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14. 8. 13. 선고 2014고단444 판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평석은 적절하지 않은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판결이 언론에서 크게 다루어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에 판결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 이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일부 언론과 평자들이 판결을 읽어보지도 않은 채 논란에 가세하여 사건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와 인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I. 공소사실 및 판결의 요지
1.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4. 03. 08. 03:15경 원주시 남원로 소재 건물 2층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의 문을 열다 거실에 서서 서랍장을 뒤지며 절취품을 물색하던 피해자 김OO을 발견하고는 “당신 누구야?”라고 말한 뒤, 피해자에게 다가가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수회 때려 넘어뜨리고, 피해자가 넘어진 상태에서도 계속하여 도망을 하려 하자 피해자가 팔로 감싸고 있던 뒤통수를 수회 차고, 뒤이어 위 주거지 거실 내에 놓인 위험한 물건인 빨래 건조대를 집어들고 피해자의 등 부분을 수회 때린 뒤, 피고인의 허리에 차고 있던 벨트를 풀어 피해자의 등 부분을 수회 때렸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피해자에게 치료기간을 알 수 없는 외상성경막하출혈 등의 상해를 가하였다.

2. 판결의 요지
법원은 공소사실의 대부분을 인정한 후, “피고인이 이와 같이 절도범인 피해자를 제압하기 위하여 피해자를 폭행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아무런 저항 없이 도망만 가려고 했던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장시간 심하게 때려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로 만든 행위는 절도범에 대한 방위행위로서의 한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방위행위는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것이므로, 자기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거나,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하여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피고인을 법정에서 구속하였다.

