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4. 3. 20. 선고 2009다60336 전원합의체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 X는 2005. 9. 22. 소외 갑에게 금 19억 원을 변제기 1년, 이자 연 7.5%로 정하여 대여하고 같은 날 그 담보로 갑 명의의 이 사건 호텔에 채권최고액 24억 원, 채무자 갑으로 하는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였다. 그리고 그 후 충주시는 체납처분으로 2005. 9. 23. 이 사건 호텔에 압류등기를 경료하였고 소외 을은 2005. 10. 20. 청구금액 2500만 원으로 이 사건 호텔에 가압류등기를 경료하였다.

한편 피고 Y는 2004. 4.경 소외 갑으로부터 이 사건 호텔 신축공사를 수급받아 공사를 하였지만 공사잔대금 및 물품대금 도합 11억원을 받지 못하자 2006. 11. 18. 이 사건 호텔에 대한 점유를 이전 받고 유치권을 행사하였다.

그 후 이 사건 호텔의 근저당권인 원고는 대여금 채무를 변제받지 못하자 이 사건 호텔에 임의경매를 신청하였고 2006. 12. 22. 법원은 임의경매개시결정을 하였으며 그 기입등기가 같은 달 26일 경료되었다. 이에 원고는 피고의 유치권이 가장유치권에 불과하고 또한 피고의 점유는 이미 선행의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 및 가압류의 처분금지효에 위배되어 경매신청권자인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으므로 피고들이 주장하는 유치권의 부존재확인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경매개시결정등기가 기입되어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후에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부동산의 점유를 이전받아 유치권을 취득한 경우, 이러한 점유의 이전은 목적물의 교환가치를 감소시킬 우려가 있는 처분행위에 해당하여 압류의 처분금지효에 저촉되므로 점유자로서는 그 유치권을 내세워 그 부동산에 관한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고, 압류와 동일한 처분금지효를 가지는 가압류등기 또는 체납처분압류등기가 기입되어 그 효력이 발생한 후에 채권자가 유치권을 취득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전제한 다음, 그 판시와 같은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호텔에 관한 공사대금 등의 채권자인 피고들이 이 사건 호텔을 인도받아 점유하기 전에 이미 이 사건 호텔에 충주시의 체납처분압류등기와 다른 채권자들의 가압류등기가 마쳐져 있었으므로, 피고들은 유치권을 내세워 이 사건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호텔의 근저당권자인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유치권부존재확인청구를 전부 인용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다수의견

부동산에 관한 민사집행절차에서는 경매개시결정과 함께 압류를 명하므로 압류가 행하여짐과 동시에 매각절차인 경매절차가 개시되는 반면, 국세징수법에 의한 체납처분절차에서는 그와 달리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이하 ‘체납처분압류’라고 한다)와 동시에 매각절차인 공매절차가 개시되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체납처분압류가 반드시 공매절차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또한 체납처분절차와 민사집행절차는 서로 별개의 절차로서 공매절차와 경매절차가 별도로 진행되는 것이므로, 부동산에 관하여 체납처분압류가 되어 있다고 하여 경매절차에서 이를 그 부동산에 관하여 경매개시결정에 따른 압류가 행하여진 경우와 마찬가지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체납처분압류가 되어 있는 부동산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경매절차가 개시되어 경매개시결정등기가 되기 전에 부동산에 관하여 민사유치권을 취득한 유치권자가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볼 것은 아니다.

나.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민일영,

대법관 박보영의 반대의견

국세징수법에 의한 체납처분절차는 압류로써 개시되고, 체납처분에 의한 부동산 압류의 효력은 민사집행절차에서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로 인한 부동산 압류의 효력과 같으므로, 조세체납자 소유의 부동산에 체납처분압류등기가 마쳐져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후에 조세체납자가 제3자에게 그 부동산의 점유를 이전하여 유치권을 취득하게 하는 행위는 체납처분압류권자가 체납처분압류에 의하여 파악한 목적물의 교환가치를 감소시킬 우려가 있는 처분행위에 해당하여 체납처분압류의 처분금지효에 저촉되므로 유치권으로써 공매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

나아가 체납처분에 의한 부동산 압류 후 그 부동산에 관하여 개시된 경매절차에서 부동산이 매각되는 경우에 마치 공매절차에서 부동산이 매각된 것과 같이 매수인이 체납처분압류의 부담을 인수하지 아니하고 체납처분압류등기가 말소되는바, 선행하는 체납처분압류에 의하여 체납처분압류권자가 파악한 목적물의 교환가치는 그 후 개시된 경매절차에서도 실현되어야 하므로, 체납처분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후에 채무자로부터 점유를 이전받아 유치권을 취득한 사람은 유치권으로써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4. 평석

