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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판례]책임준공의무의 범위와 해석
판례제공 : 장품 변호사  |  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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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호] 승인 2015.01.19  10:2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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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부동산PF(Project Financing)사업은 시공사의 신용공여를 토대로 진행합니다. 시공사는 시행사의 대출원리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금융기관에 직접 지급보증이나 채무인수를 부담하기도 하고, 아예 시행권을 인수해서 사업을 완성할 것을 약속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공사의 신용공여 또는 담보제공 방식의 하나가 바로 ‘책임준공의무’입니다. 책임준공의무란 시행사가 부도가 나더라도 불가항력적 사유가 아닌 한 시공사가 예정된 공사기간 내에 건축물을 준공할 것을 부담하는 의무를 말합니다. 완공보증이라고도 불립니다. 시공사는 분양률이 저조해지거나 시행사가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공사를 중단하거나 포기할 유인이 생기며, 이 경우 프로젝트 자체의 진행이 불가능해집니다. 따라서 금융기관은 시공사로 하여금 책임준공의무를 요구하게 되고, 실무상 ‘책임준공확약’이라는 별도의 약정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임준공의무의 요건과 범위를 둘러싼 분쟁이 적지 않습니다. 책임준공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불가항력적인 사유’의 해석이 분명치 않고, ‘하는 채무’라는 책임준공의무의 특수한 성격상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소송으로 진행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1심과 2심에서 엇갈린 판결이 나와 대법원 판결의 귀추가 주목되는 사건이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사실관계]
해당 사업은 제주 서귀포시 호텔 및 콘도 신축사업이었습니다. 시행사는 12개 금융기관으로부터 약 1800억원의 PF 대출을 받아 사업을 진행했고, 시공사는 금융기관에 지급보증과 함께 ‘준공보증확약’을 제출했습니다. 그 내용은 ‘분양률의 저조, 비정상적인 건설 내지 금융환경, 하도급인, 물품 및 자재공급업자, 운송업자 등 제3자에 의한 의무불이행 내지 지체, 건설자재의 부족, 노사분쟁 등에 의하여 공사도급계약상 공사대금 중 전부 또는 일부를 적기에 지급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와 무관하게 이 사건 시설을 예정준공일까지 준공’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업은 공정률이 44%에 머무른 상태에서 공사대금 미지급으로 공사가 중단됩니다. 금융기관이 상환 받지 못한 대출금은 530억 가량이었습니다. 이 상태에서 시공사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하 ‘기촉법’)’상 부실징후기업으로 지정되어 버리고, 채권금융기관의 공동관리절차가 개시됩니다. 이른바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간 것입니다. 이후 채권금융기관협의회는 신용공여의 이행기를 유예하는 결의를 하고, 경영정상화 계획이행약정을 체결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업의 대주인금융기관의 시공사의 책임준공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손해배상책임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됩니다.

[1심 판결의 요지]
1심 법원은 원고인 금융기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2가합57854/ 2013가합500447). 시공사가 책임준공의무를 부담하며 그에 상응하는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쟁점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책임준공의무가 기촉법에 규정된 ‘신용공여’에 해당하는지부터 문제되었습니다. 기촉법은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제한되는 ‘신용공여’관련 채권의 범위를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대출, 어음 및 채권 매입, 시설대여, 지급보증, 거래상대방의 지급불능 시 금융기관에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거래 등으로 발생한 채권’ 등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제2조). 그에 따라 원고들은 책임준공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채권은 이 채권에 포함되지 않고, 채권금융기관협의회의 경영정상화 계획이행약정의 효력이 피고인 시공사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기촉법의 적용을 받는 채권이 기업에 대한 채권금융기관의 신용공여에 의한 채권으로 한정된다면서 그 범위를 좁게 해석했습니다. 피고는 원고들에 대해 대출금 상환의무를 부담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시설을 준공할 의무를 부담한 것에 지나지 않고, 이후 피고가 책임준공의무를 위반해 원고들에게 손해배상채권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그 손해배상채권의 성질을 기촉법에서 말하는 신용의 공여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정한 신용공여의 범위는 ‘기업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금융기관 감독규정’의 별표에 별도로 규정되어 있는데, 책임준공의무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이 별표규정에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따라서 경영정상화 이행약정의 효력이 원고들의 손해배상채권에 대하여 미치지 않고, 피고가 책임준공의무위반으로 인한 손해를 원고들에게 부담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손해의 범위는 시설이 완공되었을 경우의 가액을 한도로 원고들이 상환 받지 못한 대출원리금 상당이었습니다.

