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살인죄는 인정 안돼”

광주지방법원 형사11부(재판장 임정엽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세월호 선장 및 선원 사건에서(2014고합180) 선장 이준석에게 유기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36년을 선고했다. 또 기관장인 박기호에게는 살인죄, 유기치사죄 등을 인정해 징역 30년, 기타 선원들에게는 유기치사죄 등을 인정해 5년에서 20년까지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선체가 계속 기울면서 침몰하는 상황에서 승객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고 퇴선을 돕는 행위를 하지 않은 피고인들의 부작위는 유기행위로 인정된다”면서 “피고인들의 대피지시 등 구조행위가 있었다면 모든 피해자들의 사망 또는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되므로 인과관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논란이 됐던 선장의 살인죄 인정 여부에 대해서는, VHF 교신내용, 승객들에 대한 퇴선지시를 한 사실, 해경의 구조활동이 시작된 사실 등에 비추어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기관장 박기호의 경우 옆자리에 굴러 떨어져 부상을 당한 동료 승무원 2명을 그대로 둔 채 퇴선하고 해경에게도 알리지 않은 점이 인정돼 살인죄가 적용됐다.

한편 정부 역시 지난 11일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세월호 수색 종료를 확정했다.

 

광 주 지 방 법 원 제 1 1 형 사 부
판 결
사 건 2014고합180, 2014고합384(병합)
가. 살인
① 피고인 이준석에 대한 제1 예비적 죄명 :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일부 제2 예비적 죄명 및 일부 인정된 죄명 : 유기치사
② 피고인 강원식, 김영호, 박기호에 대한 일부 예비적 죄명 및 일부 인정된 죄명 : 유기치사
나. 살인미수
① 피고인 이준석에 대한 제1 예비적 죄명 :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일부 인정된 죄명 : 유기치상
② 피고인 강원식, 김영호, 박기호에 대한 일부 예비적 죄명 및 일부 인정된 죄명 : 유기치상
다. 업무상과실선박매몰
라. 수난구호법위반
마. 선원법위반
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① 일부 예비적 죄명 및 일부 인정된 죄명 : 유기치사, 유기치상
② 예비적 죄명 : 수난구호법위반
사. 유기치사
아. 유기치상
자. 해양환경관리법위반
피 고 인 1. 가.나.다.라.마.자. 이준석 (45-1106), 세월호 선장
주거 부산 동래구
등록기준지 경북 칠곡군
2. 가.나.다.라. 강원식 (72-1), 세월호 1등항해사
주거 목포시
등록기준지 전남 완도군
3. 가.나.라. 김영호 (67-1), 세월호 2등항해사
주거 제주시
등록기준지 제주 북제주군
4. 다.바.자. 박한결 (88-2), 세월호 3등항해사
주거 순천시
등록기준지 순천시
5. 다.바.자. 조준기 (58-1), 세월호 조타수
주거 부산
등록기준지 서울 중구
6. 라.사.아. 신정훈 (80-1), 세월호 1등항해사
주거 제주시
등록기준지 제주시
7. 라.사.아. 박경남 (54-1), 세월호 조타수
주거 전주시
등록기준지 전주시
8. 라.사.아. 오용석 (56-1), 세월호 조타수
주거 속초시
등록기준지 강원 양양군
9. 가.나.라. 박기호 (60-1), 세월호 기관장
주거 제주시
등록기준지 제주 북제주군
10. 라.사.아. 손지태 (56-1), 세월호 1등기관사
주거 부산 동래구
등록기준지 부산 중구
11. 라.사.아. 이수진 (88-2), 세월호 3등기관사
주거 광주 동구
등록기준지 전남 곡성군
12. 라.사.아. 전영준 (53-1), 세월호 조기장
주거 부산 영도구
등록기준지 경남 남해군
13. 라.사.아. 이영재 (58-1), 세월호 조기수
주거 울산 남구
등록기준지 서울 성북구
14. 라.사.아. 박성용 (55-1), 세월호 조기수
주거 동해시
등록기준지 삼척시
15. 라.사.아. 김규찬 (52-1), 세월호 조기수
주거 전남 진도군
등록기준지 대구 동구
16. 자. 주식회사 청해진해운 (110111-1654254)
소재지 제주시 임항로 111 (건입동)
대표이사 김한식
검 사 박재억(기소, 공판), 장성철, 김영오, 조영성, 김현우(공판)
변 호 인 변호사 이광재(피고인 이준석을 위한 국선)
변호사 임주영(피고인 강원식, 전영준, 김규찬을 위한 국선)
변호사 서청운(피고인 김영호, 신정훈을 위한 국선)
변호사 김자경(피고인 박한결을 위한 국선)
변호사 황준홍(피고인 조준기, 박경남, 오용석을 위한 국선)
변호사 김상헌(피고인 박기호를 위한 국선)
법무법인 신광 담당변호사 권경열, 변호사 김민지(피고인 손지태를 위하여)
변호사 주철수(피고인 이수진, 이영재, 박성용을 위한 국선)
판 결 선 고 2014. 11. 11.

주 문
피고인 이준석을 징역 36년에 처한다.
피고인 강원식을 징역 20년에 처한다.
피고인 김영호를 징역 15년에 처한다.
피고인 박한결, 조준기를 각 징역 10년에 처한다.
피고인 신정훈을 징역 7년에 처한다.
피고인 박경남, 오용석, 손지태, 이수진, 전영준, 이영재, 박성용, 김규찬을 각 징역 5년에 처한다.
피고인 박기호를 징역 30년에 처한다.
피고인 주식회사 청해진해운을 벌금 1,000만 원에 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유
범 죄 사 실
[2014고합180호]
1. 피고인들의 경력․지위 및 임무
가. 피고인 이준석
1983.경부터 선장 또는 1등항해사로 연안 여객선 등에 승선하여 일하였고, 2급 항해사 자격면허를 가지고 있다.
2006. 11. 1. 주식회사 청해진해운(이하 ‘청해진해운’이라고 한다)에 입사한 뒤 2013. 3.경 세월호가 인천~제주항로에 취항할 당시부터 선장으로 일하면서 자신이 정규직 선장으로 정년 퇴직한 이후에 세월호 선장을 맡을 예정인 신보식을 동승시켜 지도하다가 2013. 8.경 정년으로 퇴직한 다음부터는 신보식의 휴가기간에 세월호의 선장으로 근무하는 등 총 27년 9월의 승무경력이 있다.
세월호에 선장으로 승선하여 해원(海員)을 지휘·감독하고 여객들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송하기 위한 운항관리에 책임을 지는 사람으로서, 선원법의 규정에 의하여 출항 전에 선박이 항해에 견딜 수 있는지와 화물이 실려 있는 상태 및 항해에 적합한 장비, 인원, 식료품, 연료 등이 갖추어져 있는지를 검사하여야 하는 ‘출항 전의 검사의무’가 있다.
또한 항구를 출입할 때나 좁은 수로를 지나갈 때 또는 선박에 위험이 생길 우려가 있는 때에는 선박의 조종을 직접 지휘하여야 하는 ‘직접지휘의무’, 화물을 싣거나 여객이 타기 시작할 때부터 화물을 모두 부리거나 여객이 다 내릴 때까지 선박을 떠나서는 아니되는 ‘재선의무’ 등이 있다.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인명, 선박 및 화물을 구조하는데 필요한 조치를 다하고, 비상시에 조치하여야 할 해원의 임무를 정한 비상배치표를 선내의 보기 쉬운 곳에 걸어두고 선박에 있는 사람에게 소방훈련, 구명정훈련 등 비상시에 대비한 훈련을 실시하여야 한다.
또한, 해운법에 근거한 청해진해운의 운항관리규정에 의해 선박의 좌초․퇴선 및 인명구조 등 비상상황 발생시에는 선원의 승객구호의무를 지휘하여야 한다.
나. 피고인 강원식
1992.경부터 2012. 12.까지 1등항해사 등으로 원양어선 및 여객선에 승선하여 일하였고 1급 항해사 자격면허를 가지고 있다.
2012. 12. 15. 청해진해운에 입사한 뒤 2013. 3.경 무렵부터 2014. 4. 16.까지 1등항해사로 세월호에 승선하여 일하는 등 총 20년 5월의 승무경력이 있다.
세월호에 1등항해사로 승선하여 사망·질병 또는 부상 등 부득이한 사유로 선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선장의 직무를 대신하고, 평상시에는 선장의 지휘에 따라 여객과 화물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송하는데 필요한 항해 및 화물의 적재, 고박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또한, 위 운항관리규정에 의해, 비상시에는 현장을 지휘하며 우현 슈트를 투하하고 승객을 유도하는 등 승객이 우현 슈트 등을 통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다. 피고인 김영호
1990. 3.경부터 1992. 3.경까지 강원도 1함대, 인천 2함대, 진해에 있는 작전사령부에서 해군으로 복무하였고, 2012. 8.경부터 2013. 12.경까지 남해고속카페리7호에서 2등항해사로 일하였으며 3급 항해사 자격면허를 가지고 있다.
2014. 1. 1. 청해진해운에 입사한 뒤 2014. 1. 2.경부터 세월호의 2등항해사로 일하는 등 총 2년 4월의 승무경력이 있으며, 세월호에 2등항해사로 승선하여 선장의 지휘에 따라 운항관리, 각종 항해장비, 통신기 점검 등의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또한, 위 운항관리규정에 의해 비상시에는 대기반을 지휘하거나 좌현 슈트와 구명뗏목을 투하하며 승객을 유도하는 등 승객이 좌현 슈트 등을 통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라. 피고인 박한결
2012. 11. 11.부터 2013. 9. 1.까지 3등항해사로 시다오 국제여객선(SHIDAO, 총톤수 17,022톤)에 승선하여 일하였고 3급 항해사 자격면허를 가지고 있다.
2013. 12. 15. 청해진해운에 입사한 뒤 2013. 12. 16.부터 3등항해사로 세월호에 승선하여 일하는 등 총 2년 1월의 승무경력이 있다.
세월호에 3등항해사로 승선하여 평소 선장을 보좌하여 선원 교육훈련, 유관기관 합동점검 등 사항에 관하여 항해일지를 작성하는 등 세월호 운항에 관한 각종 문서를 작성하고, 출항 전 세월호의 화물적재 및 하역 시 힐링(배의 균형을 맞추는 것)을 맞추며, 안전점검보고서 작성 및 제출, 출항시간, 흘수 수치 등을 항해일지에 기재하고, 항해 시 항해당직사관으로서 조타실에서 여객과 화물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송하기 위한 운항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또한, 위 운항관리규정에 의해 비상시에는 승객구호를 지휘하는 선장을 보좌하고, 항해일지 등 운항관련 기록을 보존하며, 통신기기로 조난신고, 구호요청을 하는 등 승객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마. 피고인 조준기
1992.경부터 원양어선의 갑판원으로 일하다가, 2013. 11. 1. 청해진해운에 입사한 뒤 세월호의 조타수로 일하는 등 총 13년 10월의 승무경력이 있다.
세월호에 조타수로 승선하여 항해사의 지시에 따라 조타를 하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또한, 위 운항관리규정에 의해 비상시에는 우현 구명뗏목과 사다리를 투하하고 승객을 유도하는 등 승객이 구명뗏목 등을 통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바. 피고인 신정훈
2011. 3.경부터 여객선에 승선하여 3등항해사 등으로 일하다가 2014. 4. 15. 청해진해운에 입사한 뒤 세월호에 1등항해사로 승선하는 등 총 3년 7월의 승무경력이 있으며 3급 항해사 자격면허를 가지고 있다.
세월호에 1등항해사로 승선하여 2등항해사인 김영호가 휴가를 갈 경우 이를 보조하는 업무를 부여받아 위 김영호의 업무인 운항관리, 각종 항해장비, 통신기 점검 등을 보조하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한편, 위 운항관리규정에 의해 비상시에는 1등항해사로서 강원식을 보조하여 현장을 지휘하며 우현 슈트를 투하하고 승객을 유도하는 등 승객이 우현 슈트 등을 통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사. 피고인 박경남
1979.경부터 1982.경까지 갑판원으로 벌크선에 승선하여 일하였고, 2012.경 3등항해사로 유조선에 승선하여 일하였으며 4급 항해사 자격면허를 가지고 있다.
2013. 2. 1. 청해진해운에 입사한 뒤 세월호에 승선하여 일하는 등 총 5년 9월의 승무경력이 있고, 세월호에 조타수로 승선하여 항해사의 지시에 따라 조타를 하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또한, 위 운항관리규정에 의해 비상시에는 우현 구명뗏목을 투하하고 승객을 유도하는 등 승객이 구명뗏목 등을 통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아. 피고인 오용석
2002.경부터 2011.경까지 금강산관광 여객선 ‘현대설봉호’에 승선하여 조기수, 갑판원 등으로 일하다가, 2013. 7. 15. 청해진해운에 입사한 뒤 세월호의 조타수로 일하는 등 총 9년 11월의 승무경력이 있다.
세월호에 조타수로 승선하여 항해사의 지시에 따라 조타를 하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또한 위 운항관리규정에 의해 비상시에는 좌현 구명뗏목을 투하하고 승객을 유도하는 등 승객이 구명뗏목 등을 통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자. 피고인 박기호
1981.경부터 제7호삼부호에 승선하여 일하였고, 이후 각종 선박에서 기관사 및 기관장으로 일하다가 2001. 9. 3. 청해진해운에 입사한 뒤 2012. 11. 14.부터 세월호의 기관장으로 일하는 등 총 24년 11월의 승무경력이 있으며, 1급 기관사 자격면허를 가지고 있다.
세월호에 기관장으로 승선하여 기관부 선원을 지휘하며 선박의 엔진, 전기설비의 운전 및 보수관리를 총괄하면서, 출항 전에는 주기관의 점검, 유류 적재 등을, 항해 시에는 주기관, 전기설비 등 각종 설비의 운전 및 보수 업무를 총괄하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또한, 위 운항관리규정에 의해 비상시에는 기관사․조기수 등 기관부 선원이 승객구호의무를 이행하도록 지휘하여야 한다.
차. 피고인 손지태
1985.경부터 상선에서 기관사 및 기관장으로 일하여 오다가, 2013. 12. 15. 청해진해운에 입사한 뒤 세월호의 1등기관사로 일하는 등 총 21년 3월의 승무경력이 있으며, 1급 기관사 자격면허를 가지고 있다.
세월호에 1등기관사로 승선하여 선장 지휘 하에 기관장을 보좌하여 주기관 엔진운전·정비 및 기관 부속품 관리 등의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또한, 위 운항관리규정에 의해 비상시에는 주기관을 담당하고, 우현 슈트 및 구명뗏목을 투하하고 승객을 유도하는 등 승객이 구명뗏목 등을 통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카. 피고인 이수진
2013. 11. 20.부터 세월호에 3등기관사로 승선하여 일하는 등 총 1년 4월의 승무경력이 있으며, 3급 기관사 자격면허를 가지고 있다.
세월호에 3등기관사로 승선하여 선장의 지휘에 따라 기관장을 보좌하며 엔진 및 발전기 등 기관장비의 운항 상태를 점검하고 조작하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또한, 위 운항관리규정에 의해 비상시에는 기관실을 지휘하는 기관장의 지시를 받아 조기수들에게 지시를 하거나 함께 직무를 수행하면서 기관장을 보좌하여 승객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타. 피고인 전영준
1983.경부터 원양어선 및 화물선에서 조기수로 일하여 오다가, 2014. 4. 15. 청해진해운에 입사한 뒤 세월호의 조기장으로 일하는 등 총 23년 1월의 승무경력이 있으며, 6급 기관사 자격면허를 가지고 있다.
세월호에 조기장으로 승선하여 기관장이나 기관사의 지시를 받아 조기수를 지휘하면서 엔진 및 발전기 등 기관장비를 점검·정비하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또한, 위 운항관리규정에 의해 비상시에는 익수자를 구조하고, 우현 슈트 및 구명뗏목을 투하하고 승객을 유도하는 등 승객이 우현 슈트 등을 통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파. 피고인 이영재
1981.경부터 원양어선에 승선한 것을 시작으로 벌크선, 시멘트 운반선, 어선 등 각종 선박에서 조기수로 일하다가, 2012. 12. 1. 청해진해운에 입사한 뒤 세월호에 조기수로 승선하여 일하는 등 총 28년 8월의 승무경력이 있다.
세월호에 조기수로 승선하여 선장의 지휘에 따라 기관장, 기관사, 조기장의 지시를 받아 엔진 및 발전기 등 기관장비를 점검, 정비하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또한, 위 운항관리규정에 의해 비상시에는 좌현 슈트 및 구명뗏목을 투하하고 승객을 유도하는 등 승객이 좌현 슈트 등을 통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하. 피고인 박성용
1980.경부터 유조선에 승선한 것을 시작으로 시멘트 운반선, 화객선 등 각종 선박에서 조기수로 일하다가, 2014. 1. 1. 청해진해운에 입사한 뒤 세월호의 조기수로 승선하여 일하는 등 총 27년 7월의 승무경력이 있다.
세월호에 조기수로 승선하여 선장의 지휘에 따라 기관장, 기관사, 조기장의 지시를 받아 엔진 및 발전기 등 기관장비를 점검, 정비하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또한, 위 운항관리규정에 의해 비상시에는 우현 비상사다리를 투하하고 승객을 유도하는 등 승객이 우현 비상사다리 등을 통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거. 피고인 김규찬
1982.경부터 유조선, 자동차운반선, 여객선 등 각종 선박에서 조기수로 일하다가, 2013. 11. 15. 청해진해운에 입사한 뒤 세월호의 조기수로 승선하여 일하는 등 총 10년 4월의 승무경력이 있다.
세월호에 조기수로 승선하여 선장의 지휘에 따라 기관장, 기관사, 조기장의 지시를 받아 엔진 및 발전기 등 기관장비를 점검, 정비하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또한, 위 운항관리규정에 의해 비상시에는 좌현 비상사다리를 투하하고 승객을 유도하는 등 승객이 좌현 비상사다리 등을 통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2. 세월호의 도입 및 증․개축
청해진해운이 인천~제주 항로에 ‘오하마나’호(6,322톤, 1989년 건조)를 투입하여 운송업을 영위하던 중 청해진해운의 대표이사인 김한식은 위 항로를 복선으로 운항함으로써 다른 선사의 항로진입을 방어하고, 위 오하마나호의 선령이 다하는 시점에 이를 대체하기 위하여 2010.경 추가로 카페리여객선을 위 항로에 투입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2011. 3.경 일본국 연안에서 운항되던 ‘나미노우에호’에 대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2012. 10. 8. 일화 8억엔(한화 115억 원 상당)에 수입하여 2012. 10. 22. 인천지방해양항만청에 선박의 명칭을 ‘세월호’, 선적항을 인천광역시로 하여 신규(수입)등록하였다.
그 후, 위 김한식은 세월호의 여객실 및 화물적재 공간을 늘임과 동시에 전시실을 만들 목적으로 청해진해운의 이사인 안기현 등의 감독하에 세월호의 수리 및 증축공사를 시행하도록 하여 2012. 10.경부터 2013. 2.경까지 전남 영암군에 있는 주식회사 CC조선에서 세월호 B데크의 선미 부분을 철거하고, A데크의 선미 2.8m, 갑판 5.6m, 천정 1.6m를 연장하여 생긴 공간을 두 개 층으로 만들어 하층은 여객실로, 상층은 전시실 등으로 개조하고, 선수 우현의 카램프(차량 진입문) 40톤 상당을 철거하는 등의 수리 및 증축공사를 하였다.
그 후 완성복원성계산 결과, 세월호의 총톤수는 239톤 증가, 경하중량은 187톤 증가, 재화중량은 187톤 감소, 승선인원이 116명 증가하면서 무게중심이 51㎝ 올라가는 것으로 계산되었기 때문에 세월호가 무게중심을 낮추어 복원성을 유지하면서 안전항해를 하기 위해서는 기존보다 적재 가능 화물을 1,448톤 감소시키고, 대신 평형수를 1,324톤 증가시킬 수밖에 없게 되어 결국 총 1,077톤의 화물만을 적재할 수 있는 것으로 한국선급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그리고 카램프 철거시 선수 우현에 30톤 상당(철거 40톤, 밀폐 10톤)의 중량을 추가하거나 좌현에 30톤 상당의 중량을 감축하지 않아 좌, 우 불균형이 심화됨으로써 복원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해진해운은 위와 같이 증․개축 공사를 마친 다음 2013. 3. 14. 인천지방해양항만청으로부터 해상여객운송사업 계획 변경 인가를 받아 인천~제주 항로에 세월호를 운항하면서 최대 화물적재량을 초과한 화물을 적재하여 초과 운임을 취득하여 왔다.
3. 세월호의 교육훈련 미준수 및 사고 전력
여객선 운영 등 해운업 운영자는 선박의 안전운항을 위하여 선박안전법에서 정한 선박 및 선박시설의 기준을 준수하고, 안전항해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해운법에 따라 여객선 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운항관리규정을 작성하여야 하고, 운항관리자로부터 안전운항에 관한 지도․감독을 받아야 하는 등 무엇보다 승객의 안전을 가장 중요시 하여야 한다.
따라서 해운법에 근거한 청해진해운의 운항관리규정에 의하여 안전관리담당자는 선박관련 종사자에 대한 교육계획을 수립・시행하여 분기 1회 이상 교육을 실시하여야 하고, 선장은 선사 안전관리담당자의 교육계획을 토대로 선박직원의 교육계획을 수립・시행하여 비상시에 대비한 선내비상훈련을 매 10일마다 실시하여야 하며, ‘해상인명 안전훈련 및 대응훈련’은 매 10일, ‘해양사고대응훈련’ 중 선체손상 대처훈련, 인명사고시 행동요령은 매 6개월, 비상조타훈련은 매 3개월, ‘기름유출 대처 훈련’은 매월 실시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해진해운은 평소 세월호 선원에 대한 안전교육 및 해양사고 훈련을 규정대로 실시하지 않았고, 2014년의 경우에도 2월경 ‘해상인명 안전훈련 및 대응훈련’의 하나인 소화훈련만 1회 실시하였다.
한편, 세월호는 2013. 11. 28. 18:30경 인천에 있는 연안부두에서 여객 117명, 차량 150대, 화물 776톤을 적재한 뒤 출항하여 제주도를 향해 운항하던 중, 다음 날인 29. 08:20경 제주 화도 부근 해상에서 파도의 영향을 받아 좌현으로 기울면서 D데크에 선적된 벽돌 및 주류, 산적화물 등이 한쪽으로 쏠려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는데 당시 피고인 강원식이 1등 항해사로 승선하고 있었다.
또한, 세월호는 2014. 1. 20. 18:30경 제주 소재 연안부두에서 인천을 향하여 출항하려고 하였으나, 최대풍속 18~21m/s 상황에서 예인선을 사용하여도 풍압으로 인하여 부두에서 이안이 되지 않아 출항을 하지 못하였다. 이후 해경의 운항통제 통보로 승객 106명을 하선조치하였으나, 화물차 기사들의 거센 항의로 해양경찰과 협의 끝에 22:30경 출항허가를 받고, 23:00경 풍속이 15~18m/s로 완화되자 약 30분간 예인선을 사용한 뒤 23:30경 출항하였는데, 당시 피고인 이준석이 선장으로, 피고인 강원식이 1등항해사로 승선하고 있었다.
4. 화물과적과 고박불량
세월호는 2014. 4. 15. 18:30경 출항할 예정이었으나, 같은 날 17:35경 안개로 인한 시정주의보가 발효되어 출항이 지연되다가 같은 날 20:35경 시정주의보가 해제되어 같은 날 21:00경 출항하게 되었다. 세월호는 2014. 4. 15. 21:00경 인천에 있는 연안부두에서 세월호 선수 갑판에 컨테이너 45개를 일반 로프로 묶어 적재하는 등 다수의 화물을 적재하고, 수학여행을 가는 학생 등 총 476명이 승선한 뒤 제주도를 향하여 출항하였다.
청해진해운이 선박안전법 제28조에 의하여 해양수산부장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복원성자료에 의하면 총톤수가 6,825톤인 세월호가 최대한 적재를 할 수 있는 재화중량 톤수는 3,794톤이고, 복원성을 유지하면서 적재할 수 있는 화물의 최대치는 1,077톤이었으므로, 세월호가 만재흘수 6.264m를 유지하면서 최대 1,077톤의 화물을 적재하기 위해서는 평형수 1,694.8톤, 연료유 560.9톤, 청수 290.9톤을 적재하고 출항하여야 한다.
따라서, 당시 1등항해사로서 화물의 적재 업무를 담당하는 피고인 강원식은 청해진해운과 세월호의 화물적재, 고박 업무를 처리하는 계약을 체결한 주식회사 우련통운(이하 ‘우련통운’이라고 한다)의 현장 감독자를 통하거나 직접 현장 인부에게 화물의 적재 여부, 적재 위치와 방법 등을 적절히 지시, 점검하여 과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선장인 피고인 이준석은 화물이 과적되지 않는지 등을 점검하여 세월호의 안전운항에 지장이 있다고 판단되면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는 인천에서 제주까지 1항차당 유류대금 등 비용만 약 6,000만 원이 소요되므로 적자를 면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화물을 많이 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피고인 강원식은 2014. 4. 15. 세월호에 위와 같은 기준보다 평형수 933.6톤, 연료유 410.3톤, 청수 31.9톤 등 모두 1,375.8톤을 대폭 감축하여 평형수 761.2톤, 연료유 150.6톤, 청수 259톤만을 적재하는 방법으로 감축한 평형수 등의 무게만큼 화물을 더 적재할 수 있도록 하여 과적을 묵인하고, 피고인 이준석은 과적 여부에 대한 점검을 하지 않아 화물이 과적되도록 하였다.
그 결과, 세월호는 출항 전까지 C데크(2층) 선수 갑판에 컨테이너 45개와 일반 화물 등, Tween데크(2.5층) 선미 화물칸에 승용차 30대 등, C데크(2층) 화물칸에 승용차 70대, 화물차 28대, 중장비 1대 등, D데크(1층) 화물칸에 승용차 24대, 화물차 29대, 중장비 3대, 컨테이너 7개, 일반 화물 등, E데크(지하) 화물칸에 컨테이너 53개와 일반 화물 등 모두 2,142톤 상당의 화물을 적재하여, 복원성자료에 기재된 적재 가능한 화물 최대치 1,077톤을 1,065톤 초과한 화물을 적재하였다.
한편, 화물은 선박안전법 제39조에 의하여 운항관리규정 첨부 차량적재도 및 화물고박장치도에 정해진 방법으로 적재하고, 항해시 화물이 흔들리지 않도록 고박을 하여야 한다.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에 첨부된 차량적재도 및 화물고박장치도에 의하면, ① 컨테이너의 적재방법은 수직적재 시 1단의 경우 바닥에 설치된 돌기(콘)에 컨테이너 아랫부분의 홈을 끼워 잠금장치를 하고, 앞․뒷면에는 X자로 라싱바를 설치한 후 버클을 이용하여 바닥에 고정하며, 2단의 경우 1단 컨테이너 상단에 돌기(콘)를 설치하여 끼운 뒤 1단의 경우와 동일한 방법으로 고정하고, 수평적재 시 컨테이너 2개 상단의 양쪽을 커넥팅 피트로 연결하여 고정하는 것이고, ② 차량의 적재방법은 승용차의 경우 승용차 앞, 뒤 고리에 X자로 라싱밴드(나일론) 4가닥을 연결하고, 고정 화물차의 경우 화물차 앞, 뒤 고리에 X자로 라싱기어(쇠사슬) 4가닥을 연결하며, 고정 중장비의 경우 중장비 둘레에 라싱기어 10가닥을 연결하여 고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화물의 고박 업무를 담당하는 피고인 강원식은 우련통운의 현장 감독자를 통하거나 직접 현장 인부들에게 화물의 고박 방식을 적절히 지시하여 적재된 화물들이 항해 중 움직이지 않게 규정대로 고박하도록 한 뒤, 화물의 적재 및 고박상태에 대하여 피고인 이준석에게 보고하여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피고인 이준석은 화물의 고박이 규정대로 되었는지 점검하여 안전운항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되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고, 출항 전에 ‘출항 전 안전점검 보고서’를 작성한 뒤 이를 운항관리자에게 제출하여 확인을 받은 후 출항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강원식은, 청해진해운 물류담당 김정수 등이 현장 인부들에게 ‘화물을 무조건 많이 적재하고, 컨테이너는 2단 컨테이너 상단을 로프로 둘러 묶는 방법으로만 고박하라’는 취지로 지시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묵인하였다.
이에 따라 현장 인부들은, 2014. 4. 15. 화물을 고박할 때 바닥에 컨테이너를 고정할 수 있는 잠금장치(콘)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컨테이너를 적재하도록 승인되지 아니한 D데크(1층) 화물칸과 E데크(지하) 화물칸에도 위와 같이 컨테이너를 적재한 후 바닥에 고정하지
않은 채 상단을 일반 로프로 둘러 묶는 방법으로 고박하고, 선수 갑판에 설치된 컨테이너용 잠금장치의 규격과 맞지 않는 컨테이너를 2단으로 적재한 뒤 상단을 일반 로프로 둘러 묶는 방법으로 고박하는 등 규정에 위반하여 화물을 고박하였다.
그 후 피고인 이준석은 위와 같이 부실하게 고박된 화물에 대하여 점검하지 않은 채 3등항해사인 피고인 박한결에게 위 ‘출항 전 안전점검 보고서’의 작성을 모두 위임하였고, 피고인 박한결은 화물적재상태 등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지 않은 채 위 안전점검 보고서 양식 밑에 먹지를 대고 현원란, 여객란, 일반화물란, 자동차란을 제외한 선체상태, 기관상태, 통신상태, 화물적재상태, 선박흘수상태, 객실 청소 정비, 연료적재상태 등을 모두 ‘양호’에 표시하고, 피고인 이준석의 서명을 기재한 다음 위 안전점검 보고서 2부를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부 운항관리실 소속 운항관리자인 전정윤에게 제출하고, 전정윤은 세월호의 화물적재상태 등에 대하여 확인하지도 않은 채 그 중 1부에 자신의 서명을 한 뒤 피고인 박한결에게 돌려주었다.
