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9호 의거 행한 행위 불법 아니다”

2013년 헌법재판소가 유신헌법에 따른 대통령 긴급조치 제1, 2, 9호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이를 뒤집는 판결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서모씨와 장모씨 및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당시에는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영장 없이 피의자를 체포·구금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공소를 제기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는, 유신헌법이 긴급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임이 선언되지 않았던 이상,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이 사건처럼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불법행위가 유죄 판결과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별도로 따져,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재심에서 무죄로 밝혀졌다면 복역 등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긴급조치가 당시 실정법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그것을 집행한 것 자체는 불법행위로 볼 수 없고, 다만 고문 등 가혹행위 사실이 인정돼야 국가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문제는 이번 판결이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은 물론, 대법원이 2010년 12월 16일 긴급조치에 대해 내린 위헌 결정을 사실상 뒤집었다는 데 있다.

당시 대법원은 “긴급조치 제1, 9호는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긴급조치 제1, 9호가 해제 내지 실효되기 이전부터 유신헌법에 위반되어 위헌”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한변협 노영희 수석대변인은 “대법원의 이같은 결정은 과거 대법원이 긴급조치 제1, 9호가 현행 헌법 및 당시 유신헌법에 비춰봐도 위헌이라고 판결한 것과 배치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판결은 공무원의 위법행위를 이유로 한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배상요건을 엄격히 해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민변 등 일부단체에서는 이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소부 판결을 통해 변경하는 것은 편법이라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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