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각 분야의 벽을 허물고 모든 동료가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던 영국의 과학기술자 팀 버너스-리는 하이퍼링크(Hyperlink) 개념을 적용한 ‘월드 와이드 웹(WWW)’을 소개하면서 이 땅에 인터넷의 시작을 알렸다.

초기의 인터넷은 전자상거래와 같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연결’ 자체가 특징이었다면, 점점 연결의 속도가 빨라지고 양이 거대해지면서 공유와 소통이 가속화되었고 이는 빅 데이터, 클라우드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산업이나 서비스를 창출하였다. 근래에는 사물인터넷 기술의 확산으로 ‘연결’의 대상과 범위가 점점 확장되고 있으며 이제는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이 연결되는 소위 ‘초연결 시대’를 맞이하였다.

이러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만들어낸 인터넷의 역사와 함께 우리는 융합산업의 발전사를 함께 걸어왔다. 1980년대 이전이 산업화 정책에 기반을 둔 전산화 시대라면, 1990년대 중반부터는 효율화를 목적으로 하는 정보화 시대였고, 2000년대 중반부터는 새로운 시장 또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융합이 본격화되는 시대로 변화하였다. 종래의 혁신이 한 가지 기술을 하나의 대상에 적용하였다면 융합의 혁신은 이질적 기술들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만들고 이를 여러 가지 대상에 적용한다는 면에서 차이가 있다.

전자는 점진적인 혁신과 지속적인 성과를 가져오는데 반해 후자는 급진적 혁신과 파괴적 성과를 가져온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의 복잡성과 변동성으로 인한 한계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떠한 혁신이 필요한지를 짐작케 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년 전부터 인터넷 융합 정책을 목적으로 ‘창조 비타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NFC택시안심서비스, RFID기반 마약류 관리, 로봇기반 해파리 탐지·제거, 소상공인 협업형 스마트워크, 내 손 안의 고궁박물관 안내 등 다양한 분야의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

또한, 민-관 협력 기반의 대형 인터넷 융합 실증 프로젝트인 ‘스마트 챌린지 실증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의 단편적 기술개발, 일회성 시범사업, 이해관계자 갈등 등의 융합 활성화에 한계가 되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민-관 협력 기반의 자생력 있는 융합 생태계 조성, 융합시장 성장의 병목 해소 등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스마트홈, 스마트그리드 보안, 스마트카톡, 스마트팩토리 등 ICT-핵심업종 간 전면적 융합을 통해 신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도 비용, 제도, 환경 등의 제약으로 실현해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프로젝트를 통해 사전에 신제품·서비스의 실효성, 안전성 검증, 상호운용성 확보, 법제도 개선 등을 할 수 있다면 창의성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기반 위에서 인터넷 융합과 창조경제 실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융합은 전통적 혁신과 달리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해야 하는 혁신시스템이므로 성공적 수행을 위해서는 ‘개방’ ‘연결’ ‘협업’ 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19세기 영국 지성들은 ‘루나소사이어티(Lunar Society)’라는 칸막이 없는 지식 교류의 장을 만들고, 다양한 실험, 과학과 의학 및 제조업 간 융합 등 다양한 도전을 하였다고 한다. 대-중소기업, 기업-연구기관이 공동 연구와 사업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인프라-서비스 간 융합, 아이디어-서비스 간 융합, 지역과-중앙정부 간 융합 등 협업 환경을 조성하여 현대식 개념의 루나소사이어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기술의 발전과 혁신의 성공 뒤에는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인터넷 기술의 발전으로 사이버 공격의 위협과 정보보호 문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둘러싼 논란, 디지털 격차 등 다양한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산업구조 변화 때문에 비숙련노동자 일자리가 감소되었다는 일부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앞으로 우리가 지속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산적한 과제들에 대한 경고인 것 같다.

이제는 연결과 융합 혁신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해결하고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하며, 관련 사안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검증, 관련 법·제도 정비 등이 병행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융합이 꽃 피울 수 있을 것이다. ‘사이버 세상’을 창조한 인터넷의 힘과 융합(Convergence)이라는 혁신 패러다임 전환에 맞추어 현재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사회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나가기를 기원한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