이후 세월호가 출항하자 피고인 박한결은 2등항해사인 피고인 김영호가 알려주는 대로 현원란에 ‘474명’, 여객란에 ‘450명’, 일반화물란에 ‘657M/T’, 컨테이너란에 ‘없음’, 자동차란에 ‘150대’를 기재하고, 위 전정윤에게도 무전기로 알려주어 동일 내용이 기재되게 하였으며, 피고인 이준석은 위와 같이 작성된 안전점검 보고서의 기재 사항을 확인하지 않았다.
위와 같이 피고인 이준석과 피고인 강원식은 세월호에 화물을 과적하고 고박을 규정대로 하지 않는 등 세월호의 안전운항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음으로써, 세월호는 복원성이 현저히 악화된 채 출항하게 되었다.
5. 운항과실과 전복
피고인 박한결은 사고 당일 07:30경부터 당직항해사로 근무하였는바, 평소 세월호의 원래 선장인 신보식으로부터 세월호의 복원성이 매우 약하므로 변침은 5도 이하로 나누어 하여야 한다는 교육을 받아 세월호의 복원성이 취약한 사실을 알고 있었고, 선장인 피고인 이준석이 조타실에 없는 상태에서 맹골수도에 진입하기 약 2~3마일 전에 자동조타에서 수동조타로 바꾸었던 상황이었으므로, 세월호의 현재 침로를 레이더와 육안 등으로 정확하게 확인하며 안전하고 정확하게 조타가 되도록 조타수를 지휘․감독하여야 하였다.
또한, 사고 당일 07:30경부터 당직조타수로 근무한 피고인 조준기는 세월호의 복원성이 취약한 점과 화물적재상태나 고박상태를 잘 알고 있었고, 평소 우현으로 조타를 할 경우 좌현으로의 경사가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으므로, 조타를 더욱 조심하여 소각도로 천천히 정확하게 함으로써 선박이 안전하게 항해하도록 하여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박한결은 세월호가 같은 날 08:48경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방 1.8해리 해상에 이르자 침로 약 140도, 엔진 최대 출력을 유지한 채 145도 방향의 우현 변침을 시도하면서 주변 수역의 조류 특성 및 변화에 주의하여 피고인 조준기가 조타기를 위와 같이 안전하게 조작하는지 여부를 잘 살피고, 선수방향이 지나치게 빨리 회전하는 경우 곧바로 정확한 정침명령을 지시하여 대각도로 조타기를 조작하지 않도록 지휘하였어야 함에도, 피고인 조준기가 어느 방향으로 몇 도 타각을 사용하는지, 세월호가 선수 방향대로 진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전방견시를 하지 않아 이를 곧바로 시정하지 못하고, 피고인 조준기는 피고인 박한결의 지시에 따라 우현 변침을 시도하던 중 원하는 대로의 변침이 이루어지지 않자 당황하여 임의로 조타기를 우현 측으로 대각도로 돌리는 잘못을 저지르는 바람에 선수가 급속도로 우회두하면서 외방경사의 영향으로 선체가 좌현 측으로 급속히 기울어졌다.
그 과정에서 전항 기재와 같이 과적된 상태로 부실하게 고박된 화물이 좌현 쪽으로 급격하게 쏠리면서 그 영향으로 세월호는 좌현 측으로 더욱 기울게 됨으로써 복원력이 상실되어 결국 좌현으로 약 30도 전도되었고, 2014. 4. 16. 08:49:13경 위도 34.162247, 경도 125.96492 지점 해상에 있다가 엔진정지 및 조류의 영향 등으로 선박 우측방향으로 타원형을 그리면서 08:52:01경 위도 34.160717, 경도 125.96008 지점 해상으로 이동하였다.
한편, 세월호는 09:34:03경 52.2도로 기울어진 것을 비롯하여 09:35:02경 52.9도, 09:36:17경 54.1도, 09:38:44경 54.4도, 09:39:10경 54.9도, 09:40:52경 55.3도, 09:41:26경 55.4도, 09:43:27경 56.2도, 09:44:38경 56.7도, 09:45:03경 57.3도, 09:46:38경 61.2도, 09:47:37경 62도, 09:49:44경 62.8도, 09:50:22경 62.6도, 09:51:46경 63.3도, 09:54:35경 64.4도, 10:07:41경 68.9도, 10:09:03경 73.8도, 10:10:43경 77.9도로 기울어지다가 10:17:06경 108.1도로 전복되었다.
6. 구조요청과 퇴선
위와 같이 세월호가 좌현으로 전도되어 08:52경 위도 34.160717, 경도 125.96008 지점 해상에 멈추자 각자의 선실에 있던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 김영호, 신정훈, 박경남, 오용석은 사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하여 조타실에 모였다. 피고인 강원식은 세월호가 증․개축 공사 및 과적으로 인해 복원성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배가 좌현으로 많이 기울고, 배의 균형을 잡는 힐링펌프가 작동이 되지 않자 배가 곧 침몰할 것으로 인식하고 08:55경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essel Traffic Service Center, 이하 ‘VTS’라고 함)에 “본선... 아... 위험합니다. 지금 배 넘어가 있습니다.”라며 구조요청을 하였다.
당시 세월호에는 피고인들을 포함한 승무원 33명 외에 443명의 승객들이 승선하고 있었고, 이 중에는 건강한 남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녀자와 노약자, 특히 수학여행을 가는 단원고 학생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으므로, 세월호의 승무원인 피고인들은 승객들을 잘 통솔하여 동요하지 않도록 하여야 하고, 승객들에게 선내방송을 통하여 사고 발생 사실을 알리고 적당한 간격으로 선원들에 의해 어떤 비상조치가 시행되고 있는지 등의 구조 관련 상황을 반복해서 알림으로써 승객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선장인 피고인 이준석은 승객들의 퇴선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면 즉시 퇴선을 명령하고, 피고인들과 나머지 선원들은 신속히 담당 구역으로 간 뒤 질서 있게 승객들을 인도하여 승객들이 당황하지 않고 질서를 지키며 선원들의 지시와 유도에 따르도록 함으로써 승객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퇴선시켜야 한다. 한편, 갑판으로 대피시 제대로 안내를 받지 못하고 선내에 남아 있는 승객이나 선원이 있을 수 있고, 방송을 듣고서도 대피하지 못하고 남아 있는 환자 혹은 노약자가 있을 수 있으므로 선장인 피고인 이준석, 1등항해사인 피고인 강원식, 기관장인 박기호 등은 최종적으로 객실 및 선원 선실을 수색할 필요가 있다.
피고인 이준석 등 피고인들은 세월호의 승무원으로서 세월호 운항관리규정 제10장, 제14장, 붙임 2 비상부서 배치표 등에 따라 인명의 안전 확보를 최우선으로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고처리 업무를 모든 업무에 최우선하여 시행해야 하며, 선장인 피고인 이준석의 지휘에 따라 비상탈출구 위치 및 대피 방법에 대한 안내방송을 이행하고, 담당구역의 여객 대피 안내 등 각자 맡은 임무를 충실히 이행하여 승객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하였다.
특히 피고인 이준석은 선장으로서 인명구조 및 퇴선 등 구조조치를 총괄 지휘하면서 승객들을 구조가 용이한 갑판 등에 대피시키고 안전한 퇴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선내 방송설비․무전기․전화 등을 통한 대피명령과 퇴선명령 및 상황전파 안내방송, 선원을 통한 안내 및 승객 유도, 선원들의 담당구역 배치 및 구명뗏목과 슈트의 투하 지시 등 적절한 구조조치를 취함과 아울러 선원들이 각자에게 부여된 구조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도록 지휘․감독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피고인 강원식, 신정훈은 각 1등항해사로서 선장을 보좌하여 현장을 지휘하고, 우현 슈트를 투하하고 승객을 유도하는 등 승객들이 우현 슈트 등을 통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피고인 김영호는 2등항해사로서 선장을 보좌하면서 좌현 슈트와 구명뗏목을 투하하고 승객을 유도하는 등 승객들이 좌현 슈트 등을 통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며, 피고인 박한결은 3등항해사로서 승객구조를 총지휘하는 선장을 보좌하고, 항해일지 등 운항관련 기록을 보존하며, 통신기기로 조난신고, 구조요청을 하는 등 승객들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피고인 조준기, 박경남, 오용석은 각 조타수로서 선장과 항해사들의 지휘를 받아 슈트, 구명뗏목, 비상사다리나 구명환을 투하하고 승객을 유도하는 등 승객들이 구명뗏목 등을 통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피고인 박기호는 세월호의 기관장으로서 선박 침몰과 같은 비상상황 발생 시 승객들에게 비상탈출구 위치 및 대피 방법을 안내함과 아울러 기관부 선원들을 지휘하여 기관부 선원들로 하여금 담당 구역에 따라 좌·우현 슈트, 구명뗏목 투하, 좌·우현 비상사다리 투하 등 승객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할 의무가 있다.
피고인 손지태는 1등기관사로서 주기관을 담당하고 우현 슈트 및 구명뗏목을 투하하며 승객을 유도하는 등 승객들이 구명뗏목 등을 통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피고인 이수진은 3등기관사로서 기관실을 총지휘하는 기관장을 보좌하여 승객들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며, 피고인 전영준은 조기장으로서 익수자를 구조하고 우현 슈트 및 구명뗏목을 투하하며 승객을 유도하는 등 승객들이 우현 슈트 등을 통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피고인 이영재, 박성용, 김규찬은 각 조기수로서 기관장의 지휘를 받아 슈트, 구명뗏목, 비상사다리나 구명환을 투하하고 승객을 유도하는 등 승객들이 구명뗏목 등을 통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세월호가 사고 발생 직후 이미 좌현으로 약 30도 정도 기울고, 선수 갑판에 있던 컨테이너 등의 화물들이 좌현으로 쏠려 무너져 내리는 상황에서 피고인들은 평소 복원력이 나빴던 세월호가 곧 전복되어 침몰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으므로, 위와 같은 의무에 따라 선장인 피고인 이준석은 즉시 다른 피고인들을 비롯한 전 선원들에게 비상부서배치 명령을 발하여 각 선원들이 비상부서배치표에 따라 담당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지휘하고, 피고인 강원식을 비롯한 나머지 피고인들은 각자 담당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승객 등을 선실에서 나오게 한 뒤 갑판으로 유도하는 등 퇴선준비를 하여야 했다.
그런데 피고인 이준석은 위와 같은 퇴선준비를 하지 않은 채 오히려 08:58경 피고인 김영호에게 승객들로 하여금 ‘구명조끼를 입고 선내에 대기하라’는 방송을 지시하고, 이에 피고인 김영호가 시스템 배전반에 부착되어 있는 방송시스템 전원버튼을 누르고 ‘선내 대기하라’는 방송을 하였으나, 비상버튼을 누르지 않아 선내방송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피고인 김영호는 세월호의 사무장 양대홍에게 무전기로 연락하여 세월호의 침몰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주지 않은 채 안내방송을 하라고 지시하고, 양대홍은 3층 안내데스크에 있는 세월호의 매니저 강혜성에게 ‘선내 대기’ 안내방송을 할 것을 지시하여 강혜성은 승객들에게 ‘선내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을 하였고, 그 후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선내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을 하여 승객들로 하여금 선박의 침몰 상황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 채 계속 선내에 대기토록 하였다.
한편, 위 사고 발생 당시 조타실에 있던 피고인 박기호는 세월호가 급속히 기울어져 선수 갑판의 컨테이너가 좌현쪽으로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고 전복될 것으로 판단하여 엔진을 정지시키기 위해 엔진텔라그래프 레버를 잡아 당겼으나 불완전하여 엔진이 완전히 정지되지 않은 상태에 있던 중 피고인 이준석의 지시로 엔진을 완전히 정지시킨 다음 직통전화로 기관실에 전화를 걸어 기관실에 있던 기관부 선원인 피고인 이수진, 박성용, 이영재에게 기관실에서 나올 것을 지시하였다.
이어서 피고인 박기호는 피고인 이준석이 “기관실로 내려가 봐라”라고 지시하자 곧바로 조타실을 나와 기관부 선실이 있는 3층 복도까지 계단으로 내려갔고, 09:06경 그곳에서 기관실에서부터 올라 온 피고인 이수진, 박성용, 이영재와, 기관부 선실에서 나온 기관부 선원인 피고인 손지태, 전영준, 김규찬과 함께 구조선이 오기를 기다리며 대기하였다.
조타실에 있던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 김영호 등은 09:13경 세월호 부근을 항해 중이던 둘라에이스호가 진도VTS의 구조요청을 받고 세월호의 승객들을 구조하기 위해 세월호에 다가오면서 “탈출을 하면 저희들이 구조를 하겠습니다.”라는 교신을 보내는 것을 들었으므로 둘라에이스호가 구조를 위해 인근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후 진도VTS와의 교신을 통해서 경비정 및 인근 어선들도 구조를 위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또한 09:21경 및 09:23경 진도VTS 및 둘라에이스호로부터 “지금 둘라에이스가 지금 접근 중에 있는데 지금 그 ALONGSIDE가 할 수 없는 상태라 구조 대기하고 있습니다.”, “인근에 있다가 인명들이 탈출하면 인명구조 하겠습니다.”라는 교신을 들었고, 이때는 사고 직후보다 배가 좀 더 좌현으로 기울었음에도 불구하고 구명뗏목과 슈트 등 구조장비를 투하하고 승객들을 대피시키는 등의 구조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고 묵살하였다.
더욱이 조타실에 있던 위 피고인들은 09:23경 진도VTS로부터 “경비정 오는데 15분, 15분입니다.”, “방송이 안 되더라도 최대한 나가셔서 그 승객들한테 구명동의를 꼭 착용을 하고 옷을 두껍게 입으라고 최대한 많이 전파를 좀 부탁드리겠습니다.”라는 교신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09:24경 둘라에이스호 선장으로부터 “맨몸으로 하지 마시고 라이프링이라도 하여간 착용을 시켜서 탈출을 시키십시오, 빨리.”라는 교신을 받았음에도 승객들을 대피시키는 등 아무런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이를 묵살하고, 다시 09:25경 진도VTS로부터 “지금 저희가 그쪽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저 선장님께서, 세월호 선장님께서 최종적으로 판단을 하셔갖고 지금 승객 탈출을 시킬지 최대한 지금 빨리 결정을 해 주십시오.”라는 교신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승객들을 대피시키는 등 구조조치를 취하지 않고 묵살하였다.
그 무렵 조타실에 있던 위 피고인들은 피고인 김영호가 소지하고 있던 무전기와 조타실에 비치된 무전기를 통해 3층 객실 안내데스크에 있던 세월호의 매니저 박지영과 강혜성으로부터 선내에 대기 중인 승객들에 대한 대피 등 추가 조치 요청을 수차례 받았음에도 승객들에 대한 대피명령을 하는 등 추가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선박 침몰 상황 및 올바른 대처 방법을 알지 못하는 박지영과 강혜성은 계속해서 ‘선내 대기하라’는 방송을 하여 승객들로 하여금 구체적인 상황을 알지 못한 채 계속 선내에 대기토록 하였다.
조타실에 있던 위 피고인들은 09:26경 진도VTS로부터 “경비정이 10분 이내에 도착을 할 겁니다.”라는 교신을, 09:27경 진도VTS로부터 “1분 후에 헬기가 도착할 예정입니다.”는 교신을 각 받았으므로 승객들을 대피장소에 모이게 하는 등 즉시 탈출할 수 있도록 준비하게 하여야 함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던 중, 09:34경 세월호가 사고당시보다 더 많이 기울면서 세월호의 침수한계선(D데크 높이까지의 흘수)이 이미 수면에 잠기어 복원력을 완전히 상실하였으므로 세월호가 곧 전복될 것이고, 따라서 승객들에 대한 대피명령 및 퇴선명령을 더 이상 지체하면 선내 대기하라는 방송에 따라 선내에 대기하고 있던 승객들은 아예 선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익사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타실에 있던 위 피고인들은 09:37경 이후 진도VTS로부터의 교신에 응답하지 않은 채 해경 경비정이 세월호에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면서 대피명령 및 퇴선명령, 승객 퇴선유도 등 승객을 구조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승객의 상황에 대하여 확인하거나 승객 구조 방법에 대한 논의조차 하지 않다가, 09:39경 피고인 박기호 등 기관부 선원들이 퇴선하는 것과 전방에 경비정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승객과 다른 선원들을 세월호에 그대로 대기시켜 둔 채 자신들만 퇴선하기로 마음먹고, 곧바로 조타실 좌측에 있는 출입문을 통해 차례로 윙브릿지로 나간 후, 09:46경 세월호의 조타실 앞에 도착한 해경 123호 경비정에 탑승하면서 자신들이 선장 또는 선원임을 밝히지 않고 세월호를 퇴선하였다.
한편, 피고인 박기호는 위와 같이 세월호의 3층 기관부원 객실 복도에서 피고인 손지태, 이수진, 전영준, 이영재, 박성용, 김규찬으로 하여금 구명조끼를 입고 대기하도록 하였고, 피고인 박기호 등 위 기관부 소속 피고인들은 조타실의 피고인 이준석 등이 구명뗏목과 슈트 등 구조장비를 투하하지 아니하였고 승객들에 대한 대피명령 및 퇴선명령도 하지 아니하여 승객 등이 선내에 대기 중인 상황을 인식하고 있었다.
피고인 박기호가 조타실이 있는 5층에서 기관부 선실이 있는 3층까지 계단을 이용하여 내려왔고, 세월호의 가장 아래층인 선저의 기관실에 있던 피고인 이수진, 박성용, 이영재가 3층까지 올라온 점 등에 비추어 기관부 피고인들은 선내 이동이 가능한 상황임을 인식하였으므로, 인접한 선실로 이동하여 승객들을 대피시키거나 위와 같이 각자 맡은 비상시 임무를 수행하여 승객들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 대기하던 중, 바로 옆 복도에서 조리수 김문익이 머리에 피를 흘리며 신음하고 있고, 조리원 이묘희가 굴러 떨어진 충격으로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였고, 세월호가 좌현으로 계속 기울고 있어 더 이상 지체하면 ‘선내 대기하라’는 방송에 따라 선내에 대기하고 있던 승객들이 아예 선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익사하게 되고, 특히 부상을 당한 김문익과 이묘희도 선박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익사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박기호 등 기관부 소속 피고인들은 구명뗏목과 슈트를 투하하고 위 김문익, 이묘희와 승객들을 구조가 보다 용이한 갑판으로 대피시키는 등 승객 구조를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승객의 상황에 대하여 확인하거나 승객 구조 방법을 논의조차 하지 않은 채 3층 복도에 모여 약 30여 분 동안 해경 구명단정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이후 피고인 박기호는 09:38경 해경 구명단정이 세월호의 좌현으로 접근하자 승객들과 다른 선원들을 세월호에 그대로 대기시켜 둔 채 자신들만 퇴선하기로 마음먹고, 피고인 손지태 등 기관부 선원들에게 3층 복도와 연결된 좌현쪽 출입문을 통하여 밖으로 나가도록 한 뒤 09:39경 해경 구명단정에 탑승하면서 자신이 선원임을 밝히지 않고 세월호를 퇴선하였고, 피고인 손지태, 이수진, 전영준, 이영재, 박성용, 김규찬도 피고인 박기호의 지시에 편승하여 승객들에 대한 아무런 구조조치 없이 피고인 박기호와 함께 세월호를 퇴선하였다.
7. 사고 발생 후 승객의 대응 및 피해상황
세월호에서는 08:52경부터 매니저 강혜성에 의하여 선내방송으로 승객들에게 선내에 대기하라는 안내가 시작된 것을 비롯하여 09:50경까지 수회에 걸쳐 ‘선내 대기하라’는 방송만 계속되었을 뿐, 승객들에게 사고상황이나 대피요령 등에 대해서는 안내방송이 되지 않고 있었다.
이에 따라 08:52경 세월호에 타고 있던 피해자 최○○(남, 16세)가 119에 최초로 사고 신고를 하고, 피해자 김○○(여, 16세)이 09:41경 “아 진짜 보고싶어ㅜㅜ엄마ㅜㅜ, 야 진짜무서워ㅜㅜㅜ, 창문바로앞에컨테이너, 떠내려가고잇어, 존나방송도안해줘, 걍가만히만잇으래”, 09:42경 “아빠가 속보 떳다고, 보라고해서, 아니숙소안에, 다잇어, 배터리단다고, 지피에스 켜놓고, 배터리다니까, 기다리래ㅜㅜ“라는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피해자 박○○(여, 16세)이 10:17경 “지금 더 기울어”라는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승객들은 선내에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에 따라 선내에서 구조조치를 기다리면서 통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한편, 피해자 유○○(남, 58세)은 3층 선수 좌현 큰방에서 대기하던 중 좌현쪽 창문을 통해 바닷물이 차오르는 것을 보고 출입문을 이용하여 안내데스크로 이동한 후 다시 로비계단을 통해 4층 우현 갑판까지 이동하여 대기하던 중 해경에 구조된 것을 비롯하여 선내에 대기하라는 방송에도 불구하고 갑판 등으로 이동하여 해경에 의해 구조되었던 바, 피고인들이 퇴선명령을 하고, 구명뗏목을 투하하는 등 구조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였다면 승객들이 살아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위와 같이 세월호가 전복되고 피고인들이 대피명령 및 그에 따른 승객들의 대피유도 등 아무런 구조조치 없이 세월호를 퇴선함에 따라 위 세월호에 탑승했던 정○○(남, 16세) 등 별지 피해자 일람표Ⅰ 기재 303명 및 양○진(남, 57세)은 그 무렵 바다에 빠져 사망하였고, 강○○(남, 40세) 등 별지 피해자 일람표Ⅱ 기재 152명은 해경 등에 의하여 구조되었으나 세월호가 갑자기 기울어 질 때 또는 탈출 과정에서 상해를 입었다.
8. 피고인별 법률 적용
가.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 박한결, 조준기의 업무상과실선박매몰
피고인들은 2014. 4. 16. 08:48경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방 1.8해리 해상에서, 위 제4항 내지 제5항 기재와 같은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의 평형수 감축 적재, 화물과적 및 고박불량, 피고인 조준기의 조타 미숙, 피고인 박한결의 지휘감독 잘못 등의 업무상과실로 세월호가 좌현으로 기울어지면서 전복됨으로써 승객 등 476명이 현존하는 세월호를 침몰케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업무상과실로 사람이 현존하는 선박을 매몰케 하였다.
나. 피고인 박기호의 살인
피고인 박기호는 제6항 기재와 같이 조타실에서 3층 기관부 선실쪽 복도로 이동하여 09:06경부터 09:38경에 이르기까지 3층 복도에서 다른 기관부 선원들과 모여 있던 중, 세월호가 좌현으로의 전도가 계속 진행되고 있어 빠른 시간 내에 3층이 침수되어 선박이 전복할 것임을 예상하였고, 자신의 바로 옆 복도에 스스로 이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부상을 당한 김문익과 이묘희가 아무런 구조조치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다는 사실과 이들에 대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할 경우 세월호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익사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였으며, 자신의 지휘를 받고 있는 다른 기관부 선원들과 함께 김문익과 이묘희를 갑판으로 이동시켜 해경 등을 통해 구조를 받게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박기호는 09:38경 세월호의 3층 복도에서 김문익, 이묘희에 대한 어떠한 구조조치도 취하지 아니한 채 퇴선하기로 마음먹고, 그곳에 함께 있던 손지태, 이수진, 전영준, 이영재, 박성용, 김규찬과 함께 3층 복도와 연결된 좌현쪽 출입문을 통하여 선체 밖으로 나와 09:39경 해경 구명단정에 올라타면서 구조 해경에게 김문익, 이묘희가 선내에 쓰러져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로써 피고인 박기호는 기관부 선원실 복도에 남아있던 피해자 김문익과 이묘희를 구조할 의무가 있음에도 아무런 구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위 피해자들을 그 무렵 바다에 빠져 익사하게 하여 살해하였다.
다. 피고인들의 유기치사, 유기치상
피고인들은 2014. 4. 16. 08:48경 위 진도군 병풍도 북방 1.8해리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의 승무원으로서 위 제6항 기재와 같이 승객들을 구조할 계약상의 의무가 있고, 피고인 이준석의 경우 승객들 외에도 승무원을 포함한 세월호의 전 승선원들을 구조할 법률상의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승무원의 선내대기방송에 따라 구조를 기다리며 침몰하는 세월호 선내에 대기 중이던 승객과 다른 선원들의 구조를 위해 필요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별지 피해자 일람표Ⅰ, Ⅲ 기재(각 음영처리 부분 제외한 나머지 부분) 피해자들을 유기함으로써, 피해자 정○○(남, 16세) 등 별지 피해자 일람표Ⅰ 기재 피해자 중 293명으로 하여금 그 무렵 익사로 사망에 이르게 하고, 피해자 강○○(남, 40세)에게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어깨, 팔, 무릎 타박상 및 불면 등 적응장애의 상해를 입게 하는 등 별지 피해자 일람표Ⅲ 기재 피해자 중 140명을 상해에 이르게 하였다. 피고인 이준석은 그 외에도 승무원인 피해자들을 유기하여 피해자 양대홍(남, 44세) 등 10명을 각 사망에 이르게 하고, 피해자 김○○(남, 23세), 오○○(남, 20세)을 각 상해에 이르게 하였다.
라. 피고인 이준석의 선원법위반
선장은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인명, 선박 및 화물을 구조하는데 필요한 조치를 다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4. 4. 16. 08:48경 위 진도군 병풍도 북방 1.8해리 해상에서 세월호 선박이 복원성을 잃고 급속히 기울어져 전복될 급박한 위험이 있었음에도 제6항 기재와 같이 승객들을 신속히 대피시키는 등 인명 등의 구조를 위한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았다.
[2014고합384호]
1. 피고인 이준석, 박한결, 조준기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위 제8의 가.항 기재와 같은 업무상과실로 세월호가 좌현 뒷부분부터 침수되면서 바다에 매몰되어 유류탱크의 에어벤트(통풍관) 등을 통하여 벙커C유 139킬로리터(㎘), 경유 39킬로리터(㎘)와 윤활유 36킬로리터(㎘) 등 연료유로 사용되는 총 214킬로리터(㎘) 가량의 기름을 주변해상으로 배출하였다.
2. 피고인 주식회사 청해진해운
피고인은 그 사용인인 위 이준석, 박한결, 조준기가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와 같은 위반행위를 하였다.
