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실형선고로 법정구속된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합의를 이유로 보석을 요청해 오는 경우 경험이 없으면 당황하게 된다. 1심 소송기록이 항소심으로 송부되어 도달되지 않았다면 1심 재판부에 청구해서 보석을 허가받을 수 있다.

보석이란 보증금납부를 조건으로 구속의 집행을 정지하고 구속피고인을 석방하는 제도이다. 보석청구는 피고인, 피고인의 변호인·법정대리인·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가족·동거인 또는 고용주가 할 수 있다(법 제94조). 법원은 형소법상의 불허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필요적으로 보석을 허가해야 함이 원칙이다. 하지만, 보석불허 범위가 너무 넓고(10년이 넘는 징역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때, 누범 또는 상습범일 때, 도망이나 죄증을 인멸할 염려와 피해자 등의 생명, 신체나 재산에 해를 가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등) 구속사유인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염려도 불허사유로 규정하고 있어 필요적 보석규정은 사문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법 제95조, 규칙 제55조의2). 2003년부터 2009년까지 ‘도망할 염려’의 사유로 보석이 불허된 비율은 평균 65.6%이었고 다른 사유와 함께 열거된 것을 합하면 무려 87.3%에 이른다. 한편, 필요적 보석의 제외사유에 해당하더라도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법원은 직권 또는 청구에 의하여 재량으로 보석을 허가할 수 있다. 임의적 보석은 피해자와의 합의나 합의금에 준하는 공탁, 수술과 같은 긴급한 사정 등이 있는 경우 허가될 수 있다. 최근 5년간 보석허가율은 40% 중반으로 2013년에도 44%(2747명/6802명)였다.

주의할 것은 ‘보석청구시기’인데 보석은 공소제기 후 재판확정 전까지 심급을 불문하고 청구할 수 있고 상소기간 중에도 가능하다(법 제105조). 상소기간 중 또는 상소 중에 하는 보석청구는 소송기록이 있는 원심법원에 해야 한다. 소송기록은 피고인이 상소한 때부터 2주 후에 상소법원으로 송부되고 그때부터는 상소법원에서 보석결정을 하게 되는데 상소법원 재판부가 배정되기 전까지 1~2개월은 기다려야 된다. 상소법원으로 기록이 도달되기 전에 원심법원에 신속히 보석청구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보석청구는 재판부에 보석허가청구서를 제출하면서 적합한 보석조건에 관한 의견을 밝히고 이에 관한 소명자료를 첨부한다(규칙 제53조의2 제1항). 재판장은 보석결정전에 검사의 의견을 물어야 하고 검사는 ‘지체없이’ 의견을 표명하여야 하는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견요청을 받은 다음 날까지 제출하여야 한다(법 제97조 제3항, 규칙 제54조 제1항). 2007년 형소법 개정 전에는 검사가 3일 내에 의견을 표명하지 아니하면 보석허가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였다. 대법원은 “검사의 의견청취절차는 보석에 관한 결정의 본질적인 부분이 아니어서 검사의 의견을 듣지 않은 절차상의 하자를 들어 보석결정을 취소할 수 없다”고 한다(97모88).

보석청구를 받은 법원은 지체없이 심문기일을 정하여 피고인을 심문하여야 한다. 당사자는 기일에 출석하여 유리한 자료를 내고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피고인에게 그 이익되는 사실을 진술할 기회를 준 때, 이미 제출한 자료만으로 보석을 허가하거나 불허가할 것이 명백한 때 등의 경우에는 피고인을 심문할 필요가 없다(규칙 제54조의2 제1항). 실무상 보석 관련 피고인심문을 별도로 하는 경우는 드물다.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석청구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보석여부의 결정을 하여야 한다(규칙 제55조). 법원은 보석허가시 출석 및 증거불인멸 서약서 제출, 보증금납입약정서 제출, 주거제한, 피해자 등에의 접근금지, 출석보증서 제출 등의 다양한 조건을 부가할 수 있다(법 제98조). 보석조건을 정할 때 범죄의 성질 및 죄상(罪狀), 증거의 증명력, 피고인의 전과·성격·환경 및 자산, 피해자에 대한 배상 등 범행 후의 정황에 관련된 사항을 고려하여야 한다. 다만, 법원은 피고인의 자력 또는 자산 정도로는 이행할 수 없는 조건을 정할 수는 없다(법 제99조). 그렇기때문에 보석청구인은 피고인의 자력 또는 자산 정도에 관한 서면인 재산관계진술서를 반드시 제출하여야 한다(규칙 제53조의2 제2항). 보석결정은 보증금을 납입한 후가 아니면 집행하지 못하므로(법 제100조) 보증금 또는 보증보험증권발급을 준비해야 한다. 보증금은 검찰청 공판과에 제출하고 해당 심급의 재판이 끝나면 환급받을 수 있다(법 제104조). 보석허가나 기각결정에 대하여는 검사와 피고인이 보통항고를 할 수 있다. 보석허가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권은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원칙 위반으로 위헌결정 된 후 폐지되었다(93헌가2).

피고인이 소환을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는 경우 보석이 취소될 수 있고 출석보증인에 대해서는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피고인이 정당한 이유없이 보석조건을 위반하는 경우 과태료나 감치처분에 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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