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배지의 역사를 이곳에 올릴 수 있게 된 것은 기적 또는 행운에 가깝다. 우리가 변호사 배지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KBS의 자료요청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협회에 남아 있는 자료는 1986년 ‘대한변호사협회기및변호사배지등에관한 규정’뿐이다. 그런데 분명 그 전에도 배지는 존재했음에도 협회의 어디에도 배지제정에 대한 자료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서 2014년 12월 15일자 변협신문에 변호사 배지를 소개하면서 회원들에게 제보를 요청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얼마 후 김태완 변호사(변시1회, 경기중앙회)가 제보를 해주었다. 2010년 7월 대한변협신문 인터뷰 기사(양수길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원장) 중 변호사 배지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등잔 밑이 어두웠다.

확인해 보니, 양수길 원장(1943년생)의 아버지가 대한변협 협회장을 지내신 양윤식 변호사이고, 그 장남인 양규희 교수가 배지를 도안하였다는 내용이 인터뷰 기사에 나온다. 관련 인터뷰 원문을 보자. “법조인보다 더 법조계에 공헌했다고 느끼는 것은 저의 큰 형님이 변호사들의 배지 도안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양규희라고 지금은 작고하셨지만 해방 직후 변호사회에서 공모한 변호사들의 배지공모에 당선됐습니다. 무궁화꽃 무늬 안에 저울문양이요. 홍익대 미대를 나와 경희대 교수를 하셨습니다.”

기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궁금했다. 대한변협신문에서 왜 법조인도 아니고, EU대사를 지내고 그 당시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으로 있던 양수길 원장을 인터뷰했을까 말이다. 뜬금없는 인터뷰라고 생각되는데 그런 인터뷰가 없었더라면 변호사 배지의 유래는 영원히 미제사건으로 남았을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 당시 인터뷰를 하였던 퇴사한 박신애 편집장에게 확인하였더니, 그분이 김평우 협회장과 친분이 있고, 아버지인 양윤식 변호사가 협회장 출신이라 인터뷰가 이루어진 것이었다. 크게 맥락이 없는 인터뷰는 확실했지만 우리에겐 천운이다. 수소문하여 현재 한국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Korea) 상임대표로 있는 양수길 대표와 연락이 되어 다시 한번 인터뷰의 진위확인을 요청드렸다.

며칠 후 연락이 왔는데 밝혀진 배지의 유래는 조금 달랐다. 물론 이것도 양 대표님의 집안사람들의 기억에 따른 것으로 객관적인 자료는 없다. 정말로 숨은 역사이다. “변호사 배지는 1952년에 처음 디자인 채택되었지만, 모양이 좋지 않다는 평이 있었다. 그래서 선친인 양윤식 변호사(20대 보선, 1971년 10월 ~ 1972년 5월)가 협회장으로 추대되자 그 당시 경희대 상업미술 교수였던 장남 양규희 교수(1923~ 2011)에게 새 디자인을 명해 양 교수가 디자인 개선안을 무료로 제출했고, 그것이 임기 중에 채택되어 지금의 변호사 배지가 탄생한 것이다.”

양윤식 협회장 재임시절의 연보 등을 찾아 보았지만 변호사 배지에 대한 문헌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 양 협회장님이 아들인 양규희 교수에게 개인적으로 부탁하여 변호사 배지를 개선하였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고 판단된다. 양수길 대표님에게 아버님의 유품을 찾아서라도 관련 자료를 좀 확인해 달라고 요청은 했는데, 또 다른 기적이 일어날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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