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연수기에서 마이클 브라운 사건을 다루었는데, 기고 후 며칠이 지나서 마이클 브라운을 사살한 백인 경찰관에 대하여 대배심(grand jury)의 불기소 결정이 내려졌다. 우려했던 대로 인종차별을 항의하는 소요 사태가 다시 발생하였고, 이러한 시위는 퍼거슨시나 세인트루이스 카운티에 그치지 않고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뉴욕 등 미국 전역에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미국은 11월 27일 추수감사절, 다음 날 블랙프라이데이, 그리고 12월 1일 사이버먼데이로 이어지는 1년 중 가장 유명한(?) 쇼핑시즌을 맞이하였다. 마이클 브라운 사건의 여파로 이곳 세인트루이스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는데, 일부 현지 시민단체들은 ‘블랙’ 프라이데이가 아닌 ‘브라운’ 프라이데이를 외치면서 백인들이 운영하는 상점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하였다(필자는 추수감사절에 가족과 극장 나들이를 하려했으나 영화관이 폐쇄되는 바람에 교외 쇼핑몰에서 신발 하나 값으로 네 가족의 운동화를 장만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이번 연수기는 ‘세기의 소송’이라고 하는 애플과 삼성전자(이하 ‘삼성’) 간의 특허소송에 관한 미국 현지 소식을 전해드리고자 한다. 참고로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쇼핑시즌 기간에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가전제품 상위 10위 중 4개가 애플의 제품이었다고 한다.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가 저승에서도 흐뭇해 할 대목인데 아쉽게도 한국 제품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애플 특유의 정가 정책에 힘입은 일시적 반사효과로 보이며, 미국 가전시장에서 삼성 제품군의 전체적 비중과 매출 규모는 오히려 애플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전 세계를 무대로 진행되었던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소송에 관하여 이미 본지에 ‘특허전쟁 관전기(觀戰記)’라는 이름으로 2013년 4월 8일부터 6월 10일까지 다섯 차례 기고한 바 있다. 자세한 특허소송의 내용에 대해서는 종전 기고문을 참조하길 바라며, 여기서는 미국 내에서 애플과 삼성 간에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소송 경과를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은 2011년 4월 15일 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에 삼성의 갤럭시S 등 스마트폰과 갤럭시탭 제품이 애플의 특허, 디자인 특허, 트레이드 드레스,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되었고, 이에 삼성은 같은 달 27일 표준특허 등의 침해를 이유로 애플을 상대로 같은 법원에 반소를 제기하였다(이하 ‘1차 소송’). 이후 애플은 같은 법원에 2012년 2월 8일 다른 특허권 침해를 들어 삼성에 대하여 추가로 제소하였고, 같은 해 4월 18일 삼성 역시 애플이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하였다고 반소를 제기한 바 있다(이하 ‘2차 소송’).

1차 소송은 올해 3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삼성 제품 23종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삼성이 애플에 9억2900만달러(약 1조원)를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이 최종적으로 나오면서 일단락되었고 양측은 모두 항소했다. 이후 애플은 지난 7월 말 1심 판결에서 기각되었던 삼성 제품의 영구판매금지 청구 등에 대한 항소를 취하한 바 있다. 1차 소송은 애플의 완승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현재는 손해배상금 산정 부분 등에 관한 쟁점으로 남아 있는 상태이다. 지난 12월 4일 미국 워싱턴DC의 연방항소법원(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 이하 ‘CAFC’)에서 삼성과 애플간 1차 소송에 대한 첫 항소심 공판이 열렸는데, 이날 삼성 측은 1차 판결을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애플은 1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반론하면서 다시 세계 언론의 관심을 사고 있다.

한편 2차 소송은 올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배심원들이 평결한 손해배상액을 그대로 확정하는 판결이 나왔는데, 올해 5월 배심원단은 삼성 제품이 애플의 특허 3건을 침해했다며 삼성이 1억1960만달러(약 2180억원)를 배상하고, 애플 제품 역시 삼성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애플에 대해 15만8000달러(약1억8000만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한 바 있다. 삼성과 애플은 올해 8월에 미국 이외 9개국에서 진행되고 있었던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한 바 있으나, 이후 미국에서 선고된 2차 소송의 판결에 대해서는 양사 모두 항소하여 한치의 양보도 보이지 않고 있다. 2차 소송은 1차 소송에 비하여 삼성이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조만간 이에 대한 항소심이 1차 소송과 마찬가지로 연방항소법원(CAFC)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분쟁을 포함하여 최근 IT분야의 특허소송 범람이 기술혁신과 경제발전에 저해가 될 수 있다는 학계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고, 미국 의회에서는 특허권 남용 및 부당한 특허소송을 억제하기 위한 일련의 개혁 법안들이 꾸준히 발의되고 있다. 미국의 친특허권(pro-patent) 정책에 대한 변화 기조가 감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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