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자동차, 가사 도우미 로봇, 핀테크, 인공지능 등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다. 기계공학, 전자공학 등 하드웨어적 기반에서, 인터넷이 세상과 연결되는 힘을 부여한다고 하면, 여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요소는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제조업이나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가 미래산업을 이끌고 있다.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은 1조 달러 이상으로 반도체 시장의 3배, 휴대폰 시장의 2.5배가 넘는 규모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제조업의 2.3배나 되는 부가가치율과 높은 고용창출 효과를 가지며, 취업유발계수는 제조업의 1.4배, 고용유발계수는 제조업의 1.9배나 된다. 단순히 수치적 비교만이 아니라 산업 및 기업 전반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인프라와 산업간 융합 핵심 매개체 등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이 갖고 있는 의미는 거대하다.

‘미국의 8대 IT기업’에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IBM,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이 포함되는데 이들은 모두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특히, MS와 애플은 대표적인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는 독자적 운영체제(OS)를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또한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의 붐을 일으킨 인터넷 회사들의 급성장은 인터넷 기반에서의 소프트웨어 파워가 발휘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최근 알리바바와 같은 중국 기업들의 부상에도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중심이 되었으며, ‘중국의 애플’이라 불리는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의 레이쥔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휴대폰을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서비스가 융합된 매개체로 인식했다”라고 샤오미의 성공비결을 전했다.

그렇다면 국내에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이 왜 등장하지 못하는가? 그간 소프트웨어 가치 인식 부족, 용역 및 하청 위주의 시장구조, 소프트웨어 제값주기 미흡, 해외진출 부족 등으로 기업성장에 악조건이라는 평가가 있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 기술개발과 같은 재투자 미흡과 우수인력 기피현상 등으로 이어지면서 소프트웨어 생태계 악순환을 초래하였다.

지난 7월 정부는 소프트웨어 산업 생태계의 악순환이 국가경제 미래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라는 화두를 꺼내들었다.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는 소프트웨어가 개인, 기업, 정부 전반에 광범위하게 사용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소프트웨어를 통해 기업과 정부의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제고되는 사회이다.

이같은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제대로 된 가치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소프트웨어 유지보수율의 현실화, 상용 소프트웨어 분리 발주 의무화 등 정부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고, 최근 업계 전반적인 사업환경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지난 소프트웨어 정책만족도 현황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지구촌은 소프트웨어 교육 열풍에 휩싸여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와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가 1000만 달러를 투자한 ‘Code.org’라는 비영리 단체는 직접 교사를 양성하고 코딩 캠페인을 주도한다고 한다. 여기에 가세해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코딩은 당신의 미래일 뿐만 아니라, 조국의 미래이기도 합니다”라며 학생들을 독려하기도 하였다. 영국은 지난 9월부터 초중고 필수과목으로 ‘컴퓨터과학(Computer Science)’을 넣었는데, 단순히 코딩 기술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논리적 사고,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 데이터 분석 등 종합적 능력배양에 효과가 있다는 판단에서라고 한다. 이스라엘에서는 고교에서 이미 한국 대학의 컴퓨터공학 전공 수준의 교육을 하며, ‘앵그리버드’의 나라 핀란드는 민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코딩 교육이 삼성전자의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네이버의 ‘소프트웨어야 놀자’ 등 운영을 통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

디지털시대에 ‘디지털 사고’의 힘을 키운다는 의미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의 중요성은 자명하지만, 단순히 기계를 동작시키는 도구로 활용하는 수단적 의미에 머물러선 안 되고,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만족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도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으며 마음껏 상상을 현실화하고 궁극적으로 창조경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민·관이 다 같이 협력하여 IT강국 재도약의 기회를 마련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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