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사법시험 폐지를 앞두고 법조계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사법시험 폐지 또는 존속을 주장하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실제 신림동 고시촌은 많은 사법시험 준비생들이 사라지면서 상권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기사가 여러차례 보도되기도 하는 등 시장은 이미 사법시험 폐지를 받아들이고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을 향해 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시험 존속 주장이 계속되는 것은 일부 고시생들의 희망때문만이 아니라 로스쿨 도입으로 인한 폐해 또한 만만찮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07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를 통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기초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정 시행함으로써 로스쿨을 졸업한 사람이 변호사 시험을 거쳐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했다. 당시 정부는 고시낭인 양산과 대학교 법학부의 고시위주의 교육 등 사법시험의 병폐를 개선하고 글로벌 시대에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 있는 법조인을 배출하기 위해 사법시험제도를 폐지하고 로스쿨 졸업생이 법조인으로 될 수 있는 체제로 변화를 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설명대로만 로스쿨이 시행됐다면 사법시험 존속 주장은 그야말로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지난 2012년 로스쿨 졸업생들이 배출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알면서도 모른 체 했던 로스쿨 자체의 문제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일단 2012년 이후 매년 2000명의 졸업생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이들 모두가 법조인이 될 수 없다. 정부는 변호사시험을 통해 1500명에게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면서 75%의 합격률이라고 선전했지만 문제는 이듬해부터 당장 드러났다. 변호사시험 재수, 3수생들이 더해지면서 로스쿨 졸업생들의 합격률은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5번의 시험기회가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국 로스쿨 졸업생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항구적으로 30%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듯이 검사 임용에서 특정 대학 로스쿨 출신이 싹쓸이하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노철래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로스쿨 1~3기 출신 검사 임용자 중 소위 ‘SKY(서울대 연대 고대)’ 출신이 77.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가 된 365명 중 SKY 출신이 차지하는 64%보다 13.3%포인트나 높았다.

높은 학비도 문제로 지적된다. 사립대 로스쿨의 경우 연간 2000만원이 넘는 학비로 인해 ‘돈스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전북대 경영학과 천도정 교수와 중앙대 경영학과 황인태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로스쿨 진학을 준비한 시점부터 변호사가 되기까지 평균 4.77년간 연평균 2218만원(총 1억579만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비해 사법시험은 시험 준비를 시작한 때부터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기까지 6.79년간 연평균 933만원(총 6334만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로스쿨이기에 다시 사법시험제도로 돌아가야하는 걸까.

사실 두 제도의 장단점을 따지며 이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먼저 법조인을 양성하는 목적이 무엇인지부터 질문을 해야한다.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을 도입하고자 한 목적은 단순히 고시낭인 양산이라는 사회적 폐해 때문이 아니다.

정부가 밝혔듯이 글로벌 시대를 맞아 다양한 전문성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 로스쿨을 도입한 것이다. 다양한 전문성을 갖춘 법조인이 필요한 이유는 당연히 법률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과 기업 등 소비자 때문이며 소비자들의 요구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제도를 개편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로스쿨 문제가 대두되면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법률서비스 소비자의 권리는 언급조차 된 적이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법시험이든 로스쿨이든 제도야 어떻든 제대로된 법조인이 나와 고품질의 법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게 중요하다. 로스쿨 제도가 이런저런 문제를 안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다시 사법시험제도로 돌아가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게다가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그 자체는 중요한 게 아니다. 그 제도를 어떻게 운용하는가에서 좋고 나쁨이 가려질 뿐이다.

전 세계 수많은 나라가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나라는 그렇게 많지 않다. 헌법에서 민주주의를 아무리 표방하더라도 그 제도를 운용하는 주체가 민주적이지 않다면 민주주의는 구현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사법시험이나 로스쿨 제도가 각각 얼마만큼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운용을 지금까지처럼 해온다면 무슨 제도를 시행하든 파행은 피할 수 없다. 제대로 된 법률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겠다는 핵심적 가치를 바탕으로 제도의 운용을 고민할 때 그제서야 문제를 하나씩 풀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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