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고 사는 인생은 살 가치가 없다.” 소크라테스의 말이다. 
 
과연 나는 얼마나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을 해왔는가 생각해 보았다.하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가 아닌 중학교는 초등학교와 다르니 초등학교 때처럼 공부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겨우 중학교에 입학한 내게 고등학교 입시 더 멀리 수능 이야기를 하시면서 수학은 어디까지 영어는 어디까지 진도를 미리 공부해야한다는 이야기들에만 열을 올리셨다. 더불어 사춘기 없이 무사히 중2를 견뎌야 원하는 대학에 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협박 아닌 협박도 함께 하셨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어른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사춘기라고 하면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라 모든 것에 불평불만이 가득 차 반항이나 일삼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춘기는 나 자신과 인생 그리고 세상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하기 시작하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어른들 말씀에 그대로 순종하기보다는 왜 그 일을 해야 하는 지 이유를 묻는 것이고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알고 싶은 것 뿐 인데 우리들의 질문이 사소한 반항쯤으로 치부되어 지는 것이 안타깝다. 

TV 뉴스나 신문기사에서 학생인권조례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다. 학생인권조례에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두발 길이의 제한을 둘 수 없고, 체벌을 할 수 없다. 또, 정규 교과 수업 시간 외에 이루어지는 수업을 의무적으로 하게 할 수 없고, 학생의 휴식권이 보장 되어야 한다. 그리고 학생은 부당한 간섭 없이 개인 물품을 선생님이 관리할 수 없다. 등이 들어 있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우리나라 전체에서 실시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조례들을 보며 당연히 우리가 누려야 하는 것들이 그동안 제한되어 있어서 이제는 법으로까지 정해주는 것인가 라는 생각도 했지만 이것이 지켜진다고 해서 학생 인권이 보장되어진다는 생각은 안 든다. 우리가 원하는 인권이란 단순히 머리모양을 자유롭게 하고 교복대신 사복을 입고 선생님의 체벌을 받지 않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생의 인권을 보장한다.’의 다른 의미는 ‘학생의 자유를 존중한다.’ 이다. 나는 지금 이 시기에 시험성적 나아가 대입으로 연결되는 공부 말고 경험을 통해 인생의 본질에 대해 알고 싶다. 하지만 번번이 시험이라는 굴레에 갇혀 다양한 경험커녕 가족과의 여행도 늘 시험이 끝난 후 혹은 방학 때로 떠밀려지곤 한다. 성적으로 줄을 세우지 않기 위해 절대평가제가 도입되고 성적으로만 학생을 뽑지 않겠다고 해서 입학사정관제도가 생겼으며 지역에 따라 자유학기제가 실시되는 등 학생들을 위한 여러 제도가 생겨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는 어떠한 형태로든 가중한 공부로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지식을 습득하는 기간으로만 학창시절을 치부해 버리는 것은 우리가 누려야하는  다양한 삶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오로지 공부 뿐 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대다수의 친구들은 모두 학원으로 직행을 해서 밤늦도록 공부를 강요받는다. 학원 선택권 역시 우리에게는 주어지지 않고 부모님의 의지대로 선택하고 우리는 공부만 할 뿐이다. 그런 우리는 공부하는 기계와 다를 바가 없다. 이렇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끌려와 하는 공부가 인권 폭력과 무엇이 다를까? 학생인권조례에 있는 조항 말고도 원하지 않는 공부를 무조건적으로 우리를 위해서라는 명목 하에 시키는 것이야 말로 없어져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단순히 공부가 싫어서 하는 투정이 아니다. 책임이 동반되지 않은 자유가 얼마나 위험한 것이지도 잘 알고 있다. 

다만 진정한 인권보장은 두발자율, 체벌금지, 학교폭력금지 등 법으로 막아서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인간으로 이해하는데서 출발한다고 생각된다. 지금 비록 공부를 해야 할 시기이지만 우리는 공부 말고 인생에 있어 소중한 경험들을 하고 싶다. 그 경험을 통하여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날개를 달고 싶다. 

인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빠지지 않고 나오시는 분이 바로 테레사 수녀이다.그분이 인권운동가로서 획기적인 법을 만들고 제도를 바꾸었기 때문일까? 테레사 수녀님이 하신 일은 죽어가는 사람을 위로하면서 세상을 편하게 떠나도록 도와주는 것이었다. 생활조건을 더 낫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인생을 치료해주고 살아가는 데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진정한 인간애를 보았으며 그것이 진정한 인권 보호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찬가지로 내가 꿈꾸고, 내가 누리고 싶은 진정한 인권은 우리가 보내는 청소년기를 공부만을 해야 하는 시기로 보지 말고 세상과 교류하며 인간으로서 삶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시기가 될 수 있도록 부모님도 사회도 인정하고 배려해 달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학창시절의 권력은 성적이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성적으로 사람의 가치를 매기는 것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일인가 그로인해 학생들이 자신이 정말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얼마나 많이 포기해왔는지 생각해 보았는가. 부모님들도 사회도 테레사 수녀님처럼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인권에 귀를 기울여주고 우리에게 용기를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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