가. 사안의 쟁점

유치권은 법정담보물권으로 민사집행법 제91조 제5항에 따라 목적 부동산이 경매되더라도 매수인에게 인수된다. 그러나 압류 이후에 성립된 유치권의 경우 당해 경매절차에서 그 유치권으로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 그런데 이 사안에서는 체납처분압류 이후에 성립된 유치권이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느냐 즉, 체납처분압류 이후에 발생한 유치권의 효력이 쟁점이다. 이하에서는 우선 경매절차상 유치권과 저당권, 압류 및 가압류의 우열관계를 검토하고 대상판결의 사안인 유치권과 체납처분압류와의 우열관계에 대해 검토하기로 한다.

나. 경매절차상 저당권, 압류 및 가압류 후에 성립한 유치권의 효력

먼저 저당권과의 관계에서는, 민사집행법 제91조 제3항이 “지상권·지역권·전세권 및 등기된 임차권은 저당권·압류채권·가압류채권에 대항할 수 없는 경우에는 매각으로 소멸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같은 조 제5항은 “매수인은 유치권자에게 그 유치권으로 담보하는 채권을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유치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성립시기에 관계없이 경매절차에서의 매각으로 인하여 소멸하지 않고, 그 성립시기가 저당권 설정 후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다70763 판결)”고 하여 저당권 후 성립된 유치권이라도 경매절차에서 소멸하지 않고 대항력을 갖는다고 하였다.

다음으로 압류와의 관계에서는, “채무자 소유의 건물 등 부동산에 강제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가 경료되어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이후에 채무자가 위 부동산에 관한 공사대금 채권자에게 그 점유를 이전함으로써 그로 하여금 유치권을 취득하게 한 경우, 그와 같은 점유의 이전은 목적물의 교환가치를 감소시킬 우려가 있는 처분행위에 해당하여 민사집행법 제92조 제1항, 제83조 제4항에 따른 압류의 처분금지효에 저촉되므로 점유자로서는 위 유치권을 내세워 그 부동산에 관한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대법원 2005.08.19. 선고 2005다22688 판결)”고 하여 압류의 처분금지효 때문에 압류 이후의 유치권은 대항력을 갖지 못한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가압류와의 관계에서는, “부동산에 가압류등기가 경료되면 채무자가 당해 부동산에 관한 처분행위를 하더라도 이로써 가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게 되는데, 여기서 처분행위란 당해 부동산을 양도하거나 이에 대해 용익물권, 담보물권 등을 설정하는 행위를 말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점유의 이전과 같은 사실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와 달리 부동산에 가압류등기가 경료되어 있을 뿐 현실적인 매각절차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 하에서는 채무자의 점유이전으로 인하여 제3자가 유치권을 취득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처분행위로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1.11.24. 선고 2009다19246 판결)”고 하여 가압류 후 성립된 유치권이라도 경매절차에서 소멸하지 않고 대항력을 갖는다고 하였다.

다. 경매절차상 체납처분압류 후에 성립된 유치권의 효력

대상판결에서 체납처분압류 이후에 성립된 유치권의 효력을 부인한 다수견해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반대견해의 논지는, 체납처분압류가 경매개시결정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압류와 법적 효력이 동일하고 압류의 처분금지효에 의해 체납처분압류 이후 성립한 유치권의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가압류도 압류와 동일한 효력이 있으므로 가압류 후에 성립된 유치권도 가압류의 처분금지효에 의해 그 효력이 부정되어야 할 것이나 대법원은 가압류 후에 성립한 유치권의 효력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이는 결국 경매절차상 유치권은 인수됨이 원칙이지만 그로 인한 폐해가 발생하므로 그 폐해를 제거하는 한도 내에서만 그 효력을 부정하는 쪽으로 논리적, 합목적적 해석을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체납처분압류의 경우 압류와 법적 효력은 동일하다고 할지라도 경매절차상에 있어서는 압류는 개시결정등기가 등재됨과 동시에 경매가 개시되지만 체납처분은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등기만 되고 실제 공매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공매절차를 진행하더라도 후에 자산관리공사가 대행하게 되어 있어 체납처분압류만으로 공매절차가 진행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경매절차상 체납처분압류는 압류와 상당한 차이가 있고 대상판결의 사안처럼 체납처분압류가 된 이후 다른 채권자에 의한 경매개시결정이 이루어지 전에 유치권이 성립되어 있다면 그 유치권으로 인해 경매절차상 이해관계인들에게 어떤 폐해가 발생한다고 볼 수도 없어 대상판결의 다수견해처럼 체납처분압류 이후 성립한 유치권은 그 효력이 인정되어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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