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의 기본적 내용에 대하여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고 있음에도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원안대로의 입법이 어려우면 절충을 통하여 대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이라도 눈에 띄어야 할 터인데 그렇지도 않다. 속칭 ‘김영란법’ 이야기다.

지난 3일 대한변협 입법평가위원회 주최로 ‘김영란법’에 대한 입법론적 고찰이란 제목의 심포지엄이 열렸다. 입법과정의 적정성과 투명성을 점검하기 위하여 열린 심포지엄의 대상으로 ‘김영란법’이 선정된 것부터가 ‘김영란법’ 입법 지연에 대한 질타라고 보아야 하겠지만, 그 자리에서 나온 주장도 하나같이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며 입법을 미루는데 대한 질타의 목소리였다.

부패지수는 높은데 반부패정책은 심각할 정도로 부실하다는 국제적 평가가 지속되고 있고, 이 법안이 제출된 이후에도 금품수수에 대가성이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부패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세월호 사건과 같은 대형재난까지 발생하여 부패척결의 절박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 법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고는 볼 수 없음에도 세월호 관련 특별법이 마무리되어 가는 지금까지도 입법이 이루어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조속한 통과가 운위되지만 그때뿐, 곧 잠잠해지곤 하는 것이다.

법리적인 문제점이나 수사권 남용에 대한 우려나 모두 주요한 점검사항이기는 하지만 피해갈 수 없는 쟁점은 아니다. 진정 수사권 남용이 우려되고 위헌적인 요소에 의한 기본권침해가 우려된다면 그동안 이루어진 논의를 바탕으로 적용범위를 좁히고, 규제대상을 금품수수로 국한해서라도 ‘김영란법’을 출발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국회나 정부가 여전히 미온적인 것은 입법의 주역인 이들이, 동시에 가장 주된 적용대상이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국민의 불신이 더 이상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김영란법’을 조속히 처리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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