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도16001 판결

1. 사실관계

가. 피고인들은 2012. 4. 11. 실시된 제19대 총선에 출마한 광명을 지역구 후보자인 공소외인을 위한 선거캠프 내에서, 대외협력국장 또는 조직국장을 맡거나, 자원봉사이사 또는 총괄행정실장을 맡은 사람, 선거사무장을 맡은 사람 등이다.

나. 검사는 피고인들을 공직선거법위반죄로 기소하면서, 피고인들이 유급 선거사무원을 초과 선임하여 운용하기로 순차 공모하고 선거사무원에 관한 허위의 신고를 하거나 선거사무원 등에 대한 금품 제공 및 약속 등을 공모하거나 실행했다는 내용으로도 기소하였다. 구체적으로는 피고인 A가 선거운동기간이 처음 시작된 2012. 3. 29.경부터 이미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할 29명을 28명 초과한 총 57명이 거리유세팀 또는 율동팀 등으로 선거운동을 함을 알게 되었음에도 법정 선거사무원 수에 맞추어 29명만 선거사무원으로 둔 것처럼 허위 신고를 하고,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신고된 선거사무원에 대한 표지를 교부받아 선거운동원 옷과 함께 피고인 B에게 전달했다는 점 등이다.

다. 검사는 피고인들 사이의 공모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중요한 증거로, ① 위 선거캠프의 회계책임자였던 공소외 1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USB에서 복원된, 피고인 B가 작성하였다는 파일을 출력한 문건들, ② 선거운동기간 동안 피고인이 사용한 피고인 D의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문건들, ③ 피고인 A가 피고인 B의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파일을 2012. 3. 28.경 자신의 메일로 보내면서 그 이메일에 첨부했던 문건, ④ 피고인 B의 운전기사인 공소외 2로부터 임의 제출받은 것으로 피고인 B가 작성하였다는 파일을 출력한 서류들을 증거로 제출하였다.

라. 이에 대해 1심 법원(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12. 08. 10. 선고 2012고합191 판결 등)은 위 검사가 ① ‘공소외 1 USB 문건’과 ④ ‘공소외 2 제출 서류’의 경우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2호가 규정하는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로서 당연히 증거능력이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2호가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를 당연히 증거능력 있는 서류의 하나로 규정한 취지는, 일상의 업무과정에서 작성되는 문서는 업무의 기계적인 반복성으로 인하여 허위가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다는 점에 있다는 것인데, 피고인 B가 위 증거들을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때그때 기계적으로 반복하여 작성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주장을 배척하였고, 또한 미신고 유급 선거사무원 사용과 미신고 일수에 대한 일당 제공 등의 내용이 담긴 위 ③의 ‘피고인 C 이메일 첨부문서’와 ④의 ‘공소외 2 제출 서류’의 경우 “압수된 디지털 저장매체에 들어있는 문건이나 이를 출력한 문건 등의 존재 자체를 증거로 제출하려면, 이적표현물소지죄에 있어서의 이적표현이 담긴 문건과 같이 그러한 내용의 문건의 존재 자체가 그 범죄사실에 대한 직접 증거로 되는 경우라야 할 것인바, 이 사건에서 위 각 문건의 존재 자체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직접 증거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증거능력을 배척하였다. 결과적으로 위 ①~④의 증거능력을 모두 부인하였다.

마. 원심(서울고등법원 2012. 12. 7. 선고 2012노2667 판결) 또한 ‘공소외 1 USB 문건’과 ‘공소외 2 제출 서류’가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때그때 기계적으로 반복하여 작성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위 문서들이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2호의 ‘기타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1심의 위 판단들을 그대로 수긍하였고, 이에 쌍방 항소하여 이 사건은 상고심의 판단을 받게 되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가. ‘공소외 1 USB 문건’ 중 선거운동원들이 실제로 선거운동을 하였는지 여부를 표시한 부분은, 피고인 B가 선거운동원들을 모집,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선거운동원들이 실제로 선거운동을 하였는지 여부를 그때그때 일상적, 계속적, 기계적으로 확인하여 작성한 출결부를 근거로 작성되었다는 것이므로, 위 출결부는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2호의 ‘기타 업무상 필요로 작성된 통상문서’에 해당하고, ‘공소외 1 USB 문건’ 중 선거운동원들이 실제 선거운동을 하였는지 여부를 표시한 부분도 위 출결부의 내용과 동일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컴퓨터파일로 옮겨 적는 형태로 작성된 것임이 인정될 그 경우 역시 ‘기타 업무상 필요로 작성된 통상문서’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으므로,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위 표시 부분까지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2호의 ‘기타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섣불리 단정한 것은 수긍할 수 없다 (註 : 그러나 원심이 이 부분 공소사실이 법관의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무죄라고 판단한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시).

