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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판결에 대한 검토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doh@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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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8호] 승인 2015.04.13  09:5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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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기업은 생성, 확장, 축소 및 소멸의 과정을 거친다. 이것은 생산시설의 획득 등 처분뿐만 아니라 근로관계의 형성과 소멸을 수반한다. 따라서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생산시설에 대한 조정과 함께 사람, 즉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시행된다.

한국 법원은 인력 구조조정을 장려하고 촉진한다. 판례에 의하면, 구조조정의 실시 여부는 단체교섭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고 그에 반대하는 파업은 위법하다. 근로기준법 제24조의 정리해고 제한 법제도 유연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판례 법리는 자칫 기업의 거칠고 서툰 판단에 면죄부를 주는 데 이용될 수 있다.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에 관한 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4다20875, 20882 판결에서 그런 우려는 현실화되었다.

잘 알다시피 쌍용자동차(이하 ‘피고’라 함)의 주력 상품은 SUV 차량이다. 그런데 2008년 세제 혜택의 폐지와 경유 가격 상승에 따라 SUV 차량 선호도가 감소하고, 금융위기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피고의 차량 판매대수는 급감하였다. 나아가 파생상품 거래에서의 손실 및 금융권의 지원 중단으로 현금보유액이 급격히 줄어들어 피고는 극심한 유동성 부족 상황에 접어 들었다.

결국 피고는 2009. 2. 6.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고, 그 후 OOKPMG에 경영 전반에 대한 진단 및 회생 전략 수립을 의뢰했다. OOKPMG는 2009. 3. 31.자 검토 보고서에서 경영 정상화를 위한 방안으로 인력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비용 절감과 효율성 개선 등을 제시하였다. 피고는 OOKPMG의 경영 정상화 방안에 따라 총 2646명을 감원하는 인력 구조조정 방안을 확정하고, 2009. 6. 8. 위 2646명에서 그 무렵까지 희망퇴직 등으로 퇴사한 1666명을 제외한 980명에 대하여 이 사건 정리해고를 단행하였다(이후 노동조합의 파업과 노사대타협을 거치면서 정리해고 인원은 165명으로 줄어들었다).

이 글은 2009년 피고에 의해 정리해고된 153명의 기능직 근로자들이 제기한 해고무효확인소송에 대한 위 대법원 판결을 평석 대상으로 삼았다. 관련 재판에서 1심은 모든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고 항소심에선 인용했으며(서울고등법원 2014. 2. 7. 선고 2012나14427, 74290 판결),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을 파기했다. 아래에서는 이 사건 정리해고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관한 대법원 판결 내용을 항소심 판결과 비교·검토하는 방법을 통해 평석하고자 한다.

2.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1) 정리해고의 유효요건으로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대한 판례 법리는, 몇 차례의 변화를 거쳐 현재는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하여 인원 감축이 필요한 경우도 포함된다’는 내용으로 정착되었다. 이 사건 원심과 대법원 판결도 이 법리를 유지했다. 인원 감축의 필요성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정리해고 시점에서 해당 기업의 이익 발생 여부가 중요하게 고려되긴 하지만, 그것이 절대적 판단 기준은 아니다. 그렇다면 정리해고 재판에서 법원이 인원 감축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구체적 방법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0다3735 판결을 참고할 수 있다. 위 사건에서 원심은 피고 회사 대전공장의 경영 사정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는 사업 전체의 경영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해야 하는데, 피고 회사가 장기간 순이익을 냈고 재무 구조도 안정적이므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기업의 전체 경영실적이 흑자를 기록하고 있더라도 일부 사업부문이 경영악화를 겪고 있으며, 그러한 경영악화가 구조적인 문제 등에 기인한 것으로 쉽게 개선될 가능성이 없고 해당 사업부문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결국 기업 전체의 경영상황이 악화될 우려가 있는 등 장래 위기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면, 해당 사업부문을 축소 또는 폐지하고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잉여인력을 감축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보아 불합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며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그리고 위 2010다3735 판결에서 대법원은 일부 사업 폐지와 관련하여 인원 감축의 필요성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대전공장이 계속하여 영업 손실을 낸 원인, 그 경영 악화가 구조적 문제인지 여부 및 개선 가능성, 경영 악화가 피고 전체의 경영에 미치는 영향, 대전공장 폐쇄의 불가피성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2) 이 사건 원심은 위 2010다3735 판결 등에서 제시된 법리에 따라 피고의 경영 위기의 원인, 경영 악화가 구조적 문제인지 여부, 차종 단종 및 신차종 개발·판매 계획의 포기(이는 위 2010다3735 판결의 일부 사업 폐지에 대응한다)의 불가피성 유무 등을 검토하여 인원 삭감의 합리성 유무를 판단했다. 이와 관련하여 원심 재판에서는 피고의 2008년 재무제표에서 유형자산 손상차손이 과다계상된 것인지가 다퉈졌다. 2009년 피고의 인력 구조조정의 중요한 근거는 위 재무제표에서 유형자산 손상차손을 약 5176억원 계상하면서 부채비율이 561.3%로 증가한 점이었다. 이것은 OOKPMG가 피고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었다고 판단한 주요한 근거가 되었고, 이에 따라 인력 구조조정안이 마련되어 이 사건 정리해고가 실시되었다.

