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협회장 중에서 판사 출신이 많을까? 검사 출신이 많을까? 내 짐작은 검찰 출신이 많을 것 같은데 세어보니 판사 출신이 많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판사와 검사를 모두 하신 분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배영호 협회장(1976년, 25대), 김택현 협회장(1982년, 31대), 이병용 협회장(1983년, 32대)이 판사와 검사를 하고 변협 협회장까지 되신 분들이다.

이분들을 그랜드슬램으로 분류하지 않은 것은 11대 한격만 협회장(1962년) 때문인데, 대법관과 검찰총장까지 한 이후에 서울회 회장과 대한변협 협회장을 했으니 진정한 삼관왕이다. 거기에 조금은 못 미치지만 김윤근 협회장(1972년, 21대)은 고법부장과 법무부차관 출신 협회장이다.

예전에는 대법관 출신 협회장이 많았다. 양대경(2대·3대), 배정현(12대·20대), 고재호(14대·22대) 협회장이 대법관 출신 협회장이다. 물론 건국 초니까, 옛날이니까 가능한 일로 보인다. 요즘에는 고위직을 지낸 분이 협회장이 되기는 더 힘들다는 인식이 팽배하니 말이다. 격세지감이요, 시대정신의 변화로 읽힌다.

장군출신, 헌병감 출신 협회장 소개를 빼먹을 수 없다. 유신시절(1979~1981년) 용기로 협회를 이끈 김태청 협회장(28대·29대)은 일본중앙대를 나와 육군법무감(준장)까지 지낸 법무관 출신 변호사이다.

작가 전혜린씨의 아버지인 전봉덕 협회장(1969년, 18대)은 일제시대 행정관료로 경찰에 투신하였고, 해방 후 1948년에 육사에 다시 입학하여 군인이 돼 헌병감을 지냈으며, 서울회 회장과 협회장을 역임하였고, 학계에 투신하여 학자로서 이름을 날렸으니 이분 또한 또 다른 그랜드슬램 협회장이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 협회장은 위철환 협회장이 처음인줄 알았는데, 이병린 협회장(1964년, 13대·17대), 이병용 협회장이 초등학교 교사 출신이다. 협회장들 중에서 특히 이병린, 이병용 협회장은 협회의 위상을 격상시킨 협회장, 열성적인 협회장으로 인정과 존경을 받고 있는데, 위철환 협회장도 역사에서 그런 평가를 받는다면 초등학교 교사 출신 협회장 전성시대로 이름붙여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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