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우측이 필자

 2014. 10. 3. ~ 10. 6. 태국 방콕에서 제 27회 Law Asia 총회가 열렸다. 나는 대한변호사협회 국제위원회 국제위원 자격으로 위 총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특히 총회 마지막 날, 대한변협의 후원으로 북한인권을 주제로 한 마이클 커비 위원장의 강연과 대한 변협 회장의 연설이 준비되어 있는데, 북한 인권 관련 연설을 보좌하는 것도 내가 참가한 목적이었다.

Law Asia 총회는 가족법(family law), 기업과 투자(corporate securities and investment, ADR, 지적재산권법(Intellectual property), Taxation, Bar issues, Banking and financing 등 법률분야뿐만이 아니라 경제, 환경이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폭넓은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각국에 특수한 법률적 상황과 그에 따라 계약과 법률 시스템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하여 실무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10. 4. 밤에는 차오프라야강을 바라보며 각국의 변호사들과 네트워킹할 수 있는 디너크루즈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아시아인들의 영어 발음은 참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인도, 말레이시아, 일본, 태국 변호사들의 영어 발음은 각국 특유의 엑센트와 연음이 결합되어 영어가 아닌 제3의 새로운 언어를 듣는 듯 했다. 같이 참여하셨던 국제이사는 인도 변호사들과 컨퍼런스 콜을 할 때마다 이해하지 못하여 당황한 경험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대한변협 전 국제이사가 소개해주신 인도계 말레이시아 변호사들과 이야기할 때, 발음도 잘 안들리는 와중에 계속 대화를 해야 해서 저녁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식은 땀을 흘리기도 했다. 아마 상대 변호사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10. 6. 마이클 커비(Michael Kirby) COI(Commission Of Inquiry)위원장의 북한 인권 실상 및 개선을 위한 접근방법에 대한 강연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북한인권법의 내용과 현재 진행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하는 대한변협 회장의 연설이 이어졌다. 2014년 9월 UN에서는 북한 인권 해결을 위한 고위급 회담이 열렸고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적 관심과 우려가 어느 때보다 높았다. 북한은 이전의 대응정책과는 다르게, UN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자체 인권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국제 여론의 비난에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이클 커비는 위 강연에서 북한 인권 개선 방안과 북한 정권 자체를 어떻게 변화시켜갈 수 있는지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 주었다. 특히 북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국을 통하여 북한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사실 중국의 변호사들은 공산당의 강력한 통제하에 있어서 이러한 국제변호사 대회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한다. 커비는 중국 변호사들이 이러한 국제회의에 참석할 때, 각국의 변호사들이 북한 인권의 실상과 개선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북한 인권은 외교적으로 풀어야 하는 것이며, 중국은 물론, 일본에 대한 한국의 외교방침도 변화를 모색해 가야 한다. 일본도 일본인납치 문제로 인하여 북한 인권에 대해 중요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미 10년전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킨 나라이다. 따라서, 북한 인권 해결 과정에서 일본과 협조할 부분은 협조하면서, 외교적인 다른 쟁점에서도 우리 편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지금까지는 나는 북한 인권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제·사회·법률 문제에 대해 고정되고 협소한 관점에 매여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국제 회의 참여를 통해 다양한 견해와 통찰을 접하면서 법률, 외교, 정치, 경제의 많은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좀 더 넓은 안목을 키울 수 있게 되었다.

Law Asia 총회에는 young lawyer로 참여한 두 명의 변호사가 있었다. 예전부터 국제무대에서 활동해보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쉽사리 용기를 내지 못했던 내 모습을 생각할 때, 변호사를 시작하자마자 국제회의에 참여하면서 적극적으로 돌파구를 찾아가는 변호사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기분 좋은 자극을 받았다. 또 ADR을 주제로 발표를 했던 한국의 변호사는 외국 변호사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Law asia 총회를 통해 알게 된 새로운 인연들, 낯설고 언어가 완벽하게 통하진 않았지만 각국 변호사들과 교류하면서 쌓은 값진 경험과 추억들을 간직한 채, 기분 좋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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