증거의 요지
[2014고합180호]
[업무상과실선박매몰죄 부분]
1.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 박한결, 조준기의 각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허용범, 박기호, 이준석, 이동곤, 김선영, 신정훈, 박진환의 각 법정진술
1. 피고인들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1. 신보식, 홍영기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1. 안기현, 박희석, 남호만, 김정수, 윤영국, 임진기, 이준수, 윤성민, 유경희, 김찬우, 이동우, 홍순근, 조재영, 김선권, 이호철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피고인 강원식의 진술서(증거목록 순번 2801 내지 2808번)
1.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원인분석 결과 보고서(피고인 박한결, 조준기에 대하여는 제35, 36쪽 제외), 각 세월호 침몰사고 원인 분석(선박조종 및 침수·침몰 시뮬레이션), 각 세월호 전복 시뮬레이션 보고서(각 해석결과 및 세부자료)
1. 세월호 일반화물 증빙서류[각 진술서, 선적의뢰서 사본 등 포함(증거목록 순번 906 내지 1113번)], 수사보고(세월호 적재차량에 대한 중량확인수사) 사본, 세월호 차량 선적 리스트 종합 분석표 (엑셀자료) 사본, 화물적재량 확인여부표 사본, 임시번호차량 및 렌트카 번호 특정표 사본, 각 차종별 공차중량회신자료 사본, 시간대별 차량입고 CCTV 자료 분석표(엑셀) 및 캡쳐 사본, 차적조회 사본
1. 수사보고(세월호 차량 및 화물고박 배치도 전문가 검토의견), 수사보고(선박개조와 복원성 관계), 수사보고(청해진해운 제주지역본부장 이성희 의견서 첨부), 압수물 사본 첨부에 대한 수사보고(해무팀 홍영기 수첩내용 확인), 압수물 사본 첨부에 대한 수사보고(세월호 화물 월별집계표 및 매출집계표 확인), 세월호 선박복원성 검토결과(사본), SEWOL호 구조변경사항 요약(사본), 수사보고(세월호 화물적재 가능량), 압수물 사본 첨부에 대한 수사보고(세월호 승선자 명단 및 적하운임 목록)
1. 항적자료 동영상 CD, 실험동영상 CD, 전남 201호 구조 동영상 CD, 인천 연안여객터미널 CCTV영상자료 CD, DVD(오하마나호 검증 동영상 파일), 조준기 인터뷰 동영상 CD, 세월호 침몰사고 원인 분석(선박조종 및 침수․침몰 시뮬레이션) 중간보고서 CD, 세월호 선내 CCTV 화질개선 동영상 DVD, KRISO 실험영상, 세월호 선내 CCTV 외장하드의 각 영상
[살인죄, 유기치사죄, 유기치상죄, 선원법위반죄]
1. 피고인 손지태의 법정진술
1. 피고인 손지태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의 각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김종○, 한승○, 김승○, 김관○, 김종○, 김동○, 최승○, 고경○, 강병○, 김도○, 김정○, 송지○, 박은성, 이형래, 권재준, 장원희, 박승기, 문예식, 양수진, 허용범(피고인 박기호에 대하여는 이 법원의 허용범에 대한 증인신문조서의 진술기재), 이윤철, 김영모의 각 법정진술
1. 증인 강혜성의 제5회 공판기일에서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알렉스, 임마뉴엘, 최재○, 김다○, 설수○, 오혜○, 박소○, 이주○, 전영○, 김다○, 최민○, 양태○, 김용○, 손정○, 최은○, 김수○, 박소○, 이예○, 유가○, 신영○, 한희○, 양정○, 나정○, 김유○, 김진○의 각 진술기재
1. 피고인들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1. 신보식, 홍영기, 최찬열, 김용규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1. 강민규, 천명환, 이성희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현장검증조서
1. 122신고접수 녹취록, 각 녹취서(진도VTS CH1~6), 녹취록 정리 도표 1부, 세월호 교신 녹취록(제주VTS)
1. 별지 피해자 일람표Ⅲ 기재 피해자들에 대한 각 진단서 및 소견서, 수사보고(세월호 침몰사건 생존자 92명 진료내역 확인), 병원별 진료내역 파악 결과
1. 각 현장감식결과보고, 검시조서, 각 검시사진, 각 사체검안서, 각 변사사건 발생보고 및 지휘건의
1. 세월호 승선자 명부, 운항관리규정(세월호), 세월호 선원 해기면허사항, 세월호 선원 교육이수내역, 여객선 교재 발췌본, ‘123정 영상’의 세월호(선박) 기울기 분석표, ‘세월호(선박)’의 좌현 난간 침수 모습 분석표, 승객 구조 활동 및 구조정(헬기) 위치 모습 자료표, ‘문화일보 신문(2014. 4. 24.)’ 캡쳐 사진 분석, 각 승무경력증명서, 구조선박별검사증서 등, 항공기 특성 및 구조인력 편성 가능인원, 세월호 내부 수습현황,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 현황
1.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원인분석 결과 보고서(피고인 박한결, 조준기에 대하여는 제35, 36쪽 제외), 세월호 침몰시 가상대피시나리오 기반의 승선원 대피경로 및 탈출소요시간에 관한 연구
1. 압수물 사본 첨부에 대한 수사보고(세월호 비상대응 절차서 확인), 수사보고(세월호 선원들 카카오톡 내용 분석 결과에 대한), 수사보고(승선객 카카오톡 내용분석 결과에 대한), 수사보고(여객선 안전관리지침 편철), 수사보고(사고 직후 단원고 학생 및 교사들의 카카오톡 내용 첨부), 수사보고(탈출경로 등 출력), 수사보고(탈출경로 도면 임의제출), 수사보고(해수 온도에 따른 생존시간 관련 검토), 수사보고(사고 해역 부근 유속 확인), 수사보고(세월호 희생자 현황 작성)
1. 전남 201호 구조 동영상 CD, 목포해경 123정 구조동영상 CD, 서해청 목포항공대 511, 512호기 구조 동영상 CD, 목포해경 123정 구조동영상 중 세월호 선원 탈출 동영상 및 세월호 선원인물사진, 분석자료 DVD, 음질개선CD 음질개선DVD, CD(세월호 2014. 4. 15. 사진파일), CD(손정○가 촬영한 사진 및 동영상 파일), CD[휴대전화 촬영 동영상(박수○), 자막포함], 진도VTS 교신파일 6채널 DVD, 513헬기 촬영 동영상 분석자료 저장 DVD, 해경 초계기 촬영 컴퓨터 레이더영상 및 열영상 파일 저장 USB, 김규찬 관련 동영상 및 YTN뉴스캡쳐 CD, 초계기·123정 동영상·YTN뉴스 캡처파일 분석자료 CD, 세월호 일반배치도(CAD도면) 및 기관실 계단 구조도(3D) 파일 CD, 세월호 CAD도면 파일 및 세월호 일본도면 스캔 파일 CD, 사망자 등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 및 동영상 CD, 감정물 CD 음질개선 DVD, 탈출 시뮬레이션 영상 CD, 세월호 선내 CCTV 외장하드, 김동협 동영상(타임코드) CD의 각 음성 및 영상

[2014고합384호]
1. 피고인 이준석, 박한결, 조준기의 각 일부 법정진술
1. 2014고합180호 사건의 제20 내지 23회 각 공판조서 중 박기호, 피고인 이준석, 박한결, 조준기의 각 진술기재
1. 2014고합180호 사건의 신보식, 윤성민, 김정수, 박진환에 대한 각 증인신문조서
1. 강원식, 박기호, 피고인 이준석, 박한결, 조준기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1. 안기현, 남호만, 윤영국, 임진기, 이준수, 유경희, 김찬우, 이동우, 조재영, 이호철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원인분석 결과 보고서(피고인 박한결, 조준기에 대하여는 제35, 36쪽 제외), 각 세월호 침몰사고 원인 분석(선박조종 및 침수·침몰 시뮬레이션), 각 세월호 전복 시뮬레이션 보고서(각 해석결과 및 세부자료)
1. 세월호 일반화물 증빙서류[각 진술서, 선적의뢰서 사본 등 포함(증거목록 순번 202번 내지 409번)]
1. 주식회사 청해진해운 등기사항전부증명서(현재사항-열람용)
1. 수사보고(세월호 차량 및 화물고박 배치도 전문가 검토의견), 수사보고(세월호 화물 고박기준 확인), 수사보고(세월호 화물적재 가능량), 수사보고(세월호 유류적재 관련 기관장 박기호 진술에 대한),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기름분석 현황, 수사보고(본건 기름 유출 등으로 인한 피해상황 및 방제조치 진행사항 보고), 수사보고(세월호 침몰 당시 유류 잔량 확인)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가. 피고인 이준석 : 형법 제189조 제2항, 제187조, 제30조(업무상과실선박매몰의 점), 선원법 제161조 전문, 제11조(선원법위반의 점), 각 형법 제275조 제1항, 제271조 제1항, 제30조(유기치사의 점, 단 별지 피해자 일람표Ⅰ의 음영처리 부분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형법 제30조 제외), 각 형법 제275조 제1항 전문, 제271조 제1항, 제30조(유기치상의 점, 단 별지 피해자 일람표Ⅲ의 음영처리 부분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형법 제30조 제외), 해양환경관리법 제127조 제2호, 제22조 제1항, 형법 제30조(해양환경관리법위반의 점)
나. 피고인 강원식 : 형법 제189조 제2항, 제187조, 제30조(업무상과실선박매몰의 점), 각 형법 제275조 제1항, 제271조 제1항, 제30조(유기치사의 점), 각 형법 제275조 제1항 전문, 제271조 제1항, 제30조(유기치상의 점)
다. 피고인 김영호, 신정훈, 박경남, 오용석, 손지태, 이수진, 전영준, 이영재, 박성용, 김규찬 : 각 형법 제275조 제1항, 제271조 제1항, 제30조(유기치사의 점), 각 형법 제275조 제1항 전문, 제271조 제1항, 제30조(유기치상의 점)
라. 피고인 박한결, 조준기 : 형법 제189조 제2항, 제187조, 제30조(업무상과실선박매몰의 점), 각 형법 제275조 제1항, 제271조 제1항, 제30조(유기치사의 점), 각 형법 제275조 제1항 전문, 제271조 제1항, 제30조(유기치상의 점), 해양환경관리법 제127조 제2호, 제22조 제1항, 형법 제30조(해양환경관리법위반의 점)
마. 피고인 박기호 : 각 형법 제250조 제1항(살인의 점), 각 형법 제275조 제1항, 제271조 제1항, 제30조(유기치사의 점), 각 형법 제275조 제1항 전문, 제271조 제1항, 제30조(유기치상의 점)
바. 피고인 주식회사 청해진해운 : 해양환경관리법 제130조 본문, 제127조 제2호, 제22조 제1항
1. 상상적 경합
가. 피고인 이준석
형법 제40조, 제50조[선원법위반죄, 각 유기치사죄, 각 유기치상죄 상호간, 형과 범정이 가장 무거운 피해자 권○○(2008. 6. 27.생)에 대한 유기치사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나. 피고인 박기호
형법 제40조, 제50조[각 살인죄 상호간에는 범정이 더 무거운 피해자 이묘희에 대한 살인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고, 각 유기치사죄 및 각 유기치상죄 상호간에는 형과 범정이 가장 무거운 피해자 권○○(2008. 6. 27.생)에 대한 유기치사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다. 피고인 이준석, 박기호, 주식회사 청해진해운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
형법 제40조, 제50조[각 유기치사죄 및 각 유기치상죄 상호간, 형과 범정이 가장 무거운 피해자 권○○(2008. 6. 27.생)에 대한 유기치사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1. 형의 선택
살인죄에 대하여 유기징역형, 업무상과실선박매몰죄에 대하여 금고형, 피고인 이준석, 박한결, 조준기의 해양환경관리법위반죄에 대하여 징역형을 각 선택
1. 경합범가중
가. 피고인 이준석, 박한결, 조준기 :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2항, 제50조[업무상과실선박매몰죄, 유기치사죄, 해양환경관리법위반죄 사이, 형이 가장 무거운 유기치사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가중(각 죄의 장기형을 합산한 범위 내에서)]
나. 피고인 강원식 :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2항, 제50조[업무상과실선박매몰죄, 유기치사죄 사이, 형이 더 무거운 유기치사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가중(두 죄의 장기형을 합산한 범위 내에서)]
다. 피고인 박기호 :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살인죄와 유기치사죄 사이, 형이 더 무거운 살인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가중)
1. 가납명령(피고인 주식회사 청해진해운)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피고인들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Ⅰ. 업무상과실선박매몰 부분에 관하여
1.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 박한결, 조준기의 주장
가. 피고인들의 공통 주장
이 사건 사고는 무리한 선박 개조로 인한 선박 무게중심의 상향이동 및 복원성의 심각한 저하, 과적 및 평형수 부족, 부실한 고박 등에 있고, 이러한 사정은 전적으로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가사 피고인들의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사정들이 선박 침몰의 주된 원인인 이상 피고인들의 과실과 선박매몰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없다.
나. 피고인 조준기의 주장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해역에서 135도 방향으로 진행하던 중에 피고인 박한결의 140도 변침 지시에 따라 타를 우현으로 5도 정도 돌렸다가 선체 방향이 143도까지 넘어가는 것을 보고 정침을 위해 좌현방향으로 타를 돌린 적이 있을 뿐,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타를 우현 대각도로 돌린 사실이 없다.
다. 피고인 박한결의 주장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해역에서 정해진 항로를 따라 5도씩 나누어 정침이 됐는지를 확인하면서 피고인 조준기에게 변침을 지시하였고, 레이더와 각종 기기 등을 주의 깊게 살피며 항해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 사고 지점에 이르러 피고인 조준기에게 145도 변침을 지시한 직후 갑자기 선체가 급격히 우회두하면서 좌현으로 기울기 시작하였고,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가사 변침 과정에서 피고인 조준기가 타기를 조금 더 돌렸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세월호의 선체가 기울어져 복원력을 상실하였다면 그 자체로 세월호에 결함이 있는 것이고, 선박이 정상적으로 운항하기 위해서는 15도 이상의 타각도 당연히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당직항해사인 피고인이 조타수인 피고인 조준기가 타기를 얼마나 돌리는지를 계속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조타지휘에 관한 피고인의 업무상과실은 인정될 수 없다.
라. 피고인 강원식의 주장
세월호의 화물적재와 고박에 관한 업무는 청해진해운의 물류팀이 전권을 행사하였기 때문에 화물적재와 고박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감독권이 없는 피고인으로서는 적재된 화물량에 따라 평형수를 조절할 수밖에 없었다. 피고인이 청해진해운의 간부들에게 몇 차례 과적 및 부실고박을 시정할 것을 건의하였지만 피고인의 건의가 묵살되었다. 따라서 피고인이 세월호의 화물적재와 관련하여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거나 피고인에게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마. 피고인 이준석의 주장
이 사건 사고 지점은 협수로인 맹골수도를 이미 빠져나온 곳으로 협수로로 볼 수 없고, 당시 해역의 조류의 세기, 바람, 파도의 높이, 시정 거리, 통행량 등에 비추어 보면 세월호의 항해에 장애가 우려되는 정도는 아니었다. 또한 당직항해사인 피고인 박한결은 항해사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2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있었고, 상행시에는 위 구간을 항상 통과해 왔다. 당직조타수인 피고인 조준기는 조타수로서의 경험이 충분하고, 조타능력에 있어서도 특별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며, 이 사건 구간을 당직 조타수로서 통행해 왔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 지점이 선박에 위험이 생길 우려가 있는 곳으로서 선장이 직접 지휘해야 할 구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사고 발생 과정을 살펴보더라도 피고인이 조타실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화물적재 및 고박에 관해서도 피고인 강원식과 마찬가지로 실질적인 통제 권한이 없는 피고인으로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었으므로, 피고인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거나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2. 세월호가 기울게 된 원인에 관한 판단
가. 조타에 의한 선회인지 여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세월호가 우선회한 것은 피고인 조준기가 조타기를 우현방향으로 조작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1) 세월호의 AIS 자료의 정확성 및 내용
세월호에는 항해자료기록장치(VDR, Voyage Data Recorder)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 당시 항적을 가장 정확히 나타내는 자료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 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 이하 'AIS'라 한다) 신호의 송수신기록이다. AIS는 주변 선박과의 충돌예방 또는 해상교통관제 등의 목적으로 자선(自船)의 위치, 침로와 속도 등의 정보를 외부에 알려주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각 선박에서 발신한 정보신호를 인근의 각 기지국에서 수신하여 저장한다. 위 신호에 담긴 해당 선박의 위치, 침로, 속도 등의 정보는 선박에 설치된 송신기가 설정된 주기에 따라 실시간으로 발송한 것이며, 수신된 정보는 세월호의 자이로컴퍼스, GPS 등을 통해 기계적으로 수집된 것으로서 높은 정확도를 가진다.
사고 당일 세월호의 항적자료 중 일부 구간의 정보가 소실되고 2014. 4. 16.(이하 날짜 부분 생략) 08:37:18경에는 대지침로가 360도로 저장되어 있는 등 오류가 발견되지만, 이러한 오류는 송수신 또는 저장과정에서 종종 나타나는 현상으로서 AIS의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고, 사고 지점 이전까지 저장된 정보가 세월호의 항로와 일치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세월호의 AIS 자료에 대한 제3자의 의도적인 편집이나 조작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또한 각 기지국에 저장된 신호정보 중 일부가 뒤늦게 발견되기는 하였지만, 저장된 정보 자체는 세월호로부터 수신한 것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각 기지국에서 발견된 AIS 자료를 모아서 구성한 항적자료는 사고 당시 세월호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결정적인 근거가 된다.
그런데 사고 당일 세월호의 AIS 자료에는 세월호의 선수방위각이 08:49:40경 2초만에 29도가 증가하고, 08:49:43경에는 2초만에 22도가 감소하는 등 세월호가 실제로 움직인 상황과 다른 수치가 기재되어 있다. 이러한 수치는 AIS 신호정보의 송수신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와는 양상이 다르고, 같은 시간대에 GPS로 측정된 위치는 큰 동요 없이 선회권 바깥으로 약간 밀린 형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볼 때, 위와 같은 수치가 발생한 원인은 세월호에 설치된 자이로컴퍼스가 순간적인 대각도 경사나 화물이동으로 인한 충격으로 세차운동을 일으켰거나 자이로컴퍼스의 선수방위가 AIS로 입력되는 과정에서 오차가 발생하는 등 조타에 의하지 않은 다른 원인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2) 조타에 따른 우회두의 근거
세월호의 사고 당시 AIS 자료에 의하면, 세월호의 선수방위각이 08:46:22경부터 08:48:38경까지 140도 방향을 2분 16초 이상 유지하였음이 확인된다. 세월호의 예정 항로에 의하더라도, 맹골수도를 통과해서부터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병풍도 앞 지점까지는 130도에서 145도 방향으로 변경하는 변침구간이다.
피고인 박한결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140도 정침을 확인한 후 145도 변침지시를 하였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 박기호도 이 법정에서 정확한 숫자는 기억나지 않으나 피고인 박한결이 도수를 말하며 변침을 지시한 후 선체가 우선회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고인 김영호는 검찰 조사에서 피고인 조준기가 ‘타가 쓴 것보다 많이 돌았다거나 배가 확 넘어갔다’는 취지의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 신정훈 역시 이 법정에서 사고 발생 후 모텔에서 지낼 당시 피고인 조준기로부터 “키를 돌렸더니 너무 많이 오른쪽으로 돌아가서 왼쪽으로 키를 돌렸는데 빠르게 오른쪽으로 돌아가서 키를 왼쪽으로 더 돌렸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 조준기는 사고 지점에서 조타를 할 당시 피고인 박한결로부터 145도 변침지시를 받고 우현 변침을 시도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3) 조타기 고장 등 다른 원인에 의한 우회두의 가능성
세월호의 AIS 자료를 기초로 사고원인을 분석했던 합동수사본부 자문단(이하 ‘자문단’이라 한다)의 단장 허용범은 이 법정에서, 세월호의 선수방향이 150도가 된 08:49:13부터의 선회각속도 증가추이는 세월호가 처음 건조될 당시의 선회시험 결과와 비슷하고 선회각속도가 초당 2도로 일정하게 유지되는 시점(08:49:30부터 08:49:39까지)에 이르러서는 정상선회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며 항적자료상 좌현으로 조타한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또한, 사고 지점 해역의 수심은 30m 이상으로 항해에 장애가 될 요소가 없었고, 세월호가 완전히 전복되었을 때에 촬영된 영상들에 의하면 세월호의 수면 아랫 부분에 외부 충격으로 인한 파공이나 외부 물체와 충돌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사고 당일 피고인 조준기보다 먼저 조타를 했던 피고인 박경남, 오용석은 이 법정에서 세월호의 조타기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고 진술하였고, AIS 자료에 의하더라도 세월호가 사고 지점까지 항로를 따라 정상적으로 변침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피고인 조준기도 사고 지점에 이르기 전에 조타기의 휠이 움직이지 않는 등 조타기 자체의 고장은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다만 피고인 조준기가 조타기의 휠을 조작하더라도 수면 아래의 러더가 움직이지 않고 우현방향으로 고정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면 조타기의 조작과 무관하게 세월호의 선체가 우회두 하였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러더 부분의 전기 공급이 차단된 경우에 발생할 수 있다.
사고 당일 세월호 승객들을 구조하기 위하여 출동한 전남 201호에서 촬영한 동영상 중 10:22경 부분을 보면 러더가 미집(midship)에 위치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피고인 조준기는 세월호가 전복된 후 확인되는 러더의 상태가 자신이 우현으로 조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고 당시 조타에 관한 피고인 조준기의 주장 요지는 좌현으로만 15도까지 타기를 돌렸고 그 후로 조타기 휠을 만지지 않았다는 것으로서 세월호의 러더가 미집인 상태에 부합하지 않고, 세월호가 기울기 전에도 러더가 미집인 상태를 유지하였다면 세월호가 AIS 자료에서 확인되는 항적을 그리며 우선회하였을 가능성은 없다. 따라서 세월호가 기울 당시 러더가 움직이지 않은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다.
결국 세월호가 이 사건 사고 지점에서 우회두를 계속한 것은 피고인 조준기의 조타기 조작에 의한 것으로 발생한 것이고, 세월호의 조타기 고장, 외부물체와의 충돌 등 다른 외부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할 수 없다.
나. 대각도 조타 여부
조타실에 있었던 피고인 박기호, 박한결은 이 법정에서 세월호가 급격히 우선회할 때에 조타실 정면 상단에 위치한 타각지시기를 보지 못하였고, 피고인 조준기가 당시 조타기 휠을 돌리는 장면도 보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세월호가 전복된 후 확인되는 러더의 상태는 미집이었다. 따라서 피고인 조준기가 몇 도의 타각을 어느 정도 유지하였는지는 다른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과 앞서 본 바와 같이 조타기 고장 등 다른 외부적인 원인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종합하면, 피고인 조준기가 적어도 15도 이상의 타각을 40초 동안 유지하는 것과 대등한 정도의 대각도 타각을 사용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1)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이하 ‘KRISO'라 한다)의 시뮬레이션 결과
가) KRISO는 이 사건 사고 당시의 세월호의 모형, 적하상태, 조종성능, 해역, 항행환경을 모델링하여 조타 및 선박의 경사에 의한 화물의 쏠림, 침수 등이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이 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시뮬레이션 연구를 수행하였고, 보다 정확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얻기 위해 세월호의 모형을 만들어 각종 실험을 통해 조종계수를 추출하였으며, 화물의 적재량, 적재 위치, 평형수, 연료 등 선박의 사고 당시의 상태를 반영하여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실시하였다. 이를 기초로 우현 5, 10, 15, 20, 25도를 각 적용하였을 때의 궤적과 세월호의 AIS 항적자료상 궤적을 비교한 결과 선수각의 경우 초기는 우현 15도, 후기는 우현 20도의 궤적과 유사한 경향을 얻었다.
나) 피고인 박한결, 조준기는, KRISO의 조종계수의 측정과 관련하여 중간보고서의 실험에서는 지그재그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였고, 소각도 조타에도 큰 횡경사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세월호의 조종성능은 건조 당시보다 많이 떨어져 있었고, 선수에 화물을 실은 경우 타효가 좋지 않다는 점도 고려되지 않아 KRISO의 시뮬레이션이 세월호의 상태를 정확히 반영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KRISO의 중간보고서와 최종보고서의 각 기재와 KRISO의 실험을 담당했던 이동곤, 김선영의 각 법정진술에 의하면, ① 중간보고서의 시뮬레이션에서는 이론적인 근거로 조종계수를 산출한 반면, 최종보고서의 시뮬레이션에서는 실제 모형을 통해 세월호의 유체역학적인 특성을 파악하였기 때문에 선회시험이나 지그재그시험의 결과와 상관없이 더 정확한 조종계수를 추출하였던 점, ② 지그재그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은 일정 각도로 조타를 한 후에 다시 원래 방향으로 돌아오려면 반대방향으로 더 큰 각도로 조타를 해야 한다는 의미일 뿐 시뮬레이션 결과와는 별다른 관계가 없는 점, ③ 중간보고서에서 5도 변침에도 불구하고 횡경사가 23도까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 것은 복원성 조건이 달랐기 때문인 점, ④ KRISO에서 최종보고서를 작성할 당시 실제 세월호의 상태를 최대한 반영한 모형을 통해 조종계수를 추출한 점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KRISO에서 작성한 최종보고서의 실험 결과가 정확성을 가지는 것으로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 박한결, 조준기의 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피고인 박한결은 KRISO에서 시뮬레이션을 실시하면서 설정한 마찰계수가 지나치게 높고 화물의 이동 모습도 실제와 차이가 있으며 마찰계수를 달리 설정할 경우 세월호의 선회궤적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KRISO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KRISO의 중간보고서와 최종보고서의 기재에 의하면, KRISO에서 관련 자료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세월호에 적재된 각 화물의 특성과 적재 위치 등의 요소를 고려하여 화물의 종류별로 마찰계수를 설정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KRISO에서 설정한 화물의 마찰계수가 실제와 다르거나 현저히 높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피고인 박한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라) 피고인 박한결, 조준기는, KRISO에서 특수시뮬레이션의 조타 시나리오를 모두 우현 25도 이상 사용하는 것으로 설정하였으나 분석시뮬레이션 결과 마찰계수가 최소일 때에는 조타각을 우현 10도 내지 15도로 한 경우에도 세월호의 초기 AIS 항적과 유사한 결과가 나왔고, 서울대학교 선박해양성능고도화연구사업단(이하 ‘서울대’라 한다) 역시 작은 조타(조타조건3, 0도→우현 5도→좌현 3도→우현 5도→우현 15도)를 하였을 때에도 전복 위험이 발생한 경우가 있다고 인정하였으므로, 피고인 조준기가 사고 발생 당시 15도보다 작은 각도의 조타를 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위 피고인들의 주장에 관하여 살피건대, 서울대 2차 보고서에 의하면 운항적재조건1(세월호의 적재화물량을 1969.2톤으로 본 경우), 조타조건3, 화물이동1(화물이동이 없는 경우)의 경우에도 세월호와 유사한 궤적을 보이면서 전복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고, 김선영과 이동곤도 이 법정에서 KRISO의 시뮬레이션과 다른 타각 조건을 주더라도 그 외의 조건들이
다를 경우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진술하였는바, 다른 조건들이 변경될 경우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이 15도보다 작은 각도의 조타를 하였을 때에도 세월호가 전복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서울대 2차 보고서에 기재된 조타조건3의 경우 15도의 조타를 시작한지 약 50초 후에 전복에 이른 것을 알 수 있고, 반면 같은 화물 조건에서 다른 조타 시나리오를 한 경우에는 타를 크게 쓰는 시간은 작고, 오히려 침수 및 전복 위험도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대각도 조타가 타각의 크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타를 사용한 시간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KRISO의 최종보고서에 의하면 조타각 10도의 경우는 같은 조건에서의 15도 및 20도의 경우와 선수각변화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가 나고, 마찰계수를 0.2로 가장 작게 했음에도 화물의 이동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 전에 실제 세월호 궤적과의 차이가 많이 발생한다.
결국 위와 같은 분석결과에 의할 때 15도 미만의 조타를 통해서 세월호의 실제 궤적과 비슷한 경우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40초를 넘는 긴 시간 동안 조타를 유지했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세월호가 우회두 하기 이전에 피고인 박한결, 조준기가 당시 5도 변침을 시도하고 있었던 사실과 조타에 관한 피고인 박한결, 조준기의 진술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조준기가 15도 미만의 타각을 40초가 넘는 시간 동안 유지하였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따라서 피고인 박한결, 조준기의 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마) 피고인 박한결은, AIS 항적자료에 의하면 사고 당일 08:49:30경부터 08:49:39경까지 세월호의 선회각속도가 초당 2.00도에 이르렀는바, 이러한 선회각속도는 세월호의 건조시 공선상태에서 35도 전타를 하였을 때 관찰된 최대 선회각속도인 초당 1.81도보다 훨씬 높으므로, 세월호의 당시 속도, 무게, 타각, 개조상태 등을 고려할 때 건조 당시의 공선상태에서 시험한 결과보다 사고 당시의 각속도가 더 큰 것은 이치에 맞지 않고, 선회시험 결과와 다르게 세월호의 선회각속도가 갑자기 높아지는 등의 비정상적인 선회각속도가 발생한 점에 비추어 보면, 세월호는 피고인 조준기의 조타 외의 다른 원인에 의하여 급격히 우회두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KRISO의 사전 시뮬레이션 분석결과와 허용범, 이동곤의 각 법정진술에 의하면, ① 동일한 타각을 사용하더라도 선박의 무게중심이 높아질수록 선수각이 빠르게 변하고 횡경사도 더 커지는 점, ② 화물의 이동이 빠를수록(마찰계수가 작을수록), 무게중심이 더 높을수록 모형 실험의 항적이 세월호의 AIS 항적에 더 가깝게 나타나는 점이 인정된다. 또한 별도의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서울대에서도 조타에 의해서 세월호의 AIS 항적과 유사한 항적을 나타내는 다양한 경우를 확인하였다. 따라서 피고인 박한결이 지적한 세월호의 비정상적인 선회각속도는 세월호의 높아진 무게중심, 급격한 횡경사, 화물의 이동 등으로 인해 충분히 발생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조타 외의 제3의 원인에 의하여 세월호가 급격히 우회두 하였다는 피고인 박한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2) 피고인 이준석의 진술
피고인 이준석은 수사기관에서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사고 직후 조타실에 들어온 뒤에 조타실 정면 상단의 타각지시기가 우현 15도 정도를 가리키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피고인 조준기는, 평소 시력이 좋지 않고 난시가 있는 피고인 이준석이 사고 당시 안경을 쓰지 않은 상태에서 조타실 정면 상단에 있는 타각지시기의 눈금을 제대로 볼 수 없었고, 피고인 이준석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위 타각지시기를 보았다고 거짓 진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 이준석은 타각지시기를 보게 된 경위에 관하여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고, 제21회 공판기일에서 실시한 실험 결과 피고인 이준석의 시력이 나쁘지만 4m 정도 떨어진 타각지시기의 방향을 착각하거나 각도를 사실과 다르게 볼 정도는 아니라는 점이 확인되었으므로 피고인 이준석의 위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
다. 대각도 변침의 경위
자문단은, 피고인 조준기가 145도의 변침지시를 받고 변침을 시도하던 중 조류의 방향이 바뀌는 바람에 변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15도 이상의 각도로 조타하였는데 타효가 뒤늦게 발생하여 선체가 빠르게 우선회하였고, 그 때 피고인 박한결이 ‘반대로요’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방향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고 더 큰 각도로 조타하였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그 근거로 AIS 항적자료 및 당시 세월호가 사고 지점을 향해 진행하던 중에 조류의 방향이 바뀌면서 속도가 줄어들었고, 선수방위각과 대지침로가 약 7도까지 차이가 나는 현상이 발생한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 지점에서 조류 때문에 조타가 잘 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는 오하마나호 선장 박진환의 법정진술과 사고 당시의 조류는 약 0.5노트로서 세월호와 같은 큰 선박의 조향성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김선영의 법정진술, 0.5노트 정도의 조류는 인천와 제주를 왕복하는 세월호의 전체 항로에서 약한 편에 속하는 사실, 평소 항해를 할 때에 1노트 이하의 조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는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 박한결의 법정진술에 비추어 보면, 세월호가 기울 당시 사고 지점의 조류가 피고인 조준기의 조타에 방해가 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피고인 조준기가 변침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타를 15도까지 사용했을 가능성은 많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피고인 조준기는 5도 변침을 시도하다가 우선회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하자 당황하여 좌현 방향으로 타를 쓰려고 하였으나, 자이로컴퍼스의 회전판이 가리키는 방향을 착각하여 우현 방향으로 타를 더 크게 썼거나 미집을 하기 위해 타를 반대로 쓰던 중에 피고인 박한결의 ‘반대로요’라는 말을 듣고 착각하여 다시 우현으로 대각도의 타를 사용하였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3. 피고인들의 과실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인 박한결, 조준기
1) 피고인 조준기의 과실
해사안전법 제66조에 의하면 선박은 다른 선박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 충분히 큰 타각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바, 세월호가 정상적인 복원성을 갖춘 선박이었거나, 피고인 조준기가 세월호의 증개축, 화물의 과적, 부실고박 등의 사정을 몰랐다면 단지 15도의 타각을 40초 정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업무상과실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 조준기는 세월호가 정상적인 복원성을 갖추지 못했고, 사고구간에서 변침을 주의해서 해야 하는 점을 알고 있었던 점, ② 사고 지점은 5도 변침구간이고, 다른 선박을 피해야 하는 등 급박한 상황도 아니었던 점, ③ 조타수의 직책을 맡고 있는 피고인 조준기는 변침이 뜻대로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를 곧바로 당직항해사에게 보고하고 그 지시에 따라 정확한 조타를 하여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 조준기가 위와 같이 타기를 임의로 사용한 것은 업무상과실에 해당한다.
