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한번 글을 쓰는 이 난의 제목을 ‘수상록’이라고 정한 만큼, 너무 시사적인 주제는 피하고, 가급적 시간을 두고 묵힌 생각을 나타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글은 예외에 해당합니다.

보도된 바와 같이, 이번 검찰인사에서 청와대의 중요한 자리에 검사들이 파견되었습니다. 물론 현직검사의 권력기관 파견금지라는 법률규정에 맞추어 사표를 내고 가는 형식이지만, 전례에 비추어 돌아오면서는 다시 검사로 임용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대하여 국회가 법무부장관을 불러놓고 추궁하자, 장관은 이러한 인사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변하면서, 헌법상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거론하였습니다. 일부 언론은 그 논거가 견강부회라고 강력히 외쳐댔지만 반향이 미미하고, 영향력있는 일부 언론은 침묵하였습니다. 여기에서 법률논쟁을 벌일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법무부장관님께 진솔하게 질문 드립니다. 장관님이 학창시절 헌법을 공부할 당시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것이 과연 이러한 경우를 두고 말한 것으로 배웠는가요. 혹시 장관님이 가슴에 손을 얹고 혼자 조용히 생각해 보실 때에도, 진정으로 같은 결론에 도달하실 것인지요.

그렇다면, 2년여 전 대통령 후보자께서 선거공약으로 검사의 권력기관파견 금지를 약속하고, 법률의 명문으로 이를 규정한 것은 어찌된 연유인가요. 사표를 내고 근무하니 위법은 없다고 하시는데, 법률의 입법취지를 그와 같이 해석하셔도 법률가의 양심에 부합하는지요.

혹시나 검찰의 조사를 받는 피의자가, 법률의 규정을 그와 같이 형식적으로 해석하고 변명해 왔을 경우에 검사님들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여 주어왔었는지요.

제가 괜한 질문을 한 것 같습니다. 딱히 체면을 구기지 않으면서 내세울 논거가 궁하니 무리하게 들이댄 것인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진정으로 말하고 싶었던 내용은, “인사권자가 형식적으로 법률규정에 어긋남이 없이 자유재량으로 인사권을 행사하는데 남이 왜 시비를 거느냐”이었겠지요. 물론 맞는 말씀입니다. 그렇기에 국회의원들도 법률 위반을 이유로 다른 법적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정치적인 공세만을 벌이고 있겠지요.

하지만 이로써 근본문제가 해결된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이러한 인사를 하고 이러한 억지변명을 늘어 놓음으로써, 국민의 검찰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나가고, 앞으로 어떠한 진실을 말하더라도 의심을 받게 되는 커다란 내상을 입게 될 것입니다.

1990년전후 한참 민주화의 열기에 싸여 있을 때, 권위주의 시절 비민주적인 정치권력에 굴복하고 국민을 보호해주지 못했던 행태들을 다투어 반성하고 사과했었습니다. 여기에는 국가 최고 정보기관과 심지어는 사법부도 굴욕감을 무릅쓰고 동참하였습니다.

그런데, 명확히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영리하게도 아니면 용감하게도, 검찰은 이러한 반성에 동참하기를 거부하였습니다. 자신들은 당시의 검찰권행사가 소신에 따라 독립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취지였습니다.
과연 그러했는가요. 그리고 지금도 그러한가요.

물론 통치권자의 입장에서는, 검찰을 휘하에 두고 적절히 활용하는 편리함을 누리고, 검찰로서는 권력의 단맛을 공유하는 호사를 누리겠지요. 그러나 역사의 발전과정은 그래서는 아니된다고, 그래서는 민주주의가, 법치주의가 성장해 갈 수 없다고, 소탐대실하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지 아니한가요.

하기야, 헌법상·법률상 막강한 권한을 가진 통치권자가 그러한 방식으로 통치하고, 검찰이 그에 부응하여 검찰권을 행사하겠다고 작정한다면, 국민은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단지 우리나라의 정치수준을 한탄하고, 법치주의의 후진성에 분개하며 가슴앓이를 할 수밖에는 없겠지요.

그러나, 그렇다면, 검찰은 이러한 국면에서 두 마리 토끼 중 한 마리는 포기하여야 합니다. 검찰은 제가 누차 강조한 바와 같이, ‘권력과 명예’ 둘 다 가질 수는 없습니다. 통치권자와 함께 권력을 향유하려 한다면, 사법부와 같은 명예는 포기하여야 합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정의와 법치주의의 수호자라고 외치는 거짓됨은 버려야 합니다.

검찰청사가 법원청사와 나란히 서있는, 세계에 유례없는, 과분한 대접을 받는 것도 포기하여야 합니다.

법조 3륜의 다른 축으로,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할 사법부와 변호사 단체는 이 점을 통감하고, ‘영혼을 대의(大義)에 희생’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이점이 바로 제가, 불편함을 무릅쓰고, ‘억검(抑檢), 반변(反辯), 옹법(擁法)(검찰을 억제하고, 변협에 반대하며, 사법부를 옹호)’이라고 주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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