합리적 견해를 기초로 정당한 절차에 따라 만들어지고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엄정하게 운용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 주어야 합니다. 이는 법을 제정하고 적용⦁집행하는 단계에서 가장 철저히 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법이 불합리하게 제정되고 자의적으로 적용⦁집행된다면 그 자체가 권력의 지배일 뿐 법의 지배라고 할 수 없습니다. 법치주의를 확립함에 있어 법의 운용을 직분으로 하는 법조인의 책임이 막중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법률가가 외면하는 법을 신뢰하고 따르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솔선수범하여 법을 철저히 준수하는 법조인의 모습이 국민의 준법정신으로 연결되고 법조 직역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존경은 법에 대한 신뢰와 존중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법조인 여러분!

법치주의는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의 기본질서를 수호하는 핵심 요소이고, 자유민주사회에 있어 가장 고귀한 가치는 바로 개인의 존엄과 가치입니다. 각 개인은 자유로운 창의력과 성실한 노력에 의해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고 행복을 이룸으로써 자신의 존엄과 가치를 지킬 수 있습니다. 법의 종국적인 사명은 이와 같은 창의력과 노력에 대해 정당한 보상이 약속되는,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바탕으로 한 안정되고 평화로운 사회를 조성함으로써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완벽히 보장하는 데 있고, 그것이 법치주의의 현대적 과제라고 저는 믿습니다. 최근, 급변하는 사회의 흐름 속에서 상이한 가치관 사이의 충돌과 갈등이 날이 갈수록 증폭되고 격화되어 가는 모습을 봅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어 사회적 안정이 깨어지면 개인의 존엄과 가치라는 고귀한 헌법적 가치도 지키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조화와 양보 그리고 상생의 정신으로 다수가 소수의 의사를 배려하고 소수가 다수의 의사를 존중하는 사회 통합의 징검다리가 되는 것이 법의 기능일 진데 우리는 법을 지켜야만 개인의 행복도 이룰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그러한 법의 정신을 우리 사회에 고취하고 몸소 실행하여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는 것이 공적인 사명을 가진 법조인의 책임입니다. 법조인들은 각자의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진정 어린 소통과 교감을 통하여 법의 정신을 전파함으로써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하고, 이를 위하여 법조인 스스로 사회의 다른 영역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오늘날 법조인의 수(數)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 증가로 인한 치열한 경쟁의 결과가 상호간의 불신과 불화로 이어진다면 이는 매우 불행하고 실망스러운 일이 될 것입니다. 법조인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직역을 초월하여 서로의 손을 마주잡고 협력할 때에 그 수의 증가는 바로 법치주의의 창달로 연결되어 우리 사회를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보장되는 이상적인 사회로 이끌어 갈 것입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세계 속의 대한민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위상과 지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그 위상과 지위에 맞는 내실을 갖추고, 이를 국제사회에 보여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시작이 바로 ‘법의 지배’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원칙과 신뢰를 바탕으로 국민의 인권이 보장되고, 공정한 잣대가 실질적으로 평등하게 적용됨으로써 정의가 바로 서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합시다.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법의 날을 기념하는 참된 의미라고 할 것입니다.

끝으로 오늘 이 자리를 준비하기 위해 노력하신 법무부와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리며, 기념사에 갈음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2015. 4. 24.

대법원장 양 승 태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