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는 늘 사익과 공익의 접점에 서있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사적 이익을 대변하지만 법적 절차를 통해서 이를 한다. 현실(Sein)보다 높은 차원에서 존재하는 법규범 내지 당위(Sollen)는 우리에게 금지와 요구를 한다. 예를 들어, 평등의 원칙은 많은 차별과 불평등이 우리 사회 현실에서 존재한다고 해도 순응하지 말고 도전할 것을 기대한다. 무엇이 올바른 당위의 내용인지는 다투어질 수밖에 없고 또 다투어져야만 한다. 이 작업에서 변호사는 최일선에 서있다. 변호사는 한쪽 발로 현실을 밟고 다른 발로 당위를 디딘다.

변호사는 숙명처럼 자신의 정체성과 사회적 역할에 대하여 고민하게 된다. 급격한 변호사 증가에 따른 현재의 혼란스런 변호사직역에서, 최승재 변호사가 변호사의 정체성을 고민한 결과를 저서로 출판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고 반갑다. 이 책은 저자가 법률신문에 기고했던 내용으로써 50개 소제목으로 구성된다. 최 변호사는 법조경력 15년(사법연수원 29기)의 40대 초반자로서 다양한 변호사 기수와 연령층을 잘 대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변호사에 대한 종합적 저서를 내기에 아직 경험이 충분치 않을 것이나, 최 변호사의 진지하고 성실한 문제의식과 고뇌는 책의 곳곳에서 묻어난다.

저자는 ‘변호사 업의 본질은 변호사가 사회에 신뢰라는 자본을 제공하는 것에 있다(32쪽)’고 본다. 사회의 발전에는 유형적 인프라 뿐 아니라 무형자본이 필요하며 ‘신뢰’는 그중 중요한 하나인데, 변호사가 법과 질서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높임으로써 거래비용을 줄이고 ‘사회적 자본 생산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변호사가 지니는 법치주의 발전을 위한 공공적인 사회적 역할을 고려할 때 수긍할 만하다. 변호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 변호사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지니고 자유롭게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저자가 변호사에 대한 직업적 존경을 유지하기 위해서 변호사는 스스로를 장사치로 정의하고 축재를 하기보다는 기본적으로 ‘면기난부(免飢難富)’의 관점에서 임해야 한다고 본 것에 다른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변호사의 명예는 다른 사람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92쪽)’이라는 점에 이의가 있을 수 없다. 저자가 말한, 독일에서 성공보수를 제한하면서 변호사보수의 하한선을 정하고, 미국에서 형사와 가사사건에서 성공보수가 금지된 것은 변호사 보수제도를 논할 때 참고가 될 것이다.

저자가 변호사가 사회적 역할에 걸맞은 기본기와 전문성을 지닐 것을 강조하면서 야구에서 포수를 빗대 설명한 것이 흥미롭다. “정말 길러내기 어려운 것은 포수이다. 포수는 투수가 던지는 공을 받아야 하고, 타자를 파악해서 투수에게 어떤 공을 던지도록 할 것인가를 정해서 요구하는 투수리드도 해야 한다. 그리고 전체적인 경기의 흐름을 파악해서 경우에 따라서는 수비시프트도 시켜야 하고, 감독이나 코치의 의도를 잘 전달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참 힘들고 빛나기 어렵고, 게다가 오랜 시간이 걸려서 경험이 쌓이고 노력도 더해야 하고 재능도 있어야 하니…(205쪽).”
또 저자는 변호사의 중요성을 요리재료와 레시피 제공자로서 설명한다. 즉 판사가 훌륭한 요리를 만들려면 그럴만한 재료와 요리법이 변호사에 의하여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142쪽). 나아가 변호사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인문학적 지향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본 것은 고무적이지만, 인문학과 연관관계가 좀 더 연구돼야 할 것이다.

이 책은 한편으로는 한 중견 변호사가 다짐하는 자기성찰의 문서이다. 저자는 사회적 신뢰를 공급하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기여하는 변호사 정신, 즉 변호사의 혼(魂)을 가지고 일할 것을 원한다. 그에게 변호사의 힘은 권력이나 재산이 아니라 오히려 그런 것이 ‘없음’에 기인한다. “공익에 기여하려는 의지, 끊임없이 절차탁마하는 전문성, 스스로를 절제하는 윤리성, 이 모든 것들이 종합되어 변호사의 힘이 될 것이다(314쪽).”

또 변호사로서 성공은 ‘다른 사람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다(298쪽)’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성기고 풋풋하지만 자연식 밥상과 같다. 때로는 세부 주제에 대한 한정된 정보와 단언적 진단이 어색하나, 전체 주제에 대해 일관성을 보여주며, 변론술의 역사, 변호사-의뢰인 특권, 사내변호사, 외국의 변호사제도 등에 관한 많은 정보를 쉽게 설명하고 있다. 지난 12월에는 나승철 서울회 회장의 ‘변호사는 상인인가, 선비인가’라는 참신한 윤리교육이 있었는데, 이 책과 더불어 그러한 주제에 대한 논의가 더 발전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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