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된 사실관계]
(1) 광주신세계는 신세계가 광주광역시에서 백화점 등을 운영하기 위하여 설립한 자회사로서 신세계가 그 주식 전부를 보유하고 있었다. 신세계는 광주신세계를 사실상 신세계의 지점처럼 운영하였다.

(2) 광주신세계는 1997년 말에 발생한 외환위기 이후 금융비용 증가로 자금조달 및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신세계와 협의하여 이 사건 유상증자를 하였다. 그러나 신세계 역시 구조조정 등의 필요로 유상증자에 참여할 형편이 되지 아니하여 이사회에서 신주인수권을 전부 포기하기로 의결하였고, 그에 따라 광주신세계가 신주를 실권처리하여 신세계의 이사인 피고 1에게 제3자 배정함으로써 피고 1이 1998. 4. 23. 광주신세계의 주식 83.3%를 취득하게 되었다.

(3) 피고 1은 신세계의 지배주주인 소외인의 아들로서 신세계의 특수관계인이어서 구태여 광주신세계를 신세계로부터 분리하여 경영하거나 신세계와 경쟁할 이유가 없었고, 실제로 신세계는 피고 1의 이 사건 신주인수로 인하여 지배주주의 지위를 잃고 2대 주주가 되었음에도 광주신세계는 여전히 신세계와 동일한 기업집단에 소속되어 있었다.

(4) 광주신세계는 피고 1의 이 사건 신주인수 후에도 신세계와 동일한 상표를 사용하고 신세계에 판매물품의 구매대행을 위탁하였으며, 전과 동일하게 신세계의 경영지도를 받으면서 신세계와 협력하였고, 신세계도 이 사건 신주인수 전과 마찬가지로 상표 사용 및 경영지도에 대한 대가로 광주신세계로부터 매년 일정액의 경영수수료를 받았다.

[원고들(소수주주들)의 주장]
(1) 피고 1에게 경업금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신세계가 입은 손해의 배상을 구함.
(2) 피고 1은 이사로서의 충실의무를 위반하여 신세계의 사업기회를 유용하고 나머지 이사들은 그러한 유용을 가능하게 하여 신세계에게 손해를 입혔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함.
(3) 피고 1은 이사의 자기거래에 해당하는 신주 인수를 이사회 승인없이 하고 나머지 이사들은 그러한 신주 인수를 가능하게 하여 신세계에 손해를 입혔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함.
(4) 신세계 이사들은 광주신세계의 신주가 지배권의 이전을 수반하는 대규모의 물량임에도 이를 고려하지 아니한 채 현저히 저가로 발행된다는 사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신세계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인수하였어야 함에도 신세계 지배주주 일가의 후손인 피고 1에게 재산을 증식시켜 줄 목적으로 신주인수권 포기를 의결하여 신세계에 손해를 입혔음을 이유로 이사로서의 임무 해태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함.

[원심(서울고등법원 2011. 6. 16. 선고 2010나70751 판결)의 판단]
원고들의 위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사업기회 유용 주장에 대해서는,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신주 인수 당시 광주신세계가 ‘유망한 사업기회’였다고 보기 어렵고 IMF 외환위기 상황 하에서 긴축경영의 취지에 부합하게 신주 인수를 포기한 것이어서 사업기회를 ‘유용’한 것으로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함)

[대상판결(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1다57869 판결)의 판단]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1) 상법이 제397조 제1항으로 “이사는 이사회의 승인이 없으면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의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를 하거나 동종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회사의 무한책임사원이나 이사가 되지 못한다”고 규정한 취지는, 이사가 그 지위를 이용하여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회사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큰 경업을 금지하여 이사로 하여금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회사를 유효적절하게 운영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할 의무를 다하도록 하려는 데 있다.

따라서 이사는 경업 대상 회사의 이사, 대표이사가 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회사의 지배주주가 되어 그 회사의 의사결정과 업무집행에 관여할 수 있게 되는 경우에도 자신이 속한 회사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것으로 볼 것이다.

한편 어떤 회사가 이사가 속한 회사의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를 하고 있다면 그 당시 서로 영업지역을 달리하고 있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두 회사가 경업관계에 있지 아니하다고 볼 것은 아니지만, 두 회사의 지분소유 상황과 지배구조, 영업형태,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호나 상표의 사용 여부, 시장에서 두 회사가 경쟁자로 인식되는지 여부 등 거래 전반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경업 대상 여부가 문제되는 회사가 실질적으로 이사가 속한 회사의 지점 내지 영업부문으로 운영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관계에 있다면 두 회사 사이에는 서로 이익충돌의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이사가 위와 같은 다른 회사의 주식을 인수하여 지배주주가 되려는 경우에는 상법 제397조가 정하는 바와 같은 이사회의 승인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광주신세계는 피고 1의 이 사건 신주인수 후에도 그 전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신세계의 지점처럼 운영되었다고 할 것이고, 기록을 살펴보아도 피고 1이 광주신세계를 통하여 신세계와 이익충돌의 염려가 있는 거래를 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으므로, 피고 1이 이 사건 신주인수로 광주신세계의 지배주주가 되었더라도 그에 관하여 상법 제397조의 규정에 따라 신세계 이사회의 승인을 받았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

