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이 현대인의 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전화, 사진기, 컴퓨터, 인터넷에 이어 스마트폰이 가져온 생활의 변화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현대사회에서는 소위 SNS의 등장과 함께 엄청난 정보가 생성되고 있다. 엄청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공 또는 유추를 통한 새로운 정보 추출도 가능하다. 이러한 빅데이터(Big Data)는 조지 오웰이 예견한 빅브라더(Big Brother), 벤담이 언급한 파놉티콘이 우리 곁에 소리 없이 다가와 있음을 느끼게 만든다. 정보는 현대 사회의 활력소라 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필요 없는 정보에 과다하게 노출됨으로써 하루종일 바쁘게 일을 하였으나 조용히 생각해보면 무엇을 하였는지 잘 알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현대인들은 기술에 의하여 형성되고 정보라는 혈액이 순환하는 세계에 살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지하철을 타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시야를 고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목격하게 된다. 몇 년 전까지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무가지(無價紙)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책을 읽는 사람도 구경하기 어렵다. 아침에 일어나면 인터넷을 켜서 이메일을 확인하고, 출근하면서 CCTV에 촬영되고, 지하철을 타면서 교통카드 정보가 노출되고, 신용카드로 거래를 할 때에도 금융정보가 축적되는 등 모든 현대인의 생활은 디지털 흔적을 남기게 된다. 우리의 일상 생활은 정보의 이동과 집적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텍스트, 사진, 음성,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의 발전과 커뮤니케이션의 발전은 방대한 자료의 저장을 가능케 한다. 하드디스크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편리하게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할 수도 있게 되었다.

한편 정부는 개인의 출산, 결혼, 재산, 납세, 소송기록, 자동차등록, 범죄경력, 자격증 등 엄청난 정보를 수집하여 보관하고 있다. 인터넷을 사용할 때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하지 않으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 개인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하게 된다.

빅데이터가 새로운 비즈니스 키워드로 등장한 이후 소비자의 패턴과 수요를 예측함으로써 마케팅에 활용되기도 한다.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여 범죄예측과 예방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범죄위험지역에 대한 집중적인 예방 활동이 가능하고, 교통사고 감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 기업이나 정부에 의하여 개인 정보의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프라이버시의 보호는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정보 프라이버시란 현대 정보화사회로 나아감에 있어 우리가 건설하는 사회의 형태에 관한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폴라로이드 사진기의 등장에 따라 프라이버시의 개념이 발전된 바와 같이 새로운 SNS의 등장으로 프라이버시의 이론에도 새로운 과제가 부과되었다. 그와 동시에 인터넷에서의 자유로운 정보의 흐름은 스스로를 표현하고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신선하고 새로운 기회를 인간에게 부여하였다. 인터넷 세상이란 황홀한 것이지만 또한 무시무시한 것일 수 있다. 불에 덴 상처를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모두 타인에게 감추고 싶은 내면 세계의 영역을 가지고 있다. 한번 작성한 글이나 전송한 메시지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 디지털 데이터의 비휘발성에 사용자들은 두려움과 피로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일정한 시점이 되면 정보를 획득하는 공중의 이익이 프라이버시에 대한 개인의 이익에 대하여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검색엔진은 인터넷 상에 떠도는 정보의 조각들로부터 한 개인을 추출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개인 정보를 감추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개인의 비식별정보 역시 수집과 가공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엄청난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다. 자기정보결정권이라는 새로운 권리가 등장하고,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의도 뜨겁다. 헌법 상의 기본권은 결국 인간 욕망의 리스트라는 언급이 있는가 하면, 열거되지 않은 기본권의 백가쟁명화(百家爭鳴化)를 우려하는 견해도 있다. 특히 잊혀질 권리의 경우 이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인터넷을 사용한 흔적, 조각은 인간의 기억과 달리 시간이 흐른다고 하여 사라지거나 흐려지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하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우려하는 측에서는 이에 대하여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감추려는 자와 밝히려는 자는 창과 방패와 같이 서로의 이익을 지키기 위하여 끊임없이 이해 조정의 전투를 벌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사막의 눈먼 사자들이 필사적으로 샘물을 찾는 것처럼 내면 세계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안식처를 찾아 헤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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