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에 요구되는 예절

서면은 언어를 문자화한 것이므로 변호사가 작성하여 법원에 제출한 서면에도 당연히 법정예절의 일반원리가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법정 언어가 법정에서 즉시적으로 표출됨에 비하여 서면은 수시간 때로는 수일이 투입되어 서면화되므로 서면에 요구되는 품격은 오히려 음성화된 언어보다 더 높다고 할 것이다.

상대방 변호사와 상대방 당사자의 구별

변호사가 서면을 작성함에 있어서는 상대방 변호사와 상대방 당사자를 철저히 구분해야 한다. 특히 상대방 주장을 탄핵함에 있어서는 상대방 변호사 개인을 공격하는 우를 범하여서는 아니 된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입장에서 유리한 법률이론을 구성하고 의뢰인의 입장에서 유리한 사실 및 법리를 주장·입증하는 것인데 상대방 변호사 개인을 비난하는 표현은 절대로 피하여야 한다. 우리 모두 의뢰인의 이익을 위하여 일하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 변호사의 인격·품성 등에 대한 비난은 피해야

상대방 변호사의 주장에 대한 반박은 해당 사건의 사실적· 법률적 쟁점에 관한 것이어야 하고 상대방 변호사 개인의 인격, 품성, 능력 등에 대한 언급은 피하여야 한다.

재판과정에서 때로는 상대방 변호사가 연소, 경험이 부족하거나 지원 인력이 부족하여 부실한 서면이 제출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변호사는 상대방의 주장·입증에 대한 객관적 탄핵은 할 수 있다고 할 것이나 자신의 지위나 경력 등을 은근히 과시하거나 상대방 변호사를 폄하하는 식의 서면은 금기이다. 또한 변호사는 의뢰인의 입장에서 법리구성 등을 하는 것임에도 이러한 사실을 외면하고 ‘상대방 변호사가 의뢰인과 관계없이 억지를 쓴다’는 식의 주장은 삼가야 한다.

그 표현에 있어서도 “대리인이 아무 것도 모른다” “ 변호사가 기본적인 법률실력도 없다” “변호사가 어떻게 이런 허위주장을 할 수 있는가?” “대리인이 애써 진실을 외면한다” “대리인이 도무지 알지도 못하고 주장한다” “대리인이 사안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극히 의심스럽다”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말꼬리 잡기식의 시비이므로 일일이 답변할 필요를 못 느낀다” “피고의 저열한 언사” “대리인의 주장은 소송사기에 해당한다” 등 상대방 변호사에 대한 감정적이고 인격모독적인 표현은 사용되어서는 아니 된다.

때로는 자신이 소속된 대형 로펌의 우수한 전문인력이 모두 해당 사건에 투입된데 비하여 상대방 변호사는 그러하지 아니하므로 따져 볼 것도 없이 당연히 자신이 옳다는 식의 주장은 해서는 아니 된다. 변호사는 증거로 뒷받침되는 사실인정과 치밀한 법률이론으로 재판에 임하여야 하며 소송외적인 배경을 이용하여 승소하려고 하여서는 아니 된다. 일부 법관들의 경우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치열한 법리다툼이 있을 때 별다른 근거도 없이 대형 로펌 측의 주장에 경도되는 경향도 보이는데 이는 극히 경계해야 할 현상이다.

나아가 상대방 당사자의 인격, 품성, 능력 등에 관한 사항도 그것이 사건의 쟁점이 아닌 한 이를 서면에 기재하여서는 아니 된다 (예: 일반 민사사건에서 상대방 당사자를 ‘남자를 밝히는 여자’라는 식으로 비난하거나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 내용을 기재하는 행위).

때로는 법정에 제출된 서면의 경우에도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판례도 있거니와 변호사의 소송상 공격과 방어에서 허용되는 범위가 과연 어디까지인가는 법원이 아니라 변호사들이 그 기준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며 그 요체는 상대방 변호사를 동료로 대하고 상호 존중과 예의를 다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변호사는 상대방 변호사의 주장이 아무리 억지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예의에 맞게 반박을 하여야 하며 화풀이를 하거나 노골적으로 무시하거나 인격적인 공격을 하는 서면을 작성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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