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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판결]계약교섭의 부당파기에 의한 손해배상책임
판례제공 이진우 변호사  |  법무법인(유)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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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1호] 승인 2014.12.01  10: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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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요지]
어느 일방이 교섭단계에서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하여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하였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을 거부하여 손해를 입혔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계약자유원칙의 한계를 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인정된 사실관계]
(1) 피고는 국방에 필요한 병기, 장비 및 물자에 관한 기술적인 조사, 연구 및 시험 등을 목적으로 국방과학연구소법에 의하여 설립된 특수법인이고, 원고는 피고와 중형 아음속 풍동장비 설계, 제작 및 설치공사계약을 체결한 OOO중공업 주식회사를 합병한 회사이다.

(2) OOO중공업은 경쟁입찰을 거쳐 피고가 발주한 중형 아음속 풍동장비 공사를 수주하여 1995. 12. 28.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이 사건 공사계약을 체결하였다.
① 계약금액 : 170억 5000만원 (1998. 5.경 175억 6300만원으로 증액)
② 납기일 : 1998. 12. 12. (1998. 12. 5. 수정계약으로 1998. 12. 28.로 변경)
③ 대금지급방법(계약특수조건 21조) : 물가변동 또는 환율변동 등으로 인한 금액의 증가에 따른 총 계약금액의 조정은 인정하지 않는다.
④ 계약특수조건 변경 및 수정(계약특수조건 25조) : 피고는 계약 후 필요한 경우 ○○○중공업과 합의하여 계약특수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

(3) 이 사건 공사계약 체결 후 공사가 진행되던 중, 1997. 11.경 이른바 IMF 외환위기로 인하여 환율이 이 사건 공사계약 당시 1달러 당 770원 가량에서 1800원 정도까지 인상됨에 따라 이 사건 공사에 필요한 수입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였다. 이에 OOO중공업은 이 사건 공사계약에서 정한 계약금액으로는 정상적인 공사의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그 무렵부터 피고 측에 계약금액의 증액을 요청하기 시작하여 1998. 8. 4.에 이르러 공인기관인 OOO연구소 등에서 산출한 결과 등을 토대로 피고에게 위 연구소가 작성한 계약금액조정보고서를 증빙서류로 첨부하여 66억여원의 계약금액증액신청을 하였다.

(4) 이에 대하여 피고는 가용예산 범위 내에서 계약금액 증액과 관련한 예산이 반영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니 계약기간 내에 이 사건 공사가 완료될 수 있도록 해 주기 바란다는 입장을 OOO중공업 측에 전달하면서 내부적으로 계약금액의 증액을 검토한 결과, 피고의 재무실에서는 일응 OOO중공업이 신청한 금액에서 20억여원을 삭감한 45억 8500여만원의 증액요인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5) 피고측 계약담당 부서인 재무실은 1998. 12. 1. 사업담당부서인 제3본부에 그와 같은 계약금액 조정검토결과를 통보하고, 예산확보부서인 연구계획부에 그에 따른 예산을 확보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고, 원고 측에 대하여도 위 결과를 통보하고 계약금액 증액을 위한 수정계약문안을 제시하는 등 수정계약을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하였으며, 이에 따라 원고의 담당 직원은 피고 재무책임원 및 원고 대표이사 공동명의로 된 수정계약서를 작성하고 원고 대표이사 직인을 날인하여 같은 달 21일 피고 재무실 내자과 계약담당에게 교부하였는바, 이 사건 수정계약서의 내용은 원계약 내용 중 계약특수조건에 “가. ‘을’(원고)가 ‘갑’(피고)에게 제출한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요청문서에 의거 ‘갑’은 추가예산이 확보되면 ‘을’의 청구에 의거 계약금액을 조정하고 조정된 금액을 ‘을’에게 지급한다. 나. ‘을’은 위 가호의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을 위한 세부내역서(단, 건설부분 제외) 및 관련증빙자료를 ‘갑’에게 제출하여 ‘갑’의 예산확보 결과에 따라 계약금액을 조정한다”는 내용으로 제29조를 추가하는 것이었다.

