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연금 인정 가능성 열려

대법원이 처음으로 ‘자식연금’을 인정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지난 6일 A씨(여)가 성동세무서를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삼성생명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는 A씨는 2010년 어머니로부터 부모가 살고 있는 서울 노원구의 아파트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그런데 2012년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며 세무서로부터 증여세 2166만여원을 부과받았다. 이에 A씨는 “아파트 매매를 조건으로 어머니에게 2002년부터 10년여간 매달 120만원씩 생활비를 보내왔고, 아파트 담보 빚 6200만원도 대신 갚는 등 대가를 지급했기 때문에 이는 ‘증여’가 아닌 ‘매매 계약’으로 볼 수 있다”며 조세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조세심판원은 “본 금액은 매매대금이 아니라 일상적인 부양금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담보 빚을 갚아준 점은 인정해 이 금액을 제외하고 증여세를 다시 계산하겠다”고 회신했다. 이에 세무서가 증여세를 922만여원으로 줄여 다시 부과하자 A씨가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대법원은 “원고가 지금까지 지급한 금액을 계산해 볼 때 이 사건 부동산을 어머니로부터 증여 즉, 무상 또는 현저하게 저렴하게 이전받았다기보다는, 오히려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매수한 것이거나 적어도 부담부증여로 취득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또 부모의 유일한 재산으로 보이는 본 부동산을 두 아들이 아닌 출가한 딸에게 무상으로 이전할 특별한 이유를 찾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러한 ‘자식연금’ 형태의 증여가 무조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 하나만으로 자식연금의 존재 자체를 인정했다고는 볼 수는 없다”면서 “‘자식연금’을 전제로 부동산을 넘겨줬는데 자녀가 연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았다면 법원이 이를 인정할지 판단할 수 있지만 이번 건은 그런 판단까지 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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