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14. 1. 28. 2012헌마431· 2012헌가19 결정

1. 사건의 개요
진보신당, 녹색당, 청년당과 이들 정당들의 대표들이 위헌제청신청인 겸 헌법소원 청구인들로서, 이 정당들은 제19대 국회의원선거 직후 국회의원선거에 참여하여 의석을 얻지 못하고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2 이상을 득표하지 못한 정당에 대해 그 등록을 취소하도록 한 정당법 제44조 제1항 제3호(이하 등록취소조항이라고 함)에 따라 등록이 취소되었다. 또한 같은 정당들은 정당법 제44조 제1항에 의하여 등록취소된 날부터 최초로 실시하는 임기만료에 의한 국회의원선거의 선거일까지 등록취소된 정당의 명칭과 동일한 명칭의 사용을 금지하는 정당법 제41조 제4항(이하 명칭사용금지조항이라고 함)의 적용도 받게 되었다.
청구인들은 명칭사용금지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고, 서울행정법원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각 중앙당등록취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한 후 등록취소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같은 조항들이 정당설립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2. 결정요지
오늘날 대의민주주의에서의 정당의 기능을 고려하여 헌법 제8조 제1항은 정당설립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함과 아울러 복수정당제를 보장하고 있다. 입법자는 정당설립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입법하여야 하고, 헌법재판소는 정당설립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의 합헌성을 심사할 때 엄격한 비례심사를 하여야 한다.

실질적으로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정당을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서 배제함으로써 정당제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한도에서 정당등록취소조항의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정당등록의 취소는 정당의 존속 자체를 박탈하여 모든 형태의 정당활동을 불가능하게 하므로, 그에 대한 입법은 필요최소한의 범위에서 엄격한 기준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일정기간 동안 공직선거에 참여할 기회를 수 회 부여하고 그 결과에 따라 등록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등 덜 기본권 제한적인 방법을 상정할 수 있고, 정당법에서 법정의 등록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된 정당이나 일정 기간 국회의원선거 등에 참여하지 아니한 정당의 등록을 취소하도록 하는 등 현재의 법체계 아래에서도 입법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다른 장치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정당등록취소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어느 정당이 대통령선거나 지방자치선거에서 아무리 좋은 성과를 올리더라도 국회의원선거에서 일정 수준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하면 등록이 취소될 수밖에 없어 불합리하고, 신생·군소정당으로 하여금 국회의원선거에의 참여 자체를 포기하게 할 우려도 있어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다. 정당등록취소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들의 정당설립의 자유를 침해한다.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은 정당등록취소조항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같은 이유에서 정당설립의 자유를 침해한다.

3. 평석
(1) ‘군소정당 배제’를 목적으로 하는 등록취소조항
다원적 민주사회에서 정당은 국민의 다양한 정치적 의사의 결집을 도움으로써 대의제의 민주성을 보완한다. 우리 헌법 제8조에서는 정당설립의 자유와 복수정당제도를 규정하고, 정당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반되는 때에 한하여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거쳐 해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같은 조항이 정당을 일반 결사보다 더욱 강화하여 보호하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런데 정당법에서는 정당등록제도를 두고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하며, 또 일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 사후적으로 등록을 취소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정당등록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대체로 법적 안정성에 기여하는 제도로서 허용된다는 견해가 많고 헌법재판소도 정당의 등록제도는 어떤 정치적 결사가 정당에 해당되는지의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해 주며, 이에 따라 정당에게 부여되는 법률상의 권리·의무관계도 비교적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헌법적으로 허용된다고 보았다(헌재 2006. 3. 30. 2004헌마246).

그러나 정당법의 구체적 등록요건이나 등록유지요건들에 대해서는 위헌성을 주장하는 유력한 견해들이 있는데, 평석대상 사건에서 문제된 국회의원선거에서 일정 정도 이상의 득표를 하여야 한다는 요건은 그 중에서도 가장 위헌논란이 많은 것이었으므로 학계에서는 이번 위헌결정에 대해 당연하다는 분위기인 듯하다. 헌법소원의 적법요건(직접성)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2006. 4. 27. 각하결정이 선고된 2004헌마562 사회당등록취소사건에서도 소수의견이 같은 조항에 대해 정당의 개념표지와는 무관한 국회의원총선거에서의 결과적 성공이라는 우연한 사정에 기초하여 정당을 소멸시킴으로써 정당의 존속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신생정당의 진입을 가로막고 소수의견의 정치적 결집을 봉쇄하여 기성의 정당체제를 고착화시키는 데 기여한다고 하면서 위헌이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등록취소조항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군소정당 배제라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선거에서 일정비율을 득표하지 못하였다는 결과적 실패를 등록취소 사유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밖에 평석대상 결정에서 지적하듯 왜 다른 선거는 아니고 국회의원선거인가, 왜 단 한번의 실패로 퇴출시키는가 등의 문제도 있지만 이는 부수적인 것이다. 그리고 위 두 번째의 문제는 첫 번째의 문제에 포함시킬 수 있으므로 핵심은 결국 ‘군소정당의 배제가 헌법상 허용되는지’ 여부이다. 의회운영·의사진행의 효율성이나 안정성, 선거에서의 후보난립방지는 이와 직접적 연관관계가 없고, 그러한 목적을 위해서는 비례대표 의석배분에서의 봉쇄조항, 교섭단체제도, 기탁금제도 등 다른 장치들이 있다. 또 정당에 대한 보조금 배분에서도 규모가 큰 정당을 우대하는 조항이 별도로 있다.

