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제기 후 공판절차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변호인이 임의로 수집, 확보하여 법원에 제출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당해 재판부를 통하여 인증은 증인신청을, 서증은 사실조회나 문서송부촉탁신청을 하면 된다. 드물지만 물증은 재판부나 검사에 대해 압수수색검증을 촉구하거나 물건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에 대한 법원의 제출명령을 촉구함으로써 확보할 수 있다(법 제106조,제109조 제2항). 증인의 해외 출국이 임박하여 공판기일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는 경우에는 ‘공판기일 전의 증거조사(법 제273조)’를 요청하여 해당 증언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사절차에서는 수소법원이 있을 수 없으므로 법원을 통한 정상적인 증거수집이나 보전절차를 밟기가 어렵다. 이러한 경우를 대비하여 형사소송법은 수사절차 중이라도 법원을 통해 긴급하거나 반드시 필요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증거보전청구와 증인신문청구(법 제184조,제221조의2)이다. 검사와 피의자 등이 모두 이용 가능한 증거보전청구는 ‘미리 증거를 보전하지 아니하면 그 증거를 사용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는 때에 제1회 공판기일 전이라도 판사에게 압수, 수색, 검증, 증인신문 또는 감정을 청구하는 제도’이다.

증인신문청구는 검사만 이용가능한데 “‘범죄의 수사에 없어서는 아니 될 사실을 안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자’가 ‘출석 또는 진술을 거부’한 경우에 제1회 공판기일 전에 한하여 판사에게 그에 대한 증인신문을 청구하는 제도”이다.

증거보전청구나 증인신문청구에서 판사는 그 처분이나 증인신문에 관하여 법원 또는 재판장과 동일한 권한을 가지기 때문에 법원 또는 법관의 조서로서 추후 공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법 제311조).

여기서 검사 등 수사기관은 체포구속이나 압수수색검증 등 강제수사권이 있는데 왜 증거보전청구나 증인신문청구가 필요할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수사기관은 참고인에 대해 출석을 요구하고 진술을 들을 수 있지만 참고인이 출석이나 진술을 거부하면 피의자와 달리 현행법상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수사기관에게 중요 참고인의 경우에 한해 법원을 통해 강제소환해서 그 증언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 준 제도가 바로 증인신문청구이다. 과거에는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참고인이 공판기일에서 진술을 번복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도 증인신문을 청구할 수 있었으나, 적법절차원칙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위배된다는 위헌결정(94헌바1)에 따라 관련 규정이 삭제되었다. 검사에게 증거보전청구를 인정한 것에 대해서는 피고인·피의자 또는 피의자에게만 인정하는 일본이나 독일 형사소송법에 비추어 입법론상 부당하다는 비판이 있다. 실제 수사기관이 증거보전청구를 활용한 예도 거의 없다.

다만, 증인신문청구는 ‘중요 참고인이 출석이나 진술을 거부’해야 하지만, 증거보전청구는 ‘증거보전의 긴급성’만 인정되면 증인신문을 청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관련 판례로는 “제1회 공판기일 전에 검사가 증거보전절차로 증인신문을 청구하였으나, 위 증인신문의 일시와 장소를 미리 피의자 및 변호인에게 미리 통지하지 아니하여 증인신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아니하였고, 변호인이 제1심 공판기일에 위 증인신문조서의 증거조사에 관하여 이의신청을 하였다면 위 증인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은 없다(91도2337)”고 한 사례가 있다.

한편, 수사절차에서 피의자와 변호인은 증거보전청구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피의자에게는 강제수사권이 없어 필요한 증거를 수집, 확보하기가 어렵다. 수사기관은 그 특성상 피의자에게 유리한 증거를 수집하는 데에는 소극적이어서 피의자의 증거조사요청에 잘 응해주지 않는다. 증거보전청구는 이러한 경우에 피의자에게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예컨대, CCTV나 통신자료의 경우 그 보관기한이 수개월 등으로 정해져 있으므로 수사절차에서 미리 확보하지 않으면 추후 공판절차에서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증거보전의 대상에는 증거서류와 증거물뿐만 아니라 증인도 포함된다. 따라서 공동피고인이나 공범자를 증인으로 신문하는 것도 허용된다.

그러나 피의자 또는 피고인신문은 청구할 수 없다. 청구서에는 사건의 개요, 증명할 사실, 증거 및 보전의 방법, 증거보전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을 기재하여야 한다(법 제184조제3항,규칙 제92조). 관할 법원은 압수할 물건의 소재지, 수색 또는 검증할 장소, 신체 또는 물건의 소재지, 증인의 주거지 또는 현재지, 감정 대상의 소재지 또는 현재지의 법원이다. 다만, 감정은 감정함에 편리한 지방법원판사에게 할 수도 있다(규칙 제91조).

유의할 점은 증거보전절차에 따라 보전된 증거를 공판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증거신청 및 증거조사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기소 전’에는 증거보전청구를 이용하고 ‘기소 후 공판기일 전’에는 당해 재판부에 ‘공판기일 전의 증거조사’를 신청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다(법 제273조 제1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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