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5일 어린이날. 어린아이라면 누구나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에는 어린이날을 기념하여 매년 ‘아빠의 날’행사가 열린다. 저학년 때에는 잘 몰랐었는데 점점 고학년이 되면서 어린이날이 가장 싫은 날이 되었다.

나는 한 부모 가정의 자녀다. 조금은 남다른 환경 때문에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때가 많았다. 짓궂은 남자 아이들은 “넌 아빠 없지? 아빠의 날 행사에 누가 와?”하며 놀리곤 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처음으로 내가 남과 다르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던 것 같다. 약간은 위축되기도 하고, 원래 내성적인 탓도 있었지만 나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아이가 되었다. 이런 나를 데리고 엄마는 ‘아빠의 날’에 학교에 보내지 않고, 많은 곳을 여행하게 해 주셨다. 그동안 책을 통해서만 여행을 할 수 있었던 나는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여행을 통해 꿈을 키우게 되었다. 나의 꿈은 글로벌리더가 되어 한국을 넘어 세계시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한 부모 가정의 자녀’라는 상처는 세상의 편견을 뛰어 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하였다. 또, 한 부모 가정의 자녀라도 얼마든지 예의바르고 공부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점점 성적은 향상되고 수상실적이 늘면서 ‘계성초등학교 전교1등 졸업’이라는 멋진 선물과 함께 대원국제중학교에 당당히 입학했다. 중학교 생활이 시작된 후 내 이름 ‘김 서경’앞에는 ‘한 부모’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다. 주홍글씨처럼. 나는 정말로 나를 둘러싸고 있는 한 부모라는 캡슐을 부셔버리고 싶었다.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엄마의 잘못도 아니다. 우리가 조금 남과 다른 환경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다를 것이 없다. 다르다는 것은 차별을 받거나 무시당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나는 어린 시절 마음에 장애를 갖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저 조금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마음이 절름발이였던 것이다. 내가 내 스스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세상을 향해 당당해질 수 있었다. 생각이 사람을 바꾸는 것이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 특별한 것이라고. 더 불어 함께 사는 세상, 함께 행복한 세상은 다름을 인정하되 차별하지 않는 세상이다.

얼마 전 신문에서 ‘관심병사’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보호 관심병사 등급은 A, B, C 등 3개 등급으로 나누고, 2014년 6월 30일 현재 관심병사로 분류된 현역병은 모두 8만 800여명으로 전체 현역병사의 23%에 이를 정도다. “결손가정, 신체결함, 경제적 빈곤자를 무조건 B등급 관심사병으로 분류한다.”는 기사는 나를 무척 화나게 했다. 이것은 분명 인격모독이자 인권침해다. 성적장애자 등과 한 부모 가정 자녀를 같은 기준으로 분류한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군 생활 적응 여부와 상관없이 가족형태나 경제적 수준, 성적취향으로 구분해 낙인찍는 편의주의적 발상에 무척 화가 났다. 만약 내가 아들로 태어났다면 군대를 가서 한 부모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B급 관심사병이 되었을 것이다. 특히 분류기준의 ‘결손가정’표현은 부부중심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빠져 다른 형태의 가정을 비정상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보호 관심병사. 누구를 위한 관심일까? 도대체 무엇으로부터 병사들을 보호하겠다는 것일까?

관심병사가 되면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빛, 곱지 않은 시선만으로도 아주 괴로울 것이다. ‘문제병사’라는 낙인찍기로 왕따 등 극단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실제 관심병사로 분류된 후 적절하고 체계적인 관리가 안 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잘못된 관심과 보호가 초래한 무서운 결과가 총기난사 사건일 것이다.

‘정상가정’과 다른 형태의 가정 아이들은 학교나 군대, 사회에서 차별을 받는 것이 당연한 일일까?

진정한 인권보호는 가장 가까운 가족, 친구부터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해야 한다. 인권보호라는 것은 어렵거나 대대적인 것이 아니다. ‘역지사지’의 사고로 나와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고 차별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한 부모 가정의 자녀라는 다른 환경을 가졌지만, 덕분에 내게는 더 많은 시간을 엄마와 할머니랑 보낼 수 있었다. 엄격한 교육을 받으며 자라게 되었고, 어릴 때 겪은 가슴앓이로 마음이 단단해졌으며, 다름의 특별함을 받아들여 행복해졌다. 이것이 내가 남들과 다른 특별함으로 받은 소중한 선물이다.

내년 5월 24일에는 엄마께 감사의 꽃을 선물하고 싶다. 왜냐하면 그 날은 한 부모의 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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