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국제중재법원장(LCIA) 윌리엄 파크(William W. Park)

지난 8월 보스턴에서 개최된 미국변호사협회(ABA) 연차총회에서 런던국제중재법원장 윌리엄 파크를 만났다. 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런던국제중재법원의 수장으로 선임된 그는, 2008년 조지 부시 대통령에 의해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인 패널로 지명되기도 했다. 필자의 은사로서 보스턴대 로스쿨 교수이기도 한 윌리엄 파크 법원장에게 한국의 법조인들이 궁금해 할만한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보았다.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은 세계적인 명성이 있는 국제상사중재기관입니다. 간단하게 런던국제중재법원을 소개해주시겠습니까?

런던국제중재법원의 기원은 법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상사분쟁해결을 제공하기 위해 1891년 런던에서 설립된 이른바 중재회의소(Chamber of Arbitration)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런던국제중재법원의 전신이었던 중재회의소는 1985년 한국을 포함한 세계 곳곳의 개인들로 구성된 진정한 의미의 국제중재법원의 설립으로 새롭게 활력을 얻었습니다.
런던국제중재법원의 핵심 업무는 중재인들의 선임과 중재절차에 대한 감독입니다. 또한 우리 런던국제중재법원은 국제적인 사건들의 브리프에서 빈번하게 인용되는 수준 높은 학술논문들을 지난 30년 동안 발간해온 ‘Arbitration International’이라는 저널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몇 건의 국제중재사건들을 처리했습니까?

200건 이상됩니다. 많은 사건들이 상사중재사건이었고, 보험이나 건설과 같은 전통적인 단골 중재분야와 관련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어떤 사건들은 특허 라이센스, 에너지(오일과 가스), 조세 그리고 금융계약 등과 같이 새롭게 중재의 핵심분야로 부상하고 있는 분야와 관련된 것들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몰수 혹은 차별에 관한 주장을 포함한 투자자국가소송(한국에서는 종종 ISD로 불리는)들도 있었습니다.
몇 년 전에 저는 2차 세계대전 종결 후 휴면 상태에 있는 스위스 금융자산의 소유권을 다룬 이른바 홀로코스트 은행계좌 분쟁에서 중재인으로 활동하는 영광을 얻기도 했습니다.

국제분쟁의 해결에서 소송과 중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지요?

큰 사건들의 경우, 소송과 중재는 모두 증인진술서와 서면증거, 반대신문 및 서면으로 된 판결(정)문에 주로 의존합니다. 국제중재가 존재하는 이유는 그 절차적 특수성 때문이라기보다는 일방의 국내 법정에서 얻는 것보다 더 공평한 무대를 만들어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써 존재하는 것입니다.
물론, 완벽하게 공평한 무대는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무대는 다른 무대보다 덜 공평합니다. 중재는 서로 다른 법률문화 출신의 의사결정권자들로 구성된 중재판정부 덕분으로 일방의 ‘자국 판사’의 영향권 밖에서 분쟁을 해결할수 있도록 해줍니다.

처리한 사건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사건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아마 가장 기억에 남는 소송은 중동의 한 발전소를 둘러싸고 벌어진 기나긴 건설 중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몇 년 전에 있었던 그 사건에서 두 명의 매우 저명한 변호사들이 양측 당사자에 의해 중재인들로 선정되었고, 저는 의장중재인 역할을 했는데 양측 당사자가 선정했던 중재인들은 모두 미국 건설중재인 협회장을 지낸 분들이었습니다. 어느 한 순간 저는 제 인생이 정말로 축복받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회에 공헌을 하면서 동시에 계속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 말입니다.

국제 중재 사건들을 처리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입니까?

복잡한 사실관계와 미묘한 의미상의 차이가 있는 법을 이해하는 것의 어려움을 제쳐둔다면 가장 어려운 부분은 중재에서 서로 상충되는 목표들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한편에서는, 우리는 효율성을 찾습니다. 즉 부당한 비용과 시간상의 지연을 피하려고 노력한다는 의미죠.
그러나 또 다른 한편에서는, 당사자들이 공정하고도 합리적인 결과를 원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고 특히 중재판정부 구성원 3명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중재판정문에 대해서 합의해 나가는 과정에서 그러합니다.

한국의 변호사들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국의 변호사들은 최고입니다. 보스턴 대학에서 수년 동안 많은 한국인 학생들이 저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고 글로벌 경제협력에 많은 공헌을 하며 탁월함을 드러냈습니다. 이들은 거의 예외 없이 헌신, 근면, 예의, 그리고 지적인 능력에서 두각을 보였습니다. 그렇게 훌륭한 인재들이 있기 때문에 한국은 국제중재계에서 떠오르는 별로 부상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투자자국가소송(ISD) 사건을 다루어 보신 경험이 있습니까? (ISD와 기업간의 일반 상사중재사건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예,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투자자국가소송에서 의장중재인 역할을 맡을 수 있었던 것은 저로서는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자중재사건들과 일반 상사중재사건들은 서로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더 많습니다. 이들의 목표는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공정한 절차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 모두 중재인들과 당사자 대리인들의 실력이 매우 뛰어납니다.
투자중재사건과 일반 상사중재사건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아마도 일반 상사중재사건들의 경우 적용되는 법이 더 정치하게 발전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일 것입니다. 예를 들면, 선례가 있는 한 국가의 법체계를 참조함으로써 말이죠. 그러나 이 차이도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투자에 관한 법들이 국제중재를 통해서 만들어져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많은 젊은 변호사들과 로스쿨 학생들이 국제중재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해 줄 조언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중재에만 집중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매매, 지적재산권, 금융, 보험, 증거법, 그리고 계약법과 같은 핵심 분야에 관해 가능한 많은 것을 배워 둬야 합니다.

국제중재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한 필수적인 자질은 무엇이고 국제중재전문가가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지난 수년 간 저는 동료들에게 “당신의 성공비결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그 질문을 하면 동료들은 진실성, 운, 인격, 불안, 감사, 단순화하는 능력 등을 답으로 말하곤 합니다. 이 분야의 원로 한 분은 자신의 뇌가 다른 사람들보다 1입방 센티미터 더 커서 성공했다고 말했습니다. 아마도 ‘지적 호기심’이 국제중재전문가로서 성공하기 위한 열쇠로 추가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결국 좋은 중재를 하기 위해서는 사물을 이해하고 싶은 열망보다 더 중요한 특질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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