[2심 판결의 요지]
그러나 2심은 1심의 결론을 뒤집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4. 9. 26. 선고 2013나75283/ 2013나2023011 판결).
법원은 시공사인 피고의 책임준공의무 위반 여부를 사유별로 분리하여 판단했습니다. 피고는 ① 원칙적으로 귀책사유로 공사를 완료하지 못한 경우에 책임준공의무 위반 책임을 부담하지만, ② 준공보증확약서에 열거된 사유에 대해서는 공사를 완료하지 못한 데에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책임준공의무 위반 책임을 부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준공보증확약서에 의하면, ‘사업부지의 하자로 인해 설계변경’과 달리 ‘건물 디자인 변경과 같이 시행사 편의를 위한 설계변경에 따라 공사기간이 연장되는 경우’에도 피고가 예정준공일까지 이 사건 공사를 완료해야 한다는 내용이 열거되어 있지 않고, 오히려 사업약정에서 ‘피고의 귀책사유 없이 관계 행정기관의 명령 등으로 준공기간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대주단, 피고, 시행사가 상호 합의하여 준공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한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또한 공사도급계약에서 ‘피고는 그 책임 없는 사유로 공사가 지연되는 경우 시행사에 공사기간의 연장을 요구할 수 있고, 이 경우 책임준공의무 기간이 연장된다’고 하였고, ‘건물 디자인 변경’이라는 시행사의 편의 또는 필요에 따라 설계변경이 이루어지고 이로 인해 인·허가 절차가 지연되는 바람에 공사기간이 연장된 점을 고려하면, 피고가 예정 준공일까지 공사를 완료하지 못하더라도 피고에게 책임준공의무 위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준공보증확약상 피고는 적어도 ‘공사대금’과 관련해서는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없거나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이를 받지 못하더라도 책임준공의무를 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므로, 공사대금 미지급을 이유로 공사를 중단한 시점부터는 책임준공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했습니다. 결국 피고는 예정 준공일까지 공사를 완료하지 못한 책임은 없고, 다만 그 이후에 공사를 중단한 데 대해서는 책임을 진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책임준공의무의 발생 요건이 시기 및 사유별로 달라지게 된 것입니다.

아울러 법원은 1심과 반대로 피고의 책임준공의무 위반에 따른 원고들의 손해배상채권이 기촉법에 따른 신용공여에 해당한다고 결론내렸습니다. 그 이유를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기촉법은 현행법으로서 엄연히 유효하게 적용되고 있고, 이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기업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파산절차나 회생절차에서도 채권자의 권리 제한을 어느 정도 용인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재산권 침해 요소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의 취지를 훼손하면서까지 그 적용대상이나 효력을 축소 해석할 수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둘째, 기촉법의 적용을 받는 채권금융기관은 단순히 기존 채권의 행사만을 제한받는 것이 아니라 심지어 새로이 신용공여를 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이를 토대로 부실징후기업과 전체 채권자들이 회생에 따른 이익을 누리게 되는데, 실질적으로 기촉법의 적용을 받는 채권금융기관의 채권과 동종·유사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채권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위 법의 적용을 쉽게 회피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다면, 채권금융기관 사이에 심각한 형평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즉, 기촉법의 적용을 회피할 수 있는 ‘도덕적 해이’의 문제를 지적한 것입니다.

