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은 물상보증인과 제3취득자 간의 권리관계를 분석한 판례를 연달아 내어 놓았다. 두 판례가 다룬 제3취득자의 의미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첫 번째 판례의 제3취득자는채무자로부터 담보부동산을 취득한 제3자이고, 두 번째 판례의 제3취득자는 물상보증인으로부터 담보부동산을 취득한 제3자이다. 그러나 이 둘을 함께 살펴보는 것은 물상보증인의 권리를 전반적으로 조망하는데, 도움이 되므로 함께 살펴보도록 한다.

판례1 : 물상보증인과 제3취득자 간의 대위관계(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2다49285 판결)

사실관계 및 쟁점
원고들(제3취득자)은 소외 A(채무자)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의 지분을 취득하였는데, 위 지분에는 소외 A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다. 한편 피고(물상보증인)는 소외 A의 위 채무를 위한 물상보증인으로서 소외 A의 채무를 변제하였고, 원고들은 소외 A의 채무가 피고의 변제로 소멸하자 피고를 상대로 위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 혹은 피고 부동산의 가액에 비례한 금액을 변제 받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근저당권설정등기 말소를 구하였다.

위 사안에서는 채무자로부터 담보부동산을 취득한 제3취득자가 물상보증인에 대하여 채권자를 대위행사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대법원 판결의 요지
민법 제481조는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는 변제로 당연히 채권자를 대위한다’라고 규정하고, 민법 제482조 제1항은 ‘전 2조의 규정에 의하여 채권자를 대위한 자는 자기의 권리에 의하여 구상할 수 있는 범위에서 채권 및 그 담보에 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며, 같은 조 제2항은 ‘전항의 권리행사는 다음 각호의 규정에 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그 중 물상보증인과 제3취득자 사이의 변제자 대위에 관하여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그런데 보증인과 제3취득자 사이의 변제자대위에 관하여 민법 제482조 제2항 제1호는 ‘보증인은 미리 전세권이나 저당권의 등기에 그 대위를 부기하지 아니하면 전세물이나 저당물에 권리를 취득한 제3자에 대하여 채권자를 대위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항 제2호는 ‘제3취득자는 보증인에 대하여 채권자를 대위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민법 제370조, 제341조에 의하면 물상보증인이 채무를 변제하거나 담보권의 실행으로 소유권을 잃은 때에는 ‘보증채무’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채무자에 대한 구상권을 가지고,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에 따르면 물상보증인과 보증인 상호 간에는 그 인원수에 비례하여 채권자를 대위하게 되어 있을 뿐 이들 사이의 우열은 인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위와 같은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물상보증인이 채무를 변제하거나 담보권의 실행으로 소유권을 잃은 때에는 보증채무를 이행한 보증인과 마찬가지로 채무자로부터 담보부동산을 취득한 제3자에 대하여 구상권의 범위 내에서 출제한 전액에 관하여 채권자를 대위할 수 있는 반면, 채무자로부터 담보부동산을 취득한 제3자는 채무를 변제하거나 담보권의 실행으로 소유권을 잃더라도 물상보증인에 대하여 채권자를 대위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만일 물상보증인의 지위를 보증인과 다르게 보아서 물상보증인과 채무자로부터 담보부동산을 취득한 제3자 상호 간에는 각 부동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채권자를 대위할 수 있다고 한다면, 본래 채무자에 대하여 출제한 전액에 관하여 대위할 수 있었던 물상보증인은 채무자가 담보부동산의 소유권을 제3자에게 이전하였다는 우연한 사정으로 이제는 각 부동산의 가액에 비례하여서만 대위하게 되는 반면, 당초 채무 전액에 대한 담보권의 부담을 각오하고 채무자로부터 담보부동산을 취득한 제3자는 그 범위에서 뜻하지 않은 이득을 얻게 되어 부당하다.

이와 달리 담보부동산을 매수한 제3취득자는 물상보증인에 대하여 각 부동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채권자를 대위할 수 있다고 한 대법원 1974. 12. 10. 선고 74다1419 판결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판례2 : 물상보증인과 제3취득자 간의 구상권 귀속문제(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2다49285판결)

사실관계 및 쟁점
소외 1(물상보증인)은 소외 회사(채무자)의 대표이사로서, 소외 회사가 피고로부터 받은 대출을 담보하기 위하여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 이후 이 사건 부동산은 소외 1로부터 소외 2를 거쳐 소외 3(제3취득자)에게 이전되었고, 그후 강제경매절차가 진행되어 매각되었다.
위 사안에서는 근저당권 실행으로 인하여 소외 회사에 대하여 구상권을 갖는 자가 소외 1(물상보증인)인지 소외 3(제3취득자)인지 문제되었다.

