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4. 9. 4. 선고 2013다3576 판결

Ⅰ. 변상금 영역에서 부당이득반환청구가 필요한 원인과 문제점
국유재산을 권원 없이 점유하면 두 가지 법률관계가 발생한다. 행정법상의 변상금부과·징수와 민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가 그것이다. 그동안 양자의 정확한 관계를 밝히지 못해 실무상 혼선이 있었고, 법원의 고심도 깊었다. 변상금은 국유재산 대부료의 120%로 산정되며, 체납처분에 따른 징수가 가능하다. 그런데 민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가 왜 문제될까. 현행 국유재산법상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같은 민간수탁기관은 체납처분을 할 수 없다는 점, 국유재산법이 독촉(체납처분)에 시효중단의 효력을 주지 않는 등 시효중단시스템에 불비함이 많다는 점이 주요 이유가 된다. 그밖에 ‘독촉-압류-공매-청산’이라는 어려운 체납처분절차보다는 법원의 민사집행에 맡기고 싶은 심리도 한몫 한다. 결국 현행 국유재산법은 부과된 변상금이 체납되면 이를 민사소송으로 청구하는 사례를 양산했고, 일련의 민사소송 과정에서는 다시 다음의 의문점들을 낳았다.

① 변상금을 부과하고 체납처분으로 이를 징수하는 것과는 별도로 금전청구소송을 할 수 있는지, 가능하다면 그 소송은 변상금청구소송인지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인지, ② 부당이득금액을 어떻게 산정하는지, ③ 변상금부과가 부당이득반환청구채권의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지, ④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의 판결금액만 갚으면 체납변상금은 모두 소멸하는지가 그것이다.

Ⅱ.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의 가부 및 내용에 대한 종전 대법원 판례
종래 대법원은 변상금부과 및 체납처분과는 별도로 금전청구소송을 할 수 있는지 직접적인 판시 없이 변상금청구소송의 가부에 대하여만 판시하였다. 즉 대법원은 91다42197 판결에서 변상금청구소송이 가능하다고 했다가 2000다28568 판결부터는 체납된 변상금 자체를 그대로 구할 수는 없고 민법의 부당이득으로만 구해야 함을 분명히 하였다. 그러나 부당이득청구소송이 인정되는지에 대한 대법원의 명시적인 입장정리가 없어서, 변상금체납자에 대한 부당이득소송을 각하하는 하급심 판결들이 간간이 나오고 있었다. 또 변상금체납자의 부당이득을 산정 할 때 임료산정방식(임료감정을 요한다)에 의하지 않고 대부료 산정방식(국유재산법에 법정)에 따르면 되는지 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았었다.

그러다가 대법원은 2014. 7. 16. 2011다76402 전원합의체 판결로서 변상금부과 및 체납처분과는 별도로 부당이득청구소송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명시적인 판단을 하였다. 다수의견은 양자의 법적성질, 산정방식 및 성립요건이 다름을 이유로 양립가능성을 인정하였다. 아울러 수익자의 반환이득은 손실자의 손해에 한정되므로 국가가 무단점유로 입은 손해, 즉 국유재산법에서 정한 대부료 상당액이 반환이득이라고 하면서 다만, 공시지가가 급등하더라도 대부료가 일정비율 이상으로 오르지 못하게 하는 조정조항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대부료 조정조항은 적법하게 대부받아 1년 이상 경과 한 사람을 전제 하는데, 무단으로 점유한 사람에게 적용하여 우대할 수는 없다는 이유이다.

주의할 것은 국유재산 무단점유자에게는 변상금부과 및 체납처분과는 별도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이 가능하지만 국유재산 대부계약자에게는 체납처분만 가능할 뿐, 별도로 대부료청구소송이 불가하다. 전자에게는 서로 성질이 다른 양자의 법률관계가 형성되지만 후자에게는 오로지 대부계약에 따른 대부료납부의무만 발생하고 동 의무는 체납처분이라는 간이하고 경제적인 특별구제절차가 마련되므로 민사소송으로 그 지급을 구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4. 9. 4. 선고 2014다203588 판결).

Ⅲ. 미해결의 의문점-변상금부과가 부당이득반환청구채권의 소멸시효중단사유가 되는지
대법원이 2011다76402 전원합의체 판결로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이 변상금부과·징수와 별도로 제기될 수 있음과 아울러 그 산정방법까지 명시함으로서 이제까지 실무상의 의문점들을 일거에 해소하였다.