2) 피고인 박한결의 과실
가) 변침지시상 잘못이 있는지 여부
검찰은 피고인 박한결이 피고인 조준기에게 변침할 방위각만 불러줌으로써 피고인 조준기가 5도를 넘어 대각도로 타기를 조작할 수도 있게 일임한 것은 피고인 박한결의 업무상과실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세월호의 항해사들인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 김영호는 항해지휘를 할 때 평소 타각지시법과 도수지시법을 혼용하여 사용한다고 진술하였고, 조타수인 피고인 박경남, 오용석 역시 이 사건 사고 지점에서 선장 등 항해사들이 타각지시법이나 도수지시법을 혼용하여 항해지휘를 하였다고 진술한 점, ② 자문단의 허용범도 이 법정에서 피고인 박한결이 타각을 지시하지 않은 것이 아쉽기는 하나 그 자체가 과실에 해당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③ 세월호의 또 다른 선장인 신보식은 이 법정에서 피고인 박한결에게 변침시 타각을 5도 이내로만 사용하여야 한다고 지도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세월호의 전체 항로 중 입․출항시나 팔미도 부근에서는 10도 이상의 타각을 사용하여야 하는 구간이 있는 사실과 변침을 할 때 5도씩 끊어서 하였던 것이지 타기 자체를 5도만 쓴 것은 아니라는 피고인 강원식, 김영호, 박경남, 오용석의 법정진술에 비추어 신보식의 위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점, ④ 변침지시를 할 때 도수를 지시할지 타각을 지시할지는 항해사의 재량에 맡겨진 것으로 두 가지 방법 모두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항해지휘 방법에 해당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박한결이 피고인 조준기에게 5도 변침을 일임한 것 자체가 항해지휘상의 과실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근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인 박한결이 피고인 조준기에게 변침할 방위각만 불러준 것이 업무상과실에 해당한다는 점은 범죄사실에서 제외한다.
나) 대각도 변침에 관한 감독의무 소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조준기가 이 사건 사고 지점에 이르러 피고인 박한결로부터 140도에서 145도로의 변침지시를 받고 타기를 사용하던 중에 15도 이상 타를 40초 정도 사용한 사실이 인정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직항해사인 피고인 박한결은 자신의 항해경험에 따른 체감이나 자이로컴퍼스, 레이더를 통해 선수의 회전속도를 확인하면서 지나치게 빠르게 회전할 경우에는 곧바로 피고인 조준기에게 정침지시를 하고, 정침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에는 타각을 지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타수를 적절히 지휘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박한결은 이를 게을리 하여 피고인 조준기가 타를 대각도로 상당 기간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지 못하고 이를 방치하였다.
피고인 박한결은 세월호의 선체가 우회두하기 시작하자 곧바로 피고인 조준기에게 “포트, 포트”라고 말하여 좌현 타각을 지시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 박기호, 조준기는 수사기관에서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포트’라는 말은 듣지 못하였고, 피고인 박한결이 ’반대로요’라고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만 들었다고 진술한 점, 피고인 박한결은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평소 조타수들에게 타각지시법을 사용하여 항해지휘를 하지 않았고 지시할 당시의 선수각 또는 타각지시기는 확인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박한결의 위 주장은 믿을 수 없다.
또한 피고인 조준기의 대각도 조타에 따라 세월호의 선체가 빠르게 회전하여 평소와 다른 대각도의 횡경사가 발생한 경우 피고인 박한결은 당직사관으로서 타각지시기나 레이더, 자이로컴퍼스 등의 항해장비를 이용하여 배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고 조타수에게 정확한 조타 방법과 배의 상태를 물은 후 곧바로 그에 따른 적절한 지시를 내렸어야 한다. 피고인 박한결은 세월호가 우현으로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한 뒤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 조준기에게 ‘반대로요’라는 불분명한 지시를 내렸고 그와 같은 지시에 따라 피고인 조준기가 어떻게 조타를 하는지를 확인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후에도 상황에 따른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한 채, 막연히 선장인 피고인 이준석을 호출하려고만 하였던 점에 비추어, 피고인 박한결에게 업무상과실이 인정된다.
3) 선박 매몰에 대한 인과관계 및 예견가능성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 조준기, 박한결의 조타 및 항해감독상 과실로 인하여 세월호에 대각도 횡경사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하여 부실하게 고박된 화물이 이동하여 세월호가 복원성을 상실한 점, ② 세월호의 D데크 Side Door와 선미 차량램프는 풍우밀문으로서 비바람은 막아주지만 수밀기능은 없기 때문에 물속에 잠기면 누수가 발생하는바, 사고 초기에 세월호가 기울어 위 부분으로 침수가 발생하여 횡경사각이 커지기 시작한 점, ③ 피고인 박한결은 평소 신보식으로부터 세월호의 복원력이 좋지 않으니 미리미리 변침을 하고 타도 조금씩 사용하라고 교육을 받았던 점, ④ 피고인 조준기는 이 법정에서 우현으로 변침할 때에 세월호가 좌현으로 더 기울고 복원되는 것도 느린 사실을 알았다고 진술하였고, 2014. 1.경 세월호의 선체가 심하게 기우는 경험도 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 박한결, 조준기의 과실행위가 세월호 침몰의 원인이 되었고, 피고인 박한결, 조준기는 세월호가 큰 경사로 기울게 되면 복원력을 잃고 침몰할 수 있는 점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에 관한 위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
1) 화물의 과적 및 부실고박 관련 과실
안기현, 박희석, 홍영기, 신보식이 이 법정에서 한 각 진술, 수사보고(청해진해운 주간 화물운송 계획 및 실적자료 첨부, 재무상태표 등 편철), 압수물 사본 첨부에 대한 수사보고[(주)청해진해운 간부사원 세월호 선박복원성 등 문제점 인식여부] 및 각 첨부문서의 각 기재 등에 의하면, ① 청해진해운은 경쟁사의 진입을 막기 위해 적자를 예상하면서도 세월호를 도입하였고, 그 후 적자를 줄이기 위해 화물적재 목표량을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 사실, ② 세월호의 적재화물의 양과 위치, 고박방법 등은 청해진해운의 물류팀에서 결정을 하고 하역업체 및 고박업체 직원들을 감독해 왔던 사실, ③ 선장 신보식은 직접 또는 청해진해운의 해무팀을 통해 시정을 요구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는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이 청해진해운의 간부들에게 화물과적과 부실한 고박에 대한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곤란한 면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은 세월호가 안전한 상태에서 운항할 수 있도록 화물적재량과 고박상태를 확인하여 사고 발생을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홀히 하여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원인을 제공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고, 앞서 인정한 사실만으로는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에게 화물의 과적과 부실한 고박에 대한 책임이 없다거나 선박 매몰에 대한 예견가능성 또는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화물의 과적 및 부실고박과 관련된 과실이 없다는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피고인 이준석은 2014. 4. 15. 출항 당시 선장으로서 선원법 제7조에 의해 화물의 적재상태에 관한 출항 전 검사의무를 부담한다. 피고인 이준석은 세월호가 처음 출항한 때부터 세월호에서 근무하였을 뿐 아니라 그 이전부터 청해진해운의 오하마나호의 선장으로 일하면서 현재의 선장인 신보식과 박진환을 교육시키는 등 청해진해운 소속 선원들 중 가장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다. 피고인 강원식은 20년 이상의 항해경력을 가진 세월호의 1등항해사로서 세월호가 처음 출항한 때부터 화물적재에 관한 업무를 담당해 왔다. 위와 같은 지위와 경력을 가진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은 세월호의 화물관련 업무담당자 및 책임자로서 선박의 안전운항을 위해 화물의 과적이나 고박상태를 점검하고 문제점을 시정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나) 피고인 이준석은 이 법정에서 2014. 4. 15. 출항 전에 차량이나 화물 등의 적재량과 고박상태를 직접 확인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고, 청해진해운 해무팀의 이사 안기현과 대리 홍영기도 이 법정에서 사고 전날 출항시에 피고인들로부터 화물과 관련하여 문제가 있다는 보고는 받지 못했다고 진술하였다.
다)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은 청해진해운의 물류팀이 전권을 행사하고 있었기 때문에 화물에 관한 감독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나, 피고인 이준석으로부터 지도를 받았던 오하마나호의 선장 박진환은 이 법정에서 화물의 양이 너무 많아 안전에 문제가 있을 때에는 청해진해운 물류팀에 직접 항의하여 화물을 남겨두고 출항하기도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세월호와 오하마나호의 화물적재를 담당하였던 우련통운의 직원 윤성민은 이 법정에서 세월호의 선원들로부터는 화물의 적재와 관련된 시정요구나 이의제기를 받은 적이 없고, 만일 이의제기가 있었다면 오하마나호의 경우와 같이 청해진해운 물류팀과 선원들이 협의해서 결정을 하였을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화물적재 업무를 담당했던 김정수도 이 법정에서 무거운 화물을 실을 때는 선장이나 1등항해사인 피고인 강원식과 화물적재 위치에 관하여 협의를 하였는데,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으로부터 과적이므로 선적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진술하였다. 이러한 진술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화물적재와 관련하여 아무런 권한이 없었다거나 아무런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의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
라) 피고인 이준석은 이 법정에서 세월호의 완성복원성계산서대로 평형수 등을 채우지 않았던 것은 그만큼 화물을 많이 적재하기 위해서였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 강원식은 이 법정에서 화물적재와 관련하여 선장인 신보식 또는 피고인 이준석에게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이와 같은 진술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평소 과적이나 평형수 부족이 선박의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이를 묵인해 온 것으로 보인다.
마) 세월호의 2014. 4. 15.자 사진 및 선내 CCTV 복원 영상에 의하면, 출항 당시 세월호의 E데크에 화물이 고박되지 않은 채 쌓여 있고 D데크에는 차량이 통로까지 빼곡히 들어차 있는 모습이 확인된다. 피고인 강원식은 이 법정에서 출항 당시 세월호의 화물적재상태를 확인하였으나 적정한 고박방법에 대해서는 수사과정에서 알게 되었고, 화물의 적정한 위치에 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피고인 이준석도 이 법정에서 화물적재와 관련된 규정 등을 잘 알지 못한다고 진술하였다. 위와 같은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은 화물 고박에 관하여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어떻게 시정을 해야 하는지조차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2) 피고인 이준석의 직접 지휘의무 위반 여부
가) 검찰의 주장
맹골수도는 좁은 수로로서 평소 다른 선박들의 통항이 빈번하고 조류의 속력이 빠르기 때문에 주의하여 조타를 하여야 하는 곳이고, 맹골수도에서 이어지는 이 사건 사고 지점인 병풍도 부근 해상도 마찬가지로 평소 다른 곳보다 조류의 속력이 빠르고 조류의 방향이 바뀌는 전류시에는 맹골도와 거차도, 병풍도 사이에서 도는 형태의 조류가 흐르는 곳이므로 변침을 하고자 할 때는 특히 주의하여 조타를 하여야 한다.
세월호는 사고 전날 인천에서 2시간 30분 정도 지연 출항하였기 때문에 맹골도에서 병풍도로 이어지는 위 항로를 지나는 시간도 평소보다 늦어져 조류의 속력이나 방향이 평소 운항할 때와 달랐을 뿐만 아니라, 위 시간의 당직항해사와 당직조타수는 인천에서 제주로 운항함에 있어 처음 위 항로를 지나게 되는 피고인 박한결과 피고인 조준기였다.
따라서 증․개축 공사에 의한 구조변경 및 화물의 과적으로 인하여 복원성이 현저히 악화된 세월호를 안전하게 운항하기 위해서는 선장인 피고인 이준석은 맹골수도 진입 전부터 조타실에 재선하면서 병풍도 부근에서 변침을 완료할 때까지 세월호의 항해를 직접 지휘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이준석은 당시 당직항해사인 3등항해사 피고인 박한결에게 항해를 맡긴 채 조타실을 이탈하여 자신의 침실로 감으로써 세월호의 조종을 직접 지휘하지 않았는바, 피고인 이준석에게는 조타실에서 직접 지휘를 하지 않은 업무상과실이 인정된다.
나) 판단
⑴ 선원법 제9조의 해석
선원법 제9조는 “선장은 선박이 항구를 출입할 때나 좁은 수로를 지나갈 때 또는 그 밖에 선박에 위험이 생길 우려가 있을 때에는 선박의 조종을 직접 지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이 선장의 직접지휘의무를 규정한 취지는, 선박이 위험한 지역을 항해할 때 선박의 총책임자로서 항해에 관한 최고의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는 선장으로 하여금 직접 선박의 조종을 지휘하도록 한 것이며, 위험이 발생하기 쉬운 항만의 출입 또는 좁은 수로를 통과하는 경우에는 법률상 위험의 염려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여 현실적인 위험의 유무에도 불구하고 선장이 직접 선박의 조종을 지휘할 의무를 지도록 하고, 그 밖의 경우에는 기상 및 해상의 조건, 다른 선박의 상황 등으로부터 위험의 염려가 있을 때에 같은 의무를 지도록 한 것이다.
위와 같은 취지에 비추어 보면, 위 조항에서 말하는 ‘그 밖에 선박에 위험이 생길 우려가 있는 때’는 농무 등으로 인한 시계제한, 황천 또는 폭우와 조우한 때, 암초 또는 유빙이 산재한 해면, 군집하는 어선군 사이를 운항할 때 등 앞서 열거한 입·출항시 또는 협수로를 지날 때와 대등할 정도로 위험 발생의 우려가 명백한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선원법 제164조 제3호에서 선장이 직접 지휘의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고,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는 점에 있어서도 그 의미를 위와 같이 제한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다.
⑵ 사안의 판단
위와 같은 규정의 해석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세월호가 기울어진 지점이 선원법 제9조의 ‘좁은 수로를 지나갈 때’에 해당한다거나 세월호가 이 사건 사고 지점에서 변침을 시작한 때가 ‘그 밖에 선박에 위험이 생길 우려가 있을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세월호가 기울 당시 조타실에 재선하여 직접 지휘를 할 의무가 없었다는 피고인 이준석의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직접 지휘에 관한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에서 제외한다.
㈎ 검찰은 이 사건 사고 지점이 평소 다른 곳보다 조류의 속력이 빠르고, 조류의 방향이 바뀌는 전류시점에는 도는 형태의 조류가 흐르며, 2시간 30분 정도 출항이 늦어져 조류의 속력이나 방향이 평소와는 달랐으므로 위험 발생의 우려가 인정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세월호가 기울어질 당시의 조류의 세기는 0.5노트 정도에 불과했는바, 그러한 정도의 조류 또는 도는 형태의 약한 조류가 6,000톤이 넘는 세월호의 조타에 방해가 되었는지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 신보식은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제주도를 출발하여 인천으로 가는 도중에 사고 지점을 지나갈 때에도 본인이 직접 지휘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신보식은 직접 지휘를 한 이유에 관하여, 피고인 박한결이 다른 여객선에서 근무하다가 오기는 했지만 사고 지점은 통행량이 많고 어선들도 많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사고 당시에는 세월호 주변에 다른 선박의 통행이 거의 없었을 뿐 아니라 세월호가 맹골수도를 이미 통과한 후였고, 사고 지점이 불과 5도의 변침을 시도하는 구간이라는 점에서 신보식의 위 진술만으로 사고 당시에 세월호에 위험이 생길 만한 우려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 이 사건 사고 지점은 세월호가 협수로인 맹골수도를 빠져나온 곳으로 수심이 30m 이상이고, 당시 날씨는 맑았으며, 바람이나 파도도 잔잔하였다.
㈑ 공소사실에는 피고인 조준기가 2013. 12. 초순경 인천 팔미도 부근에서 조타 실수를 하여 신보식으로부터 입·출항시 조타를 금지당하였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피고인 조준기가 처음으로 세월호를 운항하였을 때 발생했던 것으로서 피고인 조준기가 그 후에 동일한 실수를 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 피고인 조준기는 2014. 1.경에도 약 한 달 동안 피고인 강원식과 함께 같은 구간을 운항한 경험이 있고, 피고인 강원식의 법정진술에 의하면 피고인 조준기가 별다른 문제없이 맹골수도를 포함한 이 사건 사고 지점을 통과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 피고인 박한결은 목포해양대학교를 졸업하고 해기사 면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제 여객선인 시다오호의 항해사로 승선한 경력이 있는 등 세월호의 승선기간을 합하면 총 2년이 넘는 항해경력을 가지고 있었고,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2등항해사 진급을 앞두고 있었다. 피고인 박한결은 항해지휘를 함에 있어서 다른 항해사들과 차이가 없었으며 제주에서 인천으로 올 때에는 여러 차례 사고 지점을 통과한 바 있다.
㈓ 선박의 항해에 관한 전문가인 허용범, 이윤철, 김영모는 세월호가 사고 지점을 지날 때에 선장인 피고인 이준석이 직접 지휘했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근거로, 사고 지점을 지나는 구간이 협수로에 해당한다거나, 조류가 강하고 방향도 자주 바뀌며 선박의 통행량이 많은 점 등을 고려하면 협수로의 연장선상에 해당한다는 점을 들기도 하였고, 사고 지점이 협수로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당직항해사가 경험이 부족한 3등항해사임을 고려하면 위험 발생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해당한다는 점을 드는 등 각각 다른 근거를 제시하였다.
Ⅱ. 유기치사, 유기치상 부분에 관하여
1. 보호의무의 발생 근거
형법 제271조 제1항은 ‘노유, 질병 기타 사정으로 인하여 부조를 요하는 자를 보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의무 있는 자가 유기한 때’에 이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 형법은 유기죄에 있어서 구법과는 달리 보호법익의 범위를 넓힌 반면에 보호책임 없는 자의 유기죄는 없애고 법률상 또는 계약상의 의무 있는 자만을 유기죄의 주체로 규정하고 있다(대법원 1977. 1. 11. 선고 76도3419 판결 참조). 따라서 피고인들에 대해서 유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을 보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 있는 자’에 해당하여야 한다.
가. 법률상 보호의무
1) 선원법 제11조
선원법 제11조는 ‘선장은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인명, 선박 및 화물을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세월호가 좌측으로 전도되어 침몰이 예상되는 급박한 위험이 발생하였으므로 선장인 피고인 이준석은 인명, 선박 및 화물을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다하여야 하고, 따라서 승객들 및 선원들에 대한 법률상 보호의무를 부담한다.
2)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
가) 피고인들의 주장
수난구호법 제43조 제2호, 제18조 제1항 단서는 해상교통량의 증가에 따라 빈번히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선박사고의 뺑소니를 처벌하기 위한 조항인바, 법률조항의 해석과 입법취지상 스스로 조난을 당한 세월호의 승무원인 피고인들에게 적용될 수 없다.
나) 판단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의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4도6377 판결 참조).
수난구호법 제18조는 “인근 선박 등의 구조지원”을 제목으로 하여 제1항 본문에서 “조난현장의 부근에 있는 선박 등의 선장ㆍ기장 등은 조난된 선박 등이나 구조본부의 장 또는 소방관서의 장으로부터 구조요청을 받은 때에는 가능한 한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을 제공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1항 단서는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은 요청이 없더라도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본문에서 ‘조난현장의 부근에 있는 선박 등’(인근 선박 등)과 ‘조난된 선박 등’을 구분하면서, ‘조난된 선박 등’으로부터 구조요청을 받은 ‘인근 선박 등’의 선장․기장 등에 대해서 구조지원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또한 수난구호법 제15조 제1항은 조난사실의 신고 의무자를 규정하면서 ‘조난된 선박 등의 선장 등’과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을 별개의 주체로 열거하고 있다. 검찰은 이와 같이 해석할 경우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조난된 선박의 승무원‘이 신고의무자에서 제외되므로 입법취지에 반하는 해석이라고 주장하나, 조난된 선박의 경우 굳이 법률상 강제를 하지 않더라도 신고를 할 것이 예상되고, 따라서 제15조 제1항 제1호의 경우에는 따로 처벌규정을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5조 제1항의 규정 형식과 문언에 비추어 보면,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에 의하여 구조의무를 부담하는 자는 ‘인근 선박 등’의 선장·기장 등이라 할 것이고, ‘조난된 선박 등’은 구조요청의 주체로서 ‘인근 선박 등’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는 조난된 선박 자체에 해당하는 세월호의 선장 및 승무원들에 대한 법률상 구호의무의 발생 근거로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들이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에 의하여 승객들에 대한 구출의무를 부담한다는 부분은 범죄사실에서 제외한다.
3) 해운법에 의하여 제정된 세월호의 운항관리규정
가) 피고인 강원식, 박기호, 전영준, 김규찬의 주장
세월호의 운항관리규정은 법률에 근거하여 제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청해진해운 및 세월호의 내부규칙일 뿐 대외적인 구속력이 있는 강행규정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운항관리규정에 정한 선원들의 의무가 법률상 의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나) 판단
⑴ 운항관리규정의 근거 및 규정 내용
운항관리규정의 근거가 되는 법률인 해운법 제21조 제1항은 “내항여객운송사업자는 여객선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운항관리규정을 작성하여 해양수산부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운법 시행규칙 제15조의2 제1항은 “법 제21조에 따라 내항여객운송사업자가 작성하여야 하는 운항관리규정에는 해상안전을 위하여 내항여객운송사업자와 내항여객운송사업의 종사자가 지켜야 하는 사항으로서 별표 2의2에서 규정된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시행규칙 별표 2의2 제9항은 운항관리규정에 포함되어야 하는 내용으로 ‘해양사고 등 비상사태 발생시의 조치에 관한 사항으로 선원의 비상시의 임무’를 규정하고 있다.
해운법 및 같은 법 시행규칙에 근거한 2014. 2. 7.자 세월호의 운항관리규정은 세월호의 승무원(선장 및 선원을 포함한다)들이 해양사고 기타 비상사태 발생시 사고처리에 있어서 인명의 안전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여 비상부서배치표에 의한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하고, 선장의 지휘에 따라 여객의 안전을 위하여 비상탈출구 위치 및 대피방법에 대한 안내방송을 이행하고 담당구역의 여객대피안내를 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⑵ 운항관리규정이 정한 의무가 법률상 의무에 해당하는지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유기죄의 주체가 되려면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 있는 자’에 해당하여야 하는데, ‘법률상 의무가 있는 자’라고 함은 부조의무의 근거가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경우를 말한다.
한편,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을 의미하는바, 현행 형법이 유기죄의 주체를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 있는 자’로 제한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유기죄의 주체가 되는 ‘법률상 의무 있는 자’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법규범의 수범자가 누구이고 어떠한 의무가 부과되는지 여부가 누구나 예견할 수 있도록 법률에 의하여 규정되어야 한다.
다음과 같은 해운법 제21조의 문언 내용, 해운법의 목적과 취지, 입법 연혁, 해운법의 제재 대상이 되는 자의 범위, 해사안전법 등 다른 법규범과의 관계 등을 종합하여 보면, 해운법 제21조는 내항여객운송사업자를 대상으로 안전관리체계를 수립할 것을 요구하는 조항일 뿐 선원들에 대하여 승객구호의무를 부과하는 것까지 시행규칙에 위임하였다고 해석하기 어렵다. 또한 위 법률에 따라 해운법 시행규칙 제15조의2와 별표 2의2에서 ‘해양사고 등 비상사태 발생시의 조치에 관한 사항으로 선원의 비상시의 임무’를 운항관리규정에 포함되어야 하는 내용으로 규정한 것을 선원에 대한 법률상의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세월호의 운항관리규정에 의하여 선원들이 부담하는 임무는 유기죄에서 말하는 법률상 의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이 세월호의 운항관리규정에 의하여 승객들에 대한 구호의무를 부담한다는 내용은 범죄사실에서 제외한다.
㈎ 운항관리규정의 근거가 되는 법률인 해운법 제21조 제1항은 운항관리규정을 작성해야 하는 의무자를 내항여객운송사업자로 규정하고 있을 뿐 선장과 선원을 운항관리규정의 작성 의무자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또한, 해운법 제57조 제1호, 제19조 제1항 제10호는 제21조를 위반한 자에 대해서 벌금, 과징금 등의 제재를 규정하고 있으며 그 제재 대상을 내항여객운송사업자로 한정하고 있다.
㈏ 2002년경 선박의 안전운항과 해양오염방지를 위한 국제해사기구의 국제선박안전관리규약(ISM Code)이 전 세계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국내에서도 해상교통안전법(현행 해사안전법)이 제정되어 여객운송사업자가 운영하는 선박의 안전관리체제를 수립하도록 강제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내항여객선은 법률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고 대신에 그와 유사한 내용의 운항관리규정을 만들어 운행하도록 하였다.
㈐ 세월호와 같은 내항여객선과 달리 외항선 및 내항화물선에 적용되는 해사안전법은 제46조 제2항에서 ‘선박을 운항하는 선박소유자는 안전관리체제를 수립하고 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4항에서는 안전관리체제에 포함시켜야 할 사항으로 11개 항목을 열거하면서 ‘선장의 책임과 권한에 관한 사항’, ‘선박충돌사고 등 발생 시 비상대책의 수립’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도록 법률에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위 규정에도 선장 외의 선원들에 대한 의무나 책임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에서 정한 비상시 승무원들의 임무는 통상의 선원이라면 당연히 알고 지켜야 할 해상 관습에 해당하는 것이다. 선원법 및 선박직원법 등의 해사법규에서는 선장에게 비상시를 대비한 훈련을 반복적으로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이에 위반한 경우 과태료 등의 제재를 가하고 있을 뿐, 선장 외의 다른 선원이나 승무원들에게 훈련을 받을 의무를 부과하거나 형사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조항을 두지 않고 있다. 다만 이들에 대해서는 앞서 본 수난구호법 제43조 제2호와 뒤에서 보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2와 같이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만 구조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그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나. 계약상 보호의무
1) 세월호의 선장 및 선원인 피고인들은 비록 승객들과 직접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는 아니지만 자신들이 속한 청해진해운과 승객들 사이에 체결된 운송계약의 의무이행자 또는 이행보조자로서, 탑승한 승객들을 출발지인 인천항에서 목적지인 제주항까지 안전하게 운송할 계약상 의무를 부담하고, 만일 운항 중에 이 사건과 같은 비상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구호조치를 해야 할 계약상의 의무를 부담한다.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세월호의 운항관리규정에서 규정한 선원들의 의무가 법률상의 의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더라도, 운송계약에 의하여 승객들에 대한 안전의무를 부담하는 선원들이 비상상황에서 취해야 할 구체적인 조치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계약상 보호의무의 내용을 이룬다고 할 것이다.
2) 피고인 전영준의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세월호에 승선하기 전에 청해진해운의 담당 직원과 급여, 근로조건 등에 관한 합의를 하지 않아 청해진해운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므로, 청해진해운의 이행보조자로서의 승객들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피고인의 주장에 관하여 살피건대, 디지털증거 분석 결과 보고서(청해진해운 업무용 PC)의 기재 및 홍영기가 이 법정에서 한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사고 전날 청해진해운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려고 하였으나 청해진해운의 담당 직원으로부터 결재를 받지 못하였다는 말을 듣고 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하였고, 일단 한 번 다녀오라는 위 직원의 말에 따라 세월호에 승선을 하였으며, 사고 당일까지도 정식 채용 여부가 확정되지 아니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청해진해운이 인천지방해양항만청에 피고인을 세월호의 선원으로 신고한 사실, 피고인이 사고 전날 세월호에 조기장으로 승선하여 손지태와 함께 03:30경부터 당직근무를 서기도 하는 등 세월호의 선원으로서 근무를 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사고 당일의 항차에 관하여 피고인과 청해진해운 사이에 묵시적인 근로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결론
따라서 피고인들은 청해진해운과 승객들 사이에 체결된 운송계약에 따라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구호조치를 취해야 할 계약상의 의무를 부담한다. 이에 더하여 피고인 이준석은 선원법 제11조에 따라 승객들 및 선원들에 대한 법률상 보호의무를 부담한다.
2. 피해자들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 발생 및 부조를 요하는 상태
형법 제271조가 규정하는 부조를 요하는 경우는 스스로 자기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 발생으로 선체가 급격히 기울어진 후에 세월호가 계속하여 좌현으로 기울었고, 09:47:35경에는 3층 난간이, 09:50:21경에는 4층 난간이 완전히 침수되어 3, 4층에서 대기하던 승객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선체를 빠져나가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당시 승선하고 있던 승객들 중에는 노약자, 어린이도 있었고 선체가 기울면서 부상을 입은 승객들도 있었다. 선체가 언제 뒤집혀 침몰할지 모르는 급박한 상황에서 피해자들은 선내에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에 따라 선원들의 후속 조치를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결국 피해자들에 대한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은 이 사건 사고로 발생한 후 계속해서 증가하였고, 피해자들은 스스로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극복할 수 없는 상태, 즉 피고인들의 부조를 요하는 상태에 있었다고 할 것이다.
