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7일 현지시각 오전 11시 30분, 프랑스 시사만평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Charlie Hebdo)’ 본사에 무장 테러범 2명이 난입해 기자 등 신문사 직원 10명과 경찰 2명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

범인들은 전형적인 지하드 전사 차림이었고 자동소총 등으로 무장한 채 총기를 난사한 후 “알라는 위대하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이후 프랑스 파리를 넘어 전세계는 “나는 샤를리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고 나섰다. 그리고 곧이어 등장한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는 외침으로 ‘표현의 자유와 그 한계’가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샤를리 에브도? 생소한 이름이다. 이슬람은 물론 나치, 샤를 드 골, 기독교, 예수, 교황은 물론 올랑드 대통령까지 풍자와 패러디의 대상으로 삼은 주간지라고 하지만 풍자와 패러디의 수위가 조롱과 모욕을 넘나들었다고 보아야 정확할 듯싶다. 테러를 당하기 전 최신호 커버스토리는 이슬라모포비아(Islamophobia,이슬람교와 무슬림에 대해 극도의 공포와 증오감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어떤 이유로도 사람의 생명을 살상한 이번 테러가 정당화될 수 없을 것이며, 특히 살인은 이슬람의 율법에도 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무슬림이 아니다. 무신론자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자신이 믿는 절대자에 대한 모욕이 그들 어머니에 대한 모욕과 같이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이번 테러에 희생된 샤를리 에브도의 편집장 샤르보니는 무슬림의 위협에 대해 “무릎 꿇고 살기보다는 서서 죽을 것이다”라고 했다지만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증오심에 불을 지핀 후 기름까지 끼얹는 모습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특히 그동안 샤를리 에브도가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예언자 무함마드의 누드를 그리고 음담패설로 조롱하는 노골적인 묘사에 이르면 이로 인해 무슬림의 반감과 심지어 증오심마저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터인데 왜 이러는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필요 이상으로 도발적이고 선동적이어서 낯설기까지 하다.

샤를리 사태를 보다 문득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2006년 독일월드컵 결승전에서 이탈리아 선수 마테라치의 가슴을 머리로 들이받아 퇴장당한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 얼마 후 사태의 진상이 드러났다. 당시 마테라치가 유니폼을 잡고 늘어지며 더티한 행동을 하자 지단은 “내 유니폼이 필요하면 경기 끝나고 줄게”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마테라치는 “나는 창녀같은 네 여동생이 더 좋아”라고 지단을 자극했고 끝내 참지 못한 지단은 그냥 마테라치의 가슴을 머리로 박아버렸다. 물론 그 결과 지단은 퇴장당했고 프랑스는 이탈리아에 졌다.

하지만 프랑스의 일간 르 파리지앵의 의뢰로 이루어진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1%가 지단의 박치기 행위를 용서한다고 답했고, 응답자의 52%는 지단의 행동을 이해한다고 말했으며 지단이 기자단에 의해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것에 대해서는 78%가 동의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나는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미화할 생각이 전혀 없다. 하지만 2006년 그때도 지금도 지단을 지지한다. 자신의 누이를 욕보이는 말을 듣고도 경기에만 전념하는 축구머신을 보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테러를 두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절대 정당화될 수 없는 끔찍한 공격”이라고 비판하고 “인간이 어디까지 잔혹해질 수 있단 말인가”라며 개탄하였다. 하지만 이어서 “내 좋은 친구인 가스파리 박사가 만약 내 어머니를 욕한다면, 그는 주먹질을 각오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정상적인 일입니다. 여러분은 도발을 해서는 안됩니다. 다른 사람들의 믿음을 모욕하거나 희화화하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했다. 아마 프란치스코 교황도 지단의 박치기를 이해하고 또 용서하셨으리라.

샤를리를 지지하든 않든 그들에 대한 물리적 폭력 앞에 나서서 표현의 자유에 대해 논하는 개개인의 분별력과 판단력을 신뢰하고 그에 기초한 비판능력을 존중하는 프랑스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2015년 1월 16일 ‘박근혜 대통령 5촌조카 살인사건’을 보도한 주진우 ‘시사IN’ 기자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한 항소심 무죄판결이 있었음에도 KBS, MBC, SBS 지상파 3사가 약속이나 한 듯 단 한건의 보도도 하지 않는 침묵의 카르텔을 보고 있자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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