셋째, 기촉법 규정을 보면, ‘신용공여’에 관하여 ‘사실상 채권금융기관이 손실을 볼 수 있는 대부분의 거래’를 ‘신용공여’로 규정하고 있고, 그 위임에 따른 ‘기업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금융기관 감독규정 제3조 제1항은 ‘기촉법 제2조 제6호에 따른 신용공여는 대출채권, 지급보증, 유가증권 및 기타채권 등 해당 기업에 대하여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모든 채권’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금융기관에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모든 거래’가 신용공여에 해당한다고 하였습니다. 계약의 형식이 아니라 ‘경제적 실질’에 따라 판단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넷째, 1심에서 말한 감독규정 별표는 기촉법 제2조 제3호에 따라 주채권은행을 선정하거나 기촉법 적용대상기업을 선정하는 경우, 신용공여액을 산정하는 기준을 정한 것일 뿐 ‘신용공여’의 의미 자체를 규정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하여 그 의미를 축소하였습니다.

다섯째, 관련 규정에서 ‘신용공여’를 금전거래로 제한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비록 신용공여의 내용이 ‘하는 채무’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종국적으로 그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거래라면 이를 ‘신용공여’에서 제외할 이유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여섯째, 감독규정에서 ‘상환’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는 해당 채권 또는 거래가 종국적으로 돈으로 청구할 수 있는 것이면 족하다는 의미이지, 반드시 처음부터 금전채권일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는 보기는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일곱째, 피고의 책임준공의무는 원고들에게 있어 중요한 ‘담보’이고, 원고들이 대출을 해 준 이유는 ‘경제적 신용과 시공능력을 갖춘 대기업인 피고가 책임준공의무에 따라 이 사건 시설을 완공하거나 이 사건 대출원리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할 것’을 기대하였기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피고의 책임준공의무와 시행사의 대출원리금 상환의무는 그 성립과 소멸에 있어서 보증채무와 유사한 성격이 있다는 점 역시 근거로 제시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공동관리절차가 개시되기 이전에 원고들의 손해배상채권이 발생한 이상 피고의 책임준공의무 또는 원고들의 손해배상채권은 기촉법상 ‘신용공여’에 해당하고, 그에 따라 채권재조정에 관한 채권금융기관협의회의 의결 내용에 구속됩니다. 그렇다면 신용공여액을 신고하지 않은 손해배상채권에 관해서도 피고 회사 주식으로 출자전환하는 것으로 의결한 내용에 따라 원고들의 손해배상채권은 소멸하거나 행사가 유예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판결의 시사점]
앞서 언급한 것처럼, 통상적인 신용공여방식과 달리 책임준공의무는 시공사의 행위를 요구합니다. 금융기관으로서는 현실적인 대출원리금상환을 위해서는 책임준공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구하게 되며, 이 손해배상책임을 시공사의 보증책임과 동일한 성격으로 보아야 하는지 해석상 다툼의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이 사건 소송에서 2심은 책임준공의무나 그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모두 실질적으로 대출원리금상환을 담보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사업약정 당사자들의 인식과 의사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기촉법에 열거된 ‘신용공여’ 조항에 책임준공의무가 명시적으로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금융기관에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거래로서 구별될 이유가 없다고 하여 경제적 실질에 초점을 맞췄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해석의 바탕에는 사업약정, 대출약정 및 책임준공확약 등 당사자들이 체결한 처분문서의 문언이 중심이 됐음은 물론입니다. 시공사는 책임준공의무의 방식으로 시행사의 대출원리금상환을 담보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고, 금융기관으로서도 해당 건물과 시설의 완성을 신뢰하고 대출을 실행한 이상, 다른 신용공여 방식과 차별을 두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기촉법상 채권금융기관협의회의 결정에 따라 전체 신용공여 채권에 대하여 유예 또는 면제의 결정이 내려진 상태에서, 일부 금융기관에 대해서만 지급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채권자의 지위를 달리 취급해야 할 다른 특별한 사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결국 대법원에서도 처분문서의 문언 해석상 도출되는 당사자들의 의사와 공평의 원칙에 입각한 책임부담이 주된 쟁점으로 다투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1심과 2심의 결론이 다를 뿐 아니라, 책임준공의무의 성격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다룬 판례가 많지 않아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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