3. 유기행위
가. 필요한 구호조치
위와 같이 급박한 상황에서 선원인 피고인들은 승객들을 퇴선이 용이한 장소로 이동시키고, 구명장비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그 작동을 준비하는 등 승객들을 안전하게 퇴선시키기 위한 준비조치를 취하여야 하고, 선장인 이준석은 승객들이 더 이상 선박에 머무를 수 없게 된 때에는 지체 없이 퇴선명령을 내려야 한다.
1) 대피장소 이동의 적절성
가) 피고인 이준석, 김영호의 주장
선체가 30도 이상 기운 당시 상황에서 세월호의 비상대피장소인 3층 좌현 및 4층 좌우현 갑판은 모든 승객을 수용하기에 부족하여 승객들이 한꺼번에 좁은 공간에 몰릴 때의 혼란과 부상가능성이 있으므로, 대피장소로의 이동명령은 적절치 못하다.
나)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좌현으로 기운 당시 상황에서의 퇴선은 주로 좌현 갑판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선체가 계속 기울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승객들이 빠른 시간 안에 퇴선하기 위해서는 미리 이동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던 점, ② 기울어진 상태에서도 선수와 선미 사이의 수평이동은 어렵지 않았고, 3, 4층 좌현 갑판에는 난간과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운동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3층과 5층 사이의 상하 이동도 가능하였던 점, ③ 3층의 경우 선체의 좌현 쪽 전체가 갑판이고, 4층의 경우도 갑판의 길이가 약 40m 정도 되어 승객들이 대피할 수 없을 만큼 공간이 협소하지 않았던 점에 비추어 보면, 당시 상황에서 승객들을 좌현 갑판으로 유도하거나 외부 갑판으로 나갈 수 있는 장소로 이동하도록 할 필요성이 있었으므로, 피고인 이준석, 김영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 승객들에 대한 유도가 선원들의 의무인지 여부
가) 피고인 김영호의 주장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의 비상부서배치표상 승객들의 유도의무는 사무부, 조리부 승무원들이 담당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조타실에 있던 피고인들이 직접 객실로 내려가서 승객들의 대피와 퇴선을 도와줄 의무가 없다.
나)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① 세월호의 운항관리규정 제10장 제3항은 담당구역의 여객대피안내가 선원들을 포함하는 승무원 전체의 임무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② 당시 상황에 비추어 사무부 승무원 5명이 승객 443명을 안전하게 유도하고 퇴선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점, ③ 피고인들이 다른 임무를 수행하느라 승객들을 대피시키지 못한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당시 상황에 비추어 피고인들이 승객들을 대피시키는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이지 않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비상부서배치표상 조타실 및 기관실에서 근무하는 피고인들에게 다른 임무가 부여되어 있다고 하여 승객들의 생명·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대피유도 등의 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피고인 김영호의 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3) 퇴선명령의 필요성
가)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 김영호의 주장
퇴선명령을 너무 일찍 내려 승객들이 차가운 바닷물에 빠질 경우 승객들에게 저체온증이 발생하거나 구조를 받지 못한 승객들이 조류에 떠내려가 실종될 가능성이 있었으므로, 당시 상황에서 언제 퇴선명령을 내려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인 이준석이 사고 발생 초기에 퇴선명령을 내리지 않은 행위는 유기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판단
김영모가 이 법정에서 한 진술과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원인분석 결과 보고서의 기재에 의하면, 퇴선 여부를 결정할 때에는 해양사고의 종류와 심각한 정도, 현재 취해지고 있는 비상조치의 성공 가능성, 기상 및 해상상태, 사고시점이 주간인지 야간인지의 여부, 구조가능성 및 구조기관과의 통신상황, 전 승무원 및 여객의 퇴선을 위한 예상 소요시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① 카페리 여객선인 세월호는 선체 아래쪽이 풍우밀구역으로 되어 있고 차량 등 화물을 싣는 공간에 격벽이 설치되어 있지 아니하여 바닷물이 침투할 경우 빠른 시간 내에 침몰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사실, ② 사고 당시 날씨가 맑고 파도가 잔잔하였던 사실, ③ 조타실에 있던 피고인들이 VHF로 교신을 하였기 때문에 해경와 어선 등의 구조세력이 가까운 시간 내에 세월호에 도달하리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었던 사실, ④ 당시 세월호가 계속하여 기울어져서 승선원들이 선내에서 이동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었던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러한 사실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은 승객들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선장인 피고인 이준석은 승객들이 선내에 갇히기 전에 퇴선명령을 내렸어야 한다. 따라서 퇴선명령 필요성에 관한 위 피고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구호조치의 불이행
1)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 김영호, 조준기, 신정훈, 박경남, 오용석의 주장
조타실에 있던 피고인들은 사고 이후 조타실에서 진도VTS와 교신을 유지하며 구조요청을 하였고, 무전기를 통해 사무부와 연락을 유지하며 ‘구명조끼를 입고 대기하라’, ‘10분 후 구조정이 도착한다’, ‘퇴선하라’는 등의 안내방송을 할 것을 지시하였으며, 좌우현 구명뗏목을 펼치기 위해 시도하는 등 당시 가능한 조치를 하였으므로, 피해자들을 유기한 것이 아니다.
2) 판단
가) 사고 당시 조타실에 있던 피고인들의 행위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① 조타실에 있던 피고인들이 사고 발생 후 09:37경까지 진도VTS 등과 교신을 유지하면서 세월호의 상황을 해경에 알려준 사실, ② 피고인 김영호가 09:26경 진도VTS로부터 10분 후에 구조정이 도착한다는 말을 듣고 그와 같은 사실을 무전기로 사무부 직원들에게 알려준 사실, ③ 피고인 박경남이 09:38경부터 09:43경까지 사이에 구명뗏목을 터트리기 위해 조타실 좌현 출입문과 윙브릿지 사이의 중간지점까지 내려온 사실, ④ 피고인 박경남, 오용석이 세월호를 탈출한 뒤 해경 123정에서 객실 창문을 깨고 승객들을 꺼내는 구조작업을 하였고 피고인 김영호가 익수자에 대한 인공호흡 등의 응급처치를 실시하는 등 일부 피고인들이 승객들의 구조를 위해 노력한 사실이 인정된다.
이에 대해 검찰은 조타실로부터 구조정이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는 매니저 강혜성의 진술에 의하면, 09:26경 진도VTS로부터 10분 후에 구조정이 도착한다는 말을 듣고 그와 같은 사실을 무전기로 사무부 직원들에게 알려주었다는 피고인 김영호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강혜성은 제24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김○○ 군의 동영상에 녹음된 ‘10분 후 경비정 도착’ 안내방송은 자신이 한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조타실로부터 연락을 받고 위와 같이 방송을 한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해경 122에 신고하였을 때 경비정이 오는데 30분에서 40분 정도 걸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기다린 다음에 스스로 안내방송을 했던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① 강혜성은 제5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였을 때에는 10분 후 구조정이 도착한다는 방송을 자신이 전혀 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였으나 제24회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위와 같은 방송소리가 포함된 김○○ 군 촬영 동영상을 본 뒤에 자신이 방송을 하였다고 진술을 번복한 점, ② 강혜성이 어림잡아 예측한 방송 시점과 피고인 김영호가 진도VTS로부터 10분 후에 구조정이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은 시점이 거의 동시라는 것이 단순히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려운 점, ③ 강혜성이 해경과 통화를 한 내용이 기재된 해경 122 신고전화 녹취록에는 강혜성의 진술과 달리 ‘경비정이 사고현장에 도착하는 데에 30분에서 40분 정도 걸린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점, ④ 강혜성이 제5회 공판기일에서는 조타실로부터 지시 상황을 전혀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하였으나 제24회 공판기일에서는 대기하라는 방송을 한 후 20분 정도까지는 조타실과 무전기로 연락이 되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진술을 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조타실로부터 10분 후 경비정 도착한다는 소식을 전달받지 않았다는 강혜성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반면, ① 김○○ 군 촬영 동영상, 음질개선 DVD 녹음파일과 그 녹취서(증거목록 순번 1670번)에 의하면, 강혜성이 사고 당일 09:26:43경 “해경 구조정이 앞으로 10분 후에 도착할 예정입니다.”라고 방송을 한 사실이 확인되고, 진도VTS에서 세월호에 10분 후 경비정이 도착한다는 사실을 알려준 시점이 그보다 조금 앞선 09:25:29경인 사실, ② 진도VTS 교신파일(6채널) 중 채널2의 녹음파일과 그 녹취서(진도VTS CH2)에는 강혜성이 ‘10분 후 경비정 도착’을 알리는 방송을 한 이후인 09:26:40경 위와 같은 내용의 VHF 교신이 시작된 것으로 표시되어 있으나, 앞서 본 녹취록과 시각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알 수 없고, 교신시각과 방송시각의 차이도 근소하여 그 선후관계를 확실히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위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김영호가 10분 후 구조정이 도착한다는 내용을 사무부에 전달한 것이 아니라고 단정하기에 부족한 점, ③ 피고인 신정훈은 이 법정 및 수사기관에서 피고인 김영호가 위와 같은 사실을 무전기로 전달하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 김영호가 10분 후 구조정이 도착한다는 내용의 VHF 교신을 듣고 이를 무전기로 사무부 직원들에게 전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나) 피고인들의 유기행위 인정 여부 및 기수 시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들이 조타실에 있을 당시에는 세월호의 선체가 기울면서 빠른 시일 내에 침몰할 가능성이 있고 승객들의 인원이 많았기 때문에 퇴선을 위하여 상당한 준비와 시간이 필요하였으므로, 승선원들의 퇴선을 위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VHF 교신은 1명의 승무원이 담당하면 충분했고, 방송을 통해 승객들의 대피를 안내하거나 조타실과 다른 선원들의 사이의 연락에 필요한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 승무원들은 승객들의 퇴선을 도울 수 있는 위치로 움직여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모두 조타실에 모인 상태에서 승객들에 대한 퇴선준비를 하지 아니한 채 단순히 구조요청만을 반복하고, 무전기로 구조정이 10분 후 도착한다는 말만 사무부에 전달하였을 뿐이므로,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에 대한 구호조치를 추가로 하지 아니한 것은 유기행위에 해당한다.
한편, 유기죄는 추상적 위험범으로 유기행위로 인하여 피해자들의 생명·신체에 대한 추상적 위험만 발생하면 기수에 이른다. 이 사건과 같이 부작위에 의한 유기행위에 있어서 그 기수시기는 구호조치를 취함으로써 승객들에 대한 위험발생을 제거할 수 있는 마지막 시점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세월호의 승객들이 모두 퇴선경로를 확보하고 대피장소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당시 승객의 수나 세월호의 기울기, 대피장소 등을 고려할 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였고, 세월호가 기울어진 직후인 08:58경 선내에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이 이루어짐에 따라 승객들과 사무부 선원들이 선내에 대기하고 있었으므로, 피고인들로서는 늦어도 09:26경 진도VTS로부터 10분 후 구조정이 도착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직접 또는 사무부 직원들을 통해 퇴선명령을 내리고 승객들을 이동 가능한 출입문으로 안내하는 구호조치를 시작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구호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으므로 09:26경 피고인들의 구호조치 미이행은 유기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박경남이 09:38경부터 09:43경 사이에 구명뗏목을 터뜨리기 위하여 윙브릿지로 나간 행위나 피고인 김영호, 신정훈, 박경남, 오용석이 세월호에서 탈출한 후 해경 123정에서 승객들을 구조한 사실들은 09:26경 이미 유기행위가 기수에 이른 후에 한 것으로서 유기죄의 성립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4. 유기의 고의
가. 조타실에 머물렀던 피고인들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인들의 주장
피고인들은 조타실에 있을 당시 승객들의 구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였으므로, 피고인들이 구호조치를 완전히 수행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들의 과실에 해당할 뿐, 피고인들에게 유기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
2)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들 중 일부가 조타실에 머무는 동안 VHF 교신을 통해 해경에 구조요청을 하는 등의 조치를 하였던 사실이 인정되지만,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은 선내 대기방송에 따라 사무부 직원들과 승객들이 선내에 대기하면서 조타실의 다음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사정과 퇴선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승객들의 생명․신체에 위험이 발생한다는 인식하였으면서도 필요한 구호조치를 하지 아니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들에게는 유기의 고의가 인정된다. 따라서 당시 유기의 고의가 없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요부조상태에 관한 인식
⑴ 세월호의 복원성에 관한 인식
피고인들은 대부분 2013. 11. 28. 출항시 발생한 사고 등 세월호의 선체가 기우는 사고를 직접 겪어보거나 들어서 알고 있었고, 세월호의 개조 및 화물적재 상태에 관하여도 알고 있었다. 화물의 과적 및 고박상태에 관하여는 잘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피고인 박한결도 평소 세월호의 복원성이 좋지 않아 소각도 변침만을 해야 한다는 점은 알고 있었고, 사고 발생 전날 청해진해운에 입사하여 세월호에 처음 승선했던 피고인 신정훈도 세월호에서 근무해 보았던 지인으로부터 선박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였다. 결국 피고인들은 세월호의 복원성이 좋지 않으므로 횡경사가 발생한 경우 세월호가 쉽게 복원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⑵ 세월호가 기운 직후 상황에 관한 인식
사고 발생 당시 조타실에 있던 피고인들은 선수 갑판에 컨테이너가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았고, 힐링펌프가 작동하지 않고 주기관이 정지된 상황을 알고 있었다. 피고인 강원식은 VHF를 통해 해경에 구조요청을 하면서 ‘배가 넘어가 있다’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혼잣말로
‘지금 바다에 빠져야 되나 어쩌야 되나 모르겠네’라고 이야기 하며 당시 상황이 배를 버리고 바다로 탈출하여야 하는 상황임을 예상하였고, 피고인 박기호는 기관부 당직근무자들에게 2차례 전화를 걸어 기관실에서 즉시 탈출할 것을 지시하였다. 이후에도 세월호의 선체가 좌현으로 점점 더 기울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은 세월호의 승객들이 배에서 탈출하지 않는 경우 생명․신체에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임을 인식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
⑶ 선내에 대기하고 있는 승객의 상황에 관한 인식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① 피고인 김영호가 08:58경 무전기로 사무장 양대홍에게 구명동의를 입고 대기하라는 방송을 하라고 지시한 사실, ② 강혜성이 08:52경부터 “현재 위치에서 절대 움직이지 마시고 안전봉을 잡고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방송을 반복해서 실시하고, 이후 09:06경 “구명동의가 착용 가능하신 승객 분들께서는 구명동의를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방송을 한 후 움직이지 말라는 취지의 방송을 계속 반복한 사실, ③ 피고인 김영호가 무전기에 대고 한 말은 단순히 ‘옷 두껍게 입고 구명동의 입고 대기하라’는 정도였고, 사무부 직원들에게 승객들을 유도하라거나 대피시키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는 사실, ④ 피고인 강원식, 김영호, 박경남은 VHF로 교신하면서 해경에게 이동이 불가능하다고 말하였고, 피고인 강원식이 09:14경 휴대폰을 가지고 온 뒤로 09:38경까지 조타실 밖으로 이동한 사람이 없는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은 승객들이 추가조치를 기다리며 선내에 대기하고 있음을 알았고, 그 뒤에 퇴선준비를 위한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승객들이 위험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점을 인식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피고인 이준석, 김영호는 승객들에게 절대 움직이지 말라는 취지의 안내방송이 이루어진 것은 매니저 강혜성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고, 자신들이 말한 ‘대기하라’의 의미는 퇴선을 준비하고 있으라는 취지였으며, 조타실에 있을 때에 강혜성이 실시한 안내방송을 듣지 못하여 승객들이 선내에서 대기하고 있는 상황임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 김영호를 통해 전달된 지시는 대기하라는 것에 불과할 뿐 퇴선 또는 그에 관한 준비를 하라는 내용이 아니었고, 실제로도 피고인 김영호의 무전기 교신에 따라 사무부에서 퇴선을 예상하여 그에 관한 준비절차를 진행하지도 않았던 점, 피고인 김영호의 대기 지시는 세월호가 기운 직후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피고인들이 당시 상황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승객들에 대한 퇴선준비를 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사무부에 전달한 것이 아닌 점, 피고인 이준석도 대기장소로 갑판보다는 로비 정도가 적당하겠다고 혼자 생각하였다고 말할 뿐 피고인들 중 단 한 명도 승객들이 어디에 어떻게 이동해 있는지, 탈출경로를 확보하였는지 등을 확인해 보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당시 사무부 직원들에게 전달된 피고인 김영호의 지시는 단순히 선내에서 대기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인 이준석, 김영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구호조치의 내용에 관한 인식
⑴ VHF 교신내용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세월호가 기울어진 후 조타실의 상황과 그 때부터 09:26경까지의 진도VTS, 세월호, 둘라에이스호 사이의 VHF 교신내용은 다음과 같음을 인정할 수 있다.
㈎ 일부 피고인들이 해경과 교신할 때 사용한 VHF의 소리는 멀리 떨어져 있던 피고인 박한결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큰 편이었다. 구조헬기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조타실에 있던 기기들의 알람이 울렸을 뿐 조타실 내에서 다른 소음은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구조세력이 도착하는지 여부는 피고인들의 생명, 신체의 안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피고인들은 다른 행동을 하거나 서로 대화를 하는 등의 사정이 없었으면 VHF의 교신내용을 들을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여러 사람들이 VHF의 같은 채널을 사용하여 동시에 말을 하거나 무선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피고인들이 VHF의 교신내용을 알아듣지 못하였을 가능성도 있다.
㈏ 피고인 강원식, 김영호, 박경남은 VHF를 통해 해경에게 ‘빨리 와 달라’, ‘움직일 수 없다’고 하면서 신속히 와 줄 것을 반복해서 요구하였고, 진도VTS는 세월호에 승선원들이 구명뗏목에 타고 있는지, 퇴선이 가능한지, 얼마나 기울었는지 등을 묻고, 인근의 둘라에이스호 등 선박들에게 구조지원을 요청하였다. 둘라에이스호의 선장 문예식은 09:13경 세월호를 보고 좌현으로 완전히 기울었다고 말하고, 09:22경에는 침몰하기 직전인 것 같다고 말하였다.
㈐ 피고인 신정훈은 09:21경 진도VTS에 해경이 구조작업을 위해 오고 있는지, 소요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물었고, 09:22경에는 피고인 박경남이 재차 해경이 오는데 얼마나 걸리는지를 물었다. 진도VTS에서는 경비정이 현장에 도착하는 데에 15분이 걸린다고 알려 주면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를 입으라는 방송을 해달라고 하였고, 피고인 신정훈은 방송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대답하였다. 이에 진도VTS는 방송이 안 되더라도 최대한 나가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를 착용하고 옷을 두껍게 입도록 전파해 달라고 하였다.
㈑ 피고인 박경남은 09:24경 진도VTS에 승객들을 탈출시키면 옆에서 구조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문예식은 라이프링이라도 착용을 시켜서 탈출시키라고 하였으나, 피고인 박경남은 재차 탈출을 시키면 구조가 바로 되느냐고 묻고, 문예식은 재차 빨리 탈출을 시키라고 하였다. 이후 약 30초가 지난 09:25경 피고인 박경남은 다시 진도VTS를 불렀고, 진도VTS에서는 세월호의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선장이 판단해서 승객을 탈출시킬지 빨리 결정하라고 하였으나 피고인 박경남은 “그게 아니고 지금 탈출하면 바로 구조를 할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라고 말하였고, 진도VTS는 09:26경 경비정이 10분 이내에 도착한다고 대답하였다.
⑵ 판단
위와 같은 VHF 교신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은 VHF로 진도VTS 또는 둘라에이스호의 선장과 교신하는 과정에서 승선원들을 퇴선시켜야 한다는 사실과 자신들이 승선원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해야 할 행위를 알게 되었을 것으로 인정된다.
이에 관하여 피고인들은 사고 이후 충격과 공포로 당황한 상태에서 어떤 조치를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피고인들의 주장에 관하여 살피건대, 이윤철, 김영모도 이 법정에서 평소에 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 세월호의 승무원들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원인 중 하나에 해당한다고 진술한 점, 이 사고가 피고인들이 평소 접해보지 못한 대규모 사고였던 점 등에 비추어, 사고 초기에는 피고인들이 당황하여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거나 공포심 등으로 인해 적절한 조치를 판단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① 사고 후 세월호의 선체가 천천히 기우는 상황이었고, 피고인들은 진도VTS와의 교신을 통해 구조세력이 도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며, 필요한 조치내용도 교신내용을 통해 알게 되었던 점, ② 피고인 이준석은 둘라에이스호와 같은 일반 선박은 사람 한 명을 건져 올리는 데도 한참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하였고, 당시 수온이 차가울 것으로 예상하여 너무 일찍 탈출할 경우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다고 하면서 구조행위를 개시할 시점을 찾고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09:26경 진도VTS로부터 구조정이 10분 내에 도착한다는 소식을 접한 때에는 더 이상 구호조치를 미루고 있을 타당한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점, ③ 피고인들도 선체가 기울어 조타실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힘들었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당시 세월호의 선체가 기우는 속도에 비추어 시간이 더 지날 경우 선체가 더욱 기울어 당장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피해자들의 생명·신체에 위험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였을 것으로 보이므로, 충격과 공포로 승객구호에 필요한 행위를 할 수 없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이동가능성에 관한 인식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① 조타실에 있던 피고인들이 ‘10분 후 경비정이 도착한다’는 해경의 말을 들은 09:26경보다 더 늦은 시각에도 선내를 이동하여 탈출에 성공한 승객들이 존재하는 사실, ② 피고인 박기호를 비롯한 기관부 선원들은 09:37경 서로 손을 잡고 좌현 갑판으로 미끄러져 내려온 사실, ③ 사무장 양대홍이 09:10경부터 09:15경 사이에 5층 조타실 뒤편 출입문을 지나는 장면이 목격되었고, 이후 4층 로비 근처에서, 물이 차오르기 시작한 시점에는 3층 식당에서 목격된 사실이 인정된다.
위와 같은 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은 09:26경 이후에도 좌현 구명뗏목으로 이동하거나 승객들이 있는 구역으로 이동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당시 조타실에 있던 피고인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은 승객들이 있는 구역이나 구명장비를 작동시킬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불가능하였다고 인식하였다기보다는 그와 같은 시도를 하는 경우 자신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하여야 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섣불리 그러한 행동을 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조타실에서 이동하기 어려워서 구호조치를 하지 못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3층 선실 복도에 머물렀던 피고인들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인들의 주장
가) 피고인 박기호의 주장
퇴선명령은 고도의 판단능력이 요구되는 것이므로 기관장에 불과한 피고인이 선장의 지시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능력이나 권한이 없다. 피고인은 발전기를 살펴보라는 피고인 이준석의 지시를 받고 조타실을 나가 기관실로 내려갔고, 그 도중에 3층에서 굴러 떨어져 기관부 선원실 앞 복도에서 다른 기관부원들을 만났을 뿐 처음부터 세월호를 탈출할 의도로 조타실을 벗어난 것이 아니다. 피고인이 3층 선실 복도에서 대기할 당시에는 다른 승객들이 선내에 움직이지 않고 대기하고 있었던 사정이나 구호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던 사정은 알 수가 없었으므로, 피고인에게는 유기의 고의가 없었다.
나) 피고인 이수진, 이영재, 박성용의 주장
피고인들은 세월호의 기관실에서 당직근무를 하던 중 사고를 겪었고, 피고인 박기호로부터 당장 빠져나오라는 지시를 받고 기관실을 나와 3층까지 힘겹게 올라갔으며, 기관부 선원실에서 대기하는 동안 기관부 선원들을 총괄하는 기관장으로부터 아무런 지시를 받지 못했다. 피고인들은 기관부 선원들로서 승객들이 위치한 객실의 내부구조도 잘 모르고 있었고 승객들의 상황이나 구조상황 역시 알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들은 구호조치를 취할 생각을 하지 못하였으므로, 피해자들을 유기할 고의가 없었다.
다) 피고인 전영준의 주장
피고인은 사고 전날 세월호에 처음으로 승선하였고, 선원들의 침실과 승객들이 있는 구역이 분리되어 있어 수학여행을 가는 학생들이 타고 있는 줄도 몰랐다. 3층 기관부 선원실 앞에서 대기할 당시에도 사고 원인이나 승객들의 상황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고, 선장이나 기관장으로부터 구호조치에 관한 아무런 지시도 받지 못하였으므로, 피고인에게는 유기의 고의가 없었다.
라) 피고인 김규찬의 주장
피고인은 세월호의 선체가 급격하게 기울어질 당시 침실에서 굴러 떨어져 앞니가 부러지고 아랫입술이 찢어지는 등 얼굴, 어깨, 무릎 부위에 부상을 당하였고, 극심한 통증으로 인하여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기관부 선원실 앞에서 대기할 당시에도 사고 원인이나 승객들의 상황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고, 선장이나 기관장으로부터 구호조치에 관한 아무런 지시도 받지 못하였으므로, 피고인에게는 유기의 고의가 없었다.
2) 판단
가) 피고인들의 행동과 상황
피고인 신정훈, 박경남, 이수진, 박성용이 이 법정에서 한 각 진술에 의하면, 힐링펌프가 작동되지 않자 당시 조타실에 있던 피고인들 사이에 발전기가 나갔다는 취지의 말이 나왔고, 피고인 박기호가 기관부 선원실 앞 복도에서 기관부원들을 만났을 당시에도 다른 기관부원들과 발전기에 관한 대화를 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박기호가 발전기의 가동상태를 확인하기 위하여 조타실을 나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또한, 피고인 전영준이 사고 전날 세월호에 처음으로 승선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세월호의 내부구조도에 의하면, 기관부 선원들의 경우 근무장소나 선실이 승객들이 있는 구역과 구분되어 있고, 선원식당의 경우도 승객들의 식당과 구분되어 있어 피고인 전영준, 김규찬은 선내에서 근무하는 동안 승객들과 마주치지 않았을 가능성이 인정된다. 피고인 김규찬의 의무기록 사본, 신문기사 사진, 송미경이 이 법정에서 한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 김규찬이 세월호가 기울어질 당시 이빨이 깨지고 입술이 터지는 등 상해를 입고 어깨와 무릎 등을 다쳐 사고 이후 상당 기간 입원치료를 받았던 사실이 인정된다.
나) 유기의 고의 인정 여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은 3층 기관부 선원실 복도에 모여 있는 동안 승객들이 부조를 요하는 상태에 있음을 알면서도 아무런 구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음이 인정되므로, 유기의 고의가 없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⑴ 요부조상태의 인식
㈎ 피고인 박기호는 조타실에 있을 당시 선수 갑판의 화물이 쓰러지는 것을 목격하였고, 이후 힐링펌프가 작동하지 않는 사실과 강원식이 VHF로 해경에 구조요청을 한 사실을 알았으며, 기관실에 2차례 전화하여 당시 근무 중이던 피고인 이수진, 이영재, 박성용에게 당장 기관실을 빠져나오라고 지시하였다. 피고인 이수진, 이영재, 박성용도 피고인 박기호의 위와 같은 지시를 받고 곧바로 기관실을 탈출하였고, 3층으로 이동하기 위하여 세월호가 기울게 됨으로써 경사가 90도가 된 계단을 올라왔다. 이와 같은 사정들에 의하면, 위 피고인들은 세월호가 침몰할 수 있는 위급한 상황임을 인식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
㈏ 기관부 소속 피고인들은 3층 기관부 선원실 복도에 모인 후 각자의 객실에서 구명동의를 찾아 입었다. 피고인 전영준은 객실에 들어가 당시 입고 있던 상하의 일체형 작업복을 벗고 구명동의를 착용하였는데, 이 법정에서 물에 뛰어내릴 때 옷이 두꺼우면 활동이 안 되기 때문에 작업복을 벗었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 김규찬은 이 법정에서 세월호가 기울 때에 부상을 입어 몸이 불편하였지만 물에 빠졌을 때를 대비하여 작업복을 입고 모자를 썼다고 진술하였다. 따라서 피고인들은 사고 초기부터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퇴선에 대비하였음을 알 수 있다.
