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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법조]국제화 시대의 사법외교
김진욱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  jwkimlaw@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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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호] 승인 2014.11.24  10:2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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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과 같은 국제화 시대에 사법 분야도 예외가 아니어서 각종 국제회의 참석이나 양자나 다자 교류 등을 통하여 점점 외국의 사법기관 관계자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교환할 일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지난 10월 말에 양승태 대법원장이 오스트리아, 핀란드, 크로아티아를 순방하여 각국의 대법원장뿐만 아니라 최고행정법원장이나 헌법재판소장들도 모두 면담하면서 적극적인 사법외교를 펼쳤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이렇게 우리 사법부의 고위인사가 외국 사법기관을 방문하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IT강국으로 알려진데다가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전산시스템의 수준이 세계적이고 전자소송제도가 이미 정착단계에 들어선 관계로, 외국 사법기관을 방문하면 이 부분에 대한 질문이나 지원 요청을 많이 받게 되는 것 같다.

반대로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 사법기관의 고위인사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지난 11월 초에는 파키스탄 대법원장 일행이 헌법재판소를 방문, 재판소장을 예방하고 재판관을 면담하며 청사를 견학하는 등 양자 교류를 가진 일이 있다.

파키스탄 대법원은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아재연합’)의 회원기관이기도 한데 최근 뉴스를 보니 파키스탄 대법원은 기독교나 힌두교 등 소수종교인들이 받고 있는 핍박이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된다면서 정부에 대해 소수종교인들을 보호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하는바,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작년 9월 페샤와르 지역에 있는 올세인트교회(All Saints Church)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로 127명의 기독교인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법 분야에서의 국제화의 흐름은 구체적인 사건의 결정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경우 특히 법령사건의 경우, 대부분의 사건에서는 외국 입법례 등을 조사하여 이를 반영하고 있는 바, 대법원이나 각급 법원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 설립된 헌법재판소 부설 헌법재판연구원이나 대법원 부설 사법정책연구원 역시 외국법 리서치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고 알고 있는 바, 독일이나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 프랑스, 스페인 등 주요 국가에서 학위를 받거나 유학한 분들이 연구진으로 포진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러한 외국법이나 제도에 대한 관심은 비단 외국 박사학위 소지자들만의 전유물은 아니고 우리 법조계에서는 재조나 재야를 막론하고 외국에서 석사과정이나 비지팅 과정으로 공부하신 분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외국법 리서치는 실무에서도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법률가들이 가장 많이 유학을 가는 미국의 경우는 그렇지 않은 바, 작년에 알게 된 비교법과 헌법을 전공하는 미국 대학의 한 중견 교수의 말에 의하면 미국연방대법원은 외국법에 대한 리서치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그 교수는 풀브라이트 장학금으로 이탈리아에서 공부도 하고 한국이나 일본, 대만의 사법제도, 그 중에서도 외국법 리서치 등에 큰 관심이 있는 학자였고, 작년에 한국과 일본, 대만 법원(헌법재판소 포함)의 외국법 연구에 관하여 심도 깊은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는데 최근에 그 논문이 미국 유명 로스쿨 발간 ‘로 저널’에 실리게 되었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해 온 일이 있다.

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만이나 일본, 한국의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외국에서 유학한 실무가들이나 박사 학위 소지자 등을 통하여 사건과 관계된 외국법 리서치를 활발하고 하고 있는 바, 그 중에서도 한국의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외국법 연구를 가장 활발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연방대법원이나 각급 법원도 이제 종전의 고립주의에서 벗어나서 외국법 리서치를 좀 더 활발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그 논문의 결론이었다.

하여간 그 미국 교수와 여러번 통화도 하고 질의응답하는 과정에서 헌법재판소가 작년 5월에 연구부 체제 개편이 있었고 그 구성이 어떻다는 것까지 알고 이를 전제를 하여 다음 질문을 하는 것을 보고 대단히 놀란 적이 있다.

또 어느 국제회의를 갔더니 폴란드에서 온 참석자가 헌법재판소의 수도이전 결정에 관한 상세한 질문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란 적도 있는 바, 하여간 우리나라의 재판이 다른 나라의 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외국 법조인들의 관점에서도 수긍이 가는 법 논리를 구성해야 할 것이라는 부담감도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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