그러나 국유재산 무단점유자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하는 이유는 이미 부과된 변상금이 체납되었을 때 그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려는 취지였다. 때문에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 제기일로부터 5년 이상 소급해서 청구할 수 있어야만 제소실익이 있다(비록 부당이득이 변상금보다 적게 산정되지만). 국가채권은 소멸시효기간이 5년이다(국가재정법 제96조 제1항). 누군가 국유재산을 무단점유해 그때로부터 5년 내에 변상금을 부과하면 그때까지의 변상금채권이 확정됨과 아울러 그 납부기한으로부터 다시 5년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 이 5년 내에 체납처분을 함으로서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행 국유재산법상으로 민간수탁기관(캠코)은 변상금부과만 할 수 있을 뿐 체납처분은 불가하며, 체납처분이 가능한 기관(중앙관서의 장, 지자체장 등)조차도 압류할 재산이 없으면 달리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수가 없다. 국유재산법은 독촉(체납처분)에 소멸시효중단의 효력을 부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유재산법상 변상금의 체납처분시스템 및 소멸시효중단 시스템의 결함으로 변상금을 부과한 후 5년 내에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방안이 없게 되자, 궁여지책으로 부당이득청구소송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궁여지책도 앞서 이루어진 변상금부과가 변상금채권은 물론이고 동시에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사유로 인정이 되어야 실효성이 있게 된다. 국유재산 무단점유자에 대한 국가의 부당이득반환청구채권이 소 제기일로부터 5년 이상 소급하려면(국가채권은 소멸시효기간이 5년이다. 국가재정법 제96조) 그전에 이루어진 변상금부과가 소멸시효중단으로서의 효력을 가져줘야만 한다. 이렇게 변상금부과가 부당이득반환청구채권의 소멸시효중단사유가 되는지 여부가 국유재산 무단점유자에 대한 부당이득청구소송의 핵심인데, 대법원 2011다76402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이점에 대한 판시는 없었다. 종래 하급심은 적극설(서울고등 2013나14653 판결, 서울중앙 2011나47304 판결 등)과 소극설(대상판결의 원심판결 등)로 나뉘어 있었다.

Ⅳ. 대상판결의 요지 및 의미
대상판결의 원심은 원고 한국자산관리공사가 피고 무단점유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변상금부과를 했다 하더라도 이로써 부당이득반환청구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하면서 소 제기일로부터 5년이 넘는 청구금액은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했다. 대상판결은 대법원 2014. 7. 16. 선고 2011다76402 전원합의체 판결을 그대로 원용하면서 변상금 부과·징수권이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 별개의 권리인 이상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했다. 덧붙여 대법원은 대상판결의 선고일과 같은 날 2012두5688 판결로써 변상금 부과·징수권과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동일한 금액 범위 내에서 경합하여 병존하게 되고,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만족을 얻어 소멸하면 ‘그 범위 내에서’ 변상금 부과·징수권도 소멸하는 관계에 있다고 했다.

1997년부터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국유재산을 관리한 이래로 ‘변상금부과-변상금체납-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의 실무방식을 취하면서 변상금과 부당이득의 관계에 대한 장기미해결의 의문이 발생했고, 이러한 의문은 최근 대상판결을 비롯한 일련의 대법원 판결로 완전히 해결됐다고 하겠다.

2014. 7. 16. 선고 전원합의체판결과 대상판결을 종합해서 보면, 변상금과 부당이득은 전연 별개로서 양자는 독자적으로 행사된다. 그러나 어느 하나의 행사가 다른 하나의 소멸시효를 중단시키지 않으므로 양자를 함께 행사할 실익은 없다. 특히 체납된 변상금채권의 소멸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해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할 실익은 전혀 없고, 변상금에 대한 체납처분 및 소멸시효중단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V. 국유재산법에서 발생하는 민사소송으로의 회귀에 대한 대책-결론
국세징수법의 체납처분으로 징수되는 국가채권들(이들 중 조세를 제외한 것을 공과금이라 하며, 소위 4대 보험료라고 하는 것들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은 그 부과·징수의 주체가 민간수탁기관이라 하더라도 직접 체납처분을 할 수 있게 하고, 각 채권의 소멸시효중단·정지를 위한 유효적절한 특례를 두고 있다. 이에 비해서 국유재산법은 변상금채권을 체납처분으로 징수할 수 있게 하면서 민간수탁기관에게는 체납처분권한을 주지 않고, 소멸시효에 관해서도 아무런 특례를 두지 않아 간편한 행정상의 조치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별도로 제기하게 하는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국유재산 관련 행정상 강제징수(체납처분), 행정대집행(특히 철거대집행)이 가능함에도 굳이 민사소송(금전청구소송, 철거소송)이 제기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우리 국유재산법에는 민사소송으로 해결할 것을 굳이 행정집행에 의존하는 규정이 많다. 무단점유자에 대한 변상금부과와 체납처분징수, 대부료미납자에 대한 체납처분징수, 무단점유자에 대한 철거대집행이 그것인데, 국유재산에 대한 이런 일련의 행정집행제도는 다른 나라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없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민사소송과 민사집행은 완성도가 높아진 반면 행정집행은 그만큼 발전을 못하게 되어 민사소송으로 회귀하려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국유재산법에서 발생하는 민사소송으로의 회귀현상들에 대해 대법원은 대상판결을 포함한 일련의 판결로서 준엄하게 이를 저지하고 있다. 대법원 2011다76402 전원합의체판결의 소수의견(대법관 5인)은 법률이 특별히 마련한 행정상의 조치를 외면하고 비정상적이고 우회적인 방법을 택하는 행정기관의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을 고치게끔 국유재산 무단점유자에 대한 민사소송을 일체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대상판결도 국유재산 무단점유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할 이유를 없게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밖에 체납처분이 가능한 대부료채권을 민사소송으로 청구하지 못하게 한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4다203588 판결, 국유재산 무단점유자에게 철거대집행이 가능하므로 철거소송을 불허한다는 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4다206693 판결이 같은 맥락이다.

국유재산법 영역에서 발생하는 민사소송으로의 회피현상에 대한 대법원의 거부입장은 엄준하다. 이제 남은 것은 불필요한 행정집행제도를 없애든지 아니면 민사소송의 힘을 빌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일이다. 후자 쪽을 생각한다면 민간수탁기관에 체납처분권한을 부여하여 독촉(체납처분)만으로 소멸시효중단이 되도록 국유재산법 개정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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