㈐ 피고인 박기호를 제외한 나머지 기관부 소속 피고인들은 이 법정에서 3층 기관부 객실 복도에 있을 당시 선내에서 대기하라는 취지의 안내방송을 들었다고 진술하였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움직이지 말라는 취지의 선내방송이 반복해서 이루어졌고, 헬기나 초계기 등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3층 기관부 선실 복도에 소음이 발생할만한 사정도 없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선내방송을 전혀 듣지 못하였다는 피고인 박기호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결국 3층 기관부 선원실 복도에 있던 피고인들은 승객들이 추가조치를 기다리며 선내에 대기하고 있음을 알았고, 그 뒤에 퇴선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승객들이 위험에 빠지게 된다는 점을 인식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
⑵ 유기행위에 관한 인식
피고인들의 법정진술에 의하면, 피고인 박기호는 기관장으로서 기관실 선원을 총지휘하는 지위에 있고 선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20년이 넘는 사실, 피고인 전영준은 엔진컨트롤룸에서 세월호의 비상부서배치표를 보았고 세월호에 승선하기 전 다른 여객선에 근무할 때 선내 비상훈련을 받았던 사실, 피고인 김규찬은 세월호에 근무하기 전에 다른 여객선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비상시를 대비한 훈련을 받았던 사실, 피고인 이수진, 이영재, 박성용은 승객들에 대한 구호조치의무를 알고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들은 비상상황 발생시 선원으로서 승객들에 대한 구조활동을 하여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승객들에 대한 구조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채 약 30분 동안 구명동의를 착용한 채 기관부 선원실 복도에서 머물렀고, 피고인 박기호, 손지태, 전영준은 좌현 갑판 출입문을 통해 물이 얼마나 가까워지는지를 지켜보았는바, 피고인들은 승객들에 대한 구조의무가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이행하지 않아 부조를 요하는 승객을 유기한다는 인식을 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 박기호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은 선장이나 기관장의 지시가 없어서 구호조치를 취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들이 선장의 지시를 받고자 했다면 당시 사용이 가능했던 휴대전화나 선실에 있는 선내전화를 이용하여 조타실이나 안내데스크에 연락하여 선장의 지시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던 점, ② 피고인 박기호 외의 다른 피고인들이 들었다는 방송내용도, ‘움직이지 마라’, ‘대기하라’는 취지였고, 선내방송의 내용도 승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분명하였으며, 피고인 이영재는 선내방송의 내용이 당시 상황에 비추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였던 점, ③ 피고인들은 구명동의를 착용하여 자신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행위를 한 후에도 약 30분에 이르는 시간 동안 3층 객실 복도에 대기하면서 조타실이나 안내데스크에 연락을 취하지 아니하였고, 기관장인 피고인 박기호에게 승객구호를 위하여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묻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선장 또는 기관장의 지시를 받지 못하여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기보다는 구호조치를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갖지 않은 채 탈출을 위한 준비만을 하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위 피고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고인 전영준은 사고 전날 세월호에 처음 승선하여 승객들이 443명이 탔던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피고인 김규찬은 사무부에서 구호조치를 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승객들에 대한 구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기관부 선원실 복도에 대기하고 있을 때에 피고인들 중 누군가가 ‘승객들이 많이 탔는데...‘라고 하면서 승객들을 걱정하는 취지의 말을 하였던 점, ② 피고인 전영준, 김규찬이 위와 같은 말을 듣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세월호의 규모와 당시의 기울어진 상황에 비추어 사무부 승무원 5명으로 모든 구역과 이동경로의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어려웠던 점, ③ 설령 피고인 전영준, 김규찬이 탑승한 승객의 수가 적어 사무부 직원에 의한 승객 유도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였더라도 결국 승객의 퇴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무부 직원 외의 다른 승무원들이 구명뗏목 또는 사다리를 내려 승객들을 퇴선시키는 조치를 해야 하는데, 피고인 전영준, 김규찬은 그러한 조치를 취할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피고인들에게 승객들에 대한 구호조치를 이행할 의사가 없었다고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들의 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⑶ 이동가능성 여부에 관한 인식
피고인들은 세월호가 기울 당시 입은 상해와 세월호의 선체가 좌현으로 심하게 기운 사정 때문에 대기하고 있던 3층 기관부 선원실 복도에서 승객들이 있는 객실까지 이동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앞서 본 것과 같이 피고인 김규찬은 세월호가 기울 때에 입은 부상으로 상당한 통증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① 해경 123정에서 촬영한 동영상에 의하면 피고인 김규찬은 혼자서 좌현 갑판에 내려온 뒤 해경 구명단정까지 직접 이동하여 탔고 해경 123정에 탄 뒤에도 별다른 문제없이 움직인 것으로 확인되는 점, ② 피고인 김규찬의 치료를 담당했던 간호사 송미경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 김규찬이 당시 다른 생각을 전혀 떠올리지 못할 정도의 심각한 부상을 입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되는 점, ③ 다른 피고인들도 09:37경 서로 손을 잡고 좌현 갑판으로 내려왔고 따라서 그 이전에도 충분히 선내를 이동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은 조타실에 있던 다른 피고인들과 마찬가지로 당시 선내에서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고 생각하였다기보다는 움직임으로 인하여 자신이 다치거나 바다에 빠질 것을 두려워하여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사고 당시 이동할 수 없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5. 인과관계
가. 피고인들의 유기행위와 피해자들의 사망과의 인과관계
1) 피고인들의 주장
피고인들이 적절한 구호조치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 사고 지점의 조류의 세기와 수온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들이 모두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해자들이 사망에 이른 주된 원인은 해경의 부실한 구조행위로 인한 것이므로, 피고인들의 유기행위와 피해자들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2)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09:26경 퇴선 안내방송을 실시하고 피해자들을 퇴선하기 좋은 외부 갑판으로 유도하거나 구명뗏목 등 구호장비를 작동시키는 등 피해자들에 대한 구호조치를 하였다면, 사망한 피해자들이 모두 구출되어 생존할 수 있었을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사고 지점의 수온
사고 당일 08:48경부터 11:03경까지의 사고해역 인근의 수온은 12.6도이었다. 국제 항공 및 해상 수색구조 매뉴얼에 의하면 10도에서 15도 사이의 수온에서 특수한 보호복을 착용하지 아니한 사람의 생존 예상 시간은 6시간 미만이고, 4도에서 10도 사이의 수온에서는 생존예상시간이 3시간 미만이다. 따라서 세월호의 승선객들이 구명동의를 입고 바다에 빠지더라도 건강상의 문제가 있지 않는 한 상당한 시간 동안 생존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나) 사고 지점의 조류
사고 당일 09:00경은 조류의 흐름이 바뀌는 시기로서 사고 지점 인근 해역의 조류의 세기는 0.2노트 또는 0.5노트였고, 10:00경은 0.4노트 또는 1.9노트였으며, 10:30경까지 사고 지점의 조류의 세기는 2노트를 넘지 않았다. 세월호에서 바다로 뛰어든 승객들은 큰 움직임 없이 떠 있다가 구명뗏목이 펼쳐지자 그쪽으로 헤엄쳐 다가갈 수 있었다. 당시 구조헬기에서 바다로 뛰어들어 구명뗏목을 이동시켰던 권재준은 이 법정에서 구명뗏목을 이동시키는 데에 조류의 영향은 크게 느끼지 못했고 세월호의 선체가 조류를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고 진술하였다. 따라서 사고 당시 승객들이 바다에 뛰어들었다고 하더라도 조류에 떠밀려 흩어질 정도는 아니었고, 설사 다른 곳으로 떠내려갔다고 하더라도 세월호 근처에 대기하고 있던 초계기와 헬기, 어선 등에 의해서 충분히 발견될 수 있었다.
다) 구조세력의 도착
목포해경 소속 123정은 09:35경 세월호 근처에 도착하여 09:38경 123정의 구명단정이 세월호로 출발하였고, 전남 201호는 10:06경 사고 해역에 도착하였으며, 당시 10대 정도의 선박들이 세월호 주변에 대기하였다. 해경 소속 CN-235 초계기는 09:30경부터 상공에 뜬 상태에서 세월호 주변을 관찰하였다.
해경 123정에는 약 40명의 인원이 승선할 수 있는데 그 측면에 사다리가 설치되어 있어 바다에 표류하는 인원이 쉽게 승선할 수 있었다. 전남 201호보다 먼저 도어선 중에는 에이스호와 같이 50명 정도의 인원이 승선할 수 있는 것들도 있었고, 어선들의 높이가 50cm에 불과하여 어선에서 바다에 표류하는 인원을 쉽게 건져올릴 수 있었다. 그 밖에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둘라에이스호와 드래곤에이스호도 세월호 근처에 대기하고 있었다. 따라서 승객 443명이 09:26경부터 모두 사고해역에 표류하였다고 하더라도 전남 201호가 도착한 10:06경까지 바다에 표류한 모든 사람들의 구조가 가능하였다고 판단된다.
라) 피해자들의 탈출가능성
⑴ 각 선실에서 복도로 나오는 경로
우현쪽에 위치하여 출입구가 좌현쪽에 있는 선실의 경우 승객들이 복도까지 나오는데 큰 문제가 없다. 3, 4층의 가장 선수측에 있는 S-1, S-4 선실과 4층 선미에 위치한 SP-1, SP-2 선실을 제외한 나머지 선실의 경우 객실 내에 2층 침대가 설치되어 있어 복도에 있는 사람이 잡아주면 객실 안에서 승객들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
S-1, S-4 선실과 일부 2층 침대가 설치되지 않은 선실의 경우 기울어져 있는 상황에서 좌현 쪽에 미끄러져 있던 사람은 혼자서 올라오기 힘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위 객실에서 탈출한 승객들은 서로 목마를 태워서 위쪽으로 올려주거나 선실의 모포를 이용해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복도로 연결된 부분까지 올라왔다. S-1 선실의 경우 좌현 출입문 쪽에 비상출입문이 설치되어 있는데 일부 승객이 비상출입문을 열려고 시도하였던 사실에 비추어 퇴선명령이 있었을 경우 승객들이 활용할 수 있다. S-4 선실의 경우 좌현 선수 쪽에 신발장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세월호가 기울어진 상태에서도 승객들이 이를 이용하여 출입문 쪽으로 올라올 수 있다.
SP-1 선실은 단원고 학생들이 물이 차오르고 난 뒤에 탈출을 시도하였던 곳인데, 위 선실에서 탈출한 학생들은 캐비넷을 잡거나 밟으면서 출입문 앞까지 올라왔고, 출입문 쪽에 있던 다른 학생들이 도와주어 출입문에서 복도로 나올 수 있었다. SP-2 선실의 경우 학생들이 우현쪽 출입문으로 나갈 때에도 위와 동일한 방법으로 탈출할 수 있고, SP-2 선실의 경우 승객들이 좌현 쪽에 설치된 2개의 출입문으로 나갈 수 있다.
⑵ 이동의 어려움
승객들이 세월호의 선실로부터 복도를 거쳐 출입문까지 이동하는 데에 특별히 이동에 장애가 될 만한 요소가 발견되지 않는다. 세월호가 좌현으로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에 승객들이 선실을 나온 뒤 출입구까지 이동함에 있어 선수에서 선미 방향, 선미에서 선수 방향으로 수평이동을 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으나, 우현에서 좌현 방향으로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은 부상자가 발생하거나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기관부 소속 피고인들은 09:37경에도 서로 손을 잡고 기관부 선원실 복도에서 좌현 난간까지 큰 부상 없이 내려왔고, 09:46경 조타실 좌현 출입문이 뜯겨지면서 윙브릿지까지 미끄러져 내려온 피고인 강원식도 별다른 부상 없이 해경 123정에 옮겨 탔다. 또한 모포나 커텐으로 줄을 만들어 잡고 내려오거나 중간에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승객들이 좌현 방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큰 부상을 당하거나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⑶ 구역별 탈출가능성
㈎ 3층, 5층 객실 및 4층 선미 객실
3층과 5층 객실의 경우 승객의 숫자나 퇴선이 가능한 경로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승객들이 선체 외부로 대피하는데 장애가 될 만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다. 10. 8.자 세월호 내부 수습현황의 기재에 의하면 4층에서 발견된 피해자 191명의 시신이 선수 쪽과 선미 쪽에 몰려 있음이 확인된다. 선미의 SP-1, SP-2, SP-3 객실의 경우 좌현이나 선미 방향으로 출구가 가까운 곳에 있으므로 피해자들이 복도에만 나와 있었더라도 쉽게 탈출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 4층 선수 부분
4층 선수 쪽에는 약 180여 명의 승객들이 있었는데, 4층 좌현 갑판은 그 길이가 40m 정도였기 때문에 세월호가 기울어진 상황에서 많은 인원이 동시에 대기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선미나 중앙 부분의 객실에 있던 승객들도 4층 좌현 갑판으로 이동하였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위 인원들이 모두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기 위해서는 4층 승객들의 일부가 3층이나 5층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했어야 하는바, 생존 승객인 김동수는 09:28경 우현 갑판에 있는 계단을 이용하여 3층에서 5층까지 올라갔다가 4층으로 내려갔고, 해경 이형래 경사가 09:43경 좌현 갑판의 계단을 이용해 3층에서 5층까지 올라간 점에 비추어 보면, 승객들이 3층 좌현 갑판이 바닷물에 잠기기 전에는 3층과 5층으로 이동할 수 있었던 점이 인정된다. 따라서 4층 좌현 갑판에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갑판의 계단을 이용하여 3층이나 5층으로 이동을 하였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4층 좌현 갑판의 면적이 좁다는 사실이 4층에 있던 승객들이 모두 대피하는 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09:26이 지난 시점에도 4층 우현 복도에 있던 승객들이 서로 도와줄 경우 중앙 계단을 통해 큰 문제 없이 3층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⑷ 탈출시뮬레이션 분석결과
한편, 승객들이 선내를 움직이는데 큰 지장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09:47:35경에는 3층 난간이, 09:50:21경에는 4층 난간이 각각 침수되었으므로, 승객들이 3층 난간 및 4층 난간이 침수되기 전에 탈출할 수 있었는지를 살필 필요가 있다.
가천대학교 초고층방재융합연구소에서 실시한 가상대피시나리오 및 탈출 시뮬레이션 결과에 의하면, 세월호가 52.2도 기운 상태에서 선실에 있던 승선원들이 탈출을 시작하였다면 약 9분 28초만에 탈출을 완료할 수 있다. 위 시뮬레이션의 시나리오는 충분한 수의 승선원들이 승객들에게 적절한 대피안내를 실시하고 4층에 있던 승선원들이 모두 3층까지 내려가서 탈출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설정하였다. 이러한 조건은 사고 당시 세월호의 실제 상황과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위 시뮬레이션 결과는 IMO에서 정한 피난행동 특성에 관한 가정대로 사람들이 움직일 것을 전제로, 실제 피난실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SFPE 핸드북의 피난보행속도, 출구유출시간 등에 당시의 기울어진 상태를 반영하여 수정을 한 수치들을 피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 입력하여 얻어진 결과로서, 적어도 09:26경 피고인들이 적절한 승객 구호조치를 시작하였다면 피해자들이 3, 4층의 출입구가 침수될 때까지 약 20분의 시간 동안 세월호를 탈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서 피고인들은 위 시뮬레이션 결과가 승객들이 승무원들로부터 충분한 도움을 받고, 최적의 퇴선경로로 이동하여 망설임 없이 바다에 뛰어들며, 52.2도 기울어진 경사면을 게걸음을 통해 차례로 내려오는 등 실제 상황과 다른 전제를 하였기 때문에 모든 승객들이 탈출할 수 있는 시간을 측정하는 것과 관련된 증명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① 09:26경 피고인들의 유기행위가 없었다면 승객들은 52.2도보다 덜 기울어진 상태에서 더 쉽게 객실을 빠져나왔을 것인 점, ② 선장 및 선원들의 대피지시나 퇴선명령이 있었다면 승객들이 경사면을 미끄러져 내려거나 바다로 뛰어드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을 것인 점, ③ 사고 당시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한 많은 승객들이 이미 복도에 나와 있었기 때문에 위 시뮬레이션에서 반영한 객실의 탈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점, ④ 단원고 학생들의 경우 서로 적극적으로 탈출을 도와주었을 것이므로 일반인 승객들보다 더 쉽게 탈출하였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사정들로 인하여 승객들의 대피와 퇴선이 시뮬레이션에서 가정한 것보다 현저히 느려질 것으로 판단되지 않으므로, 시뮬레이션 결과에 관한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⑸ 실제 상황에 근거한 탈출 가능성
승객들이 세월호 선내에 대기할 당시 촬영한 영상과 생존 승객들의 법정진술에 의하면, ① 김동수 등의 승객들이 소방호스를 이용해 단원고 학생들을 끌어올리거나 단원고 여학생들이 다른 승객이 커튼을 뜯어 만든 줄을 잡고 올라간 사실, ② 단원고의 일부 학생들이 각 객실을 돌아다니며 구명동의를 꺼내 여학생들에게 나눠주거나 객실에 물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친구를 밀어 올려주는 등 다른 학생들의 탈출을 도운 사실, ③ 승객들이 먼저 나오기 위하여 다른 사람을 잡아당기거나 밀치거나 하는 현상은 없었던 사실, ④ 3층 좌현 갑판 출입구 쪽에 승무원 강혜성, 박지영, 안현영이 있었고, 4층 좌현 갑판 출입구 쪽에 승무원 정현선과 여행사 인솔직원 김승재가 있었던 사실, ⑤ 사무장 양대홍은 3, 4, 5층을 돌아다니면서 승객들의 상황을 살피고 있었고, 단원고의 선생님들도 학생들이 있는 3, 4층 객실로 내려와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09:26경 퇴선명령이 내려졌을 경우 모든 승객들의 대피와 퇴선이 원활하게 이루어졌을 것으로 판단된다.
마) 구명동의를 입지 않거나 선체 밖에서 발견된 피해자들의 경우
피고인 김영호, 강원식, 신정훈, 전영준, 김규찬은, 구명동의를 입지 않은 채 발견된 피해자들의 경우 피고인들의 유기행위가 없었더라도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있고, 시신이 선체 밖에서 발견된 피해자들의 경우도 사망에 이른 경위를 알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유기행위와 위 피해자들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① 최○○이 세월호가 기울 당시 바다로 빠진 것으로 목격한 60대 남자 1명을 제외하고 피해자들은 모두 사고 당시 선내에 있었던 사실, ② 그 이외에 세월호가 침몰하기 이전에 이미 선내에서 사망했거나 부상을 당하여 움직일 수 없었던 사람이 발견되지 않은 사실, ③ 세월호가 전복될 당시 탈출에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해경 또는 어선에 의해 구조되어 다른 선박으로 옮겨진 사실이 인정된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선체 밖에서 발견된 피해자들은 세월호가 전복될 당시 탈출에 실패하여 익사한 것으로 보이고 다른 원인에 의하여 사망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또한, 피고인들이 적절한 구호조치를 하였다면 구명동의를 찾지 못한 피해자들도 구명동의를 입을 수 있었고, 가사 구명동의가 부족하여 이를 입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구명뗏목이나 구명환 등을 이용하여 해경 구명단정이나 선체에 접안한 구조정 또는 어선에 바로 옮겨타는 방법으로 충분히 탈출이 가능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위 피고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피고인들의 유기행위와 피해자들에게 발생한 상해와의 인과관계
1) 피고인들의 주장
이 사건 사고의 생존자들이 모두 상해에 이를 정도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들이 입은 육체적, 정신적 상해가 피고인들의 유기행위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이 사건 사고 발생 자체로 발생한 것인지 불분명하므로, 피고인들의 유기행위와 피해자들에게 발생한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
2) 판단
가) 정신적 상해의 인정 여부
상해는 피해자의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으로, 반드시 외부적인 상처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고, 여기서의 생리적 기능에는 육체적 기능뿐만 아니라 정신적 기능도 포함된다(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도3732 판결 등 참조).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성인인 피해자들은 진단서, 소견서, 진료기록 등에 의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급성 스트레스 반응의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음이 확인되는 점, ② 단원고 학생인 피해자들은 대부분 사고 이후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퇴원 이후에도 지속적인 상담치료를 받고 있는 점, ③ 단원고 학생들의 경우 함께 생활하던 친구들이 다수 사망함으로써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진단을 내릴 수 있을 정도의 심한 스트레스와 우울, 불안, 감정의 기복 등을 겪었을 가능성이 높은 점, ④ 단원고 학생들에 대한 진단서의 병명란에 ‘심리적 상담’, ‘불면’, ‘불안’ 등이 기재되어 있는바, 문언상으로 위와 같은 증상 자체가 병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더라도 담당 의사가 학생들에게 정신과적인 문제가 있다고 기재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것을 우려하여 상담내용만을 기재하였을 가능성이 있는 점을 종합하면, 피해자들이 겪은 정신적 고통과 스트레스는 피해자들의 정신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킨 것으로 상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해자들의 상해에 관한 피고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유기행위와의 인과관계
⑴ 정신적 상해의 경우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해자들은 세월호가 기울어진 후 안내방송에 따라 침착하게 구조를 기다렸고, 배가 기울어진 사고 자체로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거나 혼란에 빠졌다고 볼만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 점, ② 단원고 학생들도 친구들과 함께 복도 바닥에 나란히 기대어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침착하게 구조를 기다렸던 점, ③ 피고인들의 승객 구호조치가 있었다면 피해자들 모두 탈출이 가능하였고, 탈출과정에서 피고인들을 비롯한 세월호 승무원들의 지시와 도움을 받았다면 현재 느끼고 있는 정신적 고통과 스트레스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인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들이 입은 정신적 상해가 피고인들의 유기행위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⑵ 신체적 상해의 경우
피해자들의 법정진술과 진단서의 기재 등에 의하면, 별지 피해자 일람표Ⅲ에 기재된 신체적 상해의 경우 피고인들의 유기행위로 인하여 피해자들이 스스로 탈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음이 확인되므로, 위 피해자들에게 발생한 신체적 상해와 피고인들의 유기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따라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만, 검사는 별지 피해자 일람표Ⅲ의 각 피해자들의 경우 피해자 일람표Ⅱ에 기재된 상해가 모두 피고인들의 유기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상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2014. 10. 1.자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의 별지 피해자 일람표Ⅲ 순번 2, 4, 12, 15, 16, 18, 20, 24, 26, 39, 40, 41, 44, 59, 61번 기재 각 일부 상해내용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사고 초기에 세월호가 기울면서 당한 부상인지 아니면 선원들의 지시나 도움 없이 탈출하는 과정에서 입게 된 부상인지를 확인할 수 없어 유기행위로 인한 상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이 부분은 범죄사실에서 제외한다.
다. 해경의 구조행위와 인과관계의 단절 여부
1) 피고인들의 주장
해경의 도착으로 피고인들이 부담하던 구조의무가 해경에게 이전되었고, 피해자들이 세월호를 탈출하지 못하고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게 된 것은 해경이 피해자들에 대한 구조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므로, 해경의 구조상 과실로 인하여 피고인들의 유기행위와 피해자들의 사망 또는 상해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된다.
2) 판단
형법 제17조는 “어떤 행위라도 죄의 요소되는 위험 발생에 연결되지 아니한 때에는 그 결과로 인하여 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는바, 자신의 행위로 초래된 위험이 그대로 또는 그 일부가 범죄 결과로 현실화된 경우라면 비록 그 결과 발생에 제3자의 행위가 일부 기여하였다 할지라도 그 결과에 대한 죄책을 면할 수 없다(대법원 1984. 6. 26. 선고 84도831, 84감도129 판결,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8도11921 판결 등 참조).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①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을 유기함으로써 피해자들에 대한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이 발생하였고, 이로 인해 결국 피해자들이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게 된 사실, ② 해경의 구조헬기나 구조정은 이미 피고인들의 유기행위가 09:26경 기수에 이른 후에 도착하였던 사실, ③ 조타실에 있던 피고인들이 09:41경부터는 해경의 교신에 응하지 않았고 세월호에서 퇴선을 할 당시 만난 해경에게 승객들의 위치나 상황, 선박 내부의 구조, 진입경로 등 구조활동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던 사실이 인정된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해자들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한 결과는 피고인들의 유기행위로 초래된 위험이 그대로 현실화된 경우로 판단되고, 가사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이 해경의 구조행위가 부실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의 구조의무가 해경에게 완전히 이전되었다거나 피해의 발생을 방지하지 못한 책임이 해경에게만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해경의 구조행위와 관련된 피고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6. 공동정범의 성립 여부
가. 피고인 박기호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인 박기호의 주장
피고인은 세월호가 기운 후에 10분 정도만 조타실에 머물렀고 그후 발전기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하여 조타실을 빠져 나갔다. 피고인은 3층 기관부 선원실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는 동안에 조타실에 있던 피고인들과 해경에 의해 구조행위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았고 조타실과 연락을 한 적이 없으므로, 조타실에 있던 다른 피고인들과 유기죄의 공모관계가 인정될 수 없다.
2)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박기호가 발전기를 확인하라는 피고인 이준석의 지시를 받고 조타실을 벗어난 사실과 세월호를 탈출할 때까지 피고인 박기호를 포함한 기관부 선원들과 조타실에 있던 피고인들이 서로 연락을 주고받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 가공하는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어느 범죄에 공동 가공하여 그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지는 것이다(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도864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들은 세월호의 선원들로서 비상상황 발생시 승객들에 대한 구호조치를 해야 할 의무를 공동으로 부담하고 있는 점, ② 피고인들의 승객 구호의무는 선원법 제15조 및 세월호의 운항관리규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비상부서배치표에 의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점, ③ 피고인들이 2014. 2.경 신보식 선장의 주도하에 소화 및 퇴선 훈련을 받았거나 다른 여객선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선원으로서 승객들에 대한 구조의무를 부담하고 비상상황 발생시 각자 주어진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던 점, ④ 조타실에 머물렀던 피고인들과 3층 기관부 객실 복도에 대기하고 있던 피고인들 모두 세월호가 계속 기울어 복원력을 상실했음을 인식한 상태에서도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점, ⑤ 조타실에서는 기관부 선원들의 위치를 알지 못하더라도 선내방송 또는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지시사항을 전달할 수 있었고, 기관부 선원들은 휴대전화나 선내전화로 조타실과 연락할 수 있었음에도 서로 승객구호 및 퇴선 여부 등에 관하여 연락을 하지 않았던 점에 비추어 보면, 비록 피고인들 사이에 전체의 모의과정은 없었다고 하더라도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승객 구호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한다는 점에 관한 묵시적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졌다고 할 것이므로, 공동정범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피고인 박기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피고인 조준기, 박경남, 오용석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인 조준기, 박경남, 오용석의 주장
조타수인 피고인들은 선원법 제6조, 제22조, 운항관리규정 제14장 제4호 등의 규정에 의하여 비상상황에서도 선장이나 항해사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바, 사고 당시 독자적인 결정에 의하여 승객들에 대한 구호조치를 시작할 수 없었고, 사고 발생 이후 선장이나 항해사들로부터 승객구호에 관한 지시를 받지 못했으므로, 피고인들에게 유기죄의 정범 또는 종범의 책임이 인정될 수 없다.
2) 판단
공동정범의 본질은 분업적 역할분담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공동정범은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음에 반하여 종범은 그 행위지배가 없는 점에서 양자가 구별된다(대법원 1989. 4. 11. 선고 88도1247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조준기, 박경남, 오용석은 세월호의 선원으로서 비상시 각자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여야 하고, 이 사건과 같이 비상상황임이 명백한 때에는 선장의 지시를 기다릴 필요 없이 곧바로 구호조치에 나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선원법 제6조, 제22조 등의 규정들은 선원들이 선장의 지시에 불복종한 경우를 처벌하기 위한 것으로서, 위 피고인들이 조타실에 있을 당시 선장이나 항해사들로부터 승객들에 대한 구호조치를 이행하지 말라는 명시적인 명령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이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위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유기행위에 관하여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고, 단순히 상급자의 지시를 받는 지위에 있었다고 하여 승객구호에 관한 독자적인 행동 권한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 조준기, 박경남, 오용석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7. 긴급피난 및 기대가능성
가. 피고인들의 주장
피고인들은 선체가 급격히 기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세월호에 머물러 있을 수 없었는바, 피고인들이 세월호에서 퇴선한 행위는 자신들의 생명에 대한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형법 제22조 제1항의 긴급피난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거나 형법 제22조 제3항, 제21조 제3항의 면책적 긴급피난 또는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는 경우로서 책임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나. 판단
피고인들이 퇴선한 시점은 이미 피해자들에 대한 유기행위가 기수에 이른 뒤의 시점이고, 앞서 본 것과 같이 유기행위 당시에는 충분히 구호조치를 취할 수 있었으므로, 피고인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Ⅲ. 피고인 박기호의 피해자 이묘희, 김문익에 대한 살인 부분에 관하여
1. 피고인 박기호의 주장
피해자 김문익, 이묘희는 조리부의 승무원들로서 피고인은 이들에 대한 법률상, 조리상 구호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가사 피고인에게 위 피해자들에 대한 구호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기관부원들에게 위 피해자들의 구호를 위하여 노력할 것을 지시하였고 위 피해자들이 이미 사망한 것으로 알고 세월호를 탈출하였으므로, 피고인에게는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
2. 피고인 박기호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형법상 부작위범이 인정되기 위하여는, 형법이 금지하고 있는 법익침해의 결과발생을 방지할 법적인 작위의무를 지고 있는 자가 그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결과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의 발생을 용인하고 이를 방관한 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그 부작위가 작위에 의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는 것이어서 그 범죄의 실행행위로 평가될 만한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1992. 2. 11. 선고 91도2951 판결 참조).
나. 작위의무의 인정 여부
위 제Ⅱ의 1.가.항에서 살핀 바와 같이, 피고인 박기호는 세월호의 승무원들인 피해자들에 대하여 수난구호법 제43조 제2호, 제18조 제1항 단서, 세월호의 운항관리규정 등에 의하여 법률상의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항해 중 비상상황 발생시 인명구조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원칙은 선원이라면 당연히 알고 지켜야 할 선원의 상무에 해당하고, 비록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인명을 구조해야 한다는 의무는 조리상의 의무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인 박기호는 세월호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는 동료 선원인 피해자들이 부상을 당하여 자신이 있던 곳 근처에 쓰러져 있는 것을 알았다면 이들을 구조해야 할 작위의무를 부담한다.
다. 피해자들이 사망한 것으로 인식하였는지 여부
피고인 박기호는 이 법정에서, 피고인 손지태로부터 피해자 이묘희의 상태를 보고받을 당시 “뇌진탕으로 완전히 쓰러져서 꼼짝을 안 한다, 가버린 것 같다.“는 말을 들었고, 박성용으로부터 피해자 김문익의 상태를 보고받을 당시 ”머리가 터지고, 즉사했습니다. 아무 미동도 없어요“라는 말을 들어서 피해자들이 모두 죽은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세월호를 퇴선할 당시 피해자 김문익, 이묘희가 생존해 있었고, 피고인도 위 피해자들이 살아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인 박기호를 제외한 나머지 기관부 선원들은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피해자 이묘희가 살아있음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2) 피고인 박기호는 피고인 손지태에게 뇌진탕이 온 것 같으니까 피해자 이묘희를 주물러 주라고 지시하였고, 피해자 이묘희가 허리가 아프다는 식으로 말을 하자 피고인 박기호는 피고인 손지태에게 구명동의를 가져다 주라고 지시하였다. 이러한 지시는 피고인 박기호가 위 피해자가 사망하였다고 인식하면서 한 행동으로 볼 수 없다.