II. 정당방위의 성립요건과 과잉방위
1. 정당방위의 성립요건

형법 제21조 제1항에 의하면 정당방위의 성립요건은 1)객관적 요소로서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라는 정당방위상황이 존재하여야 하고, 2)주관적 요소로서 ‘방위하기 위한 행위’라는 방위의사가 있어야 하며, 3)규범적 요소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자신의 집에 절도범이 들어와 물건을 훔치려 하는 상황은 객관적으로 정당방위상황이 된다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때 피고인이 방위의사로 절도범을 공격했는지가 쟁점이 될 수도 있다. 피고인의 최초 행위동기는 방위의사에 의한 것이지만 그 후 계속된 가격행위는 방위의사를 넘어선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방위의사를 인정한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는 큰 문제가 없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방어행위에는 순수한 수비적 방어뿐만 아니라 적극적 반격을 포함하는 반격방어의 형태도 포함된다고 하고(대판 92도2540), 학설에서는 방위의사에 원한, 증오, 복수심 등이 수반되더라도 정당방위가 될 수 있다고 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규범적 요소인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가 문제되는데, 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행위는 ‘상당성’이 없어 정당방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2. ‘상당성’의 요건과 과잉방위 여부
정당방위의 규범적 요소인 ‘상당성’의 내용과 그 기준은 열린 개념이고, 그렇기 때문에 ‘규범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학설에서는 상당성의 구체적 내용으로 침해법익과 보호법익 사이의 ‘균형성’, 방위수단으로서의 ‘적합성’과 ‘필요성’ 등을 제시하고 있고, 판례는 상당성을 판단할 때 ‘사회적 통념’에 따를 것을 요구하고 있다(대판 84도242 등). 이번 사건의 경우도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것이어서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문제는 상당성의 요건이 구비되지 않았을 때 이를 과잉방위로 인정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두고 일부에서는 형법 제21조 제1항의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제2항의 과잉방위에 해당하고, 또한 이러한 과잉방위 행위가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 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것이므로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무죄를 선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례를 보면 과잉방위도 정당방위의 요건이 갖추어지는 것을 전제로 인정된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대법원은 “의붓아버지의 강간행위에 의하여 정조를 유린당한 후 계속적으로 성관계를 강요받아 온 피고인이 다른 피고인과 사전에 공모하여 범행을 준비하고 의붓아버지가 제대로 반항할 수 없는 상태에서 식칼로 심장을 찔러 살해한 행위는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결여하여 정당방위나 과잉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으며(대판 92도2540), 이혼소송중인 남편이 찾아와 가위로 폭행하고 변태적 성행위를 강요하는 데에 격분하여 처가 칼로 남편의 복부를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행위에 대해 “이러한 방위행위는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것이므로, 자기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거나,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하여(대판 2001도1089), 형법 제21조 제1항은 물론 제2항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례는 정당방위의 요건인 상당성이 결여되면 정당방위는 물론 과잉방위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과잉방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도 최소한의 상당성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형법 제21조 제1항과 제2항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해석의 문제가 발생한다. 즉 제21조 제2항은 과잉방위를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때’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이것이 같은 조 제1항에서 요구한 상당성이 없는 경우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상당한 이유’가 있는 방위행위가 정도를 초과한 경우를 말하는 것인지가 문제되는 것이다. 일반적인 이해로는 전자의 해석을 고려하겠지만, 대법원의 판례는 후자의 입장인 것으로 이해된다. 물론 대법원 판례에서도 상당성이 결여된 경우를 과잉방위로 표현한 사례가 있다. 야간에 흉포한 성격에 술까지 취한 오빠가 식칼을 들고 피고인을 포함한 가족들의 생명, 신체를 위협하는 행패와 폭행을 하고 어머니의 목을 졸라 어머니의 생명이 위험해진 상황에서 피고인이 이를 만류하기 위해 오빠에게 달려들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앞에서 감아쥐고 힘껏 조르면서 뒤로 밀자, 그가 뒤로 넘어지므로 피고인도 함께 앞으로 쓰러진 다음, 그의 몸 위에 타고 앉은 채로 정신없이 두 손으로 계속 그의 목을 누르다가 사망에 이르게 한 행위는 ‘정당방위의 요건인 상당성을 결여한 행위라고 보아야 할 것이나, …방위의사에서 비롯된 피고인의 위와 같이 연속된 전후행위는 하나로서 형법 제21조 제2항 소정의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나아가 제3항을 적용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이 그 예이다(대판 86도1862). 그러나 이 판례 이후의 대부분의 판례에서 대법원은 정당방위의 요건을 갖추지 않으면 과잉방위도 인정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가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견해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대상판결이 상당성이 결여된 이 사건 방위행위에 대해 기존의 판례에 따라 정당방위나 과잉방위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비난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다만 대상판결의 양형에서 1년 6개월이 선고된 것은 폭처법 제3조 위반(흉기등상해)죄의 법정 최저형인 3년에서 절반을 감형한 것인데, 이는 과잉방위를 인정하여 형을 감경하는 경우와 결과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검토의 대상이 된다. 즉 범죄사실의 인정에서 법리적으로 과잉방위를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양형에서 정상을 참작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우리의 형사법원은 대개 법리적으로 곤란한 문제는 양형에서 해결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필자의 개인적 견해로서는 정당방위의 요건이 갖추어질 때 과잉방위도 인정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입장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정당방위의 요건인 상당성이 없는 행위를 과잉방위로 인정한다면 형법 제21조 제1항이 무색해지고, 대부분의 정당방위 사건이 과잉방위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며, 과잉방위는 임의적 감면의 대상이기 때문에 결국 정당방위의 문제가 법원의 양형 재량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된다는 점 등을 고려하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성의 인정 여부 또한 규범적 판단, 즉 법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III. 적용법조와 양형의 문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상판결은 이 사건에 대해 폭처법 제3조(흉기등상해)위반의 죄를 적용하고 법정최저형의 절반인 1년 6개월의 형을 선고하였다. 대상판결이 폭처법을 적용한 것은 검사가 공소사실을 그와 같이 기재하였기 때문이고, 여기에서 폭처법을 적용하기 위해 피고인이 절도범을 구타할 때 사용한 빨래건조대가 ‘위험한 물건’으로 적시되었는데, 이것이 뜻하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어떤 국회의원이 빨래건조대를 국회에 들고 와서 ‘이것이 위험한 물건이냐’라고 법원관계자를 윽박지르는 등 한바탕 ‘쇼’를 하였고, 일반 국민은 한 손가락으로도 들 수 있는 빨래건조대를 위험한 ‘흉기’라고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하여 법원을 비난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국회의원은 검사 출신으로 이러한 판결을 이해하지 못할 상황이 아니다. 형법에서 말하는 ‘위험한 물건’ 또는 흉기는 원래 용도와 상관없이 위험하게 사용되면 위험한 물건이 되는 것이다. 판결문에서 빨래건조대를 위험한 물건이라고 표현한 것은 폭처법의 흉기등상해죄를 적용하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었는데, 이를 모를 리 없는 그 국회의원이 ‘방송분량’을 확보하기 위함인지는 몰라도 과장된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사회 전반에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다만 법원의 판결에서 아쉬운 것은 이 사건에서 피해자가 사실상 식물인간의 상태가 되었다면 형법 제258조 제2항을 적용하여 중상해죄를 인정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물론 검사가 폭처법위반의 죄로 공소를 제기하였고, 피해자의 상태가 유동적이므로 중상해죄를 적용하는 것이 여의치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중상해죄의 법정형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보통 검찰의 공소와 법원의 판단에서 법정형이 더 높은 특별형법의 범죄가 먼저 검토의 대상이 되는 관행을 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IV. 맺는 말
사족이겠지만, 언론에서는 이 사건을 ‘도둑 뇌사 사건’이라고 표현하였다. 뇌사와 식물인간은 엄연히 다른 것인데도 부정확한 표현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범죄와 형벌, 법원의 판결 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는 지극히 표면적이고 충동적이다. 자칭 법률전문가들은 오히려 이러한 상황을 부채질하고 있다.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사안을 볼 수 있도록 정확한 사실에 의한 분석과 평가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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