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13일 신문에 개인회생 파산사건에서 사무직원에게 명의를 대여한 변호사들이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기사가 나왔다. 굳이 이런 기사가 아니더라도 대한변협의 홈페이지 변호사 정보란에서 변호사 명의대여로 징계를 받은 변호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만큼 변호사와 명의대여는 가까운 관계다.

2015년 조선일보의 기사를 살펴보자. “대법원 1부(이인복 대법관)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윤모(41)씨 등 변호사 7명에게 벌금 1500만~5000만원 및 추징금 3900여만원~1억76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윤씨 등은 변호사사무실 사무장 등 비(非)변호사들로부터 이른바 ‘자릿세’ 명목으로 1인당 매달 60만원, 명의대여 수수료 명목으로 1건당 약 8만원에서 11만원을 받고 개인회생·파산 사건을 처리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2015년의 시작 즈음에 이런 소식을 듣는 것은 좋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소식이 변호사 업계의 불황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변호사 명의대여는 변호사 업계의 불황과는 별 관계가 없다. 이런 소식이 좋지 않은 것은 시기 때문이며, 지금은 ‘전문변호사 시대’이기 때문이다.

대한변협은 전문변호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일정한 자료를 통해 전문성을 인정받은 변호사들만이 ‘전문변호사’라는 호칭을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전문변호사 제도의 의미는 모든 변호사가 전문변호사가 되어야 한다는 데 있지는 않다. 오히려 전문변호사제도의 의미는 이제 변호사에게 일신전속적인 전문성을 요구하며 명의대여식의 운영이 설 자리가 없음을 뜻한다.

독일의 전문변호사제도에서 전문성을 심사할 때에는 ‘그 일을 직접 하였는지 여부’, ‘지시를 받지 않았는지 여부’등을 심사의 척도로 하고 있다. 의료업계의 전문의제도에서도 전문성이란 의사자신의 것이지 간호사가 전문가이기 때문에 의사가 전문의가 될 수 없는 상식에 가깝다. 한 마디로 전문변호사의 ‘전문성’은 일신전속적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전문변호사’의 대척점에 있는 것이 ‘변호사 명의대여’다. 전문변호사란 변호사에게 실질적인 전문성을 요구하므로 변호사에게 완전한 알맹이가 되길 요구한다. 반면에 변호사의 명의대여란 변호사가 완전히 껍데기가 된 상황을 뜻한다.

변호사 명의대여는 송무에 있어서의 문제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변호사들이 송무를 명의대여식으로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일반법률사무로 넘어가면 대부분의 변호사는 명의대여식으로 사무실을 운영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이번에 유죄판결을 받은 개인회생과 파산사건과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전문변호사시대에 변호사들은 어떻게 일반법률사무를 해야 할까? 변호사 명의대여 시대에는 직원들을 고용하여, 채권추심, 등기, 개인회생파산과 같은 일반법률사무를 했다면, 전문변호사시대에는 변호사들이 직접 그 일을 해야 한다. 변호사가 그 일반법률사무에 대해 전문성을 갖는 유일한 길은 변호사가 직접 그 일을 하는 것이다. 명의대여식으로 일반법률사무를 하게 되면 변호사는 점점 더 껍데기가 된다. 하지만 작은 일이라도 변호사가 직접 하게 되면 전문성이 점점 깊어지게 된다.

필자의 서가에는 정충진 변호사가 쓴 경매서적들이 꽃혀 있다. 정충진 변호사는 변호사이지만 사무직원을 고용하여 경매를 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경매낙찰을 받고 직접 경매를 하며서 경매전문변호사가 되었고, 필자도 그의 책을 통해 도움을 받았다.

필자도 전문변호사제도가 생긴 이후 채권추심을 전문분야로 등록하고 채권추심전문변호사로 일해 왔다. 필자는 채권추심을 하면서 ‘전문변호사에 의한 채권추심서비스’를 모토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채권추심업무를 직접 하기 때문에 채권추심에 대한 전문성을 심화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필자 이후에 이 분야를 전문분야로 등록한 변호사들은 채권추심에 전문성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직원들이 채권추심을 하도록 전문분야 등록을 하였는데 이것은 정말 아쉬운 점이다.

2010년 대한변협이 전문변호사제도를 도입하면서 전문변호사 시대가 열렸다. 전문변호사제도는 변호사소량배출시대에 명의대여식으로 사무실을 운영하던 변호사들에게 변호사의 전문성은 변호사의 것이어야 함을 가르쳐 주었다.

전문변호사제도는 변호사명의대여의 시대가 갔고, 일신전속적인 전문성을 가진 전문변호사의 시대가 되었음을 뜻한다. 그러므로 ‘명의대여’를 해 주었다가 처벌을 받는 변호사들은 구시대의 변호사들이다. 새 시대의 변호사들은 그동안 천하게 여겼던 일반법률사무를 직접 하는 가운데 전문성을 쌓는 변호사들이다.

2015년 벽두에 변호사들이 명의대여로 처벌을 받았다는 소식은 변호사 명의대여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소식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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