대법원 판결의 요지
타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저당권을 설정한 부동산의 소유자인 물상보증인으로부터 저당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 제3취득자는 그 저당권이 실행되면 저당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잃는다는 점에서 물상보증인과 유사한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물상보증의 목적물인 저당부동산의 제3취득자가 그 채무를 변제하거나 저당권의 실행으로 인하여 저당부동산의 소유권을 잃은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물상보증인의 구상권에 관한 민법 제370조, 제341조의 규정을 유추 적용하여, 물상보증인으로부터 저당부동산을 양수한 제3취득자는 보증채무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채무자에 대한 구상권이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다8403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는,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하여 소유하고 있다가 근저당권의 실행으로 인하여 소유권을 잃은 소외 3이 채무자 소외 회사에 대한 구상권을 가진다고 할 것이고, 근저당권의 설정자인 소외 1이 채무자 소외 회사에 대하여 위 근저당권의 실행으로 인한 구상권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

판결의 의의
판례 1의 쟁점은 채무자가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이 제3자에게 이전되었을 때, 그 제3취득자가 물상보증인에 대하여 채권자를 대위할 수 있는 지이다. 이와 관련하여 민법은 변제자 대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제481조(변제자의 법정대위)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는 변제로 당연히 채권자를 대위한다.

제482조(변제자대위의 효과, 대위자간의 관계)
① 전2조의 규정에 의하여 채권자를 대위한 자는 자기의 권리에 의하여 구상할 수 있는 범위에서 채권 및 그 담보에 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② 전항의 권리행사는 다음 각호의 규정에 의하여야 한다.
1. 보증인은 미리 전세권이나 저당권의 등기에 그 대위를 부기하지 아니하면 전세물이나 저당물에 권리를 취득한 제삼자에 대하여 채권자를 대위하지 못한다.
2. 제삼취득자는 보증인에 대하여 채권자를 대위하지 못한다.
3. 제삼취득자 중의 1인은 각 부동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다른 제삼취득자에 대하여 채권자를 대위한다.
4. 자기의 재산을 타인의 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자가 수인인 경우에는 전호의 규정을 준용한다.
5. 자기의 재산을 타인의 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자와 보증인간에는 그 인원수에 비례하여 채권자를 대위한다. 그러나 자기의 재산을 타인의 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자가 수인인 때에는 보증인의 부담부분을 제외하고 그 잔액에 대하여 각 재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대위한다. 이 경우에 그 재산이 부동산인 때에는 제1호의 규정을 준용한다.

즉, 보증인과 제3취득자 간의 대위관계(1, 2호), 수인의 제3취득자 간의 대위관계(3호), 수인의 물상보증인 간의 대위관계(4호), 물상보증인과 보증인 간의 대위관계(5호)는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물상보증인과 제3취득자 간의 대위관계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하여 과거 대법원은 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을 취득한 제3취득자도 채무를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이므로, 변제를 한 때에는 물상보증인들과 각 담보재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채권자를 대위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74. 12. 10. 선고 741419 판결).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위 판례에서는저당권이 설정된 채무자의 부동산을 매도담보로 취득한 제3취득자가 저당채무를 변제한 경우 물상보증인들에 대하여 채권자를 대위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민법 제482조 제2항 제2호에 비추어 위 제3취득자가 보증인에 대하여는 채권자를 대위할 수 없지만, 물상보증인에 대하여는 채권자를 대위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즉, “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을 매매할 때 그 매수인이 동시에 그 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되는 채무로 인수한 경우에는 그 채무변제는 자기의 채무변제이므로 구상권이 발생할 여지 없고 따라서 대위문제가 있을 수 없으나 그 담보된 채무를 인수하였느냐의 여부는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하여 결정될 문제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담보된 채무를 인수한 것이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여 그것을 변제한 때에는 구상권이 발생하고 대위가 성립된다고 해석되며, …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의 제3취득자로서 그 저당채무를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고, 그 변제로 인하여 구상권이 발생하였음을 전제로 제3취득자인 원고가 취득한 부동산과 위 각 물상보증인들 소유부동산의 각 가액에 비례하여 대위를 인정하였음에 무슨 위법이 있을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위와 같은 기존 판례의 입장을 변경하여, 제3취득자는 물상보증인에 대하여 채권자를 대위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법 제482조가 물상보증인과 제3취득자 사이의 대위관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민법 제370조, 제341조에서 물상보증인이 채무를 변제하거나 담보권의 실행으로 소유권을 잃은 때에는 ‘보증채무’에 관한 규정에 따라 채무자에 대한 구상권을 가진다고 규정한 점이나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가 물상보증인과 보증인은 상호 인원수에 비례하여 채권자를 대위하게 되어 있을 뿐 이들 사이의 우열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물상보증인을 보증인보다 불리하게 취급할 이유가 없으므로, 위 제3취득자는 물상보증인에 대하여도 채권자를 대위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민법의 규정체계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타당해 보이며, 이에 반하는 과거의 판례를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이번 판례의 의의가 크다 하겠다.

판례 2의 경우, 과거의 판시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기는 하나, 물상보증인이 가지는 구상권의 한계를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타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자신의 부동산에 저당권을 설정한 자는 물상보증인 자신이지만, 저당 부동산이 제3자에게 이전된 경우 물상보증인이 부담하던 위험은 제3취득자에게 이전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채무를 변제할 정당한 이익을 갖는 자는 제3취득자가 된다고 할 것이므로, 변제로 인한 변제자 대위권이나 소유권 상실로 인하여 취득하는 구상권은 제3취득자가 취득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위와 같은 제3취득자의 구상권을 인정하는 명문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지만, 판례가 이를 명시적으로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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