(6) 원고는 피고로부터 피고 재무실장 겸 재무책임원의 직인이 날인된 이 사건 수정계약서를 돌려받았다.

(7) 이같은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원고는 공사를 포기하거나 중단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피고의 적극적인 요구에 따라 공사를 계속하여, 1998. 12. 28. 예정대로 납품을 하여 1999. 2. 13. 기술검사합격판정을 받았다.

(8) 국방부와 기획예산처에서는 피고가 제출한 1999년도 예산안을 그대로 승인하였으나, 국회에서 각 예산항목에 대하여는 수정하지 아니하고 총액을 삭감하였다.

(9) 1999년에 이르러 피고의 소장과 책임자가 교체되면서 국회에서 승인된 예산 총액범위내에서 구체적인 사업별, 과제별 예산집행계획을 조정하면서 이 사건 증액금액을 지급하지 않기로 확정하였다.

[원고의 청구]
(1) 주위적 청구 : 이 사건 공사계약금액을 45억 8500만원 증액하는 수정계약이 체결되었으므로 이에 따라 위 증액된 공사대금을 지급하라.

(2) 예비적 청구 : 피고는 원고에게 공사기간 내에 이 사건 공사를 완료하면 공사대금을 증액하여 지급할 것이라는 신뢰를 주었고 이에 원고는 공사대금이 증액될 것을 확신하고 이 사건 공사를 공사기간 내에 마무리하였으므로, 피고가 원고의 이런 신뢰를 무시하고 단순히 예산 삭감을 이유로 이미 쌍방이 합의한 금 45억 8500만원의 지급을 거절한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원심(서울고등법원 2002. 5. 3. 선고 2001나14322 판결)의 판단]
(1) 주위적 청구(기각) : 수정계약이 체결된 것은 맞으나, 수정계약의 내용에 비추어 피고에게는 이 사건 증액대금을 지급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한 후에 원고와 공사대금의 증액을 위한 협의 내지는 조정에 응하여야 할 의무가 있을 뿐이므로 원고가 위 증액 공사대금의 지급을 바로 구할 수는 없다.

(2) 예비적 청구(일부 인용) : 불법행위 성립. 원고의 손해는 이행이익에 상당한 금액, 즉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수정계약을 체결할 당시 예정하고 있던 바에 따라 증액대금을 확정하기 위한 절차를 거쳤을 경우 결정될 것으로 합리적으로 추단되는 금액이다{피고의 예산승인율(삭감비율)을 적용하여 33억여원으로 산정}.

[대상판결(대법원 2004. 5. 28. 선고 2002다32301 판결)의 판단]

피고만이 상고하여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만 판단.

(1-1) 원·피고 사이의 계약교섭이 1년여라는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충실하게 이루어졌고, 피고가 계약교섭 개시단계에서부터 일관하여 원고의 공사비용 조정 요구를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을 뿐 아니라 원고에게 지급할 추가 공사비용의 범위에 관하여 자신의 의견을 원고에게 표명하고, 위 추가 공사비용 항목을 포함한 1999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한 점, 교섭기간 중 피고의 대표자는 원고의 대표이사와 만난 자리에서 추가 공사비용 지급을 위한 예산확보를 위하여 노력하겠다는 분명한 의사를 표시하면서 추가 공사비용의 지급을 전제로 잔여 공사 이행을 원고에게 요구하였다.