원심은 위 재무제표 작성 시 피고가 기존 차종에 대하여 2009년 또는 2010년 단종을 전제로 예상 매출수량을 추정하면서도 2013년까지 이를 대체하는 어떠한 신차종도 출시되지 않는다고 가정함으로써 유형자산의 사용가치를 과소평가하여 유형자산 손상차손을 과다계상하여 결과적으로 재무건전성이 과도하게 낮게 평가되었다는 점을 밝히고, 피고의 경영 위기를 구조적·계속적 위기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반면에 대법원은 피고가 유형자산의 손상차손을 과다계상한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추정은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의 예상 매출수량 추정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가정을 기초로 한 것이라면 그 추정이 다소 보수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 합리성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며 원심을 파기했다.

그런데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단은 정리해고 판례 법리와 모순된다. 왜냐하면, 대법원은 정리해고를 기업의 유지·존속을 전제로 한다고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다92148 판결). 즉 판례 법리상 정리해고를 실시하는 기업은 그 유지·존속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데, 이 점에 비춰 볼 때 피고가 대규모 정리해고 후 여러 차종을 단종하면서 향후 신차종을 개발·판매하지도 않는다는 가정을 합리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러한 점 때문에 원심은 “기업의 계속 운영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4개의 차종 단종을 전제한 상태에서 2013년까지 일체의 신차를 개발·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없다”라고 판시한 것이다. 따라서 정리해고 법리에 비춰 볼 때,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이례적이고 오히려 원심 판결이 판례 법리에 충실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3. 인원 삭감 규모의 상당한 합리성
(1) 판례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인원 삭감에 대한 객관적인 합리성’으로 해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대법원 2002. 7. 9. 선고 2001다29452 판결), 정리해고 재판에서는 인원 삭감 규모의 합리성에 대한 심리가 필요하다. 정리해고 인원 수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인원 삭감의 객관적인 합리성을 따지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이 행한 인원 삭감 판단의 객관적 합리성을 사법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은 쉽지 않고, 법원이 여기에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법원은, 기업의 잉여 인력 중 적정한 정리해고 인원이 몇 명인지는 상당한 합리성이 인정되는 한 경영 판단의 문제에 속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영자의 판단을 존중한다(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1다60193 판결). 물론 그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진다. 결국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유무는 인원 삭감 규모의 ‘상당한 합리성’의 증명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2) 원심은, 피고가 산출한 2646명의 잉여 인력 규모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여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피고는 모답스 기법(MODAPTS 기법, 사람의 신체 각 부분의 동작을 거리 비율로 나타내어 시간 데이터 카드에 따라 표준시간을 구하는 표준시간 측정 방법) 등을 활용하여 기능직의 잉여 인력을 산출한 OOKPMG의 검토 보고서에 기초하여 기능직 인력의 삭감 규모를 결정했다. 그런데 그 검토 보고서에는 모답스 기법에 의한 산출 방법이 간략히 제시되었을 뿐(조립1라인, 물류운영팀 사례만을 들고 있었다), 그 구체적 가정의 타당성을 검토할 수 있는 자료가 이 사건 정리해고 과정에서 현출된 적이 없었다. 이 점에서 원심은 피고가 주장하는 잉여 인력의 존재 및 규모를 믿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① 위 OOKPMG는 생산부문의 경우 모답스 기법을 활용하여 작업자의 작업시간과 비교검토하는 방법으로 요소작업을 분석하고, 각 공정별 레이아웃(Layout)을 검증하여 작업 동선상의 제약조건을 파악한 후 각 공정에 편성된 작업자 간에 작업량 배분이 적정한지를 검토함으로써 적정 인력 규모를 산출하였고, 일반 사무직에 대해서는 국내 경쟁사의 일반 사무직 비중과 사무직 1인당 매출액을 비교하여 적정 인력 규모를 산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구조조정 규모를 도출한 점, ② 이 사건 정리해고 당시 피고는 동종 업체와 비교하여 1인당 매출액,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 기능직 1인당 생산 대수 등 생산성을 보여주는 각종 지표가 상당히 악화되어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제시한 인원 감축 규모가 비합리적이거나 자의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긴박한 경영상 필요를 인원 삭감의 객관적 합리성으로 해석하는 한, 그것은 삭감 규모에 상당한 합리성이 있는지를 객관적 기준에 따라 평가하는 작업을 수반하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현재의 판례 법리는 기업의 주관적 판단에 기초하여 무분별한 정리해고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이 사건 정리해고 시 인원 삭감 규모를 산정하는 근거가 된 OOKPMG의 검토 결과에 객관적 근거가 갖춰졌는지를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원심 판결은 정리해고의 요건 중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관한 판례 법리를 충실히 따랐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반면에 대법원이 특별한 논거를 제시하지 아니한 채 원심의 판단에 법리 오해 또는 심리 미진의 잘못이 있었다고 비난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 원심은 피고가 모답스 기법을 활용한 것 자체를 문제삼은 것은 아니라 전체 잉여 인원 규모를 산정한 객관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인데, 대법원은 이 점에 대해 모호한 반박만 하였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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