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이 두 아들에게 남긴 유산은 근(勤)·검(儉), 두 글자였다. 다산은 두 아들에게, 이 두 글자는 좋은 밭이나 기름진 땅보다 나은 것이니, 일생 동안 써도 다하지 않을 거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다산 정약용의 편지글’의 저자 이용형은 ‘근’에 관한 다산의 편지글을 이렇게 번역하고 있다.

‘근’이란 무엇을 이르는가. 오늘 가히 할 수 있는 일은 내일을 기다리지 말며, 아침에 할 수 있는 일은 저녁을 기다리지 말며, 맑은 날에 해야 할 일은 비 오는 날까지 끌지 말며, 비 오는 날 해야 될 일은 맑은 날까지 미루지 말아야 한다.

정민 교수가 쓴 ‘미쳐야 미친다’에서는 다산의 강진유배시절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스승 정약용과 그 애제자 황상에 관한 일화가 백미이다. 그 일화 역시 ‘근(勤)’에 관한 내용이다. 열다섯 살짜리 소년 황상이 말했다. “제가 너무 우둔하고 융통성이 없고 답답하다고들 합니다. 저 같은 애도 공부를 할 수 있겠습니까?”

스승 정약용은 이렇게 말했다. “대저 둔한대도 계속 천착하는 사람은 구멍이 넓게 되고, 막혔다가 뚫리면 그 흐름이 성대해지며, 답답한데도 꾸준히 연마하는 사람은 그 빛이 반짝반짝하게 된다.”

“천착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뚫는 것은 어찌하나? 부지런히 해야 한다. 연마하는 것은 어떻게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네가 어떤 자세로 부지런히 해야 할까? 마음을 확고하게 잡아야 한다.”

황상은 세번씩이나 부지런하라고 당부한 다산의 말을 삼근계(三勤戒)라 불렀다. 그리고 평생 마음에 새겨 실천하였다.

삼근계(三勤戒)가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하고 있음은 1만 시간의 법칙에서 확인되고 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이라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매일 2~3시간으로 계산하면 10년이고, 1시간으로 하면 20년이 걸린다. 10년은 해야 전문가라는 말은 괜한 소리가 아니다.

댄스와 뮤지컬을 혼합하거나 다른 예술장르와 교류를 시도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로는 무용가이자 안무가인 트와일라 타프를 꼽는다. 메이슨 커리는 그의 저서 ‘리추얼’에서 트와일라 타프를 습관에 관한 전문가로 소개하고 있다. 그녀는 높은 수준의 창조성은 견실하고 좋은 습관을 반복하는데 있음을 강조한다.

“나는 매일 아침을 나만의 의식으로 시작한다.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연습복을 입고 레그 워머를 신고 후드티를 걸치고 모자를 쓴다. 그러고는 집 밖으로 나와 택시를 불러 세우고 운전사에게 91번가와 퍼스트 애비뉴 모퉁이에 있는 펌핑 아이언 체육관으로 가지고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두시간 동안 운동을 한다.”

메이슨 커리가 소개하고 있는 미국 소설가 스티븐 킹은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쓴다. 생일날은 물론이고 휴일에도 예외가 없다. 하루 2000단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전에는 책상 앞을 떠나지 않는다.

스티븐 킹은 이렇게 말한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들어가서 2000단어를 종이나 컴퓨터에 쓴 후에 나오는 시간표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존재한다. 예컨대 매일 밤 똑같은 시간에 잠자러 가고 그때마다 똑같은 절차를 따름으로써 잠들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과 같다. 글쓰기와 잠자기를 통해, 우리는 똑같은 시간에 일상의 삶을 지배하는 지루하고 합리적인 생각에서 우리의 정신을 해방시킴으로써 육체적으로 평온해지는 방법을 배운다.”

‘로마제국의 쇠망사’를 쓴 에드워드 기번은 군대에 복무하는 동안에도 학문적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행군 중에도 호라티우스를 읽었고, 야영지에서도 이교도와 기독교 신학에 관한 책들을 읽었다.

기번에 관한 수필을 쓴 프릿쳇은 “조금만 깊이 파고들면, 위대한 인물들은 한결같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쉬지 않고 공부하고 연구했다. 1분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을 낙담하게 만드는 근면함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톨스토이의 일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고 한다.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써야 한다. 성공적인 작품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상의 습관을 버리지 않기 위해서이다.”

공자도 자신을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나는 나면서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이 아니다. 옛것을 부지런히 탐구한 사람이다.”

스티브 잡스의 명언으로 알려져 있는 말 중의 하나는 “Stay Hungry, Stay Foolish”이다. 나에게는 이 말이 “어리석을 정도로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또 부지런하라”는 다른 표현으로 들린다.

새해가 밝았다. 또 한살을 먹었다. 한해의 시작은 늘 새롭다. 심기일전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올해에는 내 마음 속 생각이 결실을 맺었으면 싶다. 번잡함보다는 단순한 삶이 많은 을미년이었으면 싶다. 내 안의 ‘나’를 더 들여다 보고, 그런 내가 되는데 더 부지런해지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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