이에 따라 실무자들 사이의 협상을 거쳐 피고 내부적으로 45억 8500만원의 공사비용 증액이 타당하다는 결론까지 내리고 이를 원고에게 통고하였으며, 특히 그 계약의 유효한 성립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 사건 공사가 완성된 1998. 12. 28. 피고의 추가 예산이 확보되면 공사계약금액을 조정하여 이를 원고에게 지급한다는 취지의 이 사건 수정계약서에 피고의 재무책임원의 직인을 날인하여 이를 원고에게 교부까지 한 사정 등을 고려하면,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이른바 IMF 외환위기 이후 급격한 환율상승에 따른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하여 원고가 계약교섭 이후 잔여 공사의 완성 시점까지 최초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할 당시의 예상과 달리 추가로 지출할 수밖에 없게 된 공사비용을 지급할 것이라는 신뢰 내지 기대를 확실하게 부여하였다.

(1-2) 국회는 위 추가 공사비용 항목이 포함된 피고의 1999년도 예산안에 대하여 총액을 감액한 채 승인하기는 하였으나 위 추가 공사비용 항목 자체를 예산안에서 제외하거나 이를 특정하여 불승인한 것도 아니었으므로, 피고가 예산확보에 실패하였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피고가 국회의 예산승인 후 국방부로부터 승인된 예산 범위 내에서 사업별·과제별 예산을 조정하라는 지시에 따라 스스로 사업별·과제별 예산을 조정할 수 있게 된 때에 이미 추가예산을 확보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정당한 이유 없이 단지 구체적인 예산집행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등의 주장을 내세워 위 추가 공사비용을 확정하여 지급하기 위한 협상 내지 조정에 전혀 응하지 아니하였는바,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계약자유원칙의 한계를 넘은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2-1) 계약교섭의 부당한 중도파기가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경우, 상대방에게 배상책임을 지는 것은 계약체결을 신뢰한 상대방이 입게 된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이고, 한편 계약교섭 단계에서는 아직 계약이 성립된 것이 아니므로 당사자 중 일방이 계약의 이행행위를 준비하거나 이를 착수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할 것이므로 설령 이행에 착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자기의 위험 판단과 책임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만일 이행의 착수가 상대방의 적극적인 요구에 따른 것이고, 바로 위와 같은 이행에 들인 비용의 지급에 관하여 이미 계약교섭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중 일방이 계약의 성립을 기대하고 이행을 위하여 지출한 비용 상당의 손해가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에 해당한다.

(2-2)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손해는 바로 원고가 잔여 공사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지출하게 된 공사비용이라고 할 것이고, 그 수액은 적어도 계약교섭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피고가 내부적으로 공사비 증액 금액으로 인정하였던 45억 8500만원을 초과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의 의의]
대상판결은 선고된 지 다소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계약교섭의 부당파기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의 성립요건과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관한 리딩케이스로서 의미가 있다. 참고로 일본의 최고재판소는 건물공사의 발주자가 시공회사를 선정하지 않은 단계에서 하청업체에게 계약 체결의 신뢰를 부여하여 준비작업을 하도록 시켰다가 건축계획을 중지한 사안에서, “상고인(하청업체)이 본건 건물의 시공업자와 사이에 본건 건구(建具)의 납품 등의 하청계약을 확실하게 체결할 것으로 신뢰하여 상기 준비작업을 개시하였고, 피상고인(발주자)이 상기와 같은 예견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면, 신의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상고인의 상기 신뢰에는 법적보호가 부여되어야만 하고, 피상고인에게 상고인과의 관계에서 본건 건물의 시공업자를 선정해서 도급계약을 체결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까지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지라도, 상기 신뢰에 기한 행위로 상고인이 지출한 비용을 보전하는 등의 대상(代償)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피상고인의 장래의 수지(收支)에 불안정한 요인이 있다는 것을 이유로 본건 건물의 건축계획을 중지한 것은 상고인의 상기 신뢰를 부당히 훼손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상고인은 이로 인해 발생한 상고인의 손해에 관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最高裁第二小法廷 平成18年 9月 4日 平17(受)1016号判決}. 두 사안 모두 추가공사 또는 준비작업의 실시를 요구하였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일본 판례에서 ‘장래 수지(收支)의 불안정’을 이유로 한 계약파기가 부당하다고 본 점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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