(2)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지므로, 법령과 정관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의무를 충실히 수행한 때에야 이사로서의 임무를 다한 것이 된다. 이사는 이익이 될 여지가 있는 사업기회가 있으면 이를 회사에 제공하여 회사로 하여금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회사의 승인 없이 이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러나 회사의 이사회가 그에 관하여 충분한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의사를 결정함으로써 그러한 사업기회를 포기하거나 어느 이사가 그것을 이용할 수 있도록 승인하였다면 그 의사결정과정에 현저한 불합리가 없는 한 그와 같이 결의한 이사들의 경영판단은 존중되어야 할 것이므로, 이 경우에는 어느 이사가 그러한 사업기회를 이용하게 되었더라도 그 이사나 이사회의 승인 결의에 참여한 이사들이 이사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또는 충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

(3) 구 상법 제398조가 이사와 회사 간의 거래에 대하여 이사회의 승인을 받도록 정한 것은 이사가 그 지위를 이용하여 회사와 직접 거래를 하거나 이사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회사와 제3자 간에 거래를 함으로써 이사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고 회사 또는 주주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위 규정이 적용되기 위하여는 이사 또는 제3자의 거래상대방이 이사가 직무수행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또는 충실의무를 부담하는 당해 회사이어야 한다.

한편 자회사가 모회사의 이사와 거래를 한 경우에는 설령 모회사가 자회사의 주식 전부를 소유하고 있더라도 모회사와 자회사는 상법상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회사이고, 그 거래로 인한 불이익이 있더라도 그것은 자회사에게 돌아갈 뿐 모회사는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데 지나지 아니하므로, 자회사의 거래를 곧바로 모회사의 거래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모회사의 이사와 자회사의 거래는 모회사와의 관계에서 구 상법 제398조가 규율하는 거래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모회사의 이사는 그 거래에 관하여 모회사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원심은, 피고 1이 이 사건 신주인수 당시 신세계의 이사였고, 광주신세계와 신세계는 독립된 별도의 법인이며, 이 사건 신주인수가 신세계 이사회의 실권 의결이 있은 후 피고 1과 광주신세계 사이에 이루어진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신주인수는 신세계와의 관계에서는 이사의 자기거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이는 신세계가 광주신세계의 주식 전부를 보유한 모회사였다고 하여 달리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4)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근거로, 이 사건 신주가 현저히 저가로 발행된 것으로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설령 이 사건 신주가 다소 저가로 발행되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이를 인수하지 아니하기로 한 피고들의 의사결정이 현저히 불합리하여 이사의 임무를 해태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이 사건의 의의]
이 사건은 2011년 개정 전의 상법이 적용된 사안으로서 이사의 경업금지의무, 자기거래금지의무, 회사의 사업기회 유용금지의무 등의 주요 쟁점에 관하여 의미있는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중에서 자기거래금지의무에 관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피고 1이 신세계가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광주신세계로부터 이 사건 신주를 인수한 행위는 피고 1이 신세계와 직접 거래한 것과 그 경제적 실질이 동일하여(즉, 간접거래에 해당하여) 신세계 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으나, 이러한 주장은 배척되었다. 대상판결은 그 주요한 근거로서 “… (이사의 자기거래금지) 규정이 적용되기 위하여는 이사 또는 제3자의 거래상대방이 이사가 직무수행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또는 충실의무를 부담하는 당해 회사이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로써 이사의 자기거래인지 여부가 문제되는 거래의 한쪽 당사자는 그 거래가 직접거래인지 간접거래인지를 불문하고 ‘당해 회사’이어야 하고 그 모회사나 자회사가 당사자일 경우에는 자기거래 여부가 문제되지 않는다는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2011년 개정 상법 제398조는 자기거래의 거래주체의 범위를 구 상법의 이사에서 이사, 주요주주 및 특수관계인으로 확대하였는데 여기의 주요주주 및 특수관계인에는 모회사, 자회사가 포함된다. 이는 주요주주 등의 압력 하에 회사에게 불리한 비정상적 거래를 하는 것을 저지하고 기업집단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당해 회사의 이익을 희생하였다는 식의 주장을 봉쇄하는 의미가 있다.

그런데, 만일에 자회사가 신주를 염가로 발행한 점 및 나아가 모회사 이사회의 신주인수권 포기 의결이 선관주의의무에 위반된다는 점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여전히 자기거래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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