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설

법이란 사회에서 시민 누구나 지켜야 할 핵심요소를 규범화한 기본적 행동규범이다. 그 법의 최상위규범인 헌법은 하위법규범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그러나 헌법에 어긋나거나 상호 모순, 중복되는 법규범이 제정되어 개별적으로 시행된다면 위헌 여부가 판가름나기 전까지 사회는 그 법률에 의해 규율되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위헌성을 시정하는 도구로 규범통제가 필요하다. 이러한 규범통제는 법규범이 성립하여 공포되기 이전에 통제하느냐 아니면 법규범으로 성립된 이후에 통제하느냐에 따라 사전예방적 규범통제와 사후적 규범통제로 분류되는데 사전예방적 규범통제는 법령의 서명·공포 전에 아직 효력을 발생하지 아니한 법령을 대상으로 미리 위헌 여부를 심사해서 위헌적인 법령이 효력을 발생하지 못하게 예방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입법예고절차를 통하여 사전예방적 규범통제가 어느 정도 이루어질 소지는 있으나 이는 지극히 형식적인 과정에 불과할 뿐 실질적 내용에 대한 심사를 하는 사전예방적 규범통제 제도는 없다. 즉 현행 헌법 하에서는 법률의 제정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더라도, 구체적 사건이 발생하여 그 법률이 재판의 전제가 되기 전에는 해당 법률에 대한 어떠한 헌법적 심사를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입법의 홍수가 만연하여 오히려 상호 중복되거나 모순되도록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법률로 인해 행정의 효율성 저하(유사한 중복, 모순되는 법률로 인해 부처간 직역 다툼과 이기주의가 발생)와 그로 인한 국민의 불편, 더 나아가 권리 침해가 가중되고 있는 현실에서는 규범통제의 본질인 위헌심사 기능 이외에 규범의 통일성, 정합성까지도 포괄적으로 심사하는 넓은 의미의 사전예방적 규범통제 내지 입법통제 제도의 도입이 절실하다.

2. 비교법적 검토

우리나라는 후자 중 구체적 규범통제만 허용되고 있는데 규범통제의 수단으로서 ‘재판의 전제성’을 요구하고 있는 구체적 규범통제인 위헌법률심판과 헌법소원만을 인정하고 있는 우리 헌법과는 달리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오스트리아는 사전예방적 규범통제 및 추상적 규범통제를 취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 헌법 제61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의 합헌성 통제를 받아야 하는 필수적 심판대상으로 조직법률, 헌법 제11조의 의원발의 법률, 국회법 등을 규정하고 있다.

조직법률은 의회에서 가결된 후 대통령이 공포하기 이전에 반드시 헌법재판소의 합헌성 통제를 받아야 한다. 조직법률이 공포되기 위해서는 헌법재판소에서의 헌법합치결정이 필수적 요건이라는 점에서, 조직법률을 필수적 심판대상이라 부른다.

과거 프랑스헌법에서는 조직법률만을 필수적 심판대상으로 보았으나, 2008년 7월 헌법개정에 의하여 국민투표 법률제정절차에 의한 제정법률(의원발의법률안, 정부제출법률안)도 제11조 제3항이 규정하고 있는 요건을 충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의원발의 법률안은 국민투표에 회부되기 전에 반드시 헌법재판소의 규범통제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3. 사전예방적 규범통제의 도입 필요성

현행 헌법이 취하고 있는 구체적 규범통제는 소위 잘못된 법을 만들어 놓고 그 적용으로 인한 갈등관계가 형성되기를 기다렸다가 비로소 심사하겠다는 것으로서 그 갈등이 너무 첨예하여 해결가능성이 없고 심지어 집단시위나 폭력으로 표출되게 되는 경우에까지 나아갈 수 있어 문제가 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과 같이 갈등이 유발된 뒤에야 특정 사건 해결과정에서 해당규범을 간접적으로 통제한다는 것은 잘못된 규범조항으로 인해 충분히 사회적 악영향을 끼친 후 뒤늦게 이를 시정하는 형세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사전예방적 규범통제는 사회평화를 지키는 이른바 ‘예방백신’이라 할 것이다.