3) 피고인 손지태가 피고인 박기호에게 피해자 이묘희의 상태에 관하여 보고한 내용에는 위 피해자가 사망하였다는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4) 피고인 박성용은 피해자 김문익의 양 어깨 사이로 팔을 넣어 들어 올렸을 때 위 피해자의 머리에 피가 나는 것을 발견하여 피고인 박기호에게 이를 알렸고, 피고인 박기호는 피고인 박성용에게 피가 나면 높은 곳에 눕히면 안 된다고 말하였다. 이러한 지시 역시 피고인 박기호가 위 피해자가 사망하였다고 인식하면서 한 행동으로 볼 수 없다.
5) 기관부 선원들 중에 피해자 김문익의 맥박이나 호흡을 확인한 뒤에 피고인 박기호에게 위 피해자가 사망하였다고 말한 사람이 없다.
6) 피고인 박성용은 이 법정에서 피해자 김문익을 들어 올렸을 때에 옷에 묻을 정도로 피가 많이 났던 것은 아니라고 진술하였고, 피해자 김문익의 검시결과에서도 특별한 외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라. 살인의 실행행위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박기호가 세월호의 선원으로서 피해자 김문익, 이묘희를 구할 조리상의 작위의무가 있고, 피고인 박기호는 기관장으로서 3층 객실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관부 선원들을 지휘하여 피해자 김문익, 이묘희를 구조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 또한 피고인 박기호는 세월호가 복원성을 상실하여 침몰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고, 위 피해자들을 즉시 구조하지 않으면 피해자들이 부상당한 상태에서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됨으로써 사망하게 된다는 점을 인식하였다.
결국 피고인 박기호는 위 피해자들을 충분히 구조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상을 당하여 쓰러져 있는 위 피해자들을 침몰하고 있는 세월호에 그대로 남겨 두고 자리를 벗어나 위 피해자들이 익사하게 되었는바, 피고인 박기호의 행위는 살인의 실행행위와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 박기호는 위 피해자들에 대한 살인죄의 죄책을 진다. 따라서 살인죄에 관한 피고인 박기호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Ⅳ. 피고인 이준석의 선원법위반 부분에 관하여
피고인 이준석은 세월호가 기울어진 뒤에 인명, 선박 및 화물을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모두 이행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이준석이 세월호가 기울어진 후 선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시켜 승객들을 신속히 대피시키고 안전하게 퇴선시키는 등 인명, 선박 및 화물을 구하는 데에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아니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인 이준석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Ⅴ. 피고인 이준석, 박한결, 조준기의 해양환경관리법위반 부분에 관하여
피고인들은 이 사건 선박 운항상의 과실이나 화물의 과적 및 부실고박에 대한 과실이 없고, 가사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선박의 기름이 유출된 사실과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위 제Ⅰ항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이준석에게는 세월호의 화물과적과 부실고박에 관한 점검 및 감독을 게을리 한 업무상과실이, 피고인 박한결, 조준기에게는 사고 당시 당직근무자로서 대각도 변침을 하고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업무상과실이 각 인정되고, 앞서 거시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로 인해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그 안에 보관되어 있던 기름이 해상으로 유출된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형의 이유
Ⅰ. 공통된 양형요소
피고인들은 세월호가 전복된 후 승객들을 구하는 데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피고인들이 승객 구호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세월호를 탈출함으로써 승객들을 유기하였고, 그 결과 293명(피고인 이준석의 경우 승무원 포함 303명)의 승객들이 사망하였고, 140명(피고인 이준석의 경우 승무원 포함 142명)의 사람들이 상해를 입는 참담한 결과가 발생하였다.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하여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피해자들은 물론 그 가족들 또한 평생 잊을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게 되었다. 이러한 결과에 비추어 보면 세월호가 전복된 후 승객들을 구조해야 할 1차적인 책임이 있었던 피고인들에 대하여 중한 형을 선고할 필요가 있다.
한편, 세월호는 불법 증·개축, 과적 및 부실고박 등의 사유로 언제 침몰할지 모르는 위험한 여객선이었다.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간부들은 경비절감을 위하여 여러 차례 선장과 선원들이 지적한 세월호의 구조적 문제점을 시정하지 않았고, 매출증대를 위하여 과적을 조장하고 부실고박을 방치함으로써 세월호가 전복되는 데에 중요한 원인을 제공하였다. 또한 청해진해운의 간부들은 경비절감 등의 이유로 평소 세월호의 선원들에게 비상시에 대비한 훈련을 관련 규정에 맞게 실시하지 않았다. 청해진해운이 승객 및 선박 안전에 관한 규정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안전점검 기관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도 이번 사고의 한 원인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
청해진해운 간부들의 불법행위와 안전점검 기관들의 감독소홀로 인하여 선장 및 선원인 피고인들도 위험한 여객선인 세월호에 승선하여 근무해야 했고, 인명구조 및 비상시 퇴선과 관련된 훈련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세월호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하게 되었다.
따라서 세월호가 전복되게 된 경위, 선사인 청해진해운 간부들의 불법행위 및 선박 안전운항과 관련된 시스템이 불완전하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사고에 관한 책임을 전적으로 피고인들에게만 지울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
피고인들에 대한 형을 정함에 있어 피고인들의 지위와 권한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였다. 승객들을 언제, 어떠한 방법으로 구호할지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던 피고인 이준석과 사고 당시의 상황을 피고인 이준석에게 보고한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피고인 이준석에게 조언하거나 자신보다 직위가 낮은 직급의 선원들을 지휘할 권한이 있었던 간부 선원들의 책임은 선장 및 간부 선원들의 지휘에 따라 구조업무를 이행해야 할 조타수, 조기수의 책임보다 훨씬 크다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피고인들이 세월호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하는 데에 어떠한 잘못이 있는지, 세월호에 머무를 당시 승객들의 구조를 위하여 어떠한 활동을 하였는지, 세월호에서 탈출한 뒤에 승객구조 활동을 하였는지를 양형요소로 고려하였고, 선원으로서 활동한 경력과 사고 당시 건강 상태도 피고인들이 승객 구호조치를 이행하는 데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되므로 이를 양형요소로 참작하였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피고인별로 아래와 같은 개별적인 양형요소들을 고려하였다. 그 밖에 피고인들의 나이, 직업,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 범행의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의 조건들을 고려하여 주문과 같은 형을 정한다(피고인들에 대해서는 2014. 5. 15. 공소가 제기되었으므로 2014. 10. 1.부터 시행된 유기죄에 관한 양형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Ⅱ. 피고인별 양형요소
1. 피고인 이준석(68세)
가. 불리한 양형요소
피고인은 세월호의 선장으로서 출항 전에 세월호의 복원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과적이 발생하지 않도록 평형수를 관리하고 화물의 고박상태를 확인할 최종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 또한 선박의 전복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 구호조치의 필요성 여부를 판단하고 선원들을 지휘함으로써 승객들과 선원들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평소 세월호가 복원성이 약하여 위험한 선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시정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고, 사고 전날 출항 당시에도 세월호에서 이루어진 화물과적 및 부실고박을 묵인하였다. 피고인은 세월호가 전복된 뒤에 조타실에 머무를 당시 승객들의 대피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고, 세월호를 탈출한 이후에도 승객구호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해서는 승객 및 선원들의 사망과 부상의 결과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나. 유리한 양형요소
피고인은 정년퇴직을 한 후 청해진해운의 계약직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오하마나호와 세월호의 선장들이 휴가를 갈 때에만 선박을 운항하는 대리선장에 불과하였기 때문에 화물과적 및 부실고박을 조장하는 청해진해운의 업무관행을 바로잡기 어려웠다. 68세인 피고인은 2013. 10. 말경 담석수술을 받아 평소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세월호가 전복된 뒤 상황을 판단하고 선원들에게 승객들에 대한 구호조치를 지시할 능력이 부족한 상태였다.
2. 피고인 강원식(42세)
가. 불리한 양형요소
피고인은 세월호의 1등항해사로서 출항 전에 적재된 화물량을 점검하여 평형수를 조절하고, 화물의 적재와 고박 상태를 확인하는 등 세월호의 복원성을 유지할 책임을 부담하고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러한 책임을 다하지 않고 사고 전날 출항 당시 세월호에서 이루어진 부실고박을 묵인하고 화물을 많이 적재하기 위하여 평형수를 적게 실음으로써 세월호가 복원성을 갖추지 못하여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한 데에 중요한 원인을 제공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세월호가 전복된 이후 VHF를 통하여 해경에 구조요청을 한 것 외에는 승객들을 구호하기 위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고, 피고인 이준석에게 승객들의 대피 및 구호조치에 관한 적절한 조언을 하지 않았다. 피고인은 세월호에서 탈출한 이후 해경 123정에 남아 있을 때에도 해경이나 다른 선원들의 승객 구조활동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다.
나. 유리한 양형요소
피고인은 청해진해운의 직원에 불과하였기 때문에 화물과적을 조장하는 청해진해운 간부들의 뜻에 반하여 적정량의 화물만 적재하기 어려웠다. 피고인은 청해진해운에 근무하는 동안 비상시에 대비한 훈련을 받지 못하였기 때문에 세월호가 전복된 후 당황한 나머지 승객구호에 관한 적절한 판단을 하지 못하였다. 피고인은 조타실에 있을 당시 선장인 이준석의 지시가 없는 상태에서 다른 선원들에게 구조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시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
3. 피고인 김영호(46세)
가. 불리한 양형요소
피고인은 항해장비와 통신기 등을 담당하는 2등항해사로서 세월호와 VTS 등 외부기관과의 통신 뿐 아니라 조타실에 있던 피고인 이준석의 지시가 세월호의 다른 구역에 있는 기관부, 사무부 직원들에게도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방송장치 및 통신장치를 가동시킬 책임이 있다. 그런데 피고인은 세월호가 전복된 직후 피고인 이준석의 지시에 따라 라이프 자켓을 입고 대기하라는 선내방송을 시도하였으나 조타실 방송장치의 스위치를 잘못 조작하여 선내방송을 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 조타실에 있던 선장과 선원들이 조타실에서 직접 선내방송을 할 수 없는 것으로 오인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또한 피고인은 피고인 이준석의 지시에 따라 사무부 직원들에게 선내 대기방송을 할 것을 무전기로 지시하였기 때문에 그 후 조타실에서 사무부 직원들에게 승객들의 퇴선명령을 내리지 않을 경우 승객들이 그대로 선내에 대기함으로써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피고인은 피고인 이준석으로부터 사무부 직원들에게 승객들을 퇴선시키라고 말하라는 지시를 받은 뒤에 무전기로 양대홍 사무장에게 승객들을 배 밖으로 탈출시키라는 지시를 하였으나, 양대홍 사무장 또는 다른 사무부 직원들은 피고인의 지시에 대하여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러한 경우 피고인은 퇴선명령이 사무부 직원들에게 전달되었는지 여부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그러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조타실에 있는 선내 방송장치 등을 이용하여 직접 퇴선명령을 방송하거나 전화기 등으로 다른 사무부 직원에게 연락을 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만연히 무전기에 대고 퇴선명령만 수차례 반복함으로써 선내에 대기하고 있던 승객들이 퇴선명령이 있었는지 여부를 알지 못한 채 세월호에 그대로 남게 하는 결정적인 잘못을 저질렀다.
나. 유리한 양형요소
해군 복무 후 약 20년 만인 2012. 8.경 선원생활을 시작한 피고인은 2014. 1. 2.부터 세월호에 승선하였는바, 평소 청해진해운으로부터 비상시에 대비한 훈련을 받지 못하였기 때문에 사고 당시 공포와 불안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승객의 구호에 필요한 사항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였다. 피고인은 세월호가 전복된 직후 피고인 이준석의 지시가 없는 상태에서 힐링펌프를 가동시켜 세월호의 복원력을 회복시키려고 노력하였고, 진도VTS와 해경에 구조요청을 하였다. 피고인은 세월호에서 탈출한 뒤에 해경 123정에 남아 피고인 오용석, 박경남을 도와 세월호 객실 유리창을 깨고 승객들을 구조하고, 의식을 잃은 2명의 사람들에게 직접 인공호흡을 실시하여 그 중 1명의 생명을 구하였다.
4. 피고인 박한결(25세)
가. 불리한 양형요소
피고인은 세월호의 복원성이 나쁘고 피고인 조준기의 조타실력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조타실의 레이더가 제공하는 정보를 확인하는 동시에 조준기에게 정확한 항해용어로 소각도의 조타를 지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주의의무를 태만히 하여 조준기의 대각도 조타를 방지하지 못함으로써 세월호가 복원성을 잃고 전복되도록 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세월호가 전복된 뒤에 사고발생 사실을 이준석 피고인에게 즉시 보고하고 힐링펌프를 가동하거나 VHF로 조난신호를 보내는 등 당직사관으로서 해야 할 임무를 하지 않았고, 세월호에서 탈출한 뒤에도 승객들의 구조를 위한 활동을 하지 않았다.
나. 유리한 양형요소
피고인 조준기가 했던 대각도 조타는 복원성이 양호한 다른 선박의 경우에는 허용되는 것이므로, 복원성이 나쁜 세월호가 전복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피고인 조준기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피고인에게만 물을 수 없다. 피고인은 25세의 여성으로서 실습기간을 제외한 승무경력이 약 1년 2개월에 불과하고, 청해진해운에 근무하는 동안 비상시에 대비한 훈련을 받지 못하였기 때문에 사고 당시 정신적 충격으로 승객구조를 위한 활동을 할 능력이 부족하였다. 피고인은 재판과정에서 수차례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사죄를 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참회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5. 피고인 조준기(55세)
가. 불리한 양형요소
피고인은 세월호의 복원성이 나쁘므로 소각도로 조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고 방향을 착각하여 우현으로 대각도 조타를 함으로써 세월호가 복원성을 잃고 전복되도록 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조타실에 머물던 동안이나 세월호를 탈출한 뒤에도 승객들의 구조를 위한 어떠한 활동도 하지 않았다.
나. 유리한 양형요소
사고 당시 피고인이 한 대각도 조타는 복원성이 정상인 다른 선박의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고, 피고인이 조타상 과실을 저지른 데에 피고인 박한결의 감독책임도 인정되므로 세월호가 전복된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피고인에게 돌릴 수 없다. 피고인은 자신이 조타를 잘못하여 세월호가 전복되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상태였고, 조타수 중에서도 가장 낮은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피고인 이준석을 비롯한 간부선원들의 지시가 없는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승객에 대한 구조활동을 하기 어려웠다.
6. 피고인 신정훈(33세)
가. 불리한 양형요소
피고인은 세월호에 승선하기 이전에 다른 여객선의 항해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기 때문에 비상시에 승객들을 보호하기 위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피고인은 세월호가 전복된 후 조타실에서 VHF 또는 SSB로 진도VTS, 제주운항관리실과 교신을 하거나 다른 선원들이 진도VTS와 교신하는 내용을 들었기 때문에 해경 경비정과 둘라에이스호가 구조를 위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승객들의 대피 및 퇴선준비에 관하여 피고인 이준석에게 적절한 조언을 하지 않았다. 피고인은 조타실에 머무르는 동안 교신을 하는 것 외에는 승객구호를 위한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다.
나. 유리한 양형요소
피고인은 약 3년 동안 선원으로 근무하였고 사고 전날 세월호의 선원으로 채용되어 사고 전날 출항 시 세월호에 처음으로 승선하였기 때문에 세월호의 구조와 비상부서배치표상 자신의 임무를 알지 못했고,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 외의 다른 선원들의 이름도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피고인은 2014. 3.경 다른 여객선에서 근무하던 중 사다리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하여 왼쪽 무릎 인대를 다쳤고 이로 인하여 사고 당시에도 정상적으로 걷지 못하는 상태였다. 피고인은 이러한 사정으로 세월호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선장인 피고인 이준석과 1항사인 피고인 강원식의 지시가 없는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승객 구호조치를 이행하거나 다른 조타수들에게 구호조치를 명령하기 어려웠다.
7. 피고인 박경남(59세)
가. 불리한 양형요소
피고인은 조타실에서 VHF로 교신하는 과정에서 진도VTS 담당자와 둘라에이스호의 선장 문예식으로부터 승객들을 탈출시키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피고인은 진도VTS 담당자와 문예식에게 탈출하면 구조가 가능한지 여부만 반복하여 질문하였을 뿐 이러한 상황을 피고인 이준석에게 보고하거나 승객구조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다른 상급자들에게 건의하지 않았다. 피고인은 조타실에 있던 선원들 중 가장 먼저 해경 경비정에 올라탔음에도 해경에게 승객들이 선내에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나. 유리한 양형요소
피고인은 조타수의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선장인 피고인 이준석과 항해사인 피고인 강원식, 김영호로부터 승객들의 구조활동과 관련된 지시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스스로 승객들에 대한 퇴선명령을 하거나 다른 구호활동을 하기 어려웠다. 피고인은 세월호가 전복된 직후 밸러스트 펌프 작업을 하여 세월호의 기울기를 회복시키기 위하여 노력하였고, VHF 교신을 담당하면서 세월호의 탑승 인원과 당시 상황을 해경에게 알렸다. 피고인은 세월호를 탈출한 이후 해경 경비정에 남아서 해경의 구조작업을 도왔다.
8. 피고인 오용석(57세)
가. 불리한 양형요소
피고인은 조타실에 머물러 있을 당시 우현 갑판에 있는 구명벌을 터뜨리려고 시도한 것 외에는 승객구호를 위해 필요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 피고인은 세월호가 전복된 직후에 배가 침몰할 수 있으므로 승객들을 양쪽의 비상유보갑판으로 대피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였으면서도 선장 또는 다른 항해사들에게 대피에 관한 안내방송을 해야 한다거나 퇴선명령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피고인은 세월호를 탈출할 당시 자신을 구조한 해경에게 승객들이 선내에서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나. 유리한 양형요소
피고인은 오른손의 일부 손가락이 없는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조타실에 있을 당시 구명벌을 터뜨리기 위해 우현 출입문으로 나가려는 시도를 하였고, 피고인 박경남이 좌현 출입문으로 나가 구명벌을 터뜨리려고 할 때 수도꼭지에 수도호스를 묶는 등의 방법으로 박경남을 도와주었다. 해경에 의하여 구조된 이후에는 해경 123정에 남아서 망치로 세월호의 객실 창문을 깨거나 구명보트를 타고 온 승객들을 끌어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승객들을 구조하는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9. 피고인 박기호(53세)
가. 불리한 양형요소
피고인은 선내전화 또는 휴대전화로 조타실과 연락을 하면서 상황을 보고하고 피고인 이준석의 지시에 따라 승객구조 활동을 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3층 복도에서 기관부원들을 만난 때부터 세월호를 탈출할 때까지 승객구조에 필요한 행위를 전혀 하지 않았다. 피고인의 연령과 승선경력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세월호에서 1등 항해사인 강원식 피고인과 비슷한 지위에 있다고 인정된다. 이러한 지위에 있었던 피고인이 조타실에 남아 있거나 3층 객실 복도에서 대기하면서 피고인 이준석에게 승객구조에 관한 적절한 조언을 하였다면 많은 승객들을 살릴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피고인은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조리수 김문익과 조리원 이묘희를 세월호에 그대로 놔두고 탈출하고 자신을 구조한 해경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음으로써 살인행위를 하였고, 세월호에서 탈출한 이후에도 승객 구조를 위한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았다.
나. 유리한 양형요소
피고인은 선장인 피고인 이준석보다 낮은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승객 퇴선명령을 내리거나 다른 선원들에게 구조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하기 어려웠고, 사고 발생 직후 조타실을 벗어나 3층 기관부 객실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해경을 비롯한 구조선박들의 출동 상황을 알기 어려웠다.
다. 양형기준의 적용 여부
피고인의 범죄행위 중 살인죄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정한 양형기준의 적용대상이지만, 피해자 김문익, 이묘희에 대한 살인죄가 상상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으므로 양형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10. 피고인 손지태(57세), 이수진(25세), 전영준(60세), 이영재(56세), 박성용(59세), 김규찬(61세)
가. 불리한 양형요소
피고인 손지태는 1등기관사, 피고인 이수진은 3등기관사, 피고인 전영준은 조기장, 피고인 이영재, 박성용, 김규찬은 각 조기수의 직책을 맡고 있는 사람들로서,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승객들의 안전확보를 위하여 세월호의 비상부서배치표상 임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평소 비상부서배치표상의 임무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었고, 3층 기관부 선실이 있는 복도에서 세월호를 탈출할 때까지 승객들을 구호하는 데 필요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 피고인들은 승객들이 선내에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기관장 박기호에게 조타실에 연락하여 상황을 파악하자거나 승객들을 구호해야 한다는 건의도 하지 않았다. 피고인들은 조타실의 선원들보다 먼저 세월호를 탈출하였고, 해경에 구출된 뒤에도 승객들이 선내에 대기하고 있다거나 조리수 김문익과 조리원 이묘희가 3층 기관부 선실 복도에 쓰러져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피고인들은 해경에 의해 구출된 뒤에 승객들의 구조를 돕기 위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나. 유리한 양형요소
피고인들은 3층 기관부 객실에서 대기하고 있을 당시 기관장인 피고인 박기호의 지휘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박기호의 지시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단독으로 승객들을 구할 수 있는 조치를 이행하기 어려웠다. 또한 피고인들은 조타실로부터 정보를 받지 못하였기 때문에 해경을 비롯한 구조선박들의 출동 상황 및 퇴선이 필요한 시점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웠다.
피고인 손지태는 해경에 의하여 구조된 후에 모텔에서 자살을 기도하였고 수사 단계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였다.
피고인 이수진은 25세의 여성으로서 실습기간을 제외한 승선경력이 약 4개월에 불과하고, 청해진해운에서 근무하는 동안 비상시 대처방안에 관한 훈련을 받지 못하였기 때문에 세월호가 전복된 직후 발생한 정신적 충격으로 승객들에 대한 구조활동을 할 능력이 부족하였다.
피고인 전영준은 사고 전날 세월호에 처음 승선하였기 때문에 세월호의 구조 및 비상부서배치표상 자신의 임무를 알지 못하였고, 세월호가 전복될 당시 침대에 허리를 부딪쳐 상해를 입었으며, 나이가 많고 체력이 약하기 때문에 공포심을 극복하고 승객들에 대한 구조활동을 할 능력이 부족하였다.
피고인 이영재는 오른손의 손가락이 절단된 장애인으로서, 건강상태가 좋지 못하였고, 피고인 김규찬은 세월호가 기울 당시 침대에서 굴러 떨어져 오른쪽 앞니가 부러지고 오른쪽 어깨와 무릎에 부상을 입었고 연령이 많아 승객들을 구조할 능력이 부족하였다. 피고인 이영재, 박성용, 김규찬은 세월호에 근무하는 동안 비상시 승객 구조에 관한 교육을 받지 못하였다.
11. 피고인 주식회사 청해진해운
피고인의 임직원이 화물과적과 부실고박 등을 조장하여 사고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점을 불리한 양형요소로, 이 사건 기름의 유출량이 다른 사건에 비해 많다고 할 수 없고, 선원들이 사고 발생 직후 선내에 보관된 유류의 배출을 방지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던 점을 유리한 양형요소로 참작하였다.
무죄 부분
1.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 김영호, 박기호에 대한 살인 및 살인미수의 점(피고인 박기호의 경우 피해자 김문익, 이묘희에 대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한정한다)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 김영호, 박기호는 판시 범죄사실 제6항 기재와 같이 피해자인 승객 등이 안내방송을 믿고 대피하지 않은 채 선내에 대기하고 있고, 승객 등을 퇴선시킬 경우 충분히 구조가 가능하며, 피해자들이 선내에 그대로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가 더 기울면 세월호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익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승객 등에 대한 어떠한 구조조치도 취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 박기호는 09:38경 기관부 선원실 복도에서 나와 09:39경 해경 구명단정을 이용하여 먼저 세월호에서 퇴선하였고,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 김영호는 09:39경 피고인 박기호 등이 퇴선하는 것을 보고 퇴선하기로 마음먹고, 09:46경 세월호에서 퇴선하였다.
이로써 위 피고인들은 공모공동하여 세월호에 남아있던 피해자 정○○(남, 16세) 등 별지 피해자 일람표Ⅰ 기재 피해자 303명 및 피해자 양○진(남, 57세)을 그 무렵 바다에 빠져 익사하게 하여 살해하고, 피해자 강○○(남, 40세) 등 별지 피해자 일람표Ⅱ 기재 피해자 152명이 사망할 것을 용인하면서 퇴선하였으나 위 피해자들이 해경 등에 의하여 구조되는 바람에 사망하지 않았다.
나. 피고인들의 주장
피고인들은 당시 위급한 상황에서 적절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못하였을 뿐 피해자들을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 피고인 박기호는 조타실에 있던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 김영호와 살인의 범행을 공모한 사실도 없었다.
다. 판단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을 유기함으로 인해 별지 피해자 일람표Ⅰ, Ⅲ 기재 피해자들의 사망 또는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였고, 피고인들에게 위 피해자들의 사망과 상해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인정됨은 판시 범죄사실 제8의 다.항에서 본 바와 같다. 만일 피고인들에게 사망 또는 상해의 결과에 대한 예견가능성을 넘어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는 경우 피고인들에게는 살인 또는 살인미수죄가 성립하고 유기치사죄와 유기치상죄는 성립하지 않게 되는바, 피고인들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본다.
1) 관련 법리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라 함은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을 불확실한 것으로 표상하면서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경우를 말하고,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며, 그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당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경우에도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주관적 요소인 미필적 고의의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며, 한편,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등 참조).
2)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 김영호에 대한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 피고인들이 자신들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들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한 것을 넘어서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가) 조타실과 진도VTS의 교신 및 해경 도착시간의 전달
피고인 강원식은 세월호가 기울어진 직후인 08:55경 제주VTS에 구조요청을 하였고, 그 후 피고인 김영호 등 조타실에 있던 선원들은 09:37경까지 VHF를 통해 진도VTS와 교신을 하였다. 그 과정에서 피고인 박경남은 09:12경 진도VTS에서 승선원의 수를 묻자 “450명입니다. 총 인원 약 500명 쯤 됩니다.”라고 대답하였고, 09:24경에는 “저기 본선에서 승객들을 탈출시키면 옆에서 구조를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었으며, 09:27경 진도VTS에서 곧 헬기가 도착할 예정이라고 하자 “저 승객이 너무 많아서 헬기 갖고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하였고, 피고인 강원식, 김영호, 박경남, 신정훈은 해경에게 반복해서 빨리 와 달라고 요구하였다. 또한 피고인 김영호는 09:26경 해경 구조정이 10분 후에 도착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무전기를 통해 양대홍 사무장 등 사무부원에게 알려 주었고, 그 무렵 그와 같은 내용의 선내방송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은 승객들과 함께 모두 구조되기를 희망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나) 해경의 도착과 구조개시
사고 현장에 최초로 도착한 목포해경 511호 헬기는 09:30경부터 구조작업을 시작하였고, 해경 123정은 09:35경 사고 현장에 도착하여 세월호의 좌현쪽에서 구명단정을 내리기 시작하였으며, 09:38경부터 구명단정을 이용한 구조작업을 개시하였다.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 김영호는 조타실에서 헬기의 소리를 듣거나 해경의 구명단정을 목격함으로써 해경 구조대가 도착하여 구조행위를 개시한 것을 확인하였으므로, 해경에 의한 구조작업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하였을 수 있다.
다) 퇴선방송의 지시
⑴ 진도VTS 교신파일의 음성 및 그 녹취록의 기재와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 김영호, 신정훈의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 이준석은 해경정이 도착할 무렵 피고인 김영호에게 승객들을 퇴선시키라는 지시를 하였고, 피고인 김영호는 이를 양대홍 사무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무전기에 대고 탈출시키라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⑵ 반면,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 김영호와 조타실에 함께 있었던 피고인 박한결, 박경남은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피고인 이준석의 퇴선지시나 이를 사무부 직원들에게 전달하는 피고인 김영호의 무전 교신이 없었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 이준석은 검찰 제11회 조사에서 승객들에 대한 퇴선지시는 없었고 오로지 자신이 살기 위해 먼저 탈출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또한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 김영호와 피고인 조준기, 신정훈은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피고인 이준석의 퇴선지시 및 피고인 김영호의 무전교신이 있었다고 진술하였으나, 그 진술들 중에는 무전교신을 한 위치, 횟수, 퇴선지시의 시기 등에 있어서 불일치하거나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진술이 바뀌는 경우가 발견된다.