한편 등록요건 및 등록유지요건으로서 일정한 규모 이상의 조직, 즉 전국적으로 5개 이상의 시·도당을 갖추고, 시·도당마다 1000인 이상의 당원이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 별도로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합헌결정이 선고된 바 있지만 2006. 3. 30. 2004헌마246 같은 조항에 대해서도 군소정당이나 지역정당 또한 헌법상 보호대상인 정당에 포함되므로 위헌이라는 유력한 견해들이 있다. 위 2004헌마246 결정에서 이미 군소정당 배제의 헌법적 허용성이 다루어졌으므로 같은 결정은 평석대상 사건에서 참고하였을 중요한 선례이다.

헌법재판소는 같은 결정에서,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한 헌법 제8조 제2항 등에 비추어 정당의 개념으로서 ‘상당한 기간 또는 계속해서, 상당한 지역에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해야 한다’는 개념표지가 요청된다는 일반론을 전개한 다음, 군소정당 배제에 대해, “대의민주적 기본질서가 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의회 내의 안정된 다수세력의 확보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군소정당의 배제는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의회 내의 안정된 다수세력 확보를 위한 장치가 별도로 있음은 위에 언급한 바와 같다. 같은 결정에서는 그밖에도 정당의 개념요소로서 여러 가지를 제시하였으나, 헌법의 정당개념과 정당법의 정당개념을 엄밀히 구분하지 않은데다 정당설립의 자유의 한계에 대한 심사기준을 정당설립의 자유를 강화하여 보호하려는 헌법의 취지 및 이러한 헌법의 취지에 비추어 “정당의 설립 및 가입을 금지하는 법률조항은 이를 정당화하는 사유의 중대성에 있어서 적어도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반’에 버금가는 것이어야 한다”고 판시한 그 이전의 선례(헌재 1999. 12. 23. 99헌마135)와 맞지 않는 완화된 심사기준을 적용하였다.

그러나 평석대상 결정에서는 다시 논조가 바뀌어, 위 99헌마135 결정을 인용하면서, 정당설립의 자유는 강화된 보호를 받고 그 제한에 대해서는 엄격한 심사기준이 적용된다는 취지로 판시한 다음, 명시적으로, “단지 국민으로부터 일정 수준의 정치적 지지를 얻지 못한 군소정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을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서 배제하기 위한 입법은 헌법상 허용될 수 없다”고 하였는데, 이 판시는 군소정당의 배제라는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한 위 2004헌마246 결정의 태도와는 사뭇 다른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를 의식했음인지 곧 이어 국회의원선거에서의 의석 확보 여부 및 득표율은 “정당이 실질적으로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할 진지한 의사와 역량을 갖추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표지”가 된다고 하면서 이것이 입법목적임을 전제로 하여, 국회의원선거에서 원내 진출 및 일정 수준의 득표에 실패한 정당에 대해 등록을 취소하는 것은 이러한 입법목적 달성에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하여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은 구비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등록취소조항은 최소침해성과 법익균형성을 갖추지 못하여 위헌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에 관한 위 판시는 납득하기 어렵다. 우선 결과적으로 선거에서 일정 비율 이상을 득표하지 못하였다 하여 ‘진지성 결여’라고 할 수 없음은 물론이지만 소수의견을 대표한다 하여 정치적 의사형성을 할 ‘역량’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수의 정치적 의사에 한정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정당의 기능인 정치적 의사형성은 다원사회에서의 다양한 정치적 의사형성을 말하는 것이며 소수의 의사라 하여(자금보조나 기타의 보호에서는 차별하거나 배제한다 하더라도) 그 의사의 형성과 결집을 막을 근거는 없는 것이다. 선거제도와 의회제도의 운영에서 효율성과 안정성을 위해 소수파를 어느 정도 차별하고 배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정당으로서의 존속과 활동 자체는 오히려 더욱 보호할 이유가 더해지는 것이 아닐까. 등록취소조항의 입법목적은 ‘군소정당 배제’로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해석이며, 이러한 입법목적은 판시에서 인정하듯 허용될 수 없다.

평석대상 결정의 결론은 환영할 만한 것이나 그 이유에서 위와 같이 군소정당의 배제라는 입법목적이 정당하다는 선례를 ‘실질적으로’ 그대로 유지하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2) 명칭사용금지조항의 고유한 위헌성
평석대상 결정은 명칭사용금지조항에 대해서는 본격적 판단을 하지 않고 등록취소조항이 위헌이므로 같은 이유로 위헌이라고 간략하게 판단하였다. 그러나 명칭사용금지조항은 그 고유한 위헌성이 다루어질 필요가 있었다. 명칭사용금지조항은 등록취소제도의 실효성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반되어 해산된 정당이 아니라 단지 등록유지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등록이 취소된 정당과 동일한 명칭을 사용하면서 새로 정당을 설립하고 활동하지 못하게 할 중대한 공익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