나. ‘피고인 C 이메일 첨부서류’, ‘공소외 2 제출 서류’가 거기에 기재된 내용의 진실성에 대한 직접증거로 사용되는 한도에서는 전문증거로 보아야 할 것이지만, 피고인 C 또는 피고인 B가 그와 같은 내용의 문서 또는 그러한 문서파일이 들어있는 저장매체를 소지 또는 보관하고 있었다는 점에 대한 증거로 사용될 때는 전문법칙이 적용될 것이 아니어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3. 대상판결의 평석

가.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

형사소송법 제315조는 당연히 증거능력이 있는 서류로서 가족관계기록사항에 관한 증명서, 공정증서등본 기타 공무원 또는 외국공무원의 직무상 증명할 수 있는 사항에 관하여 작성한 문서(제1호), 상업장부, 항해일지 기타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제2호), 기타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제3호)를 각 규정하고 있다. 본래 위 제1호 내지 제3호에서 규정한 문서들의 성질은 ‘진술서’로서 형사소송법 제313조에 의하여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어야 증거능력이 인정되지만, 특히 신용성이 높거나 업무상 통상적으로 작성하는 문서로서 조작의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까지 작성자나 원진술자를 증인으로 불러 진정성립을 확인하는 것은 무의미할 수 있으므로 특별히 전문법칙의 예외를 인정하여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특히 제2호의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는 일상 업무과정에서 기계적이고 반복적으로 기재하는 문서로서 허위기재의 가능성이 거의 없음에 방점을 둔 규정이다. 이러한 문서의 예로는 법문의 상업장부나 항해일지 외에도 재고장부, 회계장부, 출납표, 전표, 금융거래내역 등 회사 업무과정에서 작성된 문서들을 들 수 있다.

나.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로서 디지털매체에 저장된 것일 경우

그렇다면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가 USB나 하드디스크 등 디지털 매체에 저장된 전자기록일 경우에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위 메모리카드에 기재된 내용은 공소외 2가 고용한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를 업으로 하면서 영업에 참고하기 위하여 성매매를 전후하여 상대 남성의 아이디와 전화번호 및 성매매방법 등을 메모지에 적어두었다가 직접 또는 공소외 2가 고용한 또 다른 여직원이 입력하여 작성된 것임을 알 수 있는 바, 이는 실질적으로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2호 소정의 영업상 필요로 작성된 통상문서로서 그 자체가 당연히 증거능력 있는 문서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니, 그 내용에 관한 공소외 2, 3의 각 증언 및 피의자신문조서상의 진술기재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7도3219 판결)”고 판시하여 전자기록도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2호의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로 인정됨을 정히 판시하였다. 또한 동 판결은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의 인정요건으로 업무 관련성(성매매 영업에 참고), 그 전자기록의 작성 시기(성매매 전후), 일상업무 과정성(일상업무 중에 상대 남성의 아이디와 전화번호 및 성매매방법을 기계적으로 입력) 등을 적시하고 있어 참고할 만하다.

요컨대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로서 디지털매체에 저장된 것일 경우에도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2호의 전문법칙 예외 규정을 적용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다.

다.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의 판단 중에서 ‘공소외 1 USB 문건’에 관한 부분을 “선거운동원들이 실제로 선거운동을 하였는지 여부를 표시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과 “선거운동원들이 실제로 선거운동을 하였는지 여부를 표시한 부분”으로 나누어 전자의 경우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2호의 ‘기타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원심의 판단 부분은 정당하다고 판시한 반면, 후자의 경우 피고인 B가 선거운동원들을 모집,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선거운동원들이 실제로 선거운동을 하였는지 여부를 그때그때 일상적, 계속적, 기계적으로 확인하여 작성한 출결부를 근거로 작성되었다는 것이므로, 위 출결부는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2호의 ‘기타 업무상 필요로 작성된 통상문서’에 해당하고, ‘공소외 1 USB 문건’ 중 선거운동원들이 실제 선거운동을 하였는지 여부를 표시한 부분도 위 출결부의 내용과 동일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컴퓨터파일로 옮겨 적는 형태로 작성된 것임이 인정될 그 경우 역시 ‘기타 업무상 필요로 작성된 통상문서’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으므로 이 부분에 대한 원심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대상판결은 위에서 본 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7도3219 판결과 마찬가지로 디지털매체에 저장된 전자기록도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2호의 ‘기타 업무상 필요로 작성된 통상문서’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출결부’가 선거운동원들을 모집,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선거운동원들이 실제로 선거운동을 하였는지 여부를 그때그때 일상적, 계속적, 기계적으로 확인하여 작성된 것이라면 그 출결부는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2호의 ‘기타 업무상 필요로 작성된 통상문서’에 해당하고, 나아가 그러한 출결부의 내용을 USB에 옮겨 기록하는 과정에서 동일성이 유지되었다면 그렇게 ‘공소외 1 USB’에 저장된 전자문건도 마찬가지로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2호의 ‘기타 업무상 필요로 작성된 통상문서’에 해당할 수 있음을 명확히 판시한 점에 그 의의가 있다.

또한 대상판결은 “어떤 진술이 기재된 서류가 그 내용의 진실성이 범죄사실에 대한 직접증거로 사용될 때는 전문증거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진술을 하였다는 것 자체 또는 그 진술의 진실성과 관계없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때는 반드시 전문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전제에서 ‘피고인 C 이메일 첨부서류’와 ‘공소외 2 제출 서류’에 기재된 ‘내용의 진실성’에 대한 직접증거로 사용되는 한도에서는 전문증거로 보아야 할 것이지만, 피고인들이 그와 같은 내용의 문서 또는 그러한 문서파일이 들어있는 저장매체를 ‘소지 또는 보관하고 있었다는 점’이 요증사실인 증거에 해당할 경우 형사소송법의 전문법칙이 적용되지 아니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이 점에도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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