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간은 왜 이리 빨리 가죠?” 필자와 같이 이곳 세인트루이스에 연수 온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이다. 필자도 지난 7월 말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으니 벌써 석 달이 지났다. 지난 기간 동안 즐거운 일도 가슴 철렁하는 시행착오도 있었다. 이제야 현지 생활에 정착한 것 같은데 벌써 귀국 짐정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슬슬 고민이 시작되고 있다.

사법연수원을 수료한지 10년이 넘었으니 변호사로서 권태기가 찾아올 법한 시기에 미국에서 변호사로서 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초심으로 돌아가는 계기를 가지고 있다. 경황없이 출국하느라 미처 인사드리지 못한 분들에게 지면으로라도 소식을 알릴 수 있게 되어 기쁜 마음으로 미국연수기를 써보고자 한다.

필자는 방문학자의 신분으로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워싱턴대학교에서 수학하고 있다. 워싱턴대학교(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는 현지에서 ‘워슈(WASHU)’라고 흔히 줄여 부르는데, 이는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주립대학교(University of Washinton)와 구별하기 위함이라고도 한다.

한국의 변호사가 미국대학에서 수학하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 형태인데, 첫째는 미국 로스쿨 석사과정(LLM)을 다니는 경우이고, 둘째는 필자처럼 미국대학에 방문학자(또는 연구원)로 체류하는 경우이다. 마지막으로 로스쿨 3년 과정(JD)을 다니는 한국변호사분들도 가끔 계시나, 이분들은 연수목적이 아닌 장기유학생으로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연수기간을 따지자면 LLM과정은 과정수료에 2학기(10개월)가 소요되고 변호사시험 준비와 응시까지 고려하면 1년 이상이 소요된다. 방문학자 과정도 통상 1년을 기준으로 진행되나 연수자의 상황에 따라 6개월부터 2년까지 탄력적으로 조정이 가능하다.

필자도 미국에 오기 전에 LLM 과정을 고려하기도 하였으나, 1년 이상 직장을 비우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이미 박사과정까지 국내에서 수료한 상태라서 방문학자 형태로 연수를 진행하게 되었다.
사실 LLM과정의 장점은 석사학위 취득 후 미국변호사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는 점인데, 현재 미국변호사 자격의 메리트가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바(Bar) 시험까지 마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 비용을 고려할 때 법조경력이 충분한 변호사이라면 가족과 함께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방문학자 형태를 적극 고려해 보시기 바란다. 다만, 방문학자의 경우 LLM과정과 달리 정기적인 입학전형이 없고 한해에 학교가 초청하는 인원도 매우 유동적이므로 사전에 방문학교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입수하여 불확실성을 사전에 줄일 필요가 있다(물론 그 과정에서 현지 방문학교에 연고가 있는 교수님이 계시다면 초청에 매우 유리하다는 점도 밝혀둔다).

필자가 체류하고 있는 세인트루이스 카운티(County, 우리로 치면 ‘군’ 내지 ‘광역시’에 해당하는 단위이다)는 미국 중부 미주리주에 위치한 곳으로, 현재 흑인소요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는 퍼거슨시도 포함되어 있다. 현지 TV와 라디오는 총격사건이 발생한 지난 8월초부터 지금까지 이 사건을 계속 톱뉴스로 다루고 있다.  필자는 다행히도 카운티 내에서 전원도시로 분류되는 체스터필드시에 거주하고 있어 소요사태를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다.

다음 연수기에서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핫한 이슈가 되고 있는 흑인 총격사건과 미국 내 인총차별문제를 다룬다. 그 다음에는 ‘특허전쟁’으로까지 불리는 미국 내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분쟁과 현지 동정 등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아울러 본 연수기를 통하여 미국 내 로스쿨과 로펌의 현지 동향도 틈틈이 전달해 드리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미주리 주에는 세인트루이스 다음가는 대도시로 캔자스시티가 있다(필자는 처음에는 캔자스시티가 캔자스 주에 속한 도시로 오해했었다). 두 도시 모두 메이저리그 야구팀이 있는데 올해 가을야구의 단골손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포스트시즌에 그쳤으나, 만년꼴찌로 유명한 캔사스시티 로열스가 29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올라가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더불어 20년 동안 이런 꼴찌팀을 한국에서 계속 응원해왔다는 이유로 한국인 직장인 이성우씨가 현지에서 유명인사로 떠올라 화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필자의 경우도 한국에서 왔다고 이야기하면 이곳 사람들은 매우 호의적으로 대해 준다.
이는 여기 사람들의 야구 사랑을 잘 보여주는 일례인데, 더불어 매사에 ‘꾸준함’이라는 덕목이 가지는 큰 힘을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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