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률 관련 프로그램을 넘어 정치나 시사토크,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변호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방송에 출연하는 변호사는 연예인과 같은 공인이 되어 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데, 최근 일본에서는 한 여성변호사의 방송 중 발언이 변호사법 위반 논란을 일으킨 사례가 있어 소개해 보고자 한다.

사건의 주인공은 도쿄변호사회 소속의 오오부치 아이코 변호사로, 친족상속법은 물론 중국법무에도 정통한 개업변호사로서 탤런트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현재 그녀는 니혼 TV의 ‘행렬이 생기는 법률상담소’ 프로그램에 고정출연 중이며, 그녀의 공식 블로그인 ‘오오부치 아이코의 헛되지 않은 나날’ 또한 많은 조회 수로 언론의 관심 대상이 될 정도의 유명 변호사이다. 그러다보니 유명 연예인들의 이혼사건도 대리하고 있어, 올해 1월 초에는 음악가 타카하시 조지와의 이혼 문제로 고민하는 유명 탤런트 미후네 미카를 대면·상담한 소식이 언론에 기사화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의 사건은 탤런트 스즈키 나나가 위 법률상담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오오부치 변호사에게 화나 있음을 밝히면서 표면화되었다.

스즈키는 어느 프로그램의 본방 직전에 오오부치 변호사에게 법적 문제를 상담했고 남편으로 인한 신혼 생활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오오부치 변호사는 “그러한 상담은 요새 제일 흔해요. 언제든지 상의하세요”라고 스즈키에게 말했고, 스즈키는 감사해서 몇 번이나 머리를 숙였다고 한다. 그런데, 상담 직후의 녹화에서 오오부치 변호사가 스즈키의 결혼 생활의 고민을 그대로 폭로해 버린 것. 이에 스즈키는 “정말로 진지하게 상의한 것이었는데, 완전히 배신당했다. 변호사이기 때문에 신뢰하고 있었는데도. TV에 나오는 변호사에게는 진지한 상담을 할 수 없다”고 당시의 심경을 고백했다.

이에 대해 오오부치 변호사는 “방송업계에 들어왔을 때에, 녹화 직전에 말한다는 것은 본방에서 말하면 좋겠다는 의미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말해 드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한 것입니다”라고 의도를 설명했다. 그리고 “법률상담으로 제대로 와서, 요금도 지불해 주시면 묵비의무는 제대로 지킵니다”라고 말하자, 일본의 언론이나 변호사들로부터 변호사법상의 수비(守秘)의무 위반 논란이 일게 된 것이다.

덧붙이자면, 오오부치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제대로 일을 해 주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다수의 이전 의뢰인들로부터 현재 3건의 소송과 4건의 징계 청구가 제기되어 있으며, 작년 9월에는 ‘오오부치 아이코 피해자의 모임’이 결성되었을 정도로 여러 방면에서 곤혹을 치르고 있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설사 프로그램상의 연출이라 해도 ‘의뢰인의 고민을 폭로하는 변호사’라는 이미지가 붙는 것은 그녀에게 플러스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 변호사법 제26조 및 윤리규칙 제23조도 변호사는 직무상 알게 된 의뢰인의 비밀을 누설 또는 공개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비밀유지의무는 의뢰인이 안심하고 변호사에게 비밀을 말하여 충분한 법적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며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는 동시에 지속적인 사건수임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변호사의 의무 중 가장 중요한 의무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비밀유지의무에서의 ‘비밀’은 변호사가 직무상 알게 된 것이라면 그 지득의 경위를 가리지 않으며, 변호사가 의뢰인과 수임을 위한 상담을 하였으나 결국 수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도 그 과정에서 얻은 정보에 대하여는 변호사가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한다. 즉 상담에 대한 보수를 주고 받았는지의 여부는 비밀유지의무의 성립에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위 일본의 사례에서처럼 오오부치 변호사의 “정식의 법률상담에서 보수가 지불되어야 비밀유지의무를 지킬 수 있다”는 논리는 잘못된 변명에 불과하다.

한국의 방송계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변호사와 같은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싶어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우리 변호사들의 방송 출연이 점점 더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변호사로서의 경험과 지식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다 보면 일본의 사례와 유사한 상황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비밀유지의무 등 변호사법 내용에 대해 더욱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비밀유지의무의 내용과 한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 원칙적·개괄적 규정만을 두고 있는 우리 변호사법이나 윤리규칙에 좀 더 자세한 가이드라인을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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