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대검 감찰위원회가 검찰총장에게 법률 적용을 잘못한 ‘조두순 사건’의 수사검사에 대하여 주의조치를 권고하였고, 얼마 전 황제노역 판결 후 노역장 유치에 관한 형법규정(제70조 제2항)이 신설되었는데 검사와 판사가 노역장 유치기간을 잘못 산정한 확정판결에 대해 검찰총장이 비상상고를 하여 대법원에서 판결문을 수정하였다고 보도되었다.

법률 해석과 적용을 업으로 하는 법조인은 제·개정된 법률과 판례 등을 숙지하고 이를 잘 해석하여 담당 사건에 잘 적용해야 낭패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각종 특별법이 쏟아져 나오고 많은 법률이 너무 쉽게 제·개정되어 이를 일일이 습득하여 적용될 관련 법률과 구체적 조항을 철저히 파악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전과가 있는 25세의 성인 남성이 만 19세가 안 된 대학 1년생 여자를 강간한 사건을 접하게 되었다면 검토해야 할 법률과 조항이 너무나 많다.

언뜻 떠오르는 것만 해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치료 감호법, 형법, 성폭력범죄 등 사건의 심리·재판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규칙 등 관련 법률이나 조항이 너무 많다. 무슨 법률의 어느 조항을 적용해야 할지, 신상 정보의 등록 및 공개의 범위·고지·절차는 어떠한지, 수사나 재판 단계에서의 피해자나 변호인·증인의 특례 조항은 왜 그렇게 많은지 정말 헷갈린다. 법 전문가도 해당 법률이나 조항의 습득은 물론이고 찾기도 어려운데 일반 국민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법이란 법 전문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도덕의 최소한으로서 상식을 갖춘 평균적인 국민이라면 법률의 존재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습득하며 지킬 수 있어야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입법 당시 예상하지 못한 구성요건이나 시대와 상황 변화로 인한 구성요건의 변경, 추가·처벌 조건이나 법정형 등을 변경할 필요성이 생긴 경우 기존 법률을 개정하거나 법률 해석과 판례 등으로 보충 가능한 특별법의 제정은 신중해야 한다.

예컨대, 형법상 강간죄의 법정형은 3년 이상인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친족관계인 사람이 강간한 경우에는 7년 이상으로 규정하였다(제5조). 특례법의 취지는 법정형의 하한을 높이고 가능한 집행유예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친족 간의 범행으로 죄질이 불량하여 중형을 선고할 사안이면 형법으로도 30년까지 가능하고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지 굳이 특례법에 7년 이상의 조항을 새로이 둘 필요가 없는 것이다.

특별법에는 이와 유사한 취지의 조항이 수없이 많다. 위에서 열거한 성폭력과 관련한 많은 법률도 형법 개정으로 부족하다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하나에 충분히 담을 수 있고 담아야 한다. 관련 법률이 그렇게 많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정부나 국회의원들은 여론 무마나 인기 영합적 차원에서 또는 이해관계에 따라 졸속으로 문제투성이의 법률을 제·개정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각종 특별법이나 소위 조두순법, 소위 유병언법, 황제노역 판결 등 무슨 사건이 터진 뒤에 여론에 편승해서 단기간에 졸속으로 법률을 제·개정하지 말고 향후 오랫동안 개정이 필요 없을 정도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다양하게 의견을 수렴하여 신중하게 준비해 법률을 제·개정해야 한다.

민변이 2003년부터 각종 입법 특히, 개혁입법에 대한 평가와 과제를 제시하여 오고 있고, 대한변협이 2014년에 입법평가 위원회를 발족하여 입법과정과 결과를 모니터링하고 감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두 단체가 법률가 단체로서 입법감시 역할을 더욱 활성화하여 각종 법률의 제·개정의 남용을 방지하는데 일조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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