나아가, 명령·규칙 등의 행정상 입법 자체도 사회적 문제해결의 수단이라 할 것인데, 그 수단을 행사함에 있어서 행정기관이 정부여당이나 기타 이익집단의 힘에 의하여 오도된 수단을 선택할 때 그 잘못된 행정입법에 대한 일반적 감시수단으로서의 사전예방적 규범통제를 도입함으로 인해 많은 정치적·사회적 갈등을 법적 절차로 순화하여 풀어가는 방책이 제시된 것이라 하겠다.

4. 문제점과 한계

사전적 절차는 법률의 시행 이전에 위헌적 법률안을 제거함으로써 법질서의 안정을 가져올 수는 있으나, 한편으로는 위헌성의 심사가 정해진 단기의 기간 내에(프랑스의 경우 1개월, 포르투갈의 경우 25일) 추상적이고 개괄적으로 이루어지며, 이런 대강의 위헌심사 이후에는 설사 시행된 법률의 위헌성이 명백히 드러난다 하더라도 입법자가 스스로 제거하는 방법 외에는 달리 이를 제거할 방법이 없다.

앞서 본 프랑스의 예를 본다면, 의회에서의 법안의 의결과 공화국대통령에 의한 법률의 공포 사이의 단기의 기간(원칙적으로 1개월 이내, 긴급한 경우 8일 내에, 프랑스헌법 제61조) 내에서만 헌법재판소는 법률의 위헌성을 심사할 수 있고, 그 후에는 이미 시행된 법률의 위헌성을 더 이상 심사할 수 없었다. 개정 이전 프랑스에서는 법률의 공포 후에는 사후적 위헌심사가 배제되기 때문에 위헌성의 심사는 시간적으로 매우 제한된 기간 내에서만 이루어지는데, 이는 바로 법적 안정성의 증가를 의미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미 공포된 법률에 대해서는 위헌심사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단점이 된다. 특히 법률은 법현실에 적용된 후에 비로소 법률의 위헌성에 관하여 인식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사전예방적 규범통제에서는 법률의 위헌성을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 사례를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이 배제된 채 위헌성의 심사가 마치 가처분결정의 경우와 유사하게 대강의 심사로서 추상적, 개괄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사전예방적 규범통제 제도는 이미 사전예방적 규범통제를 통해 위헌심사가 이루어진 법률에 관해서는 사후적 규범통제 제도가 동시에 규정되어 있지 않는 한 사후적 규범통제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한계점과 사전 심사기간의 단기로 인해 부정확한 심사가 이루어질 우려 및 사전예방적 규범통제에서 의회에 너무 많은 권한을 주게 되어 권력분립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한계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5. 결론

이러한 점에서 사전예방적 규범통제의 도입을 옹호하는 견해는 현재의 사후적 규범통제를 폐지하고 사전예방적 규범통제를 도입하자는 것이 아니라 양자를 모두 두어 서로의 단점을 보완케 하자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다.

필자도 이에 동의한다. 비교법적으로는 사후적 규범통제를 두고 있는 헌법재판제도에서 동시에 사전예방적 규범통제를 두는 예는 많지는 않고, 현재 프랑스, 헝가리와 포르투갈 등만이 양자를 동시에 도입하고 있다. 물론 사전예방적 규범통제와 사후적 규범통제를 동시에 도입하는 경우에도 문제점은 있다. 사전예방적 규범통제의 단기의 심사기간이 가져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전예방적 규범통제를 거친 법규범을 다시 사후적 규범통제의 대상이 되도록 규율하는 경우, 사전예방적 규범통제 절차에서의 헌재 결정은 구속력이 없는 자문적 기능만을 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우려와 문제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서로 중복, 모순인 입법의 홍수 속에서 도대체 무슨 법률을 적용해야 할지를 몰라 법률가조차도 헤매고 있는 이상한 현실 속에서 위헌성 여부를 가리는 작업 이외에 이러한 법률의 통일성과 간결성에 대한 심사까지 모두 아우르는 통합적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고, 그 기능을 헌재에 사전예방적 입법통제권을 부여하여 상당 부분 해결해 보자는 것이 필자의 작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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