⑶ 그러나 아래에서 보는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조타실에 있던 피고인들 중 피고인 박한결, 박경남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이 사고 발생 직후 또는 세월호에서 퇴선한 뒤에 모의를 하여 의도적으로 퇴선명령에 관한 허위의 진술을 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
㈎ 진도VTS 교신파일 6채널 DVD 중 채널4에 녹음된 음성에 의하면, 피고인 김영호가 09:37경 진도VTS에 “침수상태 확인 불가하고 지금 뭐 일단 승객들은 지금 해경이나 옆에 상선들 옆에 거의 50m에 근접해 있고, 지금 좌현에 좌현으로 해가지고 탈출할 수 있는 사람들만 일단 탈출을 시도하라고 일단은 방송 했는데, 지금 좌현으로 사실 그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지금 그런 상황입니다.”라고 교신한 사실이 확인된다. 위 교신내용에 의하면, 피고인 김영호는 당시 탈출할 수 있는 사람들은 탈출하라는 선내방송이 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 위와 같은 교신내용은 피고인 김영호가 경찰 제2회 조사에서 “경비정과 어선들이 주변에 도착했을 때 퇴선명령을 내렸습니다.”라고 진술한 것과도 부합한다. 피고인 김영호는 경찰 제2회 조사 당시에는 ‘어선’이라고 표현을 하였지만, 위 교신내용에 ‘상선’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보아 교신 당시에는 초계기 촬영 영상에서 확인되는 둘라에이스호와 드래곤에이스호를 보고 말을 했던 것으로 보이고, 경찰 제2회 조사 당시에는 배의 종류를 착각하여 어선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 피고인 김영호는 무전기를 통해 사무부 직원에게 퇴선방송을 할 것을 지시했다는 점에 관해서는 사고 당일 실시된 경찰 조사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이는 피고인 김영호의 무전교신 장면을 목격하였다는 피고인 강원식, 신정훈의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의 진술과도 부합한다. 한편, 피고인 김영호는 수사과정에서 퇴선방송을 지시한 시점이 09:20경 세월호가 70도 정도 기울었을 때라고 진술하였고, 퇴선방송을 하게 된 이유에 관해서도 피고인 이준석의 지시가 있었는지, 진도VTS에서 퇴선 여부를 판단하라고 하는 말을 듣고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으며, 무전기를 통해 양대홍 등과 교신한 시기, 횟수, 자신의 위치, VHF교신을 자신이 하였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일관된 진술을 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는 피고인 김영호가 사고 당시에 겪은 세부적인 사건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일 뿐, 이러한 사정만으로 무전기를 통해 사무부 직원들에게 퇴선방송 지시를 했다는 피고인 김영호의 진술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
㈑ 피고인 박한결은 검찰 조사 및 이 법정에서 피고인 이준석이 승객들에 대한 퇴선명령을 한 적이 없고, 피고인 김영호가 무전기를 이용해 퇴선지시를 한 적도 없으며, 마음만 먹으면 퇴선지시를 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였는데 조타실에 있던 누구도 생각을 하지 못하였던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진술은 퇴선할 때까지 피고인 박한결 본인이 들은 기억이 없다는 것으로서, 피고인 박한결은 사고 당시의 상황이나 사고 이후 진도VTS의 교신 내용, 다른 선원들의 행동에 관하여 기억을 잘 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은 점, 사고 당시 다른 선원들과 함께 조타실에 있었던 필리핀 국적 가수들도 피고인 박한결이 조타실의 좌현 쪽에 앉아서 계속 울고 있었다고 진술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박한결은 피고인 이준석, 김영호의 행동을 보지 못하였거나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피고인 박경남은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조타실에서 나올 때까지 퇴선명령이나 퇴선지시는 없었고, 피고인 이준석 등이 승객들에 대한 퇴선지시를 하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한 시간을 놓친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그런 것 같으며, 퇴선지시가 있었다는 진술을 하는 다른 피고인들이 책임회피를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고 진술하였다. 그런데 피고인 박경남은 이 법정에서 위와 같은 진술은 본인이 퇴선명령 또는 퇴선지시를 들은 기억이 없다는 것이고, 피고인 이준석, 김영호가 퇴선지시를 했는지 여부는 잘 알지 못한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피고인 박경남은 사고가 발생한지 2일 후인 2014. 4. 18. 목포한국병원에서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을 때에는 “피고인 이준석이 피고인 김영호에게 경비정의 도착시간을 알아보라고 하였고, 해경 경비정이 10분 후에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고 승객들 중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은 바다로 뛰어내리라는 선장의 지시를 받아 사무장이 선내 방송을 하였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피고인 박경남이 검찰에서 한 진술만으로는 퇴선명령 및 퇴선지시에 관한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 김영호, 신정훈의 진술이 허위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 피고인 이준석은 이 법정에서 어떤 경위로 퇴선방송을 지시했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해경 경비정이 보인다는 소리를 듣고 퇴선방송을 지시했다고 진술하였고, 이와 같은 진술은 해경 123정의 도착시간과 피고인 김영호, 강원식, 신정훈 등의 진술과도 부합한다.
다만 피고인 이준석은 수사과정에서 퇴선지시를 누구에게 했는지, 언제 했는지, 건의를 받고 했는지, 누구로부터 건의를 받았는지, 선내대기 방송은 몇 번 지시를 했는지 등의 사항에 관하여 엇갈린 진술을 하다가 검찰 제11회 조사를 받을 때에는 해경 경비정이 보이자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승객들이 선내에 있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퇴선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고인 이준석은 위 검찰 진술과 관련하여 이 법정에서 “죄책감으로 자포자기한 상태로 진술했습니다마는 사실 그런 마음은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산 사람을 다 죽이려고… 한두 사람도 아닌데 그런 마음을 먹겠습니까. 제가 검찰조사를 근 20일 동안 받았는데 하루도 잠을 잔 적이 없습니다. 검사님도 계속 압박을 가하고 저도 돌아서 생각해 보니까 잘못했고 해서 그렇게 진술한 것입니다. 그 사고로 인해 부상으로 인해서 무능했고, 판단력이 부족해서 잘못한 것이지 ‘나 혼자 살아야겠다. 승객을 다 죽여야겠다.’는 마음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살아야겠다는 진술은 죄책감에서 자포자기한 상태로 한 것입니다. 근 20일 동안 자정이 넘도록 계속 조사를 받았는데, 사실 제 나이에 그런 조사를 받기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반성하는 의미에서 그렇게 진술을 했던 것입니다.”라고 진술하였다.
피고인 이준석이 수사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장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았던 점, 경찰 및 검찰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해경 경비정의 도착 시간을 확인하고 퇴선지시를 하였다고 계속해서 주장하였던 점, 이 사건 공소제기 후에는 다시 퇴선지시를 하였다고 주장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이준석의 위 법정진술은 상당 부분 수긍이 가는 면이 있고, 앞서 검찰 제11회 조사에서의 진술은 사실 그대로를 진술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 피고인 신정훈은 경찰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피고인 김영호가 피고인 이준석에게 퇴선 여부를 묻자 피고인 이준석이 그러라고 하여 피고인 김영호가 무전기에 대고 승객들을 탈출시키라고 말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다만 피고인 신정훈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피고인 이준석의 퇴선명령 시기에 관하여 ‘09:25경 진도VTS로부터 선장이 판단하여 탈출시키라는 교신을 듣고 나서’라든가 ‘경비정 도착 10분 전이라는 말을 듣고 나서’ 또는 ‘방송도 불가합니다라고 말하고 나서’라고 설명하는 등 엇갈린 진술을 하였다. 그러나 피고인 신정훈은 이 법정에서 위와 같이 퇴선명령을 들은 시기에 관하여 엇갈리게 진술한 것은 피고인 김영호가 10분 후 구조정이 도착한다는 무전을 한 것과 혼동하였기 때문이라고 진술하였고, 경찰 조사에서는 구조정이 도착했을 때 퇴선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퇴선방송을 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피고인 신정훈의 진술은 거짓으로 꾸며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 피고인 강원식은 이 법정에서 피고인 김영호가 무전으로 사무부 직원에게 퇴선방송을 하라고 말하는 것을 피고인 김영호로부터 1~2m 떨어진 곳에서 보았다고 진술하였다. 다만 피고인 강원식은 검찰 조사에서 피고인 김영호가 퇴선방송을 하라는 무선을 한 시점에 관하여 엇갈린 진술을 하였는바, 이 법정에서는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자신이 좌현 구명뗏목을 터트린다고 출입구 쪽으로 이동하였을 때와 피고인 박경남이 좌현 출입구로 나갔을 때를 혼동한 것 같다고 하면서, 피고인 김영호가 무전을 한 시기는 조타실을 탈출하기 10분에서 15분 전이 맞다고 진술하였고, 경찰 및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에도 자신이 해경정에 옮겨 타기 10분 전에 피고인 김영호가 무전을 하면서 ‘옷 두껍게 또는 따뜻하게, 라이프재킷 입고, 나가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다. 이러한 진술경위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강원식이 피고인 김영호의 무선교신 시점을 혼동한 것은 사건이 발생한 선후 관계나 피고인 김영호가 VHF교신을 끝냈는지 여부 등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 피고인 조준기는 이 법정에서 피고인 이준석이 좌현 출입문 쪽으로 내려가기 전에 퇴선하라는 취지로 피고인 강원식에게 “퇴선하라고 해, 영업부에도 알려주고”라고 말하였고, 그 시점은 피고인 박경남이 이미 좌현 출입문으로 나간 후이며, 이후 무전기로 위 내용을 전달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고인 조준기는 경찰과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에는 위와 같은 피고인 이준석의 말을 들은 피고인 김영호가 사무장 양대홍에게 무전기로 전달을 했으나 양대홍의 답신이 없었고 영업부 직원들이 무전기를 통해 들었기 때문에 그 직원들이 탈출을 안내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 신정훈과 피고인 오용석은 피고인 이준석이 조타실을 나서기 전쯤에 선원들도 퇴선하자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고 진술한 것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조준기가 들었다는 피고인 이준석의 진술은 앞서 본 퇴선방송 지시와는 별개의 선원들에 대한 퇴선지시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피고인 조준기의 진술 역시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 김영호가 허위의 진술을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근거로 인정하기 어렵다.
⑷ 위와 같이 피고인 이준석의 지시로 피고인 김영호가 무전기에 대고 퇴선시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퇴선방송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피고인 김영호는 무전기에서 대답소리는 듣지 못했으나 다른 사무부 직원들이 들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 강원식은 당시 사무부 직원들의 대답이 없었던 사실은 알았으나 피고인 이준석, 김영호도 대답이 없는 것을 알았을 것이기 때문에 알아서 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며, 피고인 이준석은 피고인 김영호로부터 방송지시를 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 김영호가 피고인 이준석의 퇴선방송 지시가 사무부 직원들에게 전달이 된 것으로 착각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이 09:37경 피고인 김영호의 VHF 교신내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피고인 강원식은 무전기를 들고 있지 않았고 선장인 피고인 이준석의 지시를 기다리는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피고인 김영호에게 다시 무전을 할 것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근거로 피고인 강원식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며, 피고인 이준석의 위 진술도 피고인 김영호의 교신내용에 따르면 거짓이라고 인정할 수가 없다. 또한 당시에는 세월호가 좌현으로 기울어진 사고 초기와는 달리 세월호의 상공에 헬기들이 떠 있었기 때문에 조타실 안의 소음이 컸을 것으로 보이고, 그러한 상황에서 선내방송으로 승객들에 대한 퇴선안내가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으므로, 피고인 이준석이 재차 무전지시를 하지 않은 것이 살인의 고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
⑸ 피고인 김영호, 신정훈은 세월호에서 탈출한 후 해경이 정해준 모텔에 함께 머물렀고, 피고인 강원식은 목포에서 혼자 지내다가 피고인 김영호, 신정훈이 머물던 모텔을 방문한 적이 있다. 피고인 이준석은 사고 직후 해경의 집에서 머물다가 구속되었기 때문에 그 이전에 다른 피고인들과 만나거나 사건에 관한 대화를 나눈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 만일 검찰이 의심하는 것과 같이 세월호 조타실 내에서 피고인들이 퇴선경위에 관하여 허위진술을 하기로 모의하였다면 피고인들은 퇴선명령의 내용과 시기에 관하여 일관되고 동일한 진술을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퇴선명령이 있었는지에 관한 피고인들의 진술이 일치되지 않고, 퇴선 후 함께 지낼 당시에 퇴선명령이 있었다는 진술을 하자는 모의가 있었다면 적어도 수사 초기에 함께 지내거나 만난 적이 있는 피고인 강원식, 김영호, 조준기, 신정훈은 퇴선명령의 시기나 경위에 관하여 일치된 진술을 했어야 함에도 앞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 진술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라) 탈출에 관한 모의가 있었는지 여부
이 사건 재판과정에서 조타실에 있던 피고인들이 승객들보다 먼저 구조받기 위하여 승객들에 대한 퇴선명령을 내리면 안 된다거나 승객들보다 먼저 탈출해야만 살 수 있다는 말을 서로 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 오히려 세월호가 기울어진 직후부터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 김영호 등과 함께 조타실에 머물렀던 필리핀 국적 여가수는 당시 조타실에 있던 피고인들이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필리핀 국적 여가수는 이 법정에서 증언을 할 때에 통역의 도움을 받기는 했으나 검사나 변호인의 질문을 먼저 이해하고 답변을 할 만큼 한국어를 잘 하는 것으로 보였다). 피고인 이준석의 퇴선방송 지시를 듣지 못하였다는 피고인 박한결도 수사과정 및 이 법정에서 피고인 박경남은 구명뗏목을 터트려 보겠다고 하면서 나간 것이고,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 김영호가 세월호에서 퇴선하기 전에 특별한 말을 한 적은 없고 자연스럽게 한 명씩 나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3) 피고인 박기호에 대한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 박기호가 조타실을 나올 당시 선장과 항해사들이 모두 조타실로 모인 것을 보았고, 강원식이 VHF를 통해 구조요청을 하는 것도 알았던 점, ② 피고인 박기호를 비롯한 기관부 선원들이 기관부 선원실 복도에서 3층 좌현 출입문으로 탈출할 당시에는 구조헬기가 도착하여 인명구조 작업을 하고 있었고, 해경 구조정도 도착하여 구조활동을 개시하였던 점, ③ 조리부 소속 직원인 김문익, 이묘희는 바로 근처에 쓰러져 있었으므로 피고인 박기호는 위 피해자들을 구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었으나, 다른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그 상태를 알지 못하였고, 승객들에 대해서는 해경이 구조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박기호가 자신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들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한 것을 넘어서,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4) 결론
따라서 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예비적 공소사실이거나 이와 상상적 경합의 관계에 있는 유기치사죄 및 유기치상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의 선고를 하지 아니한다.
2. 수난구호법위반의 점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들은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으로서 요청이 없더라도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고 당일 판시 범죄사실 제6항 기재와 같이 조난당한 승객들을 신속히 대피시키는 등 인명 구조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조난당한 승객의 구조에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
나. 피고인들의 주장
수난구호법 제43조 제2호, 제18조 제1항 단서는 해상교통량의 증가에 따라 빈번히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선박사고의 뺑소니를 처벌하기 위한 조항으로, 그 문언이나 입법취지상 스스로 조난을 당한 세월호의 승무원인 피고인들에게 적용될 수 없다.
다. 판단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이 조난된 선박 자체에 해당하는 세월호의 선장 및 승무원들인 피고인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점은 ‘피고인들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Ⅱ의 1.가.2)항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위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나, 이와 상상적 경합의 관계에 있는 유기치사죄 및 유기치상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의 선고를 하지 아니한다.
3.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의 점(피고인 박한결, 조준기에 대한 주위적 공소사실 및 피고인 이준석에 대한 제1 예비적 공소사실)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이준석, 박한결, 조준기는 공동하여, 판시 범죄사실 제5항 기재와 같은 업무상과실로 2014. 4. 16. 08:48경 진도군 병풍도 북방 1.8해리 해상에서 세월호를 침몰케 하여 승객과 다른 선원들이 구조를 기다리며 침몰하는 세월호 선내에 대기 중임에도 대피 및 퇴선을 위한 구조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퇴선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세월호에 탑승 중이던 피해자 정○○(남, 16세) 등 456명을 바다에 빠지거나 매몰된 선체에 갇히게 하였음에도 조난된 피해자들을 신속히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하여, 피해자 정○○(남, 16세) 등 별지 피해자 일람표Ⅰ 기재 피해자 303명 및 피해자 양○진(남, 57세)을 이 익사로 사망하였고, 피해자 강○○(남, 40세)에게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어깨, 팔, 무릎 타박상 및 불면 등 적응장애의 상해를 입게 하는 등 별지 피해자 일람표Ⅱ 기재 피해자 152명을 상해에 이르게 하였다.
나. 피고인들의 주장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2는 선박충돌사고 후 즉각적인 구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하는 경우를 처벌하기 위한 규정이므로, 이 사건과 같이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인 피고인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2 규정내용 및 해석의 쟁점
1)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본 판단 부분에서 ‘특가법’이라 한다) 제5조의12는 ‘도주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이라는 제목으로 해사안전법 제2조에 따른 선박의 교통으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해당 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이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에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피해자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위 특가법이 인용하고 있는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이 ‘조난현장의 부근에 있는 선박 등의 선장ㆍ기장 등은 조난된 선박 등이나 구조본부의 장 또는 소방관서의 장으로부터 구조요청을 받은 때에는 가능한 한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을 제공하여야 한다. 다만,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은 요청이 없더라도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리고 위 특가법이 인용하고 있는 또 다른 규정인 형법 제268조는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 한편, 위 특가법의 내용 중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에 의한 조치의무를 부담하는 자는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에 한정될 뿐, 세월호와 같이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이 위와 같은 조치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할 수 없음은 ‘피고인들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Ⅱ의 1.가.2)항에서 본 바와 같다.
다만, 특가법은 도주선박죄의 주체를 ‘선박의 교통으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해당 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그들이 해야 하는 조치의 내용에 대해서만 앞서 본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를 인용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규정에 따라 도주선박죄의 주체를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의 주체인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으로 제한하여 해석하여야 하는지 여부가 이 부분 해석에 관한 쟁점이다.
라. 판단
살피건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도주선박죄의 입법취지와 경과, 도주선박죄 규정의 문언상 의미, 일반법에 대비되는 특별법의 의미와 특가법상의 다른 법규정과 비교되는 도주선박죄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하여 보면, 특가법상의 도주선박죄는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에 따른 구호조치를 취하여야 하는 사람, 즉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이 필요한 구조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에 처벌되는 것을 기본 범죄로 하여, 이들이 형법 제268조의 죄(즉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고를 범한 경우)를 범하였음에도 도주하는 경우를 처벌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특가법상 도주선박죄의 주체는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에 한정된다고 판단되고, 결국 이 사건과 같이 스스로 조난을 당한 선장 및 승무원들은 위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1) 도주선박죄의 입법취지
도주선박죄는 2013. 7. 30. 법률 제11955호로 신설되었는데, 위 조항의 신설 취지는 ‘해상교통량의 증가, 선박의 고속화 등 해상교통 환경의 변화로 해상교통사고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고, 선박충돌사고 발생 후 인명과 선박에 대한 즉각적인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할 경우 대부분 사망, 실종 등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해상에서 선박충돌사고 발생 후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한 행위를 가중처벌하도록 함으로써 도주심리를 억제하고 충돌사고를 사전 예방하려는 것’인바, 이와 같이 도주선박죄에 관한 규정은 원칙적으로 선박충돌사고 후 도주하는 자를 처벌하는 것을 예상하고 신설하였던 조문임을 알 수 있다.
2) 도주선박죄의 입법경과
가) 위 조항과 관련된 입법자료인 의안원문, 법제사법위원회의 검토보고서와 심사보고서, 법제사법위원회 및 국회본회의 회의록에 의하면, 위 규정은 다음과 같은 경위에 따라 신설되었음을 알 수 있다.
⑴ 최초 위 규정에 대한 의안원문에는 ‘해상교통사고’ 중 특히 ‘선박충돌사고’를 내고도 도주한 운항자를 처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는데, 그 규정형식으로는 행위의 주체를 ‘선박의 운항자’로, 조치의무의 내용으로는 선박이 충돌하는 경우 각 선박의 선장이 취하여야 하는 조치 내용을 규정한 ‘선원법 제12조’를 인용하는 방식으로 하였다.
⑵ 이후 위 조문을 심사한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보고서에서는 위 의안원문 중 행위의 주체인 ‘선박 운항자’의 개념이 불명확하다는 점과 선원법 제12조상 구호의무의 주체가 선장에 한정됨에도 특별법에서 그 범위를 확대하여 새로운 의무를 창설하는 것은 법체계의 정합성에 맞지 않는다는 검토결과를 바탕으로, 조치의무에 대한 내용으로는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에게 구호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를 인용하고, 선박 운항자 대신 ‘선장 또는 승무원’이라는 명확한 개념을 사용하여 그 주체를 확대하였다(따라서 위 수난구호법에 규정된 ‘선장 및 승무원’과 위 특가법에 규정된 ‘선장 또는 승무원’의 개념이 다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⑶ 이러한 신설법안의 취지와 개정내용은 그 후 법제사법위원회의 검토보고서, 법제사법위원회 회의 및 국회본회의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는데, 다만 위 각 보고서 및 회의록에서는 위 규정의 수정 이유나 도주선박 운항자의 가중처벌 필요성에 대해서 언급하며 ‘선박충돌 등 해상사고는 구호조치가 없을 경우 대부분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는 점을 들면서 ‘선박충돌 등 해상사고’라는 다소 포괄적인 표현을 사용하였다.
나) 이러한 입법경과에 따르더라도 도주선박죄는 주로 선박충돌사고를 예상하고 제정된 규정으로 보인다. 다만 위 입법경과에서는 도주선박죄의 처벌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선박충돌 등 해상사고’라는 다소 포괄적인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단순히 ‘선박충돌’이라는 사고에 한정해서 위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가 있음이 엿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사고의 종류를 불문한 모든 선박사고에 위 법조가 적용된다고 적극적으로 규정하려고 하였다고 해석할 수는 없고,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위 특가법의 규정에 의하여 문리적으로 해석 가능한 범위 내의 ‘해상사고’에 한정하여 위 특가법 규정이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3) 특가법의 다른 규정과의 비교
가) 특가법은 여러 법률에 이미 규정된 특정범죄에 대하여 가중처벌 등을 규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바(특가법 제1조), 기본적으로 다른 법률에 의한 기본범행이 성립함을 전제로 하여 그 피해 정도나 결과 등에 따라 형을 가중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즉 위와 같이 가중처벌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특가법은 그 자체에서 새로운 의무를 창설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법률에 따라 의무가 부과되어 있는 자에 대해서 특별한 요건을 더하여 그 처벌을 가중하고 있다(일반법에 대비되는 특별법은 개념적으로 특별법의 구성요건이 일반법의 모든 구성요건을 포함하면서 그 밖의 특별한 표지까지 포함한 경우를 뜻하므로, 특가법에서 말하는 가중처벌도 단순히 법정형만의 가중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법 조항의 구성요건 이외에 특별한 구성요건 표지를 추가한 가중처벌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헌법재판소 2014. 4. 24. 선고 2011헌바2 결정 참조).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도주선박죄에서 규정한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해당 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이라는 규정은 다른 법률에 따라 구호조치 의무가 부과되지 않았음에도 위 특가법에 따라 새롭게 구호조치 의무가 부과되는 주체의 범위를 확장하거나 새로운 의무를 부가하기 위한 규정이 아니라, 다른 법률인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이미 구호조치 의무가 부과되어 있는 자를 전제로 하여 그러한 사람 중 ‘형법 제268조에 따른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자에 한정하여 위 규정이 적용된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즉 도주선박죄에 관한 특가법 중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해당 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이라는 규정은 수범자의 범위를 확장하는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이를 제한하는 의미를 갖는다. 결국 특가법상 도주선박죄는 ‘업무상 또는 중대한 과실’이라는 가중된 구성요건 표지에 더하여, 그러한 자가 ‘도주한 행위로 인하여 피해가 확대된 경우’라는 또 다른 가중된 구성요건 표지를 만족하는 경우 이를 가중처벌하려는 규정이 된다.
나) 이러한 해석은 도주선박죄와 유사한 형식으로 규정하고 있는 특가법상의 도주차량죄와 비교해 보아도 확인될 수 있다.
특가법 제5조의3 제1항은 ‘도로교통법 제2조에 규정된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의 교통으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해당 차량의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도로교통법에서는 제54조 제1항은 ‘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경우에는 그 차의 운전자나 그 밖의 승무원은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도주차량죄에 관한 특가법 규정은 다른 법률인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라 구호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자를 전제로 하여 그 중 형법 제268조의 책임을 지는 운전자의 경우로 그 주체를 한정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즉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조치를 취하여야 하는 자는 그 사고 발생에 있어서 고의·과실 혹은 유책·위법의 유무에 관계없이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지만(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도1731 판결 참조), 특가법상의 도주차량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에 더하여 사고발생에 대한 과실이 인정되어야 한다. 또한,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조치를 취하여야 하는 자에는 ‘운전자’뿐만 아니라 ‘그 밖의 승무원’도 포함되지만, 특가법상의 도주차량죄의 주체는 그 중 ‘운전자’의 경우로 적용 범위를 한정하고 있다.
다) 이와 같은 해석방법은 앞서 본 입법경과에서도 나타나 있다. 위 조문을 심사한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보고서에서는, 의안원문에서 구호조치에 관하여 인용하고 있는 선원법 제12조상 구호의무의 주체가 선장에 한정됨에도 특별법에서 그 범위를 확대하여 새로운 의무를 창설하는 것은 법체계의 정합성에 맞지 않는다는 검토결과를 바탕으로 위와 같은 개정이 이루어졌는바, 이러한 입법경위에 비추어 보아도 특가법상의 도주선박죄를 규정함으로써 새로운 의무를 창설하려는 의도는 갖고 있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4) 특가법상 도주차량죄의 처벌 내용과의 차이점
한편 도주선박죄와 비슷한 형식으로 규정된 도주차량죄에 따른 범행의 경우, 검찰의 주장과 같이 상대방 차량의 존재를 전제하지 않는 자차사고 즉, ‘차량의 운전자가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다가 사고로 인하여 사상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도 위 규정에 따른 도주차량죄가 성립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해석의 차이점이 발생하는 것은 각 죄가 기본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과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의 규정형식 및 의무주체가 차이가 나는 데서 발생하는 것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서는 ‘사고발생 시의 조치’라는 제목하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자를 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로 폭넓게 규정하고 있음에 반하여, 수난구호법 제18조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인근 선박 등의 구조지원’이라는 제목하에 조난된 선박과 구별된 개념인 조난현장 부근에 있는 선박 중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경우에 한정하여 구호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물론 검찰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 사건처럼 선박이 스스로 조난된 경우에도 도주로 인한 피해의 위험성이 크고 이를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처벌의 필요성만으로 문언의 가능한 해석범위를 넘는 해석을 하거나 다른 유사 규정인 도주차량죄의 해석을 준용하여 처벌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확장해석 또는 유추해석으로서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것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 또한 판시 범죄사실과 같이 피고인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유기치사상죄나 선원법위반죄 등으로 처벌을 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이와 같은 해석을 한다고 하여 처벌의 심각한 불균형이 생긴다고 할 수 없다.
마. 결론
따라서 위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예비적 공소사실이거나 이와 상상적 경합의 관계에 있는 유기치사죄 및 유기치상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의 선고를 하지 아니한다.
4. 유기치사, 유기치상의 점
가. 피고인들의 피해자 양○진에 대한 범행 부분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들은 판시 범죄사실 제6항 기재와 같이 승객을 구조할 법률상, 계약상의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동하여 승무원의 선내대기방송에 따라 구조를 기다리며 침몰하는 세월호 선내에 대기 중이던 피해자 양○진(남, 57세)의 구조를 위해 필요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유기하여 위 피해자로 하여금 익사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2) 피고인들의 주장
피고인들의 유기행위와 피해자 양○진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3) 판단
최○필의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세월호가 기울기 시작한 08:49경 60대로 추정되는 남자 1명이 3층 좌현 난간에서 바다로 추락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각 구조동영상에 의하면 사고 발생 이후 구조헬기 등이 도착할 때까지 약 40분이 넘게 걸린 사실이 인정되고, 초계기나 헬기 등에 의해 바다에 빠진 위 남자가 구출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으므로, 위 남자는 사망하거나 실종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검찰이 제출한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 현황에 의하면, 현재까지 구명동의를 착용하지 아니한 채 선체 밖에서 시신이 발견된 피해자들 중 최승필의 진술과 일치하는 사람을 찾을 수 없으므로, 연령의 유사성을 고려할 때 최승필이 목격한 남자는 실종자 양○진인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위 양○진의 사망 원인이 피고인들의 유기행위로 인한 것인지에 관하여 보건대, 양○진의 경우 다른 실종자들과는 달리 세월호가 침몰할 때까지 선체 내부에 있었다고 볼 수 없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사망한 시점이나 사망한 원인을 알 수 없어 유기행위와 사망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수 없으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4) 결론
따라서 피해자 양○진에 대한 유기치사죄의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이와 상상적 경합의 관계에 있는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유기치사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의 선고를 하지 아니한다.
나. 피고인 이준석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의 세월호 승무원인 피해자들에 대한 범행 부분
1) 공소사실의 요지
선원인 피고인들은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 및 해운법에 의하여 제정된 세월호의 운항관리규정에 따라 세월호에 탑승하고 있던 모든 인명을 구조할 법률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장인 피고인 이준석과 공동하여, 구조를 기다리며 침몰하는 세월호 선내에 대기 중이던 승무원인 피해자들의 구조를 위해 필요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세월호에서 퇴선하여 유기함으로써, 피해자 양대홍(남, 44세) 등 10명을 각 사망에 이르게 하고, 피해자 김○○(남, 23세), 오○○(남, 20세)을 각 상해에 이르게 하였다.
2) 피고인들의 주장
선장이 아닌 피고인들은 세월호의 승무원인 위 피해자들을 구조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를 부담하지 않으므로, 위 피해자들에 대한 유기치사죄 또는 유기치상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없다.
3) 판단
부작위범 사이의 공동정범은 다수의 부작위범에게 공통된 의무가 부여되어 있고 그 의무를 공통으로 이행될 수 있을 때에만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8도89 판결 등 참조).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위 피해자들이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세월호에 승무원 또는 아르바이트생으로 탑승한 사실이 인정되고, 선원인 피고인들이 승객이 아닌 승무원들에 대하여 법률상 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함은 앞서 ‘피고인들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부분의 제Ⅱ의 1.가.항’에서 본 것과 같으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선원인 피고인들에게 위 피해자들에 대한 법률상 또는 계약상 구조의무가 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결국 선원인 피고인들은 선장인 이준석과는 달리 위 피해자들에 대한 구조의무가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부작위로 인한 유기죄의 정범 또는 공동정범이 될 수 없다.
4) 결론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이와 상상적 경합의 관계에 있는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유기치사죄 및 유기치상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의 선고를 하지 아니한다.

재판장 판사 임정엽 _________________________

         판사 장재용 _________________________

         판사 권노을 ____________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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