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기관이나 기업들은 사진, 영상물, 아이디어 등 다양한 주제와 형태로 공모전을 개최해 많은 관심과 함께 참여 지원을 유도해 왔다. 특허청 통계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개최된 공모전은 무려 2500건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디자인과 저작물 등 지식재산권 관련 공모전이 800여건으로 전체 공모전의 30%에 달한다고 한다.

기업들은 공모전을 통해 양질의 콘텐츠 제작을 위한 의욕을 고취하며 재능 있는 신인을 발굴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지원자들에게도 이러한 공모전은 본인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검증받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공모전이라는 미명 하에 공모전 제출 작품이나 아이디어를 사실상 무상으로 유용하는 경우가 있다. 즉 공모전 약관에 “응모한 작품은 당선과 관계없이 일체 반환하지 않으며, 응모 작품에 대한 일체의 권리는 주최기관에 귀속합니다”라는 내용의 규정을 두는 것. 참신한 아이디어의 부재 속에 강화되는 저작권과 높아지는 창작 비용의 현실에서, 이러한 공모전은 기업들에게 적은 비용으로 우량의 콘텐츠를 ‘합법적으로’ 자신들의 것으로 만드는 하나의 방식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행태는 신인들의 창작의욕을 저해함은 물론이고 사회문화 전반적으로도 지식재산권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아닌 불건전한 관행을 형성시키는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금년 8월 들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국내 15개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31개 아이디어 공모전 약관의 약관법 위반 여부를 점검하고 지식재산권의 귀속과 관계된 불공정약관 조항을 시정했다고 하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응모작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대가 지급 없이 양수하는 것은 응모자에게 불리한 불공정행위이며, 수상자에 지급하는 상금이나 상품도 수상작에 대한 권리양수 대가를 미리 정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수상작을 포함한 응모작의 모든 권리를 응모자에게 귀속되도록 약관을 시정했고, 상금을 받은 수상작이라도 주최기관이 수상자와 별도의 약정을 해야만 주최기관이 수상작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공모전 외에도, 기업이나 단체가 직장생활에 대한 경험과 직무 관련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예비사회인들의 재능과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또 하나의 제도가 무급인턴이다. 2011년에 희망제작소가 인턴들에게 점심값 5000원만 제공하고 직원과 동일한 일을 시켰다며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고, 2013년에는 한국대사관이 지원조건이 아주 까다로운 인턴을 무급으로 모집하여 세간의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어느 관계자는 “우리는 월급은 주지 못하지만 꿈을 주고 비전을 주고 사랑을 줍니다”라고 해명을 했지만, 과연 무급인턴들이 꿈과 비전을 얻을 수 있었을까?

인턴을 무급으로 채용하는 기업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인턴 과정의 목적은 교육이지 근로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인턴이 근로가 아니라 교육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교육의 목적이 뚜렷해야 하고, 교육 프로그램 등이 명확하게 설계되어 있어야 하며, 인턴이 아니라 교육생이라는 사실이 사전에 공지되어야 한다”는 3가지 기준이 충족되어야 한다(관련 보도 인용). 무급으로 인턴을 채용하는 기업들의 대부분은 이렇게 교육을 위해 세심한 준비를 했던 것이 아니었던 점에서, 무급인턴 자체는 교육을 위장한 근로에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 더 큰 문제는 급료를 받지 못하는 인턴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인데, 현행법은 임금을 대가로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만을 근로자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작년 8월 국회에서 무급인턴도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인정받게 되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발의되었는데, 아직 통과되었다는 보도가 없다. 외국에서도 무급인턴을 보호하는 법규는 별도로 없었는데, 금년 6월부터 뉴욕 시에서 일하는 모든 무급인턴이 근로인권 관련법의 보호를 받게 되었다고 한다.

지식재산권은 창작에 따른 정당한 법적 권리이며, 급료는 업무(결과물)에 대한 대가인 동시에 결과물에 대한 책임의 대가이기도 하다. 기업들이 스펙, 경력 등의 기회 제공이라는 명분으로 공모전 참가자들의 창작과 노력의 결실을 그리고 인턴 근무자들의 노동의 가치를 저비용 또는 무상으로 쉽게 취하려 한다면, 그 자체에 대한 비난뿐만 아니라 그 결과물의 책임 소재와 관련해서도 문제의 소지가 크다. 얼마 전에도 갑의 지위를 악용하는 기업들에 대한 비난여론이 사회 전반에서 일었는데, 공모전과 무급인턴이라는 형식을 통해 취업에 있어 을의 지위에 있는 예비사회인들을 이용하는 세태를 사적 자치라는 이유에서 계속 방치해도 좋은 것인지 의문이다. 빠른 시일 내에 이러한 기업들의 횡포를 규제할 수 있는 관계법률들이 정비됨으로써, 더 이상의 갑을 논란이 사라지길 바란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