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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 통신]일본군 성노예 범죄의 수사와 처벌, 그리고 공소시효“Perpetrators must be prosecuted”
예세민 주제네바 대표부 참사관·법무협력관  |  yesem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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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호] 승인 2014.10.27  10: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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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인권최고대표직에서 퇴임한 나비 필레이 전임 대표가 퇴임 직전에 이례적으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일본군 성노예(이른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보장하기 위한 즉각적, 효과적인 입법적, 행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였고, 이는 국제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각종 인권협약기구, 인권이사회 등에서의 일본에 대한 일련의 권고의 연장선상에 있는 필레이 대표의 발언은 유엔 인권분야 최고 수장에 의한 준엄한 질책과 권고라는 점에서 그 무게감은 더할 나위 없이 큰 것이었다.

필레이 대표의 발언과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권고에 반복되어 나오는 ‘가해자는 소추되어야 한다(Perpetrators must be prosecuted)’라는 문구는 보편적 인권을 옹호하는 국제사회의 강력하고 간결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타성에 젖은 법률가인 필자에게 처음에는 무척 생경하게 다가왔다. 성노예 범죄 책임자들이 일부 생존해 있다고는 하지만, 1930~40년대에 발생한 범죄에 대하여 2014년 지금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인가.

언론보도에 의하면 최근 나치 전범 1명이 70년 만에 미국에서 체포되는 등 나치 전범들은 어디에 은신해 있더라도 지구 끝까지 추적, 검거되어 응분의 처벌을 받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전범처리 방향에 있어 독일과 일본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고, 그에 따라 독일에서는 반인도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입법조치가 적시에 이루어진 반면, 일본에서는 그러한 조치가 없었던 것이 현재와 같은 현저한 차이를 초래하게 되었다.

필레이 대표는 하버드법대 박사, 남아공 판사 출신의 법률가이고, 자유권규약위원회의 18명의 위원들 역시 국제적으로 저명한 법률가들인 만큼, 그들이 형식적으로는 공소시효가 완성된 일본군의 반인도범죄를 지금 일본의 국내법정에서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데에는 그에 합당한 충분한 법리 검토를 거쳤으리라 생각된다. 즉, 반인도범죄는 명백한 국제범죄로서 모든 국가들이 법률에 의해 처벌할 수 있는 보편적 관할권의 대상이며, 동시에 일반적으로 민형사적 책임에 대해 적용되는 소멸시효와 공소시효의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인권최고대표와 자유권규약위원회가 권고하고 있는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입법적 조치(immediate and effective legislative measures)’라는 것은, 비록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하더라도 공소시효 제도가 헌법질서 내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적으로 수호되어야 할 최상의 가치규범은 아니므로 특정한 범주의 반인도범죄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특별한 입법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국내법 체계 내에서의 이러한 조치의 도입을 검토한다면, 가해자의 국가인 일본에서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국가로서 형법 제6조에 따라 형벌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의 입법조치와 이에 기반한 우리나라 법정에서의 소추와 재판도 검토될 수 있는 것이 논리적이며, 그 실행을 위해서는 입법자와 사법기관의 확고한 의지와 충실한 법리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2007년 제정된 ‘국제형사재판소 관할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반인도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적용 배제가 명시되어 있고, 2013년 아동 성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된 것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제 공소시효 배제는 우리 형사법제에서 더 이상 낯선 제도가 아니다.

그동안 한일청구권협정 등을 둘러싼 민사상 배상과 관련된 법적 논의는 적지 않게 있어왔지만, 범행 당시에도 약취유인, 인신매매, 집단성폭력 등 실정법 위반이었음이 명백한 성노예 범죄의 형사책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상대적으로 심도 있는 법적 논의와 관심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아야 할 때다.

국제사회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강력한 비난과 권고를 연일 쏟아내고 있지만, 그 비난과 권고는 큰 메아리가 되어 우리를 향해서도 함께 울리고 있다. “이렇게 중대하고 명백한 반인륜적인 성노예 범죄를 왜 아직도 수사하지도 처벌하지도 않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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