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술에 취해 유신헌법 개정을 비판하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박모씨의 아들이 42년만에 무죄선고를 받아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김흥준 부장판사)는 지난 3일 계엄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던 고(故) 박씨에 대한 재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사건 기록에 따르면 박씨는 1972년 10월 30일 밤 10시경 경북 영주군 영주읍내 공원 앞에서 “헌법개정안(유신헌법)은 막걸리로 조지자. 헌법개정안은 독재다” 등의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구속 기소돼 다음 달 13일 경북지구 계엄 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같은 해 10월 17일 공포된 계엄포고령 제1호에서 ‘유언비어의 날조 및 유포를 금한다’, ‘이 포고를 위반한 자는 영장 없이 수색·구속한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박씨는 “술에 만취해 심신미약의 상태에서 한 행위”라며 항소했고, 육군고등군법회의는 이듬해 1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형을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영장도 없는 상태에서 구속돼 수사와 재판을 받고 수십일 만에 풀려났다.

이런 박씨의 억울함을 풀어주고자 아들은 올해 8월 재심을 청구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32년 만의 일이었다.

재판부는 “당시 수사관들이 영장 없이 불법체포해 감금죄를 범한 만큼 재심 사유가 인정된다”면서 “피고인에게 적용된 유언비어 날조·유포의 범죄사실은 당시 개헌이 추진되던 유신헌법에 대해 피고인 자신의 정치적인 견해를 다소 격한 언사로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 이런 견해의 표명을 군사적으로 제압하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박씨의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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