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종영된 인기 드라마 ‘미생’ 10회에서 박 과장(김희원 분)이 커피를 타는 신다인(박진서 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야 잘 빠졌다. 실하다”고 농담을 던지는 장면이 있었다. 이 장면은 당초 대본에 없는 애드립이었는데, 그 상황에 맞는 그럴듯한(?) 성희롱이었고, 박진서씨는 그 말을 듣고 나서 실제로 정말 화가 났었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하였다.

지난 5월 서울특별시 산하기관 여직원의 자살사건에 이어 한 연예인의 기내 소동, 반복되어 일어나는 대학교의 희롱 사건에 이르기까지 성희롱이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이를 확인이나 하듯이 국가인권위원회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성희롱 진정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를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성희롱 예방교육 전문강사가 강의를 하던 도중 -아마도 성희롱 예방교육이었을 것이다- “야한 복장이나 짧은 치마가 성희롱을 유발할 수 있으니 적절한 복장을 갖추라”고 해서 해고된 경우도 있었다.

직장 상사인 남성들이 여전히 친근감, 유머와 성희롱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는지, 남성들의 구태의연함에 대하여 부하직원인 여성들이 점점 더 적극적으로 성적 발언을 좌시하지 않으려고 하는지 그 원인은 둘째치고, 성희롱이 허용되는 직장은 그로 인한 피해자가 고통을 받고, 우울증에 자살까지 생각하게 하는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물론 성희롱은 권력관계, 사회적 지위에 따른 지휘, 복종관계에서 비롯되는 현상이니, 여성이 남성에게, 또 동성 간에도 일어날 수 있지만, 업무상 지휘, 복종관계를 어찌할 도리는 없으니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 치료는 예방교육을 강화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는 듯하다.

직장상사가 아침 출근길에 만난 부하 여직원에게 할 수 있는 말 중에 “그 스카프가 OO씨에게 잘 어울리네요”는 허용되고, “그 스카프를 매니까 목이 길어 보이네요”는 허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민감하게 인식하게 하는 방법은 교육이기 때문이다.

변호사가 직면하게 되는 성희롱적 상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가령 대표변호사가 여직원들에게 “우리 사무실에 찾아오는 손님들은 대체로 안 좋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니 되도록 밝은색의 젊어 보이는 옷을 입으세요”라고 했다면, 그 말은 성희롱이 될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어서 차원이 다르기는 하지만, 변호사의 성희롱적 상황은 변론과정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며칠 전 형사사건에서 증인신문을 하던 중에 여성인 증인이 사건이 있었던 시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임신했던 때만을 기준으로 시기를 구별하자, 불가피하게 “그럼 임신했던 때가 언제예요?”라는 질문을 했던 적이 있었다. 우발적인 이 질문을 하기 전에 문득 ‘이 질문은 언제 성관계를 했는지를 묻는 것처럼 들릴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증인에게 “이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전제를 달기는 했었다.

또 성폭력사건의 피해자를 증인신문 하다 보면, 피해자의 남성 편력을 물어야 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이른바 ‘원나잇스탠드(합의성교)’를 주장하는 사건에서는 특히 그렇다. 증거조사의 ‘관련성’ 기준에 따라 재판장이 적절히 제지하겠지만, 성폭력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유발하는 성희롱적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다행히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통계상으로 피해자가 법률, 행정직인 경우가 전체 성희롱 진정사건의 4%이기는 하지만, 변호사나 나머지 법조직역에서도 성희롱이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는 자료는 없었다. 하지만 사건의 성격상 표면화되지 않는 음성적인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고, 변호사 사회도 사람 사는 세상인데 다른 기업체와 크게 다르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제13조와 같은 법 시행령 제3조는 사업주에게 성희롱 예방교육을 연 1회 이상 실시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을 의무가 있는 사람은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이다.
더구나 상시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체에서는 교육자료나 홍보물을 게시, 배포하는 방법으로는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한 경우 사업주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익히 잘 알고 있는 법령이지만, 서초동 일대에서 변호사와 직원들 일반에게 성희롱 예방교육을 했거나 하고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대한변협이 소속 임직원들에게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고 있을 뿐이다.

어느 때보다도 성희롱 예방교육이 절실해진 이때 다양한 방법으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일어난 다음에 이루어지는 처방은 사후약방문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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