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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더 프로그램 참가기]나가사키(長崎)와 평화헌법
황보현 변호사  |  yun9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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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3호] 승인 2015.03.09  10: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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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와 나가이 박사

겨울방학을 맞아 동기들과 규슈 서쪽 끝에 위치한 나가사키에 다녀왔습니다. 나가사키하면 짬뽕이 연상되는데, 실제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었던 ‘나가사끼 짬뽕’과 여기서 먹은 짬뽕은 그 맛과 재료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나가사키는 에도시대의 유일한 해외교섭 창구로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야경은 일본 3대 야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에 이곳은 70여년 전 원자폭탄이 떨어져 도시 절반이 폐허가 된 슬픈 역사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1945년 8월 11일 11시 2분. 히로시마에 이어 원자폭탄이 나가사키에 떨어집니다. 당시 16만명의 나가사키 인구 중 원자폭탄 투하로 8만명이 사망하고, 수만명이 화상과 방사선 오염 등 피폭을 입습니다. 원자폭탄은 주요 군사 시설이 아닌 우라카미(浦上)라는 곳에 떨어지는데, 그곳은 17세기부터 에도막부의 종교 박해를 피해 약 300년간 숨어서 신앙을 지켜왔던 카쿠레 키리스탄(‘숨은 그리스도인’)이 당시 동양 최대의 우라카미 성당을 세운 곳이기도 합니다. 원폭 투하로 우라카미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던 천주교 신자 8000명과 근처 소학교 전체 학생의 2/3가 그 즉시 목숨을 잃는 등 단 하나의 폭탄으로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원폭박물관에서 원폭의 피해를 담은 사진과 영상을 보며 가슴 아파하고 있을 때, 나가사키의 고통을 기도로 승화시키고 피폭된 피해자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며 평화를 외쳤던 의사 한분이 제게 다가왔습니다.

나가이 다카시(永井隆) 박사. 그는 비록 자신도 피폭을 당했고 원폭으로 죽은 아내의 주검을 직접 양동이에 담아 땅에 묻어야 했던 피해자였지만, 폭심지 주변을 돌며 다른 피해자들을 돌보고, ‘나가사키의 종’ 등 여러권의 책을 저술하여 전쟁의 참상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그는 1951년 사망하기 전까지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성경 말씀에 따라 반 평 남짓의 여기당(如己堂)에 누워 평화에 대한 염원을 담은 저술 활동을 하였는데, 그분의 글은 당시뿐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평화를 갈망하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평화헌법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고 연합사령부 주도하에 1947년 일본은 새로운 헌법을 만듭니다. 그중에 소위 ‘평화헌법’이라고 불리는 헌법 제9조가 삽입되는데, 주요 내용은 ‘전쟁금지, 군대 미보유, 교전권 금지’입니다. 그러나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일본은 군대 유사의 자위대를 갖게 되고, 오늘날 대다수의 일본 보수 정치인들은 개헌을 통해 군대를 보유하고 무기를 수출하는 국가로 탈바꿈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중의원 선거에서 2/3 이상을 차지한 아베 정권은 개헌을 통해 평화헌법을 수정할 것을 공공연히 이야기해 왔는데, 특히 지난 1월 이슬람국의 일본인 인질 참수 사건은 아베 정권의 개헌 논의를 가속화 시키고 있습니다. G2로 떠오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도 일본의 개헌론에 묵시적인 찬성을 보이는 듯하고, 일본 국민도 점차 개헌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지난 70년간 평화헌법을 지켜왔던 일본 스스로가 그것을 철폐하려는 숨은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고, 야스쿠니 신사참배나 위안부에 대한 보수 정치인들의 망언은 과연 그들이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군대를 가져야 하는지 의문을 갖게 합니다.

동아시아의 경제 발전은 상호 신뢰와 존중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일본의 평화헌법 개헌 논의가 자칫 한중일의 신뢰관계를 깨트리고 동아시아 전체의 긴장관계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그런 점에서 나가이 박사가 ‘사랑스런 아이야(いとし子よ)’라는 책에서 자신의 아들과 딸들에게 유언처럼 부탁했던 평화헌법에 관한 이야기를 적어봅니다.

“일본 국민은 헌법에서 전쟁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중략) 일본을 둘러싼 국제 정세에 따라 일본인 중에서 헌법을 개정하여 전쟁 포기 조항을 없애라고 외치는 사람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그 외침은 그야말로 그럴듯한 이론을 달아 여론을 일본 재무장으로 이끌지도 모른다. 세이치여, 카야노야 혹 마지막 두 사람이 되어도 단호히 ‘전쟁 절대 반대’를 계속 외쳐 주어라! 혹 비겁자로 배신자로 멸시되어도 ‘전쟁 절대 반대’의 외침을 지켜다오! (중략) 사랑으로 국가를 지키고 사랑으로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자. 적도 사랑하자. 사랑하면 멸망하지 않는다. 사랑의 세계에는 적이 없다. 적이 없으면 전쟁도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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