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 본점을 둔 A는 X그룹의 최상위 지주회사로서 1982. 8. 31. 100% 출자하여 네덜란드에 B를 설립하였으며 B는 1994. 3. 8. 국내에 C를 설립하였다. A는 2000년경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던 D의 모회사인 프랑스 회사를 흡수합병함으로써 D의 주식을 취득하였고 2001. 9. 29. C가 D를 흡수합병함에 따라 존속법인인 C의 지분 약 20%를 취득하게 되었다. 이에 B가 100% 보유하던 C의 주식은 B가 약 80%, A가 약 20% 보유하게 되었다. A와 B는 2006. 9. 26. C주식 전부를 내국법인 E와 F에 각 50%씩 합계 약 1조 5천억원에 양도하였다. 주식을 양수한 내국법인 E와 F는 주식 양수대금을 지급하면서 프랑스 법인인 A에게는 한국·프랑스 조세조약을 적용하여 법인세 약 300억원을 원천징수하여 납부하였으나 네덜란드 법인인 B에 대하여는 한국·네덜란드 조세조약에 따라 네덜란드에서만 과세된다는 이유로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다.

그 후 관할 세무서장은 B의 법인세 비과세·면제 신청에 대한 부분조사 및 주식이동조사를 실시한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B는 조세회피를 위해 설립한 도관회사(Conduit Company)이고, A가 이 사건 주식 양도소득의 실질귀속자이다”라는 세무조사결과를 통보받고 E와 F를 흡수합병함으로써 납세의무를 승계한 G에게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06년도 귀속 법인(원천)세 약 860억원을 결정·고지하였다. G는 “B는 단순한 도관회사가 아니라 실질적인 영업을 하는 네덜란드의 법인이며 위 소득의 실질귀속자이므로 한국·네덜란드 조세조약에 따라 B의 위 소득에 대하여 대한민국은 과세할 권한이 없다” 라고 주장하며 불복하였다. G는 구제받을 수 있을까?

교통과 기술의 발달로 인해 어느 나라든 각 국의 기업이 외국 기업과 거래를 하거나 외국기업들이 각 국에 투자를 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기업들이 벌어들인 소득에 대하여 어느 국가가 어떻게 과세를 할 것인가가 항시 문제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 소재 어느 법인이 대한민국 소재 법인의 주주로서 배당을 받거나 주식을 양도함으로써 소득을 얻는 경우 대한민국에서 과세를 할 수 없다면 내국법인과 달리 외국법인만을 우대하는 것으로서 과세형평에 맞지 않게 된다.

반면에 프랑스 소재 법인의 소득에 대하여 대한민국에서 과세를 하고 프랑스에서도 법인세를 과세한다면 해당 법인에게 이중으로 과세가 되므로 기업들의 영업활동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따라서 각 국가들은 자국 기업들이 체약 상대방국에서 얻은 일정 소득에 대하여는 비과세 또는 면제가 되도록 하거나 낮은 세율이 적용되도록 하는 협약을 맺는다. 이것이 소위 ‘조세조약’이다. 조세조약은 상호주의에 입각한 것이므로 외국 소재 법인이 대한민국에서 벌어들인 어떤 소득에 대하여 비과세된다면 내국법인도 상대방 국가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하여 비과세된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과세관청과 기업들 간에 분쟁이 발생한다. 특히 여러 나라에 자회사를 설립한 다국적기업의 경우 조세를 회피하기 위해 조세조약의 혜택이 적용되는 국가에 도관회사를 설립한 것이라는 의심을 받기 쉽다. 위 사례에서도 내국법인은 네덜란드 법인인 B에게 주식 양수 대가를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과세관청은 B의 100% 주주인 A를 당해 소득의 실질귀속자로 보아 한국·네덜란드 조세조약을 적용해 주지 않았다. 조세조약의 혜택을 누릴 수 있으려면 해당 소득이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체약국의 거주자여야 하는데 B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외국법인에게 조세조약을 적용해 줄 수 있는가는 입증의 문제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법원은 “소득의 귀속이 명목뿐이고 사실상 그 소득을 얻은 자가 따로 있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과세관청에게 입증책임이 있다(대법원 1984. 12. 11. 선고84누505 판결)”고 한다.

위 사례에서 법원은 B가 독자적인 이사회 등의 결정에 따라 고유의 사업 활동을 한 점, 독립적으로 회계 처리 및 세무신고를 한 점 등으로 볼 때 이 사건 주식양도소득의 실질 귀속자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위 소득에 대하여는 조세조약에 따라 대한민국에서 비과세·면제되므로 G는 원천징수의무가 없다고 보았다. 결국 G는 소송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었다.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우리나라로부터 얻은 소득에 대하여 원천징수가 면제되는 국가에 설립된 법인이라고 하여 모두 도관회사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떤 외국법인이 단순히 대한민국의 조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설립된 도관회사라면 이를 부인하고 과세권을 행사해야 하겠지만 실질적인 영업활동을 하는 외국법인을 도관회사로 보아 과세를 한다면 그들은 대한민국에 대한 투자를 기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장기적으로 보면 이러한 과세는 국익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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