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세계가전박람회(CES)에서는 ‘스마트 홈’을 비롯하여 사물인터넷(IoT)에 기반을 둔 제품들이 대거 등장하였고, 이는 초연결 사회가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20여년전 인터넷 상용화 시점에 우리는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고 칭송하였는데, 인터넷 기반의 고도화와 스마트 기기의 대중화로 나타난 스마트 혁명은 연결과 소통을 급격하게 증가시키면서 데이터 양의 폭발을 초래했다. 이제는 사물인터넷 기술까지 속속 등장하면서 ‘데이터 홍수의 시대’가 되었음을 더이상 부인하지 못한다.

IT분야 리서치 전문기관 가트너는 이미 2012년, 2013년 두해에 걸쳐 ‘빅 데이터’를 미래 유망기술로 선정한 바 있다. 또 몇년 전에 수천만건의 고객 구매정보를 분석하여 마케팅에 활용하였다는 성공사례가 등장하면서 빅 데이터의 개념과 그 폭발력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혹자는 지금은 데이터의 양적 폭발 시기를 뛰어 넘어, 빅 데이터로부터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빅 데이터 2.0 시대’가 되었다고 한다. 그간에 빅 데이터 기술은 더욱 정교해졌고, 각 산업별 빅 데이터 전문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빅 데이터 도입도 확산되어, 금융, 미디어,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였다. 포춘1000대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빅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기업 비중이 전년도의 2배로, 67%나 되었다.

빅 데이터는 산업이나 사회분야에 적용될 때 새로운 가치와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높이 산다. 선거에서 유권자 성향분석이나 의사 예측 등에 빅 데이터를 활용한다든지, 심야버스 노선을 선정하는 데 장소별 통화량 등을 분석하여 활용하기도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미래 예측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더욱 매력적이다. 전통적 미래 연구방법에 소셜 분석, 텍스트마이닝 등 신 분석기법을 결합하고, 데이터의 객관성과 실시간성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새로운 통찰과 예측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예측은 재난안전, 범죄예방 등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이나 상권분석, 실업률 예측, 교통예보 등 생활 편의성 제고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잠재력을 고려하여 정부는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해 나가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빅 데이터의 잠재력은 미래사회의 핵심 엔진이라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프라이버시 침해와 해킹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광범위한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은 개인 식별정보를 담을 수도 있고, 개인 식별정보가 아님에도 다른 데이터들과 조합되면서 개인 특정화 정보가 나올 수 있다.

인터넷 공간이 확대되면서 점차 사적 공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도 정보 주체간 분쟁의 씨앗을 키울 수 있다. 안타깝게도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고는 목적에 맞는, 의미있는 정보를 얻을 수 없다. 빅 데이터와 정보보호가 평생 함께 가야하는 운명이며, 정보보호의 역할이 계속 확대될 것임은 너무나 자명하다.

데이터의 안전한 사용을 보장하고, 데이터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고 관련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그리고 기술적 면에서도 정보보호 기술은 물론이고, 민감한 정보의 노출 없이도 타당한 수준의 분석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빅 데이터 분석기법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국가, 개인, 기업 등 각 주체들이 더 많이 참여하고 협력할 수 있는 신뢰기반이 형성된다면 빅 데이터의 진가는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또한 초창기 ‘빅 데이터 열풍’과 함께 시작된 ‘빅 데이터 거품론’ 논란이 여전히 남아 있는데, 다행히도 빅 데이터 확산에 따른 경제적, 사회적 효과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데이터의 가치를 정량화, 수치화하여 평가하는 개념도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도 빅 데이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관련 비즈니스가 꾸준히 등장하는 것은 이제 빅 데이터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빅 데이터 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전문 인력 양성이 중요한데, 국내 빅 데이터 분야 고급 인재는 아직은 부족한 실정이라고 한다. 통계학, 수학, IT 등 다학제적 이해와 통합적 사고, 그리고 직관력을 갖춘 데이터 과학자를 양성하고 실무와 연계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 환경을 조성해 나가도록 하자. 미래사회의 불확실성을 ‘빅 데이터 활용’이라는 고마운 열쇠로 풀어가며 더 나은 세상을 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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