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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 통신]외기권 활동 규범의 미래는?
허윤정 주제네바대표부 2등서기관  |  yjhuh07@mof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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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호] 승인 2015.02.16  10: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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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우리의 과학기술위성 3호가 우주를 떠도는 인공위성 파편과 충돌 위험에 직면했던 사건이 있었다. 이처럼, 우주 폐기물 문제는 우주개발계획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명백히 현존하고 있는 위험으로 다가왔다. 미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10cm 이상 크기의 우주 폐기물은 2만1000개, 1cm에서 10cm 사이 크기는 50만개, 1cm 이하는 1억여개가 궤도 내 존재하고 있다. 과거 냉전 시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60개 이상의 국가들이 우주활동을 하고 있으며, 국가뿐 아니라 다양한 행위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주활동의 장기지속성을 위한 규범이 정립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 제기되어 왔으며, 최근 유럽연합(EU)의 주도로 외기권 활동 국제행동규범 채택을 위한 노력이 적극 전개되고 있다. EU는 2008년 국제행동규범의 최초 초안을 제시하였으며, 구체적 내용으로는 ▲ 국가간 정보 및 데이터 공유 등 투명성 및 신뢰구축조치(TCBMs) 강화 ▲ 우주폐기물 경감 가이드라인 등 기존 우주기술 관련 가이드라인 준수 ▲ 당사국 간 협의를 통한 분쟁 및 이견 조정 등을 규정하고 있다.

국제행동규범은 외기권 활동을 규율하기 위해 시도되고 있는 여타 이니셔티브들에 비해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첫째로, 군사 및 민간 분야를 포괄하여 외기권 활동 제반을 규율한다. 이 점은 러시아와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외기권무기배치금지조약과 대비된다. 러시아와 중국은 외기권 활동의 안전 문제는 기존 규범체계를 통해 이미 규율되고 있다고 보는 반면, 일부 국가들이 외기권에 무기를 배치하여 이른바 우주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면서, 외기권무기배치금지조약을 채택하기 위한 협상을 제네바군축회의에서 개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다른 일부 국가들은 외기권 활동 관련 기술의 이중 용도 특성상 군사용인지 민간용인지 구분이 어려운 만큼, 국가 간 협력 및 정보 공유를 통해 오해의 소지를 낮추는 것이 보다 시급하다고 보고, 국제행동규범 채택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행동규범의 두 번째 특징은 자발적 규율체계라는 점이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을 체결하면 법적 안정성 및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만, 동시에 당사국들은 보다 강력한 의무를 지게 된다. 이는 국가들로 하여금 조약에 가입하여 참여토록 함에 있어서 소극적이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제네바군축회의에서 외기권무기배치금지조약에 대한 협상이 쉽사리 개시되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이와 달리, 국제행동규범은 자발적 규율 형태로 추진하여 국가들이 정치적 유연성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기존 외기권 규율체계를 보충한다는 점을 명시하여 사실상의 규범력을 인정하고 있다. 일례로, 국제행동규범 초안은 유엔 우주폐기물 경감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자발적 기술 권고사항을 이행하는 데에는 비용이 발생하며, 이는 우주활동국가들이 각자 부담해야 한다. 신생우주활동국의 경우 이러한 가이드라인 준수를 규정하고 있는 국제행동규범에 참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자발적 규범이기 때문에 보다 유연성을 갖고 참여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제행동규범은 다자 차원에서의 협상을 통해 채택되는 다자 규범체계이다. 이 점에 있어서, 국가의 일방적인 선언이나 양자 차원에서의 우주 협력과는 차이가 있다. 지금까지 외기권 국제행동규범의 초안 성안을 위한 다자회의가 2013년 5월 키예프, 2013년 11월 방콕 및 2014년 5월 룩셈부르크 등 3차례에 걸쳐 개최되었으며, 핵심 추진국가들은 금년 내 채택을 목표로 협상 단계로의 진전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3년 나로호 발사에 성공하고, 2020년 발사를 목표로 달 탐사선 개발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우주개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외기권 활동에 관한 국제행동규범 채택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문제인 만큼, 관심을 갖고 적극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엔 차원에서 외기권 활동에 적용 가능한 규범을 논의하기 위해 정부전문가그룹이 2010년 구성되어 2013년 유엔사무총장 앞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고 종결되었는데, 우리나라 위원도 그룹의 일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자발적 다자규범을 채택하려는 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많은 우주활동국가가 참여해야 한다. 국제행동규범은 유엔 정부전문가그룹의 권고를 다수 반영하고 있는데, 이 또한 기존 논의를 바탕으로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보다 많은 국가들의 지지를 받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앞으로 신생우주활동국들과 기존 우주강국들 간 요구 사이에서 얼마나 균형 있는 접근방식을 취하느냐 하는 것이 국제행동규범의 성공을 결정짓는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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