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다닐 때 중동에 있는 산유국에 사는 사람들은 생수를 구입하여 마신다는 내용을 공부하면서 친구들과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생수를 구입하여 마시고 있다.

변호사 제도가 도입된 후 변호사의 수가 1만명에 도달하는데 100년, 다시 1만명이 증가하는데 8년이 소요되었다. 이제 로스쿨 제도의 도입 등으로 인한 급격한 변호사 수의 증가로 법조시장은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해마다 대입 시험을 치르고 나면 성적 상위권 학생들이 지망하는 학과의 명칭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상당히 달라졌다는 것을 알게된다.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는 예금에 의존하였다가, 시간이 지난 후 조금이라도 금융 수익을 더 얻기 위하여 예금을 인출하여 펀드에 투자하였더니 상투를 잡아 자산 가치가 곤두박질하는 일이 벌어지거나,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후 주택가격의 급락으로 가슴앓이를 하는 사람도 많다.
녹색혁명에 성공하여 인류는 엄청난 식량생산량을 얻을 수 있게 되었지만,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된 생물의 다양성은 순식간에 붕괴되었다.

2차대전 이후 계속 성장할 것 같았던 세계 경제가 성장 동력을 상실하고, 각국은 돈을 풀어 화폐 전쟁을 벌이고, 유가가 대폭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산아제한을 위하여 국가적 노력을 기울이던 때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라는 구호가 생생한데, 이제는 초저출산국이 되어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저성장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더니 세월의 변화는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불과 몇십년 전에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삶의 조건들이 지금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흐르는 물처럼 모든 것은 변화한다. 아닌 밤중의 홍두깨, 마른 하늘의 날벼락과 같은 사건이 너무나도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안녕하세요, 간밤에 잘 주무셨습니까”라고 물어보는 것이 큰 의미를 갖게 되었다. 산업화, 근대화, 정보화 사회에 이르렀다고 승리의 샴페인을 터뜨리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의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지구의 모습이 화려한 소비문명을 나타내는 전기문명의 과시로 보여지기도 하지만, 한편 우리는 바가지로 떠서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맑은 물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위험이 통상적인 지각의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도 더 중요성을 갖게 된다. 국가는 언어의 유희, 말의 성찬(盛饌)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이 제대로 보호되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사회계약을 토대로 국가를 형성하여 유지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국가적으로 대형사고가 발생하게 되는 것을 바라보면서 이제는 ‘안전’이 가장 중요한 시대적 화두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계급사회에서는 아직 배가 고프다는 것이 중요한 문제였지만, 위험사회에서는 두렵다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불안의 공동성이 필요의 공동성을 대체하게 되는 것이다. 중세 이후 과학의 발전은 인류사회를 급격히 발전시키고 변화시킨 원동력이 되기도 하였지만, 각종 위험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천재 한두명의 머리로 인류사회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분석하여 해답을 제시하고, 시대와 삶의 고민을 날카로운 송곳으로 찌르듯 모두 담아내고 있는 이론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급격한 변화로 표현되는 현대사회에서는 느림의 미학, 여백의 미가 우리에게 한줄기 시원함을 선사하는 오아시스가 된다. 빈곤은 계층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라는 말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산업화 내지 근대화가 이루어질수록 우리는 현대사회의 위험에 더욱 노출된다.

우리는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기도하면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각자의 삶에 햇빛이 들기만을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 비가 내리지 않고 햇빛만 계속 내리쬐인다면 사막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작은 조직이 아닌 큰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이 조용하고 천천히 하지 않으면 안 될 경우가 있다. 작은 생선을 삶을 때 자주 뒤적이면 보기 흉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위험해질 수 있다. 그러나 입법자의 세 마디만 바뀌면 도서관의 모든 도서가 휴지가 되고 만다는 말과 같이, 법조계에도 변화가 필요한 경우가 분명히 있겠지만 너무 급격한 변화는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인생은 고해(苦海)라는 말과 같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누구에게나 삶이란 힘겨움의 연속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프니까 청춘이기도 하지만, 위험사회에